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버서커와 위하오의 대면은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위하오는 남쪽으로 넘어가는 난민들을 신경 쓰겠다는 말과 함께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그 또한 호승심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지만 북군으로 대표되는 국가를 이끄는 몸.
더 이상 자신만의 욕심을 위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보도록 하지.”
“그때까지 내가 무사하다면.”
“…….”
자조 섞인 버서커의 말을 듣고 위하오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현 주석이자 십대초인의 일원이던 위하오가 돌아가자 정부 소속 각성자들은 버서커를 경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주변의 이목을 모조리 잡아끌고 있음에도 버서커는 아랑곳하지 않고 뒷수습을 지시했다.
그리고 한 곳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때였다.
“버서커님.”
“뭐지?”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청와대에서 함께 북으로 올라온 녀석이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천재적인 재능과 실력을 겸비했다.
이름은 양주혁이었다.
이상한 바람이 들어갔었다고 최준호가 죽이려 들었었지.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상이었지만 거기에서 살아남고 성장해낸 녀석도 대단했다.
“최준호 초인님이 살아계신 게 사실입니까?”
녀석은 그 사실이 궁금했나보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지독한 최준호의 추종자일 줄이야.
‘변태같은 녀석이로군.’
한편으로는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은 최준호를 추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벗어나고 싶었으면 벗어나고 싶었지.
‘그렇게 되면 죽는 게 나으려나? 그건 또 별로로군.’
참 요상한 상태였다.
살아 돌아오면 후환이 걱정되지만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있고.
“살아있다. 즉사 기프트라고 해도 녀석이 죽을 리가 없지.”
“그 이유는…….”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동안 녀석을 겪고 내가 얻은 확신이다.”
“그, 그렇군요.”
양주혁의 얼굴에 살짝 실망이 드리웠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버서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놈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군.”
“제 롤 모델입니다. 최준호 초인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제가 잘 되라고 지도해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그걸 믿는다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본인도 이미 헷갈리는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
아직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양주혁을 보며 버서커가 웃었다.
“크크, 불가능을 꿈꾸는군. 하지만 그런 불가능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걸 싫어하지 않아. 녀석도 나도 그렇지.”
“감사합니다.”
양주혁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세상이 녀석의 생존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큰 여파가 되어서 들이닥칠 테지.”
“위 주석이 돌아간 건 버서커님의 말을 믿어서가 아닙니까?”
“아직 헷갈리는 단계겠지. 오래 가지 않을 거다. 의심은 증거를 요구할 것이고, 장기화 되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이를 드러낼 테지.”
섬뜩한 말을 하고 있음에도 버서커의 표정은 태연했다.
정작 그 말을 듣는 양주혁은 짙은 피 냄새를 느꼈다.
주장하는 바가 충돌하고 서로 양보를 하지 않으려고 든다면 남는 것은 전쟁이다.
“결국 최준호가 나타나면 모든 상황이 정리될 거다.”
최준호의 죽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기에.
“최준호 앞에서 한 마디 할 수 없는 녀석들이지.”
오히려 참을성이 없이 나댈수록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간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
* *
신의주에서 일어난 일은 버서커 선에서 해결했지만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은 실시간으로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북군 측은 물론이고, 남군에서도 바다를 통해 시비를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밀무역 단속 선언까지.
그동안 암암리에 양국이 이득을 보고 있던 것을 건드린다는 건 다분히 시비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아놀드 하우저였다.
수완 좋은 실력파로 알려진 그는 이례적으로 천명국에게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비둘기파가 아닌 매파에 속하는 부류이긴 했으나 이러한 행동은 정부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아놀드가 바라는 것은 미국과 대한민국간에 이루어졌던 관계의 재조정이었다.
최준호로 인해 한국이 일방적인 특혜를 받고 있던 것을 바로잡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강경하면서 은근히 고압적인 태도에 청와대 참모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
아주 작은 가능성이지만 이럴 것을 배제하지 않았던 천명국은 묵묵히 듣다가 정론을 꺼내들었다.
“계약이 만료되면 당연히 재조정을 거쳐야 합니다. 계약 기간이 남은 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는 다른 법입니다. 과거에는 그럴 이유가 있었다면 현재는 현재에 어울리는 조건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준호 초인이 무사히 돌아온다고 해도 말입니까?”
