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훌리우를 제거한 나와 버서커는 저택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가 잠입할 때만 해도 경계가 삼엄한 곳이었지만 저택의 주인이 죽으니 저택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많이들 오네.”
확실히 왜 본인이 엠페라도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저택을 침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외부에서 각성자들을 비롯하여 무장 병력이 거리를 새까맣게 채울 정도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정도로 유력자란 이야기겠지.
훌리우의 죽음으로 한바탕 혼란이 벌어질 것이 눈에 훤했다.
“그냥 가기 아까운데.”
그런 와중에 버서커는 저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욕심도 많다.”
“챙기는 놈이 임자니까. 아쉬울 따름이지.”
“그게 안 챙긴 거냐.”
그렇다고 버서커가 아무 욕심도 부리지 않았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훌리우를 비롯하여 오스틴의 장비와 무기를 챙겨들고 왔던 것이다.
부수입치고 아주 짭짤할 거라 생각한다.
“멀리 출장 왔는데 부수입이라도 챙겨야지. 너와 달리 난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딸이 있다.”
“가족은 나도 있어.”
“그 가족이 널 기다리고 있을까?”
“…….”
[왜 거기에서 말문이 막혀! 기다린다고 해야지!]용용이가 소리쳤지만 버서커의 말마따나 가족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금시초문이긴 했다.
그래도 그동안 잘했는데, 기다리지 않을까.
[네 동생이?]…걔는 내가 3년 정도 자리를 비워야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해 할 거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네가 죽었을 거라 생각은 안할 거 같아.]왠지 마음이 쓰려오는군.
“그래, 그거 갖고 부자 돼라.”
“그럴 거다. 소희 학비는 되겠어.”
아주 잘 났다, 잘 났어.
내가 볼 때 챙겨온 걸 가져가면 학비가 아니라 학교를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날 버리고 갈 건가?”
“아니.”
“음?”
“이번에는 같이 갈 거다.”
“…의외인데.”
“블랙하운드와 은원이 있잖냐. 그 은원은 네가 해결을 봐야지. 자기 원한은 자기가 해결하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되니까.”
그동안 속도전을 펼쳤다면 안데스 산맥으로 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정확한 영점 타격이 필요했다.
이곳에 리그의 핵심 전력이 모여 있을 것이고, 아르고스와 헬 마스터를 죽이기 위해서는 시선분산이 필요했다.
잔챙이를 쓸어버릴 수 있지만 시간이 끌리는 건 사실이거든.
“그리고 너만이 아니라 미국 정부랑 파티에서도 참여할 거니까.”
최대한 많은 전력을 위해 요청을 넣었기에 모두들 받아들였다.
미국은 이 기회에 리그를 뿌리 뽑으려고 했고, 자국 초인뿐만 아니라 멕시코 초인인 기예르모와 남미 초인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파티에서도 리그를 뿌리 뽑기 위해 최정예 전력을 동원할 예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몇 가지 소소한 청탁도 있었고.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우리 말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으니 시늉 정도는 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버서커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날 보는 놈의 눈빛이 상당히 불손했다.
“의외로군.”
“또 뭐가?”
“원래 너라면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들었을 거지 않나.”
“이게 더 효율적이니까.”
“예전의 너는 그 효율도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감정이 더 중요했고, 먼저 손을 쓰는 걸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이 더 효율적으로 바뀌었어.”
버서커에게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다니.
요즘 들어 주변에서 내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는 했다.
정작 나는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과연 어느 게 맞는 말인 걸까.
[뭘 그런 걸 가지고 고민 해?]고민은 아니고, 내가 느끼는 나와 주변의 느끼는 나와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거다. 이 변화가 과연 긍정적인 것일지 고민이 되는군.
“좋은 거니 고민하지 마라.”
“고민까지야. 아무튼 블랙하운드는 네 몫이다. 다른 녀석들한테도 말해놨으니 잘 챙겨먹어.”
“고맙게 받아들이지.”
