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제임스 리드와 친구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 위에 적힌 숫자를 들여다보였다.
고작 종이 한 장에 요약된 내용이었지만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게 인간이 가능해?”
“잘못된 줄 알았어. 사람이 이 정도 힘을 보유하고 있을 줄은.”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을 사냥한 건 알고 있지만 진짜 인간의 몸으로 이 정도의 힘이 보유된 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인간의 몸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육체의 강도 또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다.
탄력, 강도, 회복력 모든 면에서 각성자의 수준을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우위에 있었다.
여기에서 비교 대상은 초인이었음에도 말이다.
감탄과 경악이 오가는 곳에서 에릭 클락슨이 제임스 리드를 보며 물었다.
“제임스, 어떻게 보나?”
“…….”
“제임스?”
“아, 미안. 수치가 너무나 놀라워서. 뭐라고 했지?”
“네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고.”
“아아, 그거? 비교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야. 다른 것에 따를 수 없어도 육체적인 능력은 어느 정도 비견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최준호가 직접적으로 비교대상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제임스 리드의 기준이었다.
초인 중에서도 능히 상위권으로 꼽히며 육체적인 능력은 최상위로 평가받는 마초맨인 자신이라면 어느 정도 비견될 거라 생각했다.
최소한 어느 정도는.
지금 그 생각이 산산조각 났지만.
“이 정도면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야.”
“맞아, 비교 대상을 인간으로 하면 안 되겠어.”
“일단 드러난 육체적인 강인함은 최소 플러스 단계로 볼 수 있어. 저번에 나타난 샌드웜이나 블랙 그리핀하고 비교할 수 있겠는데?”
“포스량은 그보다 월등히 많고 보유하고 있는 기프트 숫자는 훨씬 많지.”
“여기에 전투지능을 빼놓을 수 없어. 헤드 브레이커의 가장 큰 장점은 육체도, 포스도 아닌 전투지능으로 꼽고 있으니까.”
그 전투지능이라는 것도 수치화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육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마물 중에 이걸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녀석일수록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마물급 육체 능력에 그걸 뛰어넘는 포스량, 다채로운 기프트와 어떤 상황에서 승리로 이끌어내는 전투지능까지 보유하고 있는 건가?”
“…….”
나열된 것들을 정리해서 언급하는 순간 장내에 짙은 침묵이 깔렸다.
몇 번이고 말해도 독보적인 수치들이었다.
에릭 클락슨은 신음을 흘렸다.
“행여나 헤드 브레이커를 상대하겠다고 말이 안 나온 게 다행이야.”
“아직도 그 힘을 의심하고 상대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지.”
“동감이야.”
숫자로 정리된 걸 보면서 느낀 것은 최준호를 절대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
* *
나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 내용은 내 손에도 들어왔다.
비교대상으로는 졸라맨.
내 눈에는 마뜩찮지만 초인 중에서는 실력 있는 걸로 이름 높은 녀석이니 상위권 초인과 비교해서 내가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신기하긴 해.”
분명한 것은 초인 중에서 독보적인 수치라는 것. 마물과 비교한 것도 나왔는데 인간보다 마물에 비교하는 게 더 옳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점점 인간에서 멀어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내가 인간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 크게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
내가 정상이라는 걸 자각하고 미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 정상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일인데 말이지.]“왜 또 시비냐.”
[그냥. 그래서 이런 중요한 정보를 순순히 내줘도 되는 거야?]“무슨 정보?”
[너에 관한 정보잖아. 네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강한가 알려지는 건데 이러면 널 적대하려는 녀석들이 대비할 수 있는 거 아냐?]과거에는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불과 얼마 전이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많이 바뀌었다.
“대비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뭐?]“이 정보가 유출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출된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어. 왜냐하면 이 숫자를 보고 날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지.”
[과연 그럴까.]“신수는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신수를 사냥한 난 상대할 수 있다고?”
[…….]용용이 녀석은 내가 신수를 사냥했다는 말 때문인지 기분이 꽤 나쁜 기색이었다.
“오히려 다 튀어나와주면 나야 좋지. 약 뿌린 것처럼 발작하면 쓸어버리면 되거든. 주기적으로 치워줘야 세상이 깨끗해지기도 하고.”
[너에 대한 공략 방법도 나올 텐데?]“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염두에 둬야 하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왜 내가 정체되어 있을 거라 생각 하냐? 난 지금보다 더 강해질 생각이고 앞으로 계속해서 더 강해질 거다.”
자리에 멈춰 서고 가진 힘으로 누리기만 하려고 하면 사라져도 되는 것이다.
난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고.
[자신감이 대단하네.]그 정도도 각오하지 않고 임하면 안 되는 일이지. 단순히 그 수치만으로 날 상대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오만일 테고. 나는 그 숫자보다 기프트를 활용할 때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난 충분히 대답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용용이는 할 말이 더 있나보다.
“넌 잠시 멀리 가 있어.”
[어, 왜?]“생각할 거 있는데 방해 돼.”
[자, 잠깐만! 우왁!]용용이를 밀어낸 뒤 나는 생각을 가다듬었다.
주된 내용은 기프트와 분리였다. 졸라맨과 대화에서 들었듯이 기프트와 결속은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내가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프트를 떼어낸다고 할 때 내가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죽지 않는다는 것, 그게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내가 마음의 준비를 마친다면 혈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 그 경우 혈중섭식도 사라질 확률이 높겠지.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해왔던 기프트인 만큼 혈중섭식을 잃는 일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건가.”
