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상파울루는 지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법지대로 활보하던 이들의 감상일 뿐,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니었다.
거리에서 빌런이 사라졌다.
평소 알량한 힘을 믿고 으스대며 시민들을 겁박하던 이들은 거리에 자취를 감추었다.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면서 최준호와 마주치지 않길 바랐으나 그건 개인적인 소망.
상파울루 내에 위치한 모든 빌런 거점이 하나씩 무너졌다.
모리안 잔존 세력과 리그 세력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상파울루 밖으로 필사의 탈주를 감행했다.
최준호는 도시 밖으로 탈출하는 빌런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상파울루에 위치한 빌런들만 철저하게 말살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 요원들은 어떻게든 최준호와 접선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그들이 찾으려고 할수록 멀어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큭큭큭!”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버서커는 즐겁게 웃었다.
그는 상파울루 내 위치한 안가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최준호의 정보를 보고 받고 한 마디씩 보태는 게 전부였다.
듣는 입장에서 저절로 주먹이 쥐어질 정도로 얄미운 태도였다.
“이쯤하면 추적을 멈추는 게 더 나을 텐데?”
이미 상파울루 내 빌런들은 전멸 상태였다. 아직 남은 몇몇이 있으나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터.
“곧 끝나겠어.”
그 시간에 최준호를 쫓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차라리 제대로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게 나아보였다.
“이건 자존심 문제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파견된 정보부 책임자 마리오 다트리히가 단호한 목소리로 거부했다.
어리석은 선택이다. 버서커는 혀를 찼다.
“그 자존심이 목숨보다 소중하던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곧, 곧 접선하게 될 것입니다.”
“글쎄.”
대양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를 수 있게 된 기프트를 손에 넣은 최준호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의 추격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다를 자유로이 넘나드는데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하긴, 남의 일이라는 건가.”
이곳 안가에는 두 부류의 세력이 존재했다.
하나는 미국 정부에서 파견한 사람들. 다른 하나는 ‘파티’라고 하는 모종의 결사체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본래 주도권은 파티 소속 사람들에게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최준호가 빌런들을 척살하고 다니면서 내부 권력 구도가 기괴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저쪽 책임자는 누구지?”
작전 구상에 여념이 없던 마리오 다트리히가 반응했다.
“하실 말씀이라도?”
“아, 거창한 건 아니고. 슬슬 끝나가는 거 같으니 조언 정도는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다비드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잠시 후, 마리오는 산적처럼 거칠게 수염을 기른 남자를 데려왔다.
“오호.”
꽤 대단한 기세였다. 수준으로 보면 초인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새삼 파티라는 곳의 저력이 제법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탐색하는 버서커의 시선을 느낀 다비드가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게 할 말이라도?”
“최준호가 곧 돌아올 거다. 빌런들을 모조리 다 쓸어버리고 말이지.”
“…헤드 브레이커는 현지에서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세력도 제거했다.”
“그건 너희 사정이고.”
“지금 시비를 거는 건가?”
“그것보다 네 목숨을 걱정해주고 있지. 이유도 모르고 죽는 건 억울하지 않나? 큭큭!”
“…….”
입 사이로 새어나오는 웃음에 다비드의 표정이 구겨졌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세계최강의 빌런 아니, 초인 헤드 브레이커와 관련된 일이다.
이번에 그가 빌런을 제거하기 위해 나서면서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겪어봤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언해줄 내용은 뭐지?”
“변명거리를 준비해두도록.”
“무슨 변명?”
“너희가 리그를 잡겠다고 빌런들을 끌어들이지 않았나.”
빌런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결국 빌런일 뿐이다. 쓰레기에 좋은 포장을 한다고 해도 쓰레기 냄새가 퍼져 나가는 건 피할 수 없다.
한때 남미를 지배했다고 해서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게 잘 포장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녀석은 빌런에 있어 리그 소속 여부가 중요하지 않지.”
“그러니까 그게 왜…….”
“너희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걸 녀석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버서커의 말은 정확했다.
