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리그를 마무리 짓기 위해 졸라맨에 이어 신성그룹까지 확실하게 언질을 해두었다.
곧 모여들 정보를 받아들고 정리한 뒤 어떻게 공략할지 결정을 내리면 된다.
혈종일 때는 그런 것도 없이 하나하나 발로 뛰어다녔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내가 급하게 움직이는 걸로 보이냐?”
[응, 엄청.]“그건 내가 놈을 보러 가는 걸 네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다.”
[…….]이거 아무래도 얕보였나보다.
아니면 즉사기라는 기프트가 그렇게 대단한 걸까.
“말린다고 해도 갈 거야.”
[알았어. 네가 언제 내 말을 들었다고. 난 진짜 말리고 싶거든. 어떤 형태일지 모를 위험 앞에 굳이 나설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래도 갈 거지?]“어.”
[가기 전에 현아라도 만나봐.]“그 전에.”
난 용용이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넌 왜 말리는 거지?”
[엉?]“어차피 내가 이상한 일에 휘말려도 너와 상관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말리는 거냐?”
용용이의 호의란 그런 것이다.
1도 믿을 수 없는 불편한 호의 말이다.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야 네가 없으면 너도 우리도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 하니까.]“좀 더.”
[우리 입장에서 너만 한 힘을 가진 인간도, 이 정도로 파악해놓은 인간도 없어.]“리그 녀석들은 접촉했을 텐데.”
[걔들은 우리랑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지금처럼 평온함을 유지하고 싶은 우리 입장에서 네가 허망하게 죽어버리면 곤란해.]“신수가 내 목숨도 걱정해주고 참 영광스러운 일이로군.”
[이게 영광스러운 일이야? 넌 강해도 인간의 존재는 약하다고!]“네가 뭔 생각인지 알겠다. 나도 생각이 있어서 일찍 움직이려는 거다.”
[무슨 생각인데?]“녀석이 신수와 연관되어 있고, 신수의 정수를 찾아다니고 있지. 보니까 너희들은 제대로 된 형태가 아니면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고.”
[…맞아.]세계 전역을 탐색할 수 있었다면 신수의 정수를 먹은 마물이나 그 기프트를 얻은 녀석들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에 놈들은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자잘한 정수를 수집하고 다닐 거다. 그 과정에서 지금보다 기프트가 더 강해질 수도 있겠지. 시간을 끄는 게 마냥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자라나는 싹은 빨리 짓밟아야지. 그리고 리그는 일찌감치 치워두는 게 좋아.”
[왜?]“내가 신을 만나려면 녀석들은 방해가 되니까.”
구심점을 잃은 빌런들이 투닥거리는 건 상관없지만 하나로 뭉쳐서 세계 정복을 지껄이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결코 나더러 빌런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해서 그런 건 아니다.
[…네 뒤끝은 진짜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어. 널 건드린 게 녀석들의 최대 실책일 거야.]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리그가 날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도 가만히 있었을 거라고.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생각은 틀렸다.
“그래도 결국 부딪쳤을 거다.”
[그래?]“내가 개소리 알레르기가 있거든.”
자기들이 옳다면서 도취되어 떠드는 걸 보면 참지 못하고 손을 썼을 것이다.
[뭐라고 얘기하든 죽는 엔딩이네.]*
* *
난 조만간 자리를 비울 수 있다는 의중을 밝혔다.
그 점에서 버서커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남겨둘 수 있는 쓸모 있는 패였다.
그런데 녀석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나도 데려가라.”
“뭔 소리냐.”
“들어보니 리그를 처리하러 가는 거로군. 최근 남미에서 일어난 소동이 원인일 테고. 맞지?”
“새로운 기프트로 독심술이라도 개발했냐?”
그거 꽤 쓸모 있는 기프트일 거 같은데 한 번 가슴을 열어봐야 하나?
“그런 기프트는 없으니 심장 만져볼 생각은 하지 마라.”
