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내가 서 있는 장소에 어떤 증거도 증인도 남지 않는 것.
난 그걸 암살이라 불렸다.
고속비행과 해킹을 얻으면서 내 암살의 경지는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격이지만 그만한 실력이 있는 거니까.
이런 내 생각에 마리오는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훌리우가 만만치 않은 것은 그가 가진 부를 강해지는데 전부 투자함에 있습니다. 혹시 그의 이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아니.”
“엠페라도르(Emperador)입니다.”
“황제?”
이명 하나 거창하다.
그런데 내가 볼 때 이명이 거창한 녀석치고 제대로 된 녀석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정치 권력을 움켜쥐지 않았을 뿐, 사실상 아르헨티나 내에서 황제와 다름없다는 의미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부가 그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물론 그 부를 활용하여 강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인물입니다.”
단지 실력만이 아닌 포스를 증가 시키고, 기프트를 다듬으며, 질 좋은 장비로 무장한다고 한다. 여기에 마물의 심장을 활용한 휴대용 아티팩트도 활용하여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단다.
마리오는 우리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길 기대했나보다.
나나 버서커의 생각은 달랐지만.
“별 거 아닌데.”
“제 실력이 모자라니 기물의 힘을 빌리려는 거지. 어떤 녀석인지 뻔하다.”
“지금까지 제가 얘기한 건…….”
“별 거 아니지만 12궁이라는 제물이니 내가 처리하는 게 낫겠지. 넌 나머지 처리하고.”
“잔챙이 담당인가.”
“보니까 그 밑에 쓸모 있는 녀석이 붙어있다고 하던데?”
마리오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미국 출신의 초인인 오스틴으로, 그 실력은 12궁 못지않은 실력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훌리우의 호위로 24시간 내내 함께 다니는 중입니다.”
“미국 출신?”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고 되어 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파티에 있다가 배신한 자입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데,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버서커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더 묻지 않자 오히려 마리오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12궁에 비견되는 녀석이라,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만족해야겠지.”
“그 녀석이 더 실속 있을 걸.”
“네 말에 기대를 걸어보도록 하지.”
언제부터 내 말을 그렇게 신뢰했다고 믿음을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꼬롬하면 믿지 말고.”
“꼬롬 할 리가. 네 말이 전적으로 맞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쓸모 있는 녀석을 상대할 수 있겠어.”
“표정이라도 풀고 말해라.”
애써 표정을 풀고 미소 짓는 녀석을 보면서 낮게 혀를 찼다.
이래서는 완전히 엎드려 절 받기로군.
난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마리오를 향해 말했다.
“두 녀석 앞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작전을 짜와.”
*
* *
그 무렵, 상파울루에서 벌어진 일은 백악관에 전달되고 있었다.
파티에서 상파울루에 깔린 인프라가 박살나고 최준호에 의해 작전에 배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허버트는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그래서 녀석들이 쫓겨났대! 대단하지 않아? 세계가 자기들 것이라면서 활개치던 녀석들이 그런 꼴을 당할지 누가 알았겠냐고!”
“품격을 지켜라, 허버트. 넌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이니 뭐니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지금 벌어진 일을 봐. 녀석들이 자기 앞마당을 찾으려고 하다가 쫓겨났다고. 이건 엄청난 사건이야.”
“그래, 엄청난 사건이지.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고.”
“기회가 맞아. 파티에서 손을 쓰지 못할 때 우리가 굳혀놓을 수 있거든.”
서로 호흡을 맞춰온 게 인생의 대부분인 둘이었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 건지 알아차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파티답지 않은 멍청한 실수야. 최준호에 대한 파악이 모자랐나?”
“아니, 정보는 충분히 파악했을 거다. 오히려 우리보다 많았으면 많았겠지.”
“그런데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한다고?”
“누구나 이익 앞에서 눈이 흐려지기 마련이니까. 파티 내부에서 누군가가 이 부분을 지적했겠지. 하지만 그동안 모리안이 깔아놓은 사람과 인프라가 존재한다. 이걸 활용하면 쉽게 복구할 수 있는 걸 최준호 성향을 걱정해서 버릴 수 없었겠지. 매몰 비용인 것이다.”
“멋진 말이야. 이익 앞에 눈이 흐려지는 것. 설마 최준호가 그렇게까지 행동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 결과가 이것이고. 그럼 문제는 이 계획인데.”
허버와 다니엘 앞에는 현지 책임자가 보고해온 작전안이 놓여 있었다.
아르헨티나를 손에 꽉 쥐고 있는 훌리우 아라우호를 제거하는 작전안이다.
다른 초인이 이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하면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여태껏 헤드 브레이커를 상대할 때 한 가지만 알면 손해를 보지 않았다.”
“뭔데?”
“그가 하고자 하는 걸 조용히 따를 것. 헤드 브레이커는 여태까지 불가능하다는 모든 걸 성공해냈다. 이번 작전도 마찬가지다.”
“괜한 의심으로 심기를 거스를 이유가 없다는 거로군.”
“맞다.”
“근데 보통 이런 흐름으로 흘러가나? 정보부에서 너무 잘 풀려서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하던데.”
“아마 양쪽 다 자신감이 넘쳐서 그렇겠지.”
“더 말해봐.”
“헤드 브레이커는 안데스 산맥에 집결한 리그 세력보다 훌리우를 잡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리그는 눈에 보이도록 안데스 산맥에 전력을 집중시켰지.”
여기에서 먼저 도박수를 던진 것은 리그였다. 하지만 최준호는 거기에 걸려들지 않고 눈에 드러난 적의 전력부터 깎아내기로 했다.
“그게 자신 있다는 건가?”
