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칙쇼!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건가.’
히가 총리는 속으로 욕설을 터뜨렸다.
자신이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본래 그는 다케다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 자신이 총리일 때 진행된 것도 소수 계파의 총리라서 힘이 부족했던 것을 어필, 오히려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면 복수를 달성해주겠다고 주장하려던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처음 계획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극소수의 측근만 데리고 참여하려던 것은 최준호에 의해 판이 커지게 되었으며, 그에 의해 자신만의 의견이 아닌 상대의 의견이 뒤섞여 이전투구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로 인해 상대가 일방적인 가해자인 걸 각인시키는데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양측 모두 탓하는 모습까지.
전부 최준호가 싫어하는 모습들이다.
특히 마지막에 중얼거리듯 했던 말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했다.
전부 죽는다고?
“이대로 흘러가면 위험합니다.”
이제는 자신에게 완전히 붙은 각성장관이 옆에서 속삭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준비한 그걸 꺼내놓아야 합니다.”
“그걸? 그랬다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텐데.”
“그럼 이대로 당하실 겁니까? 상대가 저지른 짓에 비하면 우리는 아무 짓도 안한 겁니다. 저쪽을 보십시오.”
“…….”
다케다를 본 히가 총리는 멈칫했다.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희미하게 묻어나오는 웃음기는 만족의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건가.”
“다소간 희생은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총리님이나 저나 모두 납득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히가 총리는 손을 들어 발언을 요청한 뒤 최준호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을 하염없이 판결만 기다리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세계최강의 초인이 아니었다면, 선 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다케다를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죽인다는 각오로 부족하다. 반드시 죽여야 하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번 일을 저지른 것은 단순히 한국과 신성그룹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각성장관이 일어나서 말하자 여유롭던 다케다의 표정이 굳어갔다.
“잠깐!”
“여기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
각성장관은 꽁꽁 숨겨두었던 서류 뭉치를 최준호에게 넘겼다.
그것은 일종의 계획서였다. 최준호가 사라진 상황에서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한국을 요리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단순한 계획이라 볼 수 있지만 그 계획서에는 문제가 되는 내용이 존재했다.
바로 유사시 최준호 가족을 확보하는 작전안이었다.
말이 작전이지, 사실상 납치 계획이었다.
“모함이다! 헤드 브레이커! 그건 모함이다!”
퍽!
다케다 측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지만 공간을 가르고 날아든 포스 탄환이 머리를 날려버렸다.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피를 뿜어내며 천천히 넘어갔다.
“…….”
대체 왜?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었던가.
장내에 모인 사람들은 그 광경을 홀린 것처럼 지켜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끄러.”
그의 의지를 읽은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특히 지켜보는 다케다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 있었다.
“이거 사실 맞나?”
“…사실이 아니다. 내가 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그렇단 말이지.”
최준호는 그렇게 말을 멈춘 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지켜보던 사람들의 속을 더욱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마침내 서류를 다 읽은 최준호가 박영후에게 건네자 다케다는 그걸 회수할 생각도 못한 채 망연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양측 이야기는 잘 들었어. 내 기준에서 둘 다 죽을 짓을 했더군.”
그 말이 희비를 갈랐다. 회심의 무기를 꺼내들었음에도 말이 바뀌지 않으니 히가 총리 측은 절망을, 다케다 의원 측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내가 전부 다 죽인다면 누군가는 억울함을 갖겠지.”
설마?
전혀 최준호답지 않은 말에 히가 총리가 멈칫했다.
그리고 전혀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양쪽 다 납득하기 힘들 테니. 둘이 먼저 시시비비를 가려.”
“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둘이 먼저 얘기를 마치고 오라고.”
최준호가 요구한 것은 양측의 책임 비율이었다. 누가 정확하게 얼마나 더 잘못했는지 정확한 숫자를 기입하라는 게 손을 쓰지 않는 이유였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
손을 쓸 거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최준호는 자리를 벗어나고 말았다.