이틀 뒤 , 상파울루 내 모든 빌런 조직을 궤멸시킨 최준호가 안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버서커의 얼굴이다.
그동안 잘 먹고 잘 지냈는지 기름기가 번들번들하다. 저 기름기를 말끔하게 제거하고 흙바닥을 뒹굴게 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지만 주변에 보는 시선이 많아서 한 번 봐주기로 했다.
“용케 격추되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네?”
“격추라니, 네가 제공한 특수 소재를 장착한 비행기다. 기다리기 지루했을 뿐, 편하게 왔다.”
“아, 맞다.”
[너, 내 발톱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뽑아 가놓고 잊어버리고 있던 거야?]서슬 퍼런 용용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제대로 빈정 상한 게 느껴졌다.
내가 기억하는 게 중요한가, 다른 사람들이 잘 쓰면 그만이지.
[캬아아악!]난 못들은 척 흘려버리고는 버서커 뒤쪽에 엉거주춤 서 있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내가 빌런 조직을 털고 다닐 때 열심히 쫓던 얼굴들이 보였다.
“마리오 다트리히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파견되었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헤드 브레이커.”
“날 쫓은 건 무의미한 일이었어.”
“하지만 현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도 같은 팀이라고?”
“…그건 아닙니다. 다만 작전에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그걸 판단하는 건 나다. 그럼 이쪽이 파티에서 온 인원이겠군.”
난 수염을 기른 거구의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잘도 날 빌런들과 함께 작전을 펼치게 하려 했군.”
“줄리우는 매우 소중한 파트너였습니다.”
오히려 쏘아붙이듯 내게 말한다.
이런 거 익숙하다. 가해자가 도리어 소리를 높이는 경우였지.
“내 관자놀이에 총을 쏜 녀석?”
“뭐, 뭐라고?”
“관자놀이에 구멍을 내면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나보더군. 고작 총알로 구멍을 내기에는 내 가죽이 많이 질기긴 하지만.”
[대학원생화 시킨 애들이 노예처럼 일해서 아무 타격도 없었지.]“그놈은 이미 배신해서 리그로 갈 생각이었다. 내 머리를 들고 가면 대우를 받을 거라 생각했나보더군.”
“말도 안 돼!”
경악을 터뜨린 다비드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봤자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말이 돼. 내가 본 거니까.”
“…….”
장내는 경악과 분노, 불신이 팽배했다.
하지만 브레인워싱으로 뽑아내고 다른 빌런들을 족치면서 얻은 정보라 그림은 완벽했다.
사실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의문은 존재했다.
파티의 일원이자 남미에서 ‘킹’이라 불렸던 모리안.
그가 남미의 각성자들을 규합해서 리그의 세력이 진입하는 걸 견제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미 국가들은 각성자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무법자들이라기보다 빌런에 가까운 자들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
실제로 몇 번이고 모리안이 이끄는 이들은 빌런이라 지칭되었고.
더 큰 빌런을 잡기 위해 작은 빌런과 손을 잡는다. 이건 내 상식에서 허용되지 않는 일이다.
“이제 너희들이 증명할 때다.”
“대체 뭘 증명하라는 거요?”
“너희가 빌런이 아니라는 것.”
“……!”
다비드를 비롯한 파티의 일원들은 충격과 공포로 일그러졌다.
결국 다비드를 비롯한 파티 소속 인원들은 별채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녀석들은 내가 질문한 빌런과 연관성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빌런인 거지.
바로 손을 쓰려던 날 말린 것은 마리오였다.
그는 다비드를 비롯한 파티 일원들이 빌런과 관련이 없으며, 이를 믿게 하기 위해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작전이 끝날 때까지 별채에 가둬두겠다는 제안을 했다.
굳이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수 틀리면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는 게 빌런이라는 존재였다.
이런 내 의문을 불식시킨 것은 버서커였다.
“가둬두는 것 정도로 타협하면 될 거 같군.”
“왜?”
“저 녀석들까지 적으로 돌리면 처리해야 할 녀석들이 늘어난다. 우리가 언제부터 저런 피라미를 처리하러 왔지?”
“…….”