“그건 최준호 초인이 돌아온 뒤 이야기 나눠야 할 부분 같습니다.”
아놀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쳤다. 처음부터 작정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최준호 초인이 죽었다고 확신하는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헤드 브레이커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행동이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알면서 말입니까?”
“제 행동은 제가 책임질 것입니다.”
“…….”
장내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방금 전 발언은 최준호가 죽었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았다.
천명국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최준호에 의해 억눌려있던 것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컸던 거 같다.
‘좋지 않아.’
여기에서 아놀드의 의도에 말려들면 그 후에는 다른 국가들도 사정없이 찔러 들어올 것이다.
대처가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말 그대로 벌집이 되어버릴 테지.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가만 두고 볼 생각이 없었기에 강경한 어조에 강경한 태도로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맺은 계약을 재조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쉽습니다.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미국 대통령의 뜻이라고 봐도 됩니까?”
“동맹국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던 미국의 뜻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과연 그럴까.
미국 쪽에 상당한 신경을 쏟고 있는 천명국은 허버트 대통령과 다니엘 부통령이 여전히 최준호의 생존을 믿고 있으며 주변을 설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최준호가 돌아왔을 때 책임은 물 수 있겠지.
그 차원에서 확인한 것이다.
아놀드는 최준호가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강경한 발언을 한 것이고.
물러섬이 없는 두 자존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최준호 초인은 살아있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으실 겁니다.”
“최근 1년 동안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 그것은 어김없이 빌런들만 있는 곳에 일어났습니다.”
“헤드 브레이커가 벌인 일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빌런만 골라서 타격할 마물이 있다고 믿으시나 봅니다.”
“…그저 악운이 겹쳐 만들어진 우연일 뿐입니다.”
잠깐 말이 끌린 것만 해도 효과가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세계 몇몇 장소에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몇몇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건 신수 혹은 플러스 플러스 단계에 도달한 마물뿐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신수나 마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은 한 사람뿐이다.
또한 몇 차례 인간을 덮친 초자연 현상은 빌런이 있는 곳만을 덮쳐왔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또 없는 것이다.
최준호가 실종되고 1년 넘게 살아있다고 믿는 사람이 다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천명국도 여기에 상당한 가능성을 걸고 있었다.
“무엇보다 최준호 초인님이 길들인 마물들은 여전히 얌전합니다.”
그 흉폭한 마물들이 주인이 죽었는데 여전히 통제에 따를까?
이것 때문에 최준호가 살아있다고 믿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왜냐하면 멍멍이의 경우 주인이 내린 명령인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라.’가 여전히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건…….”
“물론 최준호 초인님이 사라지길 바라는 분들도 있는 것, 이해합니다. 최준호 초인님이 사라진 이상 그걸 바로잡기 위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
적나라한 말에 적나라한 말로.
아놀드가 입을 닫자 천명국이 쐐기를 박았다.
“최준호 초인님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찍 밝혀진 미국의 뜻, 잘 알겠습니다.”
“…현명한 판단 기다리겠습니다.”
양측 모두 찝찝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회의를 종료했다.
*
* *
최준호는 빠와 까를 미치게 만드는 초인이다.
그가 존재할 때 소위 말하는 빠들은 최준호가 존재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계와 재계를 가리지 않고 손을 쓰면서 자연히 몸을 사리게 되었다.
이것이 가져다준 여파는 강렬했다.
최준호로 인해 빌런과 마물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사냥 되었으며, 정계와 재계가 자체적으로 물갈이가 되면서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어디 그뿐인가.
주변의 강대국은 분열하거나 침체에 빠져들었고, 최준호의 은혜를 입은 초인들이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역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 수급과 미국과의 일방적인 특혜에 가까운 무역까지.
최준호가 존재할 때 대한민국은 번영에 번영을 거듭했다.
반대로 까들은 그의 존재로 인해 적들이 양산되고 시스템이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악(惡)이라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낙인찍힌 적을 가차 없이 제거하면서 사법 시스템이 무력화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강경 일변도로 인해 주변 국가가 잠재적인 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고, 화무십일홍인 것처럼 영원히 붉은 건 없는 법이다.
