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천명국의 입에서 신성그룹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의외고 이영문의 상태를 언급한 것도 의외였다.
전 대통령인 전한철은 아예 언급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재계 서열 1위 그룹에 변고가 일어나서인가.
상당히 의외의 내용이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까?”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반입니다. 근래 상태가 호전된 걸로 알려졌지만 꾸준히 악화되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안 좋은 상태라.”
이영문은 내가 봤을 때도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현대 의학을 총동원하여 몸 상태를 붙들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바스라질 것처럼 위태로웠던 것. 그래서 쓰러졌다는 말을 들어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제게 이걸 말씀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이영문 회장은 단순한 재계의 거두가 아닙니다. 재벌로서 재계 서열 1위 신성그룹의 총수이고, 길드 중에서도 1위인 신성 길드의 소유주입니다. 대한민국의 부와 무력을 거머쥔 유일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위협이 됩니까?”
“당연합니다. 마물의 위협이 실존하는 곳에서 재력과 무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건 공권력을 동원해서 그룹을 해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신성공화국이 되었을 정도의 영향력이라고 한다.
근래 들어 신성그룹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정계에 제한적으로 발휘되는 건 내 영향도 있어서라고.
“이영문 회장은 안정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신성그룹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세희 활약이 컸던 게 아니고요?”
“이세희 팀장이 안정적으로 활약을 펼칠 수 있게 기반이 되어준 것입니다.”
“그렇군요. 대단한 인물이라고 하고, 그만한 인물이 죽으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까?”
“예.”
“근데 신성그룹 후계 구도는 안정된 걸로 아는데요?”
주제 모르고 내 앞에서 살기를 드러내던 이세찬은 브레인워싱에 의해 백치가 되었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생명만 연명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살아있지요.”
“숨 쉬고 있는 게 문제가 된다는 겁니까.”
“예. 유력한 후계자였던 이세찬 전무가 물러나고 이세희 팀장이 나선 것이 3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후계 구도를 확실히 굳히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역시, 처리할 마음을 먹을 때 가장 확실한 건 숨을 끊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미숙하게 쓰다니. 아직 나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게 원하는 게 뭡니까?”
“신성그룹 후계구도가 분명해졌으면 합니다.”
이건 내게 하는 요청이었다. 천명국은 신성그룹이 혼란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는 거로군.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좀 더 보고요.”
대통령의 부탁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개입할 필요는 없지. 내 나름대로 가늠해보고 어떤 것이 최선의 결정인지 들어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
* *
이세희한테 직접 찾아가기 전에 나는 신성그룹 내부 분위기부터 탐색해보기로 했다.
내게는 직접 신성길드에 근무하고 있는 친동생이 있었다. 집에 와서 말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세찬 전무 뒤로 우글우글하거든. 시간을 벌고 지연시키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이야.”
“식물인간한테 기대를 거는 거냐?”
“인간의 의학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잖아. 간혹 식물인간이 기적적으로 회복하기도 하고. 현재 식물인간을 회복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약이 개발 중인데 그게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거지.”
그냥 식물인간이 아니라 브레인워싱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인 것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건 내가 작정하고 헤집어놓은 거라 왕년의 사이비교주가 와도 풀어낼 수 없는 것이다. 수만 개의 전선을 무작위로 꼬아버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걸 모르니 식물인간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헛된 것에 희망을 걸고 있으니 애처롭기까지 하군.
“그럼 이세희 파벌은?”
“주로 실무진이 지지하고 있어. 하지만 사장단에서는 이세찬 전무에 줄섰던 사람들이 많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도 많고.”
“이세희를 지지하지 않고?”
“몇몇 사람은 지지한다고 들었는데 그 숫자가 많지 않아. 왜냐하면 세희 언니는 그룹이 빠르게 움직이는 걸 추구하거든. 그 과정에서 기존 사장단 물갈이가 많이 예고되어 있고. 자기 밥그릇을 건드리려고 하는데 누가 순순히 응원하겠어.”
몇 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영문의 주도 하에 차근차근 물갈이가 되었다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문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묘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이세희에게 불리한 상황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강한 의지를 보이면 바로 넘어올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서 언제 개입할 건데?”
“음?”
“뭘 모르는 척이야. 신성그룹 일에 개입할 생각이 있으니까 나한테 물어본 거잖아.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르고 세세하게 파악해서 말한 줄 알아?”
왠지 세세하게 말하더라.
윤희도 나름대로 내게 도움이 되기 위해 알아봤던 거였군.
“제법인데.”
“말 돌리지 말고.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일단 이세희를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네?”
“나야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면 그만이지. 사업 파트너인 이세희한테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테고.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듣고 내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면 돼.”
말은 그랬지만 나야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 이세희가 신성그룹의 실권을 잡길 원했다.
“많이 바뀌었네? 안 그래도 오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는데.”
“뭐라고?”
“수 틀리면 바로 쳐들어가서 이세찬 전무 목을 따버릴 거란 말이 나왔거든. 이영문 회장이 쓰러지자마자 이세찬 전무 경호원이 다섯 배나 늘어난 걸 알아? 회장이 아니고 전무한테 경호 숫자가 더 붙었어.”
“그거 참 아쉬운 일이네.”
“설마? 진짜 그 생각한 거야?”
“아니.”
[완전 들켰는데?]음, 판단을 뒤로 미뤄두지 않고 바로 움직였으면 예상대로 움직이는 꼴이 될 뻔했다.
윤희도 내 말이 믿기지 않았는지 눈에 쌍심지를 켰다.
“거짓말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난 속일 수 없거든? 그 생각하고 있었잖아. 내 말이 맞아 틀려?”
“난 이세희 만나고 오마.”
