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내가 다시 병원으로 향했을 때, 모든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경계가 삼엄하여 누구도 들이지 않을 것 같았던 경호 시스템이 모조리 해제되었고 내 앞을 가로막던 신성그룹 소속 경호원들이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유령병동이 되어버린 곳에 들어선 나는 이영문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멀쩡한 안색으로 누워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생명력을 불태우는 거 같은데? 저러면 큰 부작용이 올 텐데. 아, 이미 마지막이라서 뒤를 생각할 필요 없이 지른 거구나.]자기가 묻고 자기가 대답하는 형태였지만 그 말을 듣고 이영문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었다.
의학의 발전이 대단하다 싶었더니 말 그대로 자기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짓이었다.
그 사실이 나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멀쩡하네요. 신성그룹의 기술력은 놀랍습니다.”
“그 기술로 돈 벌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덕을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세상 좋아진 겁니다. 여전히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는데.”
물론 사람 목숨의 가치가 전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영문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복 받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병세가 심각한데도 여태까지 버틸 수 있던 것,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모두요.”
“그래서 그 귀한 기회를 가족들과 만나는 걸로 사용하지 왜 날 보자고 한 겁니까.”
“지금 초인님과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그룹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제게 신성그룹은 꽤 유용한 수단입니다.”
“없어져도 잠깐 불편할 뿐,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보고 있는데?]…귀신같은 영감 같으니라고.
죽기 전이라고 해도 세상 보는 눈은 여전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손을 쓸 생각이 없으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제가 죽으면 그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 말한 이영문은 쓰게 웃었다.
“신성그룹이 왜 길드를 만들고 국내 제일로 만들려고 했는지 아십니까?”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요.”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이 시기에 직접 힘을 갖지 않으면 모든 걸 빼앗길 수 있었습니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이 그러했고, 각성자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걸 알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국가에서도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을 투자한 것입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고, 큰 문제가 벌어진다면 마물로 인해 벌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초인님의 존재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날 바라본다.
음, 나도 나를 잘 알다보니 내가 신성그룹에 손을 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상이니 이런 예측도 가능해졌군.
[이게 그렇게 해석이 된다고?]경악하는 용용이를 지나치고 이영문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이 보는 불가피한 상황이란 것은?”
“세희의 암살이라거나.”
미친 소리를 태연하게 한다.
“요즘 재벌들은 암살도 합니까?”
“마물이 등장한 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수법이기도 합니다. 제 건강이 안 좋아진 것도 독의 위험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음험한 일들이 제법 많았나보다.
“범인은 어떻게 했습니까?”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당해놓고 건강을 잃었으니 제가 손해를 보게 된 셈입니다.”
이영문의 말은 결국 누군가가 이세희를 노릴 수 있다는 거였다.
만약 이세희가 암살당한다면? 음, 꽤 입맛이 쓸 거 같다. 그리고 이세희가 없는 신성그룹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겠지. 그런 상황에서 수 틀리는 일이 하나라도 발생하면 망설이지 않고 손을 쓸 거 같다.
이렇게 보니 이영문 회장이 제대로 본 게 맞군.
“그 건은 회장님이 제대로 교통정리만 해놓으면 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다 해고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영문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잘 나가는 상황에서 잘 해내는 사람을 함부로 쳐낼 수 없는 법입니다. 그마저도 차근차근 진행 중에 있었으나 제 건강이 받쳐주지 못하는군요.”
“회장이라면 가능한 거 아닙니까.”
“가능은 합니다. 다만 후유증이 남을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내가 혈종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누이 들어왔던 말들이다.
지금은 참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봤던 것들은 결국 있을 때 기회를 거머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영문 회장은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생각할 테지.
후유증이 발생하는 건 그 다음에 생각해도 될 문제다.
“남은 이세희가 잘하면 될 일입니다.”
“저도 잘 해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해결된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나온 대답.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건지 나도 이영문 회장도 잘 알고 있었다.
“이세찬.”