“…….”
그리고 장내에는 이제 같은 하늘을 지고 살 수 없게 된 양 세력만 남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협상을 한다고?
‘저 녀석만큼은 끌고 들어간다.’
‘저 녀석은 반드시 죽인다.’
서로 사납게 노려보던 두 세력은 정반대 방향으로 퇴장했다.
책임 비율을 따지는데 쉽지 않을 것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양측 얘기를 모두 들어본 내 소감은 대환장 파티였다. 더 듣다가는 손을 써버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평소의 나라면 당장 손을 써도 이상하지 않긴 했다. 하지만 내 선택은 한 번 참는 것이다.
그 길로 나는 곧바로 귀국했다.
함께 온 인원은 비행기를 타고 오라고 말로 남긴 뒤 고속비행으로 한국에 넘어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내가 일본에 가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대서특필 한 것이다.
그 뉘앙스가 마치 봐줬다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엄청난 협상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하는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드디어 사회화(?)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놓고 천명국 정부가 거둔 최고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면서 극도의 사이다패스에 길들여진 대중이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간단하게 말해 대환장 파티란 이야기다.
“진짜 대사건!”
“너까지 그러냐.”
“다른 누구도 아닌 오빠잖아! 모조리 다 죽이고 관련없는 사람들도 죽였으면 죽였지, 혐의가 명백한 사람을 살려둔다는 건 생각도 못했단 말이야.”
대학살극이 벌어질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게 윤희의 설명이었다.
“넌?”
“나도 당연히 학살 측이지!”
“넌 오빠가 그럴 거라 당연하게 생각하냐.”
“여태까지 보여준 행동 생각 안 해봤어?”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줄 알았지.”
“그럴 일은 없어.”
“…….”
씨알도 먹히지 않는군.
“평소랑 다르게 행동하긴 했지.”
“이유가 있어? 어떤 심경의 변화라도 있던 거야?”
“그게 더 괴로울 테니까.”
“엥?”
“간단하게 생각해봤지.”
그동안 나는 수가 틀리면 죽여버리는 걸 선호했다. 왜 그 방법을 가장 선호하게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생명을 빼앗는 가장 확실한 제재를 가하고 뒤탈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괜한 어설픈 자비가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봐왔기에 그럴 가능성조차 말살해왔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어.”
“어떻게?”
“내 성향을 이용하려고 하니까.”
일본의 현 총리나 전 총리는 어떻게든 이전투구로 이끌어가서 나를 이용, 반대 파벌을 몰살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 되면 자신들의 정치가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계파인 현 총리는 다수 계파를 없애버려 자기 이후의 세력 개편을 노리고 있었다.
“웃긴 건 자기가 살아남을 거라 생각했던 거지.”
설사 죽었더라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이후를 생각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내 생각대로 행동하면 전부 죽을 짓이지만 그것이 도리어 상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꼴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지켜보기로.”
“왜?”
“그게 더 괴로울 테니까.”
“살았는데 괴로워?”
“현재 양측 세력은 비슷해. 내가 과실 비율을 정해놓으라고 했으니까 어떻게든 상대에게 책임을 더 지우기 위해 싸우겠지.”
다툼의 연속은 감정의 과열을 불러일으키고 어느 누군가가 선을 넘는 순간 씻을 수 없는 사이로 돌변한다. 오늘은 총리가 건넨 서류를 보고 그 선을 넘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 괴로운 과정을 죽음으로 지워줄 수 없지.”
“…와, 진짜 악마다.”
“이런 걸 발전했다고 하는 거다.”
난 윤희의 감탄을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확실히 요즘 들어 죽이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오직 내가 편하기 위해 그 방법을 선호했던 게 아닐까 반성 중에 있다.
[그런 걸로 반성하지 마.]가만히 지켜보던 용용이도 이런 내 방향을 기꺼이 지지해주었다.
“근데 결국 살아남는다는 거잖아.”
“누가 살려둔댔냐.”
“엉?”