그 여파가 최준호의 실종이 서서히 알려짐에 따라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준호가 죽었다고 했을 때, 여태까지 누려오던 것들이 사라질 걸 두려워했다.
윤희는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기이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최준호가 존재함으로써 그녀가 누려온 것들은 상당했다. 세계최강 초인이 친오빠라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혜택들이 제공되었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걸 누려왔다.
하지만 최준호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근래 들어서는 살아있다는 측보다 죽었다는 측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최준호가 살아있다고 믿는 사람들마저도 자신이 누리던 것들이 사라지질 않길 바라는 방어기제가 작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는 살아있어.”
정다현은 확신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친동생인 자신보다 더 굳건한 믿음이 실려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널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그건 알 거 같아요.”
정다현의 표정을 보면 오빠의 죽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게 보였다.
친동생인 자신마저도 혹시나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정다현이 갖고 있는 믿음의 근거가 뭔지 궁금했다.
“오빠의 성향을 생각해봐.”
“성향을 생각하면 돌아왔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보통의 경우라면 그랬겠지.”
“언니는 다르게 생각하나 봐요.”
“리그 토벌 작전은 오빠한테도 쉽지 않았을 거야.”
“위험하다고 언니도 데려가지 않았으니까요.”
당시 실의에 빠진 정다현을 위로하느라 윤희는 적잖은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특히 맛있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겠답시고 온갖 마물의 머리가 담긴 된장 전골을 먹어야 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부상이 있었을 수도 있어. 그 부상은 이제껏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심했을 수도 있고.”
“잘 아시네요.”
“응, 버서커님한테 찾아가서 몇 번 물어봤거든.”
“몇 번이요?”
“한 120번쯤?”
“…고작 몇 번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요.”
사흘에 한 번 꼴로 찾아가서 물어본 정다현이나 그걸 받아주고 설명해준 버서커나 전부 대단했다.
“세희도 말했잖아.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상 현상들.”
“오빠로 인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죠.”
그렇다면 더 이상한 일 아닌가?
그 정도면 몸이 나았다는 이야기인데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 정다현도 이세희도 풀어내지 못했다.
분명한 건 두 사람 모두 오빠의 죽음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세희는 이때를 틈 타 사방에서 흔들기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꿋꿋이 버텨내며 오히려 최준호가 살아있다는 쪽으로 배팅하고 있었다.
내부에서 위험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만큼 이번 도박이 실패하면 신성그룹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윤희의 상념이 이어지는 사이, 정다현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오빠는 남에게 부상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걸 안 좋아해. 그래서 시간을 두고 치료했을 거야. 그렇게 회복하고 나니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거고.”
“다 나았는지 시험해보려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응.”
이 정도면 믿음의 영역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친동생인 자신마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친동생이라서 그런가?’
주변에서 사이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돈독하다기보다 바로 웬수라는 말이 나오니까.
“그러던 중 오빠 눈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게 보인 거야.”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설명이었다.
“그래서요?”
“그동안 오빠는 속전속결로 손을 써서 상대가 대응할 틈을 주지 않는 걸 선호했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지.”
“오빠 손에 엄청 죽었죠.”
“나도 예전에는 그게 과격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 방식이 옳은 거 같아.”
그 결과 나찰녀가 탄생했다.
가차 없이 빌런을 처단하던 모습을 봤을 땐 자신이 알던 정다현이 맞나 싶었을 정도니까.
“이번 경우는 시간이 흘러서 기존 스타일대로 할 수 없게 된 거야. 그러니 상관없는 척 물러서서 상대가 걸려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언니는 지금 후자의 방법을 사용하는 거라고 보는 거네요.”
“응.”
“근데 너무 희망 섞인 예측 아닐까요?”
분명 미심쩍은 정황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오빠의 행동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다.
“세희도 믿고 행동하고 있잖아.”
“…확실히, 그건 뭔가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세희도 그걸 믿고 행동에 옮기는 걸 보면 없던 신뢰마저도 생겨났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 제일의 재벌 그룹이다. 그곳의 명운을 건 도박을 아무런 근거 없이 할 리 없다.
“내 말이 맞을 거야. 두고 봐,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거야.”
죽일 놈 목록을 정리한 채로.
마지막 말에 윤희는 섬뜩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