“리그에서는 시간을 벌 자신이 있었던 거라면 헤드 브레이커는 한 발자국 더 나갔지.”
훌리우 아라우호를 제거하고 안데스 산맥에 가도 늦지 않다는 자신감이다.
이번 대결은 달리 보면 두 자존감 덩어리의 충돌이었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미국이 손해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좋아, 파티가 빠진 상황에서 우리도 비슷한 부류로 평가받을 수 없지. 요구하는 모든 걸 협조하라고 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흔쾌한 수락 앞에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훌리우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길은 내게는 간단하면서 버서커에게는 어려웠다.
자신감 넘치게도 황제라 불리는 녀석의 거처는 웬만한 요새보다 더 견고함과 화려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상상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나는 고속비행을 곁들이면 매우 손쉽게 침입이 가능하지만 버서커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군.
“넌 알아서 와라.”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에서도 버리겠다고?”
“일이 그렇게 된 걸 어쩌겠냐. 그래서 내가 혼자 오려고 한 건데 누가 자꾸 따라오겠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됐으니 알아서 잘 따라와라.”
“…어쩔 수 없군.”
버서커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날 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을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본인이 미국 정보부와 잘 협력해서 잘 따라오겠지.
“대신 작전 시일 전망에 맞춰서 움직여준다니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
내가 내부에서 휘저어 시선이 집중되는 사이 버서커는 한결 느슨해진 틈 속에서 잠입을 시도할 수 있을 테니까.
원래 각자 능력만큼 성과를 취하는 법이다.
누군가가 떠먹여줄 수 없는 일이지.
“대신 시간에 못 맞추면 내가 다 쓸어버릴 거다.”
“그래서는 안 되지. 난 오스틴이라는 녀석에게 흥미가 생겼거든.”
조사를 해보니 12궁에 속한 건 훌리우 아라우호였지만 실제 실력은 오스틴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내게 가장 큰 덩어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던 버서커는 반색하면서 오스틴에게 침을 발라놓았다.
침을 바르면 무조건 자기 거라는 참신한 발상이로군.
[그렇다고 접시에 침 뱉으면 먹기 힘들긴 하잖아.]왜? 침 뱉은 곳만 걷어내고 먹으면 되지.
[와, 진짜 먹어?]네가 굶주려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구나.
사흘 정도 굶으면 침 뱉어도 단숨에 집어삼키기 마련이다.
“그 흥미가 시체에도 이어지나 보자.”
“절대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지. 난 산채로 뜯어먹고 싶거든. 크크.”
입맛을 다신 버서커가 마리오를 보며 닦달했다.
“난 무조건 시간을 맞출 생각이다. 그러니 내가 해낼 수 있는 계획안을 가지고 와. 무조건!”
“아, 알겠습니다.”
졸지에 붙잡혀서 갈리게 된 마리오 다트리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 *
나는 버서커, 미국 정보부와 헤어져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훌리우 아라우호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부에노스아이레스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가장 번화한 이곳이 전부 녀석의 소유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인간들이 꽤 머리를 굴린 거 같은데?]“맞아. 시간을 벌고 싶었겠지.”
저번 생에 혈종이었기에 녀석들이 잔머리 굴리는 건 잘 알고 있다.
안데스 산맥에 집결한 녀석들은 신수의 정수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 그걸 획득하면 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발칙하면서도 녀석들에게 남은 수가 그거밖에 없겠거니 싶었다.
[그럼 빨리 공격하는 게 낫지 않아?]다른 사람이라면 용용이 네 말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왜?
[정수를 찾기 전에 빨리 처리하는 게 낫잖아. 아니야?]물론 정론은 그렇다.
그런데 어차피 그 정수를 찾는 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며칠의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녀석들의 팔다리를 잘라내는 걸 선택할 생각이다.
이번 같은 경우는 돈줄이라고 해야겠군.
[와, 자신감.]내게 고속비행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나는 미국 정보부에서 알려준 대로 훌리우 아라우호의 저택으로 향했다.
인적이 많은 도시에서 점점 인적이 사라지더니 저택으로 향하는 길에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풍경이 이어졌다.
“여기서부터 경계망이로군.”
경계에 도달한 나는 피부에 느껴지는 살기에 허공을 밟고 이동했다. 빠르게 경계가 스쳐지나가면서 주위 풍경이 일그러졌다.
[훨씬 능숙해졌는데?]그렇게 보이나?
[어, 완급조절이 자연스러워졌어.]기프트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난다는 게 용용이의 설명. 당연한 걸 왜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다.
[그 인간하고 타이밍이 어긋날 수 있다고.]그 정도인가? 나는 잘 모르겠던데.
[넌 네가 발전하는 속도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몰라.]용용이는 내가 강해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칭찬이로군.
하지만 그 말에 취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용용이가 살아가는 세월과 내가 사는 세월이 다른 법이니까.
난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고,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겠어? 너 혼자 다 처리해버리면 맛간 인간이 토라질 텐데.]언제부터 그걸 염두에 뒀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용용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손맛을 보겠다고 이곳까지 따라온 녀석인데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면 심통이 날 수밖에 없지.
아무래도 떡고물을 쥐어줘야겠군.
[어떻게?]“놈이 노리는 녀석들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쓸어버리면 돼. 재료를 예쁘게 다듬어서 언제든지 요리할 수 있도록 대기시켜놓는 거지.”
버서커 녀석은 내가 이렇게 배려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누구냐!”
슈아악!
내가 손끝을 모아 시전한 칼날폭풍에 휘말린 훌리우 수하들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다 죽여 놓고 버서커가 죽일 놈만 남겨두면 되겠지.
[그러다 늦으면?]당연히.
늦은 놈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