피라미라는 단어에 다비드가 부들부들 떨었다.
난 신경 쓰지 않고 버서커에게 물었다.
“좀 살펴봤냐?”
“며칠 동안 틈을 만들어봤는데 아무 일도 없더군. 다른 속내가 있었으면 수작을 부렸겠지.”
“…….”
버서커의 말에 장내는 경악이 번져가는 가운데 나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걸 듣고 별채에 가둬두는 걸 동의했다.
확실하게 손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결론이 나자 다비드와 파티 일원은 저항하지 않고 무장을 해제했다. 그 후에 마리오가 나서서 모든 작전 권한을 회수했다.
지휘 체제를 단일화하고 순식간에 지휘 본부를 장악한 것이다.
이로써 안가 내에 파티의 흔적이 조금도 남지 않게 되었다.
수완이 좋군.
아마 마리오도 이 전개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 정부와 파티 사이가 안 좋은 게 어디 하루 이틀이 아니니.
“현재 리그는 아르헨티나에 주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곳에 12궁의 일원 훌리안 아라우호가 자리하고 있으면서 아르헨티나 전체가 리그를 받쳐주는 상황입니다.”
리그의 주력은 현재 남미 전역에 흩어져 있으며, 그중 핵심은 안데스 산맥에 집결해 있다고 한다.
“숨은 건가?”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닌 걸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내 눈을 피하기 위해 그 정도 수고를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위험도를 떠나 자신들의 자존심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밑에 따르는 자들에게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저런 선택은 하지 못한다.
다른 내막이 있다.
“신수의 정수.”
“그, 그걸 어떻게?”
내 중얼거림을 듣고 마리오가 경악성을 터뜨렸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안데스 산맥에 신수의 정수가 있는 건가.”
“마, 맞습니다. 현재 그곳에서 신수의 흔적을 찾는 중이며, 이것을 손에 넣을 경우 그동안 것과 비교도 안 되는 힘을 얻을 거라고 전해집니다.”
다만 그것을 찾는 과정이 지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 정부에서는 파티와 힘을 합쳐 그 시간 동안 리그 세력을 소탕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단다.
신수의 정수를 추적할 수 있지만 정확한 위치까지 파악하는 건 어렵다는 건가? 괜찮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만약 자세한 위치까지 알게 된다면 큰일이 벌어졌겠지. 다행이다. 이걸로 아직 늦지 않은 거야.]용용이에게 너는 뭐 느껴지는 게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신수의 정수에 한해서 인간보다 쓸모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왜 말이 그렇게 돼! 나도 흔적은 감지할 수 있거든? 하지만 정수가 대자연의 기운과 비슷해서 오래 걸린단 말이야. 난 널 배려해서 적당히 걸러서 얘기해주는 거고.]높으신 신수 나리의 배려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와, 진짜 비꼬네? 제대로 한 번 실력 발휘해봐?]그 실력, 보여주면 좋겠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어? 왜? 내가 제 실력을 보여준다고 하니 겁나나 봐? 훗,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긴 해.]그래그래, 그런 걸로 하고.
안데스 산맥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을 녀석들을 뒤로 하고 다른 부분을 주목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협력자라는 자는?”
“12궁의 일원으로 아르헨티나의 대지주이자 재벌이며 각성자들의 수장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모리안과 대립해왔고, 모리안의 손으로부터 아르헨티나를 보호해왔습니다.”
훌리우 아라우호는 그 권력으로 정치를 거머쥐지 않았지만 사실상 아르헨티나의 지배자와 같은 인물이었다.
리그의 12궁이 리그 휘하에 있는 인물들이라면 훌리우 아라우호는 동등한 입장의 파트너에 가까운 포지션이라고 한다.
현재도 리그의 행사에 동행하기보다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 녀석을 죽이지.”
“예?”
“죽여 달라고 밖을 돌아다니잖아.”
보아하니 안데스 산맥으로 속도전을 걸려고 하는 거 같은데, 잠깐 돌아가서 처리하고 가면 그만이다.
나는 마리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내 주특기를 알려주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 암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