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졸라맨을 비롯한 박사들을 대학원생화 하는 것과 별개로 이것은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긴 했다.
원래 난 이런 걸 질색했었다.
하지만 세월이라는 건 사람을 변화시키나보다.
[말이 좋아서 실험에 협력하는 거지, 사실상 실험체 아냐?]“그렇게 볼 수도.”
[그런데 왜…….]“궁금해서.”
[뭐가?]“내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지 살펴보고 싶거든.”
인류는 오래 전부터 수치를 체계화하여 이 수치에 근거하여 분석하고 대비하며 발전을 이뤄왔다.
나는 그런 수치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졸라맨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에 대해 객관적인 숫자가 남는다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 수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서 현재 내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더 강해지기 위한 수단인 거네? 그 과정에서 정보가 넘어가는 건 상관없고?]“쟤들이 투뿔 마물이 나타난다고 해서 대책을 세우는 거 봤냐?”
물론 나는 인간이라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그보다 더 공략이 쉽다고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나야 좋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줘야 먼지가 쌓이지 않는 법이니.
[지금 널 투뿔 마물에 비교한 거야?]“비교군이 그렇다는 거지. 더 강하지 않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신수 일은 알 수 있고?”
[하긴, 넌 투뿔 마물보다 더 센 놈에게 비교해야겠지.]여기에 내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들을 붙잡게 된 기프트 결속 여부였다.
내가 한국대에 요청하고, 합작하여 만든 연구소는 각성자 연구를 위한 메카라 불릴 정도로 최신 장비를 모조리 들여놓은 상태였다.
어린아이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사준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곧장 실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얘기했던 연구에 곧장 돌입했다.
“그동안 기프트에 대한 인식은 각성자에게 졸라 유용한 수단, 딱 이 정도였어.”
졸라맨은 나에 대해 몇 가지 분석을 한 뒤 기프트의 연혁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기프트가 사용자의 의지와 졸라 다른 방향으로 몇 차례 흘러가는 경우가 발생했어. 이게 사용자를 옭아매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기도 했어. 졸라 신기하지?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어. 어쩌면 기프트는 사용자의 의지에 귀속되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기프트 고유의 의지가 존재하지 않을까 의문이 생긴 거지.”
그리고 무수히 많은 케이스를 통해 의문은 확신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어. 과연 사용자와 기프트는 서로 양방향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까? 아니면 일방적으로 전하는 관계일까?”
거기까지 말을 한 졸라맨이 뜸을 들였다.
가뜩이나 궁금했던 부분에서 시간을 끌어서 나는 녀석을 재촉했다.
“그래서 답은 뭔데?”
“그건 아직 몰라!”
지금 말 장난하나?
“왜냐하면 상위 각성자의 경우 실험에 응하는 경우가 없었거든. 당장 나로 실험을 해봤어도 내가 탁월한 기프트 덕을 보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러니 준호의 협력이 졸라 반가운 거야. 세계최강 각성자의 협력은 큰 힘이 되어줄 테니까!”
졸라맨의 눈이 광기로 젖어들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망치고 싶은 비주얼이다.
“게다가 이 연구가 성과를 거두고 기프트 결속을 인위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무슨 효과?”
“인간에게는 여러 기프트 잠재 후보군이 존재해! 하지만 그걸 사용자가 정할 수는 없어. 그래서 기프트는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해. 하지만 그 선물을 포기하고 다른 선물을 기다릴 수 있다면? 각성자들은 더 좋은 기프트를 기다려볼 수 있어!”
당연하게도 그 다음에 획득할 기프트가 좋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졸라맨은 혁신적인 걸 얘기하듯 말했지만 내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프트를 복사하고 삭제하는 건 내게 일상적인 일이었고, 타인의 기프트 개방 또한 피를 섭취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어서다.
“난 그거 가능한데?”
“어?”
“난 가능하다고.”
“지, 진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던데.”
고작 이 정도로 대발견인 척하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는데.
그것과 별개로 졸라맨은 대발견이라며 허둥거렸다. 하지만 내게는 대발견이 아니므로 바로 넘겨버렸다.
졸라맨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그동안 이뤄졌던 기프트의 결속은 양방향이냐 일방통행이냐를 놓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어. 그리고 우리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일방통행이었어. 하지만 준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날 보고 어떻게 바뀌었는데?”
“제한적인 양방향! 그리고 기프트에게 선택권이 있는 만큼 사용자에게는 기프트에 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
이 말은 기프트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기프트에 의해 내가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적다는 거겠어.”
“그건 아니야.”
“왜?”
“기프트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세월에 따라 사용자와 일치되는 면이 많아. 그 기프트가 곧 사용자가 되는 것이지. 이 경우 기프트와 결속을 풀기 어렵고, 억지로 풀려고 하면 사용자에게도 큰 피해를 끼칠 확률이 높아.”
그 말은 혈중섭식과 오랫동안 함께 한 만큼 피해가 클 것이란 이야기였다.
혈종은 이걸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나와 자신의 운명이 하나라면서 내게 말했지.
당시 내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오는 걸 보고 물러났지만 졸라맨의 말에 의하면 나와 동화율이 높아서 그런 것이지 큰 피해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면 떼어내지 못할 게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큰 피해를 감수할 의향이 있으면 떼어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맞아. 그리고 우리는 그 부분을 연구해야 하고.”