난 과실 비율을 정하라고 했지, 이긴 쪽을 살려준다고 한 적이 없다.
“승리의 환희에 물들어 있을 때 그쪽도 처리하는 거지.”
“와…….”
감탄하는 윤희를 보며 난 혀를 찼다. 짚고 넘어갈게 하나 남았다.
“그나저나 넌 좀 더 강해져야겠더라.”
“나? 왜?”
“너무 약해.”
“우리 길드에서 나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사람 없거든?”
“그걸로 부족해.”
“됐어! 오빠랑 훈련할 생각 없으니까 이상한 소리하지 마라. 죽는다.”
녀석을 어떻게 하면 더 굴릴지 고민하던 것이 들켰는지 펄쩍 뛰었다.
“일본에서 납치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도 말이냐?”
“뭐? 무슨 납치?”
난 일본이 세웠던 가족 납치 계획에 대해서 얘기해줬다. 처음에는 가당치도 않던 기색이 역력하던 윤희는 자신이 그 대상이었음을 알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 새끼들이…….”
“그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네가 약하다는 거다. 얼마나 얕보인 건 줄 알겠냐?”
“아오, 열 받네. 왜 안 죽이고 왔어! 아니, 말려 죽인다고 했지? 그 녀석들은 최대한 괴롭게 만들어서 처리해야 돼.”
나한테 벌어졌을 땐 차분하더니 자기 일이라고 하니 날뛰기는.
하지만 분노하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
분노란 감정은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법이니까.
난 그 감정을 더 자극했다.
“죽여야지.”
“잘 생각했어. 그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죽자살자 물어뜯다가 처참하게 몰락해야 돼. 그 녀석들 처리할 때 나한테 알려줘. 치킨하고 맥주 사서 즐기게.”
“근데 넌?”
“네 손으로 처리하지 못한 게 아쉽지 않냐.”
“그렇기는 하지. 오빠 말 들으니까 진짜 열 받네?”
한동안 씩씩거리던 윤희를 보면서 얘기하길 잘했다 싶었다. 요즘 부쩍 자신감이 붙은 거 같던데 각성자에게 과한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이어져서 어이없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전에 더 강해질 동기를 부여해줘야겠지.
“부모님한테는 얘기하지 마.”
“내가 바보냐, 그걸 얘기하게.”
“넌 하고도 남지.”
“안 해. 사람 무시 좀 하지 마.”
그런 것치고 뜨끔한 표정이 내게 포착되었다. 그걸 지적해봤자 또 길길이 날뛸 테니 굳이 얘기하지 말아야겠다.
머리 좋은 녀석이라 그런지 나한테 자기 감정 상태를 들킨 걸 알고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쉰 윤희는 냉정을 되찾고 본래 주제로 돌아왔다.
“아무튼 이번 경우는 노림수가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
“왜?”
“멍청하니까.”
“그건 알아.”
“세상 사람들이 오빠 생각과 의도를 그대로 이해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야. 자기 좋을 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한 다음 움직이겠지.”
오히려 다짜고짜 손을 쓰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그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날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하지만 더 이상 죽이지 않는다면?
대화로 해결하려 든다는 생각이 팽배하게 될 것이고, 이 대화라는 것은 이상한 수단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았다.
“봐, 벌써부터 이상한 추측이 난무하잖아.”
“놀라긴 했다.”
“오빠의 행보는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거든. 나한테도 기자가 엄청 물어봐.”
특히 내 취향에 관한 걸 물어본단다.
“가끔 기사에 내 욕하던 익명의 인터뷰가 너였냐.”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 하, 하, 하.”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내가 강제로 잡아놓고 강하게 만들어줘야겠다.
윤희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이번 오빠 행동을 보고 유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타날 걸?”
“고작 한 건인데.”
“사람은 원래 그런 동물이야.”
“그 정도로 멍청하려고.”
“멍청하지.”
윤희의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가장 먼저 멍청한 행동을 한 것은 남중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