“독심술 있는 거 같은데.”
내 말을 못 들은 척 흘려버린 녀석은 집요하게 날 쫓았다.
“애초에 내가 왜 따라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냐?”
“그야 예전과 달리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제아무리 세상이 좁다하며 천방지축 날뛰는 녀석도 가정을 이루고 자식이 생기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제어하기 힘든 녀석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가정을 이루도록 장려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관점에서 보면 나도 가족이 있어서 날뛰지 못하는 면이 있군.
[대체 지금도 날뛰지 않는 거면 제대로 날뛰는 건 어느 정도이기에…….]용용이가 경악을 하건 말건 난 버서커에 시선을 고정했다.
녀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가족의 안전이 확인된 것과 내가 추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설령 내가 별의 순간 끝에 도달하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슬퍼하겠지.”
“그러겠지.”
말을 멈춘 녀석은 쓰게 웃었다.
“나도 약해졌어. 예전이라면 조금도 뒤돌아보지 않고 내 길을 찾아 떠났을 건데.”
나도 버서커가 이쯤에서 포기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 길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집을 지키는 개로 사용하기에는 다른 부하 녀석들이 있지 않나.”
멍멍이와 호루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호루스는 수에즈를 지키는 녀석이라 사실상 전력 외다.
“똥오줌 잘 가리는 똥개라면 충분히 네가 원하는 걸 취할 수 있겠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고했다. 이러면 계획 상당 부분이 뒤틀리게 되는데.
버서커를 데려가면 쓸 일이 많다. 자잘한 것들은 모조리 떠넘길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짬을 시킬 여지도 많이 있으니까.
하지만 녀석이 함께 하게 되면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다.
약간의 제약을 받고 유용한 녀석을 데리고 가느냐가 문제로군.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지.”
“데려가는 걸로 알겠다.”
난 허락한 적도 없는데 희희낙락하면서 몸을 돌렸다.
대체 내 말 어디에서 허락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
“이래서 미친놈이랑 상종하면 안 된다니까.”
[확실히 정상은 아니야. 쟤도, 너도.]*
* *
미국 정부와 파티가 정보를 제공하고 신성그룹도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기에 가장 큰 힘을 보태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정부다.
정보를 가져다주는 곳은 많으면 좋고 그걸 걸러낼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득이 됐으면 됐지, 손해를 볼 일은 없다.
혈종이던 시절부터 조각 난 정보들을 조합하는데 이골이 났기에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
“남미로 가실 생각입니까?”
천명국은 내 요청을 듣자마자 바로 눈치 챘다.
“어렵게 한 자리에 모아놨는데 확실하게 처리해야 다른 말이 나오지 않겠죠.”
“분명 그 말이 옳습니다. 하지만 남미까지 간다는 건…….”
“뿌리를 뽑으려고요.”
“남미에서 그게 가능합니까?”
“종적이 묘연하던 녀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한꺼번에 처리해야죠.”
적어도 삼악이라는 녀석들을 다 처리하면 리그는 더 이상 리그가 아니게 될 것이다.
“도와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헬 마스터의 기프트는 위험하다고 하더군요.”
“걱정하지 마시길.”
천명국과 짧게 대화를 마치고 나온 나는 정주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초인이 되어 혈색이 좋아야 할 양반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무슨 일 있어요?”
“널 보면서 느끼긴 했지만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조카라고 해도 이건 상식에서 벗어난 전개인데.”
“정다현 이야깁니까?”
“어, 뭐, 그거야 네가 직접 보면 알게 될 일이고 얘기는 잘 됐고?”
“잘 됐죠. 이사님은요?”
“나? 아주 죽을 맛이지. 저 양반 제안을 받아들인 게 인생의 최대 실수인 거 같다. 알뜰살뜰 쉬지도 못하게 부려먹고 있어.”
시뮬레이션을 손에 넣은 정주호가 초인 하나를 제대로 착취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국가 소속 초인인 내가 국가 돌아가는 과정을 왜 알아야 하는데? 아주 조금이라도 더 부려먹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어.”
