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버서커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녀석만 보면 두들겨 주고 싶어지는 그런 매력.
혹시 전생에 녀석은 샌드백이 아니었을까.
그것도 아주 손맛이 좋은 샌드백.
이런 생각을 이어나갈 무렵, 녀석은 경악한 표정을 지우고 힘겹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반가운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어색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 왔다.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고 있었다.”
“왜, 용케 살아 돌아와서 실망했냐?”
“아니, 그럴 리가.”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거 같은데.”
“오랜만이라 지나치게 예민한 거 같군. 네 예상이 틀렸다고 단호하게 단언할 수 있다.”
“그래? 그럼 그런 걸로 치자.”
나도 지엽적인 내용으로 버서커와 실랑이를 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녀석에게 따져볼 내용은 넘쳐나서 말이지.
“블랙하운드를 꺾었다고?”
“운도 따랐지. 놈은 방심했고 난 필사적이었다. 그 차이가 가른 승부였지.”
“지금 붙으면?”
“반반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압도할 수 있겠지.”
죽은 녀석을 가지고 비교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실시간으로 버서커가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두들길수록 강해지는 대단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지.
난 버서커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완전회복으로 이긴 거냐?”
“…운이 좋았다.”
“완전회복 덕분이냐고.”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완전회복으로 이긴 거네.”
“…….”
그럴 줄 알았다.
아마 블랙하운드가 방심했다는 것도 서로 죽을 공격을 교환해놓고 완전회복빨로 이겼을 확률이 99.9%였다.
뭐, 이긴 건 이긴 거니까.
난 다른 부분을 따지고 들어갔다.
“이미 사용한 기프트가 어떻게 다시 생겨난 거지? 넌 왜 나한테 비밀로 한 거냐?”
“으음.”
“그것도 비밀이냐?”
“비밀까지는 아니다. 나도 우연히 깨달으면서 알게 됐다. 그 전까지 작은 의심이 전부였다.”
“…….”
“정말이다. 너도 알지 않나. 완전회복은 너로 인해 사용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기프트가 소멸되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우연히 작동한 것이다.”
“잘 모른 것치고 블랙하운드랑 붙을 때 제대로 이용한 거 같아서 말이지.”
“평소보다 회복력이 좋아져서 믿고 지른 거다. 정말이다.”
다급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썩 믿음직하지 못했다.
“기프트라는 게 아직 미지의 영역이니 그런 일도 벌어질 수 있겠지.”
“이해해줘서 고맙다.”
“이해까지야.”
버서커는 내가 그냥 넘어가줬다고 단단히 착각하는 거 같은데, 곧 깨닫게 되겠지.
녀석의 완전회복처럼 이미 사용된 기프트가 다시 생겨난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걸 버서커가 증명해냈으니까. 그리고 내가 헬 마스터의 즉사기를 얻으면서 알아낸 것들이 그걸 뒷받침 하고 있었다.
“그보다 넌 얼마나 큰 부상을 입었기에 1년이 지나서야 돌아온 거지?”
“아무래도 즉사 기프트니까. 여파가 만만치 않았지.”
“절대적인 죽음이라 불리는 기프트마저도 널 죽이지 못했군.”
정확히는 혈종만 죽였다. 그리고 녀석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여 내가 혈중섭식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재창조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즉사기를 얻고 난 뒤 혈중섭식은 소멸했으니까.
그리고 헬 마스터의 즉사기를 얻으려다가 나는 제대로 된 신수의 정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헬 마스터가 보유한 기프트인 즉사기는 일종의 신수 그 자체였다.
기프트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직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고, 신수는 그 시스템을 수정 혹은 부분적인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사기를 얻으려던 나는 신수의 의지와 충돌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받아 부상이 악화되었다.
하지만 손해만 있던 것은 아니다.
즉사기를 소멸시키면서 나는 기프트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소멸되었던 혈중섭식을 되살리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완전회복처럼 사용된 기프트도 되살릴 수 있다.”
“정말인가?”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는 건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지.”
“…….”
버서커의 입이 다시 닫혔다.
그래봤자 당면한 사실을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블랙하운드와 붙으면서 완전회복을 사용했다고 했지? 그건 네게 흔적이 남아있었다는 거야. 그걸 자극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진짠가?”
“엄밀히 말해 배터리처럼 잔량이 다했을 뿐,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에너지가 채워지면 다시 발동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론일 뿐 확인이 더 필요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생각이고.
“가자.”
“응?”
“기프트를 되살릴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지. 설마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이었냐?”
지금부터 버서커의 완전회복을 되살리기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겸사겸사 완전회복이 되살려지면 그걸 복사하면 되고.
녀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자, 잠깐. 화가 풀린 거 아니었나?”
“무슨 화? 내가 너한테 화났다고?”
“아니었나?”
“어린 애도 아니고 그걸로 기분 나쁠 필요가 있나. 이건 너와 나를 위한 일이다. 여벌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기프트를 되살리는 일.”
내가 개인감정을 실어서 버서커를 패는 것과 완전회복을 되살리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성질의 것이다.
물론 버서커를 두들기는 건 동일하지만.
난 떨떠름한 표정이 된 버서커를 데리고 훈련실로 끌고 갔다.
“우선 생존 본능을 극대화 해보자.”
*
* *
버서커와 한 차례 푸닥거리를 마친 나는 진세정에게 들렀다가 한바탕 신파를 찍기도 했다.
“초인님! 말씀만 하세요! 초인님이 마음껏 복수하실 수 있도록 제가 다 지원할게요! 자, 어떤 복수를 원하시죠? 몰살형? 고문형?”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지 진세정은 내게 지옥에서 돌아온 복수자의 이미지를 부여하겠다면서 눈에 불을 켰다.
