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청와대에 비상회의가 열렸다.
천명국 대통령은 물론, 비서실장과 각 실장, 수석, 총리와 내각 장관들이 모두 모인 회의였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에 천명국은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물었다.
“남중국이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은.”
남군, 이제는 남중국이라 불리는 이곳에선 얼마 전 최준호에게 수작을 부린 자들이 책임을 지라면서 시위가 일어났고 그것이 내전으로 번진 상태였다.
난징에서 벌어진 치열한 내전은 기존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반란을 일으켰던 이들은 모조리 총살당했고, 반란에 동조했던 이들을 샅샅이 수색하여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옥으로 잡혀갔다.
기회를 잡은 그들은 정적 제거까지 하면서 완벽하게 정권을 장악했다.
거기에서 만족했다면 이번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을 터.
그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내전의 승리를 선언하고는 곧장 책임 여부에 대해 당당하게 반란군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워버렸다.
“책임 소재가 있는 자들을 자기들이 처벌했다고 하다니, 이걸 최준호 초인이 믿을 거라 생각하고 말한 겁니까?”
“그 부분에 문의하니 그렇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제 정신이 맞습니까?”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제정신이 맞다고 하더군요.”
“하…….”
총리의 대답에 천명국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남중국에 반란이 일어난 이유는 대한민국과 신성그룹에 수작을 부린 자들을 처벌하라는 항의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죄다 죽여 놓고 책임자를 처벌했다? 지나가던 개도 믿지 않을 개소리였다.
“저들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일본에서 일을 보고 결정한 것 같습니다.”
“최준호가 바뀌었다?”
“그렇게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역시.”
일본에서 최준호가 보여준 행보는 예상 밖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장 최준호 전문가라 자부하는 천명국도 분명 여러 명의 팔다리가 꺾일 거라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국가 수뇌부가 전멸하는 것이고.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고작 한 명(?)만 죽는 걸로 사태가 끝났다.
하지만 이건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최준호 초인은 바뀐 게 아닙니다, 총리.”
“저희도 그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기들끼리 싸우라고 분란의 씨앗을 심어둔 건데 그걸 그렇게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한다고?”
“아무래도 자기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자기들 좋을 대로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야밤에 긴급회의를 열게 된 것이고.”
그래, 남중국은 원래 자기들 행동하던 대로 했던 것이다.
이렇게 나오면 어쩔 거냐면서 배 째 모드인 거지.
문제는 그 대상이 최준호라는 점이다.
최준호라면 배를 째고 내장을 끄집어내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남중국에서 전권 대사가 파견된다고 합니다.”
“그가 최준호 초인을 설득할 것이다?”
“일본도 가능했으니 자기들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허튼 생각이지만.”
과연 최준호가 설득될까?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 뱃속이 쓰려오는 기분이다.
최준호는 설득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목이 비틀리는 게 더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일을 없던 걸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 우리가 물밑에서 최대한 파장이 일어나지 않게 수습해봅시다.”
“예.”
“자, 움직입시다.”
*
* *
천명국의 의도와 다르게 남중국에서는 반란의 종식을 대대적으로 선언하면서 자국의 건재함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문제는 그 행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남중국 주석 루쥔은 공식적인 승리를 자축하면서 대한민국과 신성그룹에 수작을 부린 자들이 모두 처리되었으며 양국의 발전을 원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관련자들이 하나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인터넷 반응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와, 이렇게 배 째라고 나온다고?
-얘들은 학습 능력이 없는 건가? 최준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모르쇠를 해?
-문제는 최준호라면 진짜 배를 째고도 남을 인간이다.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을 인간 앞에서 배짱이라니.
-피해자를 가해자라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 행세를 하는 시대라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싶다.
-이게 일본 케이스 때문에 이렇게 나오는 거 같음.
-일본 건은 최준호답지 않긴 했지. 진짜 무슨 생각인 거냐?
-혹시 가짜가 아닐까? 최준호가 나타나지 않으니 비슷한 골격에 얼굴을 가진 사람이 성형을 하고 나타난 거지. 당장 최준호가 없는 것만으로 모진 꼴 당한 거 봐라.
-하긴 나였어도 대역 세울 생각은 했을 듯.
-위에 댓글 미쳤네. 최준호가 찾아갈 수도 있을 듯.
-근데 진짜 최준호답지 않은 행동이긴 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한 거지? 눈치 보던 놈들이 죄다 간을 보려고 할 텐데.
-그걸 못 참고 빵 터지고?