천명국은 다음 단계를 위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정주호는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듯한데 아마 알아차린 시점에서는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깊이 발을 담근 상태가 되겠지.
내가 아는 두 사람이 대통령이라.
혈종일 때와 전혀 다른 전개였다. 두 사람의 운명도 많은 부분 달라졌지.
그 덕에 살기도 더 좋아졌다. 전부 내 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왔기에 만들어진 변화이기도 하지.
“버티다 보면 괜찮아지겠죠.”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떻게 지켜낸 모발인데 저 양반 때문에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지려고 해.”
천명국이 받는 압박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가보다.
1인 길드를 만들거나 내 팀에 남아 있는 게 더 나았을 거라고 말하는 걸 보면.
하지만 그런 결정을 했어도 천명국의 마수는 벗어나지 못했을 거다.
내가 장담한다.
“그래도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니까, 다음 대통령은 더 부려먹지 못하겠지.”
[꿈도 야무지네?]용용이 말이 내 심정이었다. 모처럼 생각이 일치했군.
아마 정주호는 5년 동안 바짝 엎드려 지내다가 남은 시간을 안락하게 보낼 생각인가보다.
누구에게나 그럴 듯한 계획은 있는 법이지.
“잘될 겁니다.”
“잘 되어야지. 탈모를 극복하기 위해 초인이 된 나야. 이 정도도 버텨내지 못할까.”
천명국에게 붙들려서 대통령이 되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해지긴 한다.
아마 좌절하며 울부짖지 않을까.
[으, 내가 인간들의 미의 기준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보기 별로일 거 같아서 보기 싫네.]오랜만에 용용이 말에 공감했다.
그걸 모르는 정주호는 페이스를 회복하고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내게 속삭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피똥 싸는 게 낫지 않은 점이야. 마음씨를 곱게 쓰지 않아 벌 받는 거지.”
“대통령 업무가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내가 알 바냐.”
…한 사람은 대통령이고 한 사람은 존경받는 초인이다. 그런데 둘이 노는 방식이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 대결의 끝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재미 포인트가 되겠군.
*
* *
최준호가 남미행을 위해 정보를 모으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임스 리드는 최준호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파티에서 전해지는 업무를 함께 맡아보고 있었다.
두 집단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제임스 리드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처음에는 쉬웠다. 최준호와 무난한 관계만 이어나가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남미행 이야기가 나오면서 미국 정부와 파티의 이해관계가 나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노골적으로 남미행을 권하는 파티의 행동에 제임스 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미친 것들.”
모리안의 죽음으로 남미의 통제력을 잃은 파티였다. 그걸 탈환하기 위해 최준호 힘을 빌리고 싶은 마음은 안다. 아니,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둘의 공멸을 노리고 있었다.
제임스 리드는 파티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자 파티에서는 최준호를 설득하기 위한 사람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의견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파티에서는 이번만큼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 싶은 것이다.
“설마 그 녀석인가?”
파티 내에서 ‘달변가’로 불리며 파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간교하게 혀를 놀리던 녀석을 떠올렸다.
십대초인에 들지 못했지만 본신의 실력은 12궁에 비견될 정도며, 팬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리코 로이스.”
아마 녀석이 올 것이다.
파티에서도 최준호가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겠지.
그들의 검은 속내가 고스란히 읽혔지만 제임스 리드는 막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반대했음에도 사람을 보냈다는 건 파티에서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리그라는 공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사라지면 미국 정부와 파티는 패권을 놓고 다퉈야 하는 사이다.
이번 일도 그에 대한 일환이다.
누구나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여긴다.
여기에서 리코 로이스도 특별한 사람 군에 속한다.
상대의 욕망을 자극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인다.
아마 이 방식으로 최준호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자기 무덤을 파겠다는데 어쩌겠어.”
제임스 리드는 마음 편히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