당장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 거절을 했지만.
이후 일정에 대해서 이세희를 만나러 갈 거란 말에 진세정은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웠다.
일정이 나오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로 억누른 뒤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싶었다.
“누구 만나고 왔어?”
내게 다가온 윤희는 이세희만 만나지 않았다는 말에 묘한 소리를 냈다.
“세희 언니만 빼놓고 왔다고? 세희 언니가 섭섭하겠네.”
“그쪽이 메인이라서.”
“그렇기는 해. 안 그래도 사방에서 난리거든.”
20대 중반의 나이에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길드 랭킹 1위의 총수.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데다가 결정적으로 미혼.
사방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란 게 윤희의 설명이었다.
“아군으로 포섭해도 대박이고 적으로 상대하더라도 절대 가만히 둘 수 없어. 어떻게든 해야 된다는 거지. 세희 언니 능력이 그 정도로 대단하거든.”
“신성 길드 쪽은 어떠냐?”
“우리? 갑자기 우리는 왜?”
신나게 얘기를 하던 윤희가 경계 태세를 취했다.
“뭐냐.”
“설마 오빠의 칼날이 우리 길드까지 미치는 거야? 다 죽이려고?”
사고회로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있으면 이렇게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희는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나갔다.
“와, 우리 길드는 영원할 줄 알았는데 망하는 길이 바로 옆에 있었네.”
“그게 소원이면 진짜 그렇게 해줘?”
“아니아니, 농담이지. 어우, 무서워서 농담도 못하겠네. 다 농담이니까 좀 봐줘.”
“됐고, 신성길드 쪽 분위기나 말해봐.”
“다른 생각을 가진 일부 소수가 있긴 해도 대부분 세희 언니 편이지. 언니가 길드에서 실무를 볼 때부터 언니 방식에 익숙해져 있거든. 실제로 그룹에서 뭐 한답시고 낙하산이 내려올 때마다 제 능력을 발휘한 사람도 없고. 그래서 우리는 전부 세희 언니가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신성 길드가 지지하면 이세희 입지가 흔들릴 일이 없지 않나?”
“그건 또 아니야. 길드가 실질적인 무력이긴 하지만 내부 암투는 무력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거든. 재벌가는 재벌가만의 싸움이 있지.”
윤희 녀석은 뭔가 아는 것처럼 으스대는데, 저렇게 복잡하고 추상적인 말을 늘어놓을수록 실체는 별 볼 일이 없는 법이다.
“그래봤자 실제 힘 앞에서 무너지는 법이지.”
“오빠 같은 발상을 하는 사람은 없어. 나도 그걸로 선동할 생각이 없고.”
“내가 틀렸다고?”
“아니, 난 오빠처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야.”
그 말을 할 때 윤희는 자조하듯 말하여서 잠깐 말을 멈춰야 했다.
아무래도 이세희가 처한 상황을 보면서 적잖이 무력감을 느꼈나보…….
“나도 이럴 때 오빠처럼 강한 힘하고 무식할 정도로 저돌적인 모습을 닮았어야 했는데.”
[역시 여동생이네. 오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있어.]연신 감탄하는 용용이의 말도 적잖이 신경을 긁었다.
“싸울까?”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분위기 환기 몰라? 분위기 환기!”
“넌 어디 가서 분위기 환기하지 마라.”
그러다 임자 만나면 끝장 날 수 있겠다.
“이상하네, 다들 내 얘기가 재미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내 동생이라는 걸 이유로 버릇을 잘못 들여놨나보다.
재미없다고 대놓고 얘기하니 입이 한 자나 삐죽 나왔다.
결국 장난기를 지운 윤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무튼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전적으로 오빠 탓이야.”
“뭐만 하면 내 탓이냐.”
“오빠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잖아? 난 오빠가 늘 건강하게, 강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걱정스럽거든.”
이것도 걱정해주는 것 맞겠지?
“불필요한 걱정을 끼쳤군.”
내가 주변에 걱정을 끼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순순히 수긍했다.
“그러니 오빠가 세희 언니를 구원해줘.”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반응을 본 윤희도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재벌에게는 재벌만의 방식이 있다고 했지?”
“응.”
“난 내 방식대로 해결하지.”
누구의 방식이 옳은지는 서로가 서로의 방식이 부딪칠 때 결과가 나올 것이다.
[대놓고 다 부숴버리겠다는 거네.]막고 싶으면 힘을 쓰면 된다.
나보다 더 강한 힘을 가졌으면 막아내겠지.
*
* *
신성가 파티가 열리는 날.
나는 조용히 진세정을 찾아갔다.
우리가 만난 곳은 팀 사무실이 있는 곳이 아닌 강남에 위치한 백화점 VIP 전용 코너였다.
입구에서부터 다른 손님들과 다른 곳으로 입장하여 프라이빗한 쇼핑이 가능한 곳이었다.
파티에 참석하려면 복장으로 완전히 죽여 놔야 한다는 게 진세정의 주장이었다.
“저도 초인님의 방식을 전적으로 지지해요!”
대뜸 말을 하는 진세정의 눈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쌓인 게 많긴 했나보다.
이세희 도움과 윤희의 지지가 아니었으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다고 했으니까.
누가 누구의 팀을 해체하느니 마느니 하는 건지.
잠깐 자리를 비웠지만 세상에는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녀석이 너무 많았다.
“감히 초인님에게 이를 드러낸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모처럼 생각이 일치하는군.
진세정도 내 의견에 전적으로 지지를 보냈다.
“제가 최고로 꾸며드릴게요. 누가 봐도 최고로 멋지다고 할 만큼!”
그게 본때를 보여주는 것과 관계가 있나?
“네, 있죠! 저 믿죠? 저만 따라오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