변치 않는 진리였다.
*
* *
졸라맨과 박사들이 온 것은 한국에 제법 큰 영향을 끼쳤다.
내가 미리 한국대에 준비해놓은 것을 기점으로 졸라맨과 그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고급 인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원활한 연구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졸라맨들을 대학원생화를 시키려고 했더니 그 아래 대학원생들을 양산하는 방법을 선택할 줄은.
자기들만 죽지 않는다는 거로군.
“한국은 교육 수준도 높고 실제로 뛰어난 사람도 많아! 이 훌륭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지 않으면 졸라 잘못된 일이야!”
졸라맨은 그러면서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흡수해나갔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연구원의 탈을 쓴 대학원생이 되는 건지도 모른 채 속절없이 입사했고.
나야 내가 원하는 결과만 얻으면 되는 일이니 굳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연구소 토대를 세우는 상황 속에서 졸라맨은 훈련실에 종종 놀러왔다.
버서커와 대련을 위해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백중지세였던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이 벌어진 상태였다.
꽤 버티다가 무너졌지만 버서커나 졸라맨이나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히려 좋아! 졸라 흥분 돼! 마음껏 도전할 수 있잖아!”
“크크, 나도 손맛이 있는 상대는 언제든지 환영이지.”
둘이 아주 죽이 맞는군.
몇 차례 수치를 측정해서 자료를 받아봐서일까.
철저하게 본능에 의존하는 버서커와 달리 졸라맨은 이성이라는 가면을 몇 겹 덧씌워 전투를 치르는 것이 보였다.
생각이 많아서 반응이 느리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전투 센스를 타고나지 못했을 뿐이다. 졸라맨은 자신에게 부족한 전투 센스를 자료로 보강하여 싸우는 타입인 것이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짰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밌군.”
새롭게 접하는 것만으로 시야가 배로 넓어진 기분이었다.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졸라맨을 보면서 자극받은 버서커의 감각도 더욱 더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고.
역시 머리가 좋은 녀석은 머리를 굴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것이 최선이다.
“잘들 노는군, 잘들 놀아.”
[부러워서 그러는 건 아니고?]“딱히.”
[부럽나보네.]용용이의 놀림에 난 둘의 대결 장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받는 사이. 때로는 앞서 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한다.
그런 사이를 라이벌이라고 한다.
정다현과 이세희의 사이도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내게 라이벌은 누구일까.
자칭 신? 아니면 용용이? 그것도 아니면 혈종?
전부 밥맛 떨어지는 조합이로군.
“저렇게 서로에 대해 정보를 줘봤자 틀어지면 약점만 될 뿐이지.”
더 대결을 지켜보길 포기한 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심술 부리기는.]*
* *
청와대로 불려온 진세정은 다소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여러 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적 있었지만 오늘처럼 갑작스러운 호출은 처음이었다.
긴급한 일이라고 하던데 무슨 일일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천명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초대해서 미안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아, 아니에요. 급한 일이 있다면 부르셔야죠. 편히 불러주세요.”
“진짜 급한 일이 아니면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아무튼 이해해주신다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급한 일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음, 얼마 전에 버서커님을 초대했을 때 최준호 초인님과 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드릴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있고, 최준호 초인님이 제게 부탁한 일도 있었습니다.”
“네.”
“최준호 초인님의 요청은 한 악플러의 신상을 파악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아아, 불안한 생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에게 악플러를 찾아달라고 하다니.
최준호도 대단했고 그걸 받아들인 천명국 대통령도 대단했다.
아니, 최준호라서 가능한 일이겠지.
그리고 국가 권력으로 악플러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이어지는 말이 쐐기를 박았다.
“그 악플러의 정체가 버서커님이었습니다. 팀장님은 알고 있었습니까?”
“…네.”
“이 사실을 최준호 초인님에게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전달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서 팀장님을 초대했습니다.”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채워갔다.
전개 방식은 다양했지만 결말은 동일했다.
버서커는 절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반드시 전달하셔야 되는 거겠죠?”
“최준호 초인님의 요청인 이상 거절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네요.”
“이 사실을 전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합니까.”
“최상의 상황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것이고, 최악일 땐 버서커님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어요.”
“양측의 예상이 크게 틀리지 않는군요.”
대통령과 생각이 비슷하다니. 더 암울한 소리가 아니던가.
시뮬레이션 기프트로 미래를 예지에 가깝게 추측해내는 것이 대통령의 장점이다.
그가 말했다면 반드시 벌어질 미래라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제대로 이야기해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팀장님도 도와주시겠습니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뭐든, 지금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테니까.
진세정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잠시 후, 대통령의 연락을 받은 최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악이다.
하필 그는 오늘따라 심기가 불편하게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얘기하는 게 옳은 걸까.
그걸 대통령도 눈치 챘는지 낭패한 기색이 얼굴에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일전에 알아봐달라고 한 악플러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그래요?”
“예.”
“누군지 궁금하네요.”
“그러니까…….”
잠시 망설이던 대통령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악플러의 정체는 버서커님입니다.”
마침내 악플러의 정체가 최준호에게 알려졌다.
진세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최준호의 반응이 없다.
살며시 눈을 뜬 그녀는 최준호의 표정을 살폈다. 표정이 드러나지 않은 애매모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