백치가 된 녀석은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상태이며, 그룹 내부에서는 교착 상태를 이어나가면서 식물인간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자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마물의 등장 이후,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느냐를 찾아보면 가능성은 충분한 일이다.
“세찬이가 그리 된 건 초인님이 손을 쓴 거란 심증이 있습니다.”
“…….”
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이영문 회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업자득입니다. 제 주제를 모르고 상대를 파악하는데 게을리 했다면 이 시대에 그룹을 이끌어나갈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대로 그룹을 물려받았다면 성세는 오래 이어나가지 못했겠지요. 그 점에서 잘 걸러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세찬을 밀던 거 아닙니까?”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세희의 부상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모자라지만 세희의 능력이라면 그룹을 더 키워나갈 수 있겠지요.”
결국 이영문 회장의 선택은 어쩔 수 없던 것이 아니라 능력 면에서 이세희가 더 낫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제가 죽기 전, 세희를 다음 회장으로 지목할 생각입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
“당연한 일입니다. 초인님의 의중도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주요 계열사 주식이 초인님 손에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 그거요.”
이영문 회장은 결연하게 말했지만 난 기억 저 너머에 미루고 있던 것이다.
돈은 남아돌고 쓸모 있는 신성그룹은 오래 써먹고 싶다.
그래서 주변 조언을 받아들여서 구매했을 뿐이다.
“그만한 양도 꽤 큰 영향을 발휘할 것입니다.”
“좋네요.”
신성그룹 회장 이세희라, 입에 달라붙지 않지만 잘 해낼 거다.
“다만 세희가 원활하게 회장이 되기 위해 초인님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안 들어주면 이세희가 회장이 못되는 겁니까?”
“될 수 있겠지만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겪을 겁니다.”
“…….”
썩 마음에 드는 화법은 아니었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라 그런가 정제된 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시죠.”
“제 마지막 부탁은…….”
담담하게 흘러나온 이영문 회장의 부탁은 꽤 놀라운 것이었다.
죽기 전에 정신이 흐려진 것도 아니었다. 맞은편에서 들여다본 이영문 회장의 눈은 굉장히 맑았다.
“알겠습니다. 들어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쉬겠습니다.”
이영문 회장이 눈을 감았고, 나는 병실을 나섰다.
*
* *
최준호가 밖으로 나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군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뒤를 이어 경호실장이 경호원을 배치하면서 삼엄한 경비망을 완성했다.
그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던 이영문은 기침을 터뜨렸다.
“형님!”
“괜찮다, 조금 피곤할 뿐이야. 이 정도로 생명력을 당겨썼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
“난 괜찮다, 군서야.”
이영문의 말에도 불구하고 백군서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한결같은 모습이다.
부와 권력 앞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변절해온 것을 봐왔던 이영문은 백군서의 한결같음을 좋아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었다.
“네가 있어서 어려운 일도 풀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 불꽃을 최준호 설득에 태우신 겁니까.”
“그럴 가치가 있는 녀석이니까. 이미 그룹과 최준호는 너무 깊게 얽혔어. 미리 관리해두지 않으면 언제고 도태될 수밖에 없지.”
“그래서 세희를 선택하신 겁니까.”
“지금 내 자식은 세희밖에 없다.”
“세찬이도 있습니다.”
“식물인간 상태에서 얼마나 버틸까. 사실상 녀석은 시체 상태에 불과해.”
“형님……!”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일 뻔한 백군서가 흠칫했다. 기력을 잃어가던 이영문의 두 눈에서 형형한 안광이 뿜어지고 있던 것이다.
“효능이 좋아. 최준호만 만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좀 더 불태울 수 있겠어.”
“회복하실 수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은 마라. 다 타들어간 재에 용케 불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
“이제 남은 에너지를 사장단 갈아치우는데 써야겠지.”
“그래도 그룹을 위해 헌신해온 자들입니다.”
“헌신, 좋은 단어지. 누가 듣기에는 써먹고 버리는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그게 틀린 걸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형님.”