“좋아.”
내가 원하던 게 그 부분이기도 했다. 혈종 이 녀석은 날 인질로 삼아 살아남았다고 의기양양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비밀이 파헤쳐지면 그 다음 일은 쉬워진다.
“바로 실험에 들어가자.”
“어디까지 해도 되는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
*
* *
혈종을 제거하는 게 시간문제라고 자신만만했지만 실험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맞이했다.
졸라맨 녀석은 이것을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말했다.
“아니, 준호가 인간의 생각 범주를 졸라 벗어나서 그런 거잖아!”
그거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기프트 폭주를 제어하기 위해 그릇을 넓히기 위해 온갖 기상천외한 시도를 해봐서 그렇다. 미치기 직전에 미치지 않기 위해도 갖은 수단을 동원했고.
혈종이 된 이후에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스러운 삶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다.
미처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떠올리니 인간의 한계를 여러 차례 뛰어넘은 채 살아왔군.
“이 포스 증폭은 육체에 타격을 주다 못해 육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하지만 적을 죽이려면 감수해야지. 이만한 적을 상대할 때 단기간에 제압하지 못하면 포위당하고 힘이 소진된 채 잡힐 수 있어. 그러려면 포스 증폭으로 의외성을 주고 방심을 이용해서 빨리 때려잡는 게 중요하지.”
“육체에 가해지는 부하는?”
“고통은 참으면 되고 회복력은 마물의 피와 살점을 먹으면 돼. 물론, 생으로 먹어야 효과가 좋아. 이건 꽤 알려진 정보던데?”
마물의 피와 살점은 인간의 회복 능력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졸라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거, 듣는 사람 졸지에 무식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군.
하긴, 나도 추격 받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저 미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효과 좋으니까 해보려면 해봐. 나처럼 될 수 있다니까?”
“…난 준호처럼 못해.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야.”
“나처럼 강해지고 싶다며? 그리고 넌 인간 승리의 표본 아냐? 그럼 이 정도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안 그래?”
슬슬 몰이를 하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졸라맨에게 모여들었다.
눈동자에 무언의 강요가 실려 있었다.
“으, 으으! 왜 날 그렇게 보는데?”
“준호의 요청이 좋다 싶어서. 마물의 피와 살점을 복용하면 효과가 좋다는 건 알지만 장기복용하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거잖아. 흥미로워.”
물론 마물의 피와 살점만 섭취하는 게 아니라 육체가 주기적으로 부서지고 찢겨지길 반복해야 된다.
“에릭! 네 실험을 위해 날 이렇게 떠미는 게 말이 돼?”
“뭐 어떤가. 미국의 초인 마초맨이 더 강해질 수 있고 우리는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일인데? 실험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그럼 순순히 받아들이시지.”
“으아아아!”
실험 앞에서는 동료도 뭐도 없군. 틈을 보인 순간 바로 먹잇감행이다.
“준호! 도와줘!”
광기 서린 동료들의 눈빛을 보고 궁지에 몰린 졸라맨이 내게 도움을 청했다.
왜 내가 도와줄 거라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실험체가 하나보다 둘인 게 더 낫지 않나?”
“진짜 이러기야? 날 버리는 거냐고!”
“마물의 피와 살도 먹다 보면 먹을 만…….”
입에 발린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내가 혈종이던 시절 마물의 피와 살점을 먹던 순간이 떠올라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음,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진 않더라.
“솔직히 맛은 별론데 참으면서 먹으면 먹어지긴 하더라. 아, 참고로 해독하지 않고 날 거 그 자체로 먹어야 돼.”
“도, 독! 독이 있잖아! 근데 그걸 어떻게 먹어!”
“먹다 보면 내성이 생겨. 대다수가 먹고 죽긴 하는데 버텨내면 독 내성이 생긴다니까. 이게 얼마나 좋은 건지 잘 알잖아?”
“난 필요 없다니까! 에릭! 크리스텐센! 발머! 날 도와달라고! 아무리 실험이 좋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심하기는 하지.”
“역시 크리스텐센! 너밖에 없어!”
한가닥 희망이 생겨난 졸라맨이 크리스텐센 박사를 보며 매달렸다.
그 중에서는 상식적인가 보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 인간이 그 인간이다. 10001이나 10000이나 숫자상으로 차이가 있지만 별 차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크리스텐센 박사가 졸라맨의 양 어깨에 팔을 얹었다.
“근데 너만 희생하면 우리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제임스! 우리 눈 한 번 질끈 감고 이 실험을 해보자! 성공하면 넌 더 강해질 수 있어!”
그 전에 죽을 수도 있는데. 하긴, 허약해도 초인이긴 하니까 마물 독에 쉽게 죽지는 않겠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이미 실험에 눈이 뒤집힌 녀석들을 상대로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
암담한 미래를 직감한 졸라맨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자업자득이로군.
*
* *
최준호가 돌아갔다.
실험에 협력하는 건 그였지만 너덜너덜해진 건 제임스 리드였다.
배신감에 부들부들 떠는 것도 잠시.
최준호에 대한 자료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깨닫게 되었다.
장난기를 버린 그들은 최준호에 대한 자료 분석을 시작했다.
“이 수치가 말이 돼?”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이 힘이 사람의 몸에 있단 말인가?”
상상을 초월한 숫자가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