*
* *
안데스 산맥 공략 작전안을 살펴본 마리오 다트리히는 신음을 흘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작전은 인류가 동원할 수 있는 최정예 전력이 동원되었다.
미국에서 파견된 세 명의 초인과 파티에서 파견된 다섯 명의 초인, 여기에 멕시코와 남미 국가에서 차출된 다섯 명의 초인까지.
헤드 브레이커와 버서커까지 합치면 도합 열다섯 명의 초인이 동원된 어마어마한 전력이다.
“…이건 역대급 작전이야.”
“나도 동감하는 바다.”
연금에서 풀려난 다비드가 동감을 표했다. 최준호에 의해 갇혀 있어야 했던 그는 안데스 산맥 공략을 위해 모인 전력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 또한 초인. 작전을 진두지휘해야 해서 뒤로 빠지게 되었지만 이런 역대급 작전에 참전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빈틈이 없도록 진행해야겠지.”
“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여?”
“제로. 이번 작전으로 리그는 완전히 지워질 거다.”
안데스 산맥에 숨어든 리그 소속 빌런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정예 중 정예들이 모인 것이라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었다.
“블랙하운드는 버서커가 맡기로 했다.”
“그 녀석은 막심이 맡는 게 더 나을 텐데?”
“헤드 브레이커의 요청이었다. 나도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블랙하운드를 붙잡아두면 강한 전력을 다른 곳에 동원할 수 있으니 나쁜 제안은 아니다. 게다가…….”
말끝을 흐린 다비드가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번 작전으로 버서커가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나쁜 전개는 아니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냐?”
“리그가 사라지면 새로운 적이 필요하다. 그 적이 누구일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헤드 브레이커는 제어가 되지 않는 면이 너무나도 많아. 그러니 헤드 브레이커의 힘을 줄이는 게 좋지. 직속 부하인 버서커의 죽음 또한 그렇고.”
마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숙련된 요원인 자신은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내심은 다비드와 같았다.
“그 얘기는 헤드 브레이커 앞에서 하지 마라.”
“주의하지.”
“작전 전개는 약속된 대로 진행 하나?”
“초안대로 세 갈래로 나뉘어서 리그를 공략한다.”
안데스 산맥에 있는 숫자가 소수라지만 요새화 되어 있었기에 정면으로 공략하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헤드 브레이커가 공습으로 전열을 흩뜨려놓기로 했다.”
“방공망도 갖췄을 텐데?”
“본인이 방법이 있다니 그걸 믿어야겠지.”
헤드 브레이커는 항상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 왔다.
그가 말하는 걸 의심하지 말라고 했던 부통령의 충고를 떠올린 마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으음.”
내 제안을 들은 버서커는 침음을 흘렸다.
버리고 간다고 툴툴 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이렇게 가야 하는 건가?”
“버리지 말라며? 난 안 버리려고 하는 건데?”
“넌, 어떻게든 날 괴롭히려고 하는 거 같군.”
“내가 너 하나 괴롭히려고 창의력을 쥐어짜내겠냐?”
“…그것도 그렇군.”
[그게 맞지 않아?]쉿, 용용이는 당장 그 입을 다물라.
내가 어디 버서커를 괴롭히겠다고 그러겠냐.
[맞잖아?]뭐, 시끄럽게 떠든다고 해도 버서커가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이미 우리를 제외하고 연합 전력이 안데스 산맥을 공략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전을 수행할 계획이다.
바로 고속비행으로 요새 상공에 진입, 그대로 침입하여 요새 문을 여는 것이다.
“참 쉽지?”
“그 공간 계열 기프트가 육체를 갈가리 찢어버린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맞나?”
“어, 맞아.”
“…….”
버서커는 입을 닫고 다를 빤히 바라보았다.
누가 보면 내가 엄청난 짓을 저지른 건 줄 알겠다.
난 뭐가 잘못되었냐는 표정으로 받아쳐주었다. 한참을 날 보던 버서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한 가지 묻지, 내가 버텨낼 수 있겠나.”
“어, 적당하게 강도를 조절할 거야. 아마 갈가리 찢겨나가는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손상을 입는 수준일 걸?”