하지만 백군서는 이영문의 기세에 압도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제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놈의 숨을 붙여놓고 머슴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어. 쓰임이 다한 걸 알고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게지.”
“…….”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면 직접 얘기해야겠지. 군서야, 놈들을 데리고 와라.”
이영문의 생명이 다한 걸 느낀다면 결코 쉽게 물러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것이 그들의 생각.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금의 모습을 보라. 왕년의 이영문 모습을 기억하는 사장들이라면 결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길들여졌고 그렇게 살아온 자들이다.
“알겠습니다.”
“네가 있어서 든든하다.”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백군서는 고개를 숙인 뒤 조용히 방을 벗어났다.
*
* *
이영문 회장과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길.
그때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용용이가 한 마디 했다.
[인간이란 동물은 참 대단하네.]“뭐가?”
[어느 때에는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고 하고 수가 틀리면 바로 버리기도 하잖아. 일관성 없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참 신기하다 싶어서. 그래도 한때 후계자로 생각했던 사람이잖아?]용용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
그건 바로 이영문이 마지막에 한 부탁 때문이다.
“자기 자식이니 귀한 건 사실이겠지. 실제로 후계자로 삼으려고 생각도 했었을 테니까. 하지만 정신이 온전했을 때 이야기지.”
설령 이세찬이 정신이 온전했더라도 이영문의 선택은 이세희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세찬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다.
“그걸로 장난질을 칠 녀석들의 의도가 보이니까 차단하려는 거다. 자식이 중요해도 평생에 걸쳐 일궈온 그룹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 결론이 이영문 회장의 의뢰였다. 의뢰 내용은 이세찬의 죽음이다.
나 또한 내게 유용한 신성그룹이 최소한의 피해로 지금의 성공을 이어나가길 바랐기에 이영문 회장과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참 재미있다니까?]용용이 입장에서 이것들은 여흥에 지나지 않겠지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던 이세희한테는 애석한 결과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지금 이세찬이 입원한 병원에 와 있었다. 가족이면서 둘은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영문 회장이 쓰러지고 이세찬에 대한 경호 숫자가 대폭 늘어나 있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병원에 도착할 시점부터 경호원이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영문 회장의 수완이겠지.
누가 임의로 이세찬의 경호원 숫자를 늘린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직 살아있는 회장의 명령을 뛰어넘을 수준은 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상황까지 만들어주네? 뭐, 어차피 숫자가 너한테 중요한 건 아니지만.]맞다,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게는 이전에 없던 기프트들이 존재했고 그걸 조합하여 새로운 수법을 개발해놓은 상황이어서다.
허공을 밟고 올라가 이세찬이 있는 병실의 창문을 열었다.
입구 쪽에 삼엄한 경호가 느껴졌지만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호화로운 병실 안 침대에 누워있는 이세찬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처럼 혈색이 좋았다.
“확실히 의학의 발전은 무섭다니까.”
하지만 브레인워싱에 의해 꼬여버린 머릿속의 실타래는 풀 수 없었다.
난 이세찬의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그리고 소량의 기뢰를 가슴 안으로 흘려 넣었다.
파지지직!
소량이지만 강렬한 위력을 머금은 기뢰가 이세찬의 심장을 타격했다. 거센 자극을 받은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과도할 정도로 세차게 움직이는 것은 내가 인위적으로 조정한 흐름이다.
하얗게 불태운 심장은 과부하를 견뎌내지 못하고 멈춰버릴 것이다.
그걸로 끝.
모든 조치를 취해놓은 나는 조용히 창문 밖으로 나와 병원을 벗어났다.
[저거 막을 수 있는 거 아냐?]“불가능.”
다른 것도 아닌 기뢰에 당한 심장이다. 현대의학으로 조치를 취하더라도 지금은 물론, 수십 년 후까지 극복할 방법은 찾아내지 못한다.
왜 알고 있냐면 수십 년 후에도 내가 봐서 그렇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확실한 자연사겠지.
“그때 처리했었으면 이런 귀찮음도 없었을 텐데.”
[…넌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