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크크크,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애완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환경이더군. 아니, 이 경우는 애완견이 아니라 애완인인가. 일국의 대통령 취급이 참 험하군.”
멍멍이와 천명국의 교감 현장이 버서커한테 꽤 재밌게 느껴졌나 보다.
음, 나도 신기하긴 했다.
가끔 뻗대기는 해도 멍멍이는 기본적으로 나한테 빌빌 기는 녀석이라서 더 그랬다.
“그럴 만도 한가?”
당장 나만 해도 멍멍이의 수동적인 협력을 생각했지, 적극적인 협조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 형태가 우습기는 해도 천명국은 한시적으로 멍멍이를 다룰 수 있게 된 거다.
“그리고 넌 뭐가 우습냐.”
“이제 웃는 걸로 시빈가.”
“아니, 너도 멍멍이한테 취급 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버서커가 블랙하운드와 맞섰다고 하나 인간일 때 영역이다.
멍멍이는 버서커보다 더 강하며 플러스 단계 마물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멍멍이보다 약한 주제에.”
“…….”
[와, 지금 그 말은 충격이 컸나본데?]충격 받으라고 한 이야기다.
앞으로 갈 곳이 빌런들로 드글드글한 곳인데 그곳에서도 기고만장하면 내가 먼저 녀석을 처리해버릴 거 같거든.
도움을 주기 위해 합류했다면 정확하게 자기 주제를 파악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현 시점에서 버서커를 데려가는 건 ‘짐’이다.
“언제고 그 말을 철회하게 해주지.”
“가능하면 지금부터 해보던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는 버서커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한 끝에 우리는 브라질의 상파울루로 향하기로 했다.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브라질은 현재 모리안의 잔존 세력이 결집하여 리그의 공세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 모조리 쓸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우선 아지트를 확보한 뒤 행동반경을 넓혀나가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속전속결보다는 확실한 처리 방법을 선택한 셈이지.
다만.
인천에서 상파울루까지 지난한 비행시간이 문제였다.
당연하게도 나는 저 비행기를 타고 상파울루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럼 넌 저거 타고 와라.”
“뭐?”
“난 상파울루에 먼저 가 있을 거다. 알아서 오고 알아서 합류해라. 오다가 허망하게 죽지 말고. 그럼 난 간다.”
그 말을 남긴 나는 버서커를 뒤로 하고 고속비행을 발동시켰다.
[와, 진짜 뒤도 안 돌아보고 버리네.]*
* *
킹 모리안이라고 불렸던 초인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점을 두고 남미 전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파티의 일원이자 강력한 초인이었던 그는 남미 각국 초인들과 결탁하여 연합 세력을 구축하였고, 그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대신 리그 세력이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모리안이 헬 마스터에게 죽으면서 그가 이뤄놓은 세력은 사분오열 되었다.
남미 각국의 초인들은 리그에 맞서기보다 리그에 합류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 중, 모리안 세력의 핵심 중 핵심이던 베네수엘라 세력이 모조리 쓸려나가고 국가 전체가 지옥으로 변하면서 귀순 세력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남은 곳은 브라질이었고, 그중에서도 본진이던 상파울루뿐이었다.
이마저도 전열에 이탈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리그 세력이 속속 합류하면서 전황이 기울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가 이 무렵이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인님. 줄리우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동아시아인인 남자가 인사를 건네 왔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일본계라면서 친근감을 드러냈다.
그는 파티 소속의 일원으로 모리안의 심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파티 소속이라는 생각보다 모리안의 휘하에 있었던 걸 더 자랑스럽게 여겼다.
줄리우가 마중 나온 공항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이용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고, 주변 곳곳이 무장한 군인들로 가득했다.
나와 줄리우가 밖으로 나오는 동안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이곳은 저나 초인님의 외모가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곧 리그에 알려지겠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외부에 조력자가 도착했다는 건 알려질 수 있겠습니다.”
줄리우가 말하길 아직 상파울루 핵심지역은 모리안의 잔존 세력이 굳건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외부의 조력자가 진입할 수 있는 공항은 정예 중에 최정예들만 엄선해서 지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와 파티가 지원을 올 예정이고, 이곳 상파울루를 거점으로 하여 브라질 주요 도시를 확보하고 리그의 가장 큰 지원자인 아르헨티나를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시 전체로 보면 점점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중…….”
부아아앙!
줄리우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오토바이 다섯 대가 차 뒤를 쫓기 시작했다.
“빌런이군.”
“본래 우리 휘하에 있던 녀석들입니다. 리그 눈을 피해 외곽으로 이동했더니 이제 저런 잔챙이들도 달라붙네요.”
“내가 처리하지.”
난 총을 뽑아들려는 줄리우를 제지하고 창문을 열어 쇄도하는 오토바이를 향해 포스 탄환을 생성하여 쏘아 보냈다.
퍽! 끼이이익! 콰과광!
머리가 날아간 오토바이가 뒤로 밀려나며 쓰러지고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뒤늦게 녀석들이 반응하며 산개하려고 했지만 내 저격의 범위가 더 넓고 속도도 더 빨랐다.
핏! 피비빗!
탄환에 적중 당한 머리가 여지없이 날아가면서 들러붙었던 녀석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가지.”
“예에…….”
어딘가 어안이 벙벙해 보이는 줄리우가 운전하는 차는 상파울루 외곽의 공장단지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본거지라고?”
한때 남미를 지배했다고 알려진 모리안의 잔존 세력이 머무는 곳치고 숫자가 적어도 너무 적었다.