“전투에 임하기 전부터 부상을 입으라는 건가.”
“괜찮아. 회복제도 가지고 왔으니까. 내부로 진입해서 넌 이걸 복용해서 회복하고 내가 요새 문을 열면 돼.”
“…진심으로 미친 작전이로군.”
하지만 효율적인 것은 부인하지 못하겠는지 버서커는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애초에 녀석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버려지기 싫어서 묻어가는 주제에 무슨 선택권이란 말인가. 놈은 데려가주는 걸로 감사해야 한다.
“가지.”
“싫으면 연합에 합류해서 와도 돼.”
“음흉한 놈들이 가득한 곳에 섞이기 싫군. 고통이야 이골이 나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잘 생각했어. 죽진 않을 거다.”
“말 한 번 살벌하군.”
누가 보면 내가 녀석을 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이겠다.
누누이 말하지만 난 버서커를 버릴 생각이 없었다.
단지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하다가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할 방법을 생각했을 뿐.
[목숨만 무사하면 사소한 걸로 치부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한 발상이야.]난 버서커와 안데스 산맥으로 진입했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고속비행 거리가 짧아야 하니 리그의 경계망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접근할 계획인 것이다.
내 배려를 알게 되면 버서커 녀석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릴지도.
“…죽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안 죽는다니까.”
인간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잘 모르나보다. 본인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요새 근처까지 접근한 우리는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먼 거리였지만 리그의 경계망이 촘촘하게 펼쳐져 있었다.
상파울루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일을 크게 벌였으니 미리 알고 경계하고 있나보다.
안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요새 외곽에 도착하니 미국 정부 요원이 다가왔다. 난 곧장 요새에 잠입할 것을 알리며 내부에서 소란이 일어나면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버서커의 팔을 잡았다.
“마음의 준비하고. 간다.”
“자, 잠깐… 크아아아악!”
난 버서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곧장 고속비행을 전개했다. 옆에서 버서커가 발버둥치는 게 느껴졌다. 그게 평소보다 고속비행 전개에 상당한 거슬림을 선사했다.
난 그걸 참아내며 고속비행을 전개해나갔다.
평소보다 더 전신의 피부와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초재생이 발동했다.
빠르게 회복이 이루어지면서 육체 붕괴를 막아내는 사이 공간을 단축하여 요새 하늘 위에 도착했다.
“살아있냐?”
“…….”
버서커는 전신이 넝마가 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에 난 회복제를 뿌려주었다.
이거 내가 상대할 녀석을 붙들고 고속비행을 시전하면 바로 보내버릴 수 있을 거 같은데?
[대신 저항이 아주 심하겠지.]“으음.”
회복제의 힘 덕분인지 버서커가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녀석의 전신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면서 상처가 치유되고 있던 것이다.
이건 회복 현상과 다른 건데?
버서커에게 뭔가 있었다.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난 그대로 녀석과 함께 요새 안에 착지했다.
“크으윽!”
“정신 들었으면 회복해라.”
“이런 고통이라고 미리 말해줬어야 하지 않나.”
“경고했잖냐. 그리고 무사했으면 된 거지.”
“…그건 둔기로 전신을 두들긴 느낌이라면 이건 송곳으로 전신을 후빈 거 같군.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
많이 아프기는 했나보다. 어차피 작전을 수행해야 해서 시전한 거라 다음에 동일하게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난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가 요새 상공에 나타났을 때부터 감지해서인지 리그 소속 빌런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저들을 뚫고 요새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럼 알아서 버텨내라.”
버서커의 손에 회복제 세 병을 들려줬다.
녀석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거 아니었나?”
“회복제 사용하면서 버티라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넌 할 수 있을 거다. 잘 버텨. 파이팅.”
버서커에게 격려를 남긴 나는 요새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살아남는 건 알아서 하겠지.
“개자식아아아아!”
뒤에서 분노가 실린 욕설이 터져 나왔다.
설마 나한테 욕을 한 건가?
[저런 짓을 하고도 욕을 안 먹을 거라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