“거기 서.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하라고. 야아! 무시하고 가기냐!”
난 몸을 돌려 살며시 집을 벗어났다. 윤희는 길길이 날뛰면서 나한테 사고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러다 옆집에 들릴라.
그나저나 누굴 닮아서 집요한 건지 모르겠다.
[너랑 판박이인 걸 보면 네 부모를 닮은 거겠지. 누가 봐도 남매가 맞아.]나나 윤희나 모두 기분 나쁠 말이로군.
[최대 피해자는 너희 부모님 같은데.]*
* *
난 이세희에게 찾아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신성그룹 내부로 조용히 잠입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평소 자신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분위기가 아닌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날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날 맞이하는 이세희 표정은 평소와 동일했지만 중심을 잡으려고 힘을 쓰는 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쓰러져서인가, 아니면 길어질 수 있는 권력투쟁을 준비하는 것인가.
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미국 출장의 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보는 눈이 많아서 조용히 들어왔어.”
“잘하셨어요. 안 그래도 준호 씨가 절 찾아올 거라 생각하고 모두들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해있거든요.”
“그놈들이 눈에 핏발 세우고 지켜보면 어쩔 건데.”
“사람이 자기 이익을 지키려고 하는 건 당연한 본능이거든요. 그 사람들을 탓할 수 없죠.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익을 약속하지 않았거든요.”
“원래 인류는 더 많은 걸 차지하기 위한 다툼의 연속이었지. 네 시대에 필요 없는 사람들이면 치워버리면 되는 일이고.”
“아직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이영문 회장의 상태는 어떤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회복을 돕고 있어요.”
어렵게 말을 꺼내는 것에는 많은 희망 섞인 관측이 전해졌다.
어떤 상황을 지켜볼 때 감정이 섞이면 제대로 보기 힘들다.
“애를 쓰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는 말로 들리는데.”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해요. 하지만 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그룹을 이뤄내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다시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믿음의 영역으로는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은 알겠고, 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겠지.”
“준호 씨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군요.”
“그래야 어떤 일이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으니까. 넌 네가 이뤄온 모든 게 걸려있는 일이고.”
각자 보유하고 있는 몫은 중요한 게 아니다.
승자는 오직 하나 뿐. 그리고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구조였다.
“이영문 회장이 잘 회복해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지. 그 상황이 닥치면 셈법은 아주 복잡해지고.”
일이 복잡해진 걸 풀어나가려고 할수록 꼬이기 마련이다. 복잡하게 헝클어진 걸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단칼에 잘라버리는 것이다.
이세희는 내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렸다.
“저는 오빠를 죽이고 싶지 않아요.”
“복잡하게 계속 가자고?”
“부와 권력이 얼마나 매정한 건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아버지는 돌아가지 않으셨어요.”
적어도 부모가 살아있을 때 골육상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이야기로군.
이런 건 결정이 빠를수록 좋은 법인데.
“이번 일만큼은 절 믿고 지켜봐주실 수 없을까요?”
“……..”
“부탁드릴게요.”
이세찬만 처리하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인데. 이세희는 아직 그 각오가 안 되어 있나보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감사해요. 저도 최대한 빨리 답을 마련해볼게요.”
“오래는 못 기다려.”
“네!”
밝게 대답하는 이세희를 보며 나는 입맛을 다시다가 작별을 고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만히 지켜보던 용용이가 말했다.
[혈육의 정이라는 게 끈끈한 게 있나봐.]그럴 리가. 이세희는 내 손을 쓰면서까지 이세찬을 제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기 능력으로 이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내가 볼 때는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낙관하고 있는 판단이었다.
[당연히 쉽지 않지. 너도 네 입장에서 생각해봐. 네 동생을 매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어?]애초에 비교가 잘못된 거다.
난 이미 내가 원하는 걸 다 갖고 있는데 굳이 윤희를 처리하고 자시고 그럴 이유가 어디 있나. 그냥 걔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되는데.
내가 마음만 먹으면 신성그룹 규모만 한 회사도 만들 수 있다.
그걸 운영할 실력은 없지만.
[그냥 비교하는 거잖아.]그럴 상황이 안 된다니까.
[그럼 상황을 바꿔서, 네 부모님과 동생이 위기에 처했어! 그럼 넌 누굴 구하러 갈 거야?]용용이는 내가 누군가 하나를 버리는 전개를 원하나보다.
일단 내 선택은 당연히 부모님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 몰아붙였다.
[동생은 버리고?]그럴 리가. 윤희는 멍멍이가 구할 것이다.
[갑자기 걔가 왜 나와!]애초에 그러려고 길들여놓은 거다. 이럴 때 안 써먹으면 그 식충이를 어디다가 써먹겠나.
[엄청 강한 암살자거든?]그래봤자 인간 수준이지.
멍멍이를 처리하려면 버서커 이상의 초인이 나서야 하는데 그런 초인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나.
[그런 초인이 둘인 거야!]둘이어도 멍멍이 잡기 쉽지 않을 걸. 나한테 꾸준히 두들겨 맞아서 플러스 단계 중에서도 강한 편일 거다.
[이익! 그럼 셋! 셋이면 감당하기 힘들 거잖아.]왜 얘는 멍멍이가 맞서 싸울 거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상대하기 벅차다 싶으면 윤희를 물고 도망치라고 얘기해뒀다.
아무리 초인이 강하다고 해도 나처럼 고속비행이 없다면 도망치는 멍멍이를 쫓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 정도 숫자가 입국하면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전을 짜고 습격하기 전에 내가 찾아내서 머리를 날려버리면 된다.
[그냥 비교하는 거잖아! 아, 진짜 말 안 통하네!]끝없이 상황을 만들던 용용이가 기어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그래. 근데 무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