“예, 그리고…….”
[어!]탕!
내 관자놀이 부근에서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타격도 입지 않았다.
포스 방어막이 상시 활성화 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난 처음 본 누구도 믿지 않는다.
“이 행동의 의미는?”
“죽어!”
놈은 자신의 수법이 먹혀들지 않았음에도 악을 쓰면서 내 목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이 기습을 한 시점에서 나는 이미 팔을 낚아채서 반대 방향으로 부러뜨리고 목을 틀어쥐었다.
콰득! 콰드득!
“끄아아악!”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난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브레인워싱을 시전했다. 처음에는 발악하던 녀석의 눈이 멍하니 풀리더니 그대로 머릿속에 든 정보가 딸려 나오기 시작했다.
모리안의 측근이던 줄리우는 모리안에 대한 충성심이 확고했다. 하지만 모리안이 죽은 시점에 더 이상 충성심은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이 살기 위해 리그에 투신하기로 했다.
내 목을 제물로 들고서.
어떻게 보면 틀린 생각은 아니다. 관자놀이에 총알이 박히면 살아남을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내 관자놀이에 박히지 않았고 녀석이 당했을 뿐이다.
우득!
필요한 정보를 다 뽑아낸 나는 목을 비틀어버린 뒤 차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협력하기로 한 곳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파티도 별 거 없군.”
아니지, 리그나 파티나 본래 같은 세력이었으니 갈아타는 게 자유로운 건가.
생각해보면 남미에 리그가 자리를 잡는 거나 파티의 일원이던 모리안이 지배하고 있던 게 무슨 차이인가 싶다.
어차피 두 곳 모두 빌런 집단 아닌가.
그래도 협력할 거라고 해서 한 번쯤 살펴볼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환승이 자유자재인 걸 보니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보이는 족족 다 쓸어버려야겠어.”
버서커가 오기 전에 청소를 해놔야겠다.
*
* *
“정말 녀석 때문에 별 해괴한 경험을 다해보는군.”
상파울루에 도착한 버서커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최준호가 공간을 뛰어넘는 기프트를 갖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막나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자신더러 알아서 찾아오라니. 녀석은 편안하게 상파울루로 향할 때 자신은 비행기 안에서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자신은 몸이 근질거려서 경련이 일어날 정도인데 최준호는 벌써 최전선에 들어가서 휘젓고 있을 테니.
상파울루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버서커 자신을 맞이한 것도 기존에 예고되었던 파티 인원이 아닌 미국 정부 요원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버서커님.”
“한국말을 할 줄 아는군?”
“버서커님을 모셔야 하기에 한국어가 가능한 제가 지원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얘기된 것과 다른 거 같은데.”
빌런 출신이었던 버서커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파티보다 미국 정부 요원이 더 믿음직했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상황이 존재했을 터. 그 맥을 자신이 파악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저흴 도와주십시오!”
“자세한 내막부터.”
“우선 가면서 간략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서 자세한 내용이 적힌 걸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러지.”
그렇게 공항을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간략한 상황을 듣게 된 버서커는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 이거 재밌게 돌아가는군!”
현재 상파울루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시작은 모리안의 잔존 세력과 리그의 대결이었지만 어느 순간 흐름이 바뀌었다.
조금이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가차 없이 머리를 부숴버리는 초인이 등장한 것이다.
헤드 브레이커, 최준호.
세계최강이라 불리는 초인은 모리안의 세력과 리그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렸다.
자신들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범죄를 저지른 빌런이냐 아니냐였다.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설사 항복하더라도 머릿속의 정보를 모조리 뽑아버려 백치로 만들었다.
죽지 않으면 백치. 죽게 되면 머리 없는 시체.
상파울루 전체가 빌런들의 지옥으로 바뀐 가운데 버서커가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난리가 났던 거로군. 크크크, 재미있어. 이런 의외성이야 말로 녀석이 가진 최대 장점이지.”
그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국 정부에서 준비해둔 안가에 들어선 버서커는 본격적인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두 세력의 첨예한 대립으로 점점 범죄율이 높아지던 상파울루는 최준호로 인해 범죄율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 기적을 보였다.
하지만 상파울루 내에서 발생하는 사망자는 무려 열 배가 넘게 늘어났다.
“미국 정부의가 내게 바라는 것은?”
“헤드 브레이커를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미국 정부와 파티가 당황한 것은 자신들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흐름 때문이었다.
단순히 리그만 잡기 위해 했던 것이 파티가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놓은 인적 자원 전멸로 이어졌다.
“헤드 브레이커가 이곳에서 힘을 소모하면 리그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부 요원은 최준호가 선택과 집중을 하길 바랐다.
“우리는 버서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
“예?”
“애초에 여기에 온 건 빌런을 잡기 위해서지. 녀석은 자기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아군마저도…….”
“그 녀석들이 빌런이 아니었다면 손을 쓰지 않았겠지.”
결국 본질이 빌런이었기에 죽어도 싼 놈이라는 것이다.
내 편 드는 녀석은 착한 빌런이고, 적대하는 녀석은 나쁜 빌런이라는 공식은 미국 정부나 파티의 생각일 뿐이다.
최준호가 볼 때 똑같은 놈들이고.
“며칠 동안 가만히 지켜봐.”
“방법이 있는 겁니까?”
“아니.”
아무래도 잘못 알아들었나보다.
“이 추세면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빌런을 다 죽이는데 며칠 안 걸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