-이번 남중국 사태가 분기점이 될 거임. 여기에서도 별 반응이 없으면 좀 더 노골적으로 되겠지.
-최준호가 자비로워졌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듯.
-크크크… 살다살다 녀석이 자비로워졌다는 말을 듣다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조만간 피로 물드는 파티가 열리겠어.
네티즌 중에서도 진실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 중에서는 이번 남중국 전권 대사의 방문이 중요하다는 걸 눈치 챈 사람도 많았다.
오랜만에 댓글 여론에 참전했던 진세정도 마찬가지였다.
즐겨 쓰던 안티 계정이 아니라 개인 계정으로 들어가 흐름에 동참하던 그녀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과연 어떨까.”
당연하게도 최준호와 연락을 하는 사이인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잘 알고 있다.
일본 케이스도 최준호가 처음으로 시도해본 일종의 도전이라는 것도.
문제는 그 의도를 잘못 파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그것은 최준호를 향한 도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진짜 학습 능력이 없어. 초인님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대체 뭘 보고 그런 거야?”
그토록 많은 사건 사고에서 고작 한 번이다.
그마저도 깊이 들여다보면 지금껏 즉흥적으로 손을 썼던 것보다 사악한 속내가 숨어있는 걸 볼 수 있고.
“초인님이라면 안 참으시겠지.”
그 다음은 볼 것도 없다.
아마 마지막 댓글을 달았던 버서커의 말대로 되겠지.
사건이 벌어지면 자신이 할 일은 뭘까.
진세정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신의 일은 여론을 주도해서 최준호에게 우호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여론이 최준호에게 일방적으로 우호적이다.
이게 지나치면 진심으로 싫어하는 안티가 발생할 수 있다.
최준호 손에 걸리면 머리가 박살 날 행동이지만 자기 주제를 모르고 손가락을 놀리는 이들은 세계 어디에나 널려 있다.
“오랜만에 안티로 빙의해봐야 하나.”
안티 계정으로 로그인 하는 진세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남중국에서 일어난 반란이 진압되었다고 했을 때 그 다음은 뭔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반란이 일어난 원인도 나와 관련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예상을 못했달까.
상대가 도가 지나치면 가끔 할 말을 잊어버릴 때가 있고는 한다.
지금 내 경우가 바로 그러했다.
“세계최강 초인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왕위안이라고 합니다.”
내 앞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 인물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날 보며 세계를 어지럽히던 리그를 토벌하고 무사히 돌아와서 축하하다는 말을 했다.
누가 보면 상급자가 하급자를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는군. 지금 하는 행동들도 좋게 말해서 정중한 것이지 나쁘게 말하면 뻣뻣한 것이다.
“저희 주석께서는 이번 반란을 성공적으로 토벌했고 그 과정에서 귀국과 신성그룹에 수작을 부린 도적들을 소탕했다고 밝히셨습니다.”
“주석의 지시가 아니었습니까?”
천명국은 대놓고 짚었다.
왕위안은 즉각 부인했다.
“절대 아닙니다.”
“이미 드러난 증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모든 건 루 주석님을 가리키고 있고.”
“전부 날조된 증거입니다. 주석께서는 대한민국을 형제의 국가라 생각하며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함께 누벼야 할 친구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천명국은 그동안 드러난 증거를 가지고 몇 번이고 짚었지만 왕위안은 모두 부인했다. 오히려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서 행동에 옮긴 거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누가 보면 잘못을 저지른 것이 이쪽인 줄 알겠다.
천명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들이 가진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당연히 보여드려야 하나 아쉽게도 전투 중에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
“유감입니다.”
할 말을 잃은 천명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 봐도 포기 수준에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할 내용이 하나도 없는 개소리의 향연이었다.
저걸 끝까지 듣고 있다니, 내 참을성이 그동안 많이 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게?]용용이가 황당한 표정으로 딴지를 거는 사이 둘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문제라는 건 뭘 믿어야 합니까.”
“당연히 우리를 믿어주셔야 합니다.”
“뭘 보고?”
“그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믿지 말라는 소리를 잘도 돌려서 얘기하는군.”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 수 있게 우리가 친절하게 설명을… 으읍!”
더는 못 참겠군.
개소리 알레르기가 발동한 나는 왕위안이 떠들지 못하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조금만 더 반항하면 목을 비틀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저항을 포기하고 축 늘어졌다.
눈치 빠른 녀석이다.
“더 떠들지 말고. 뼈를 으스러뜨리고 싶으니까.”
“으읍! 읍!”
난 길가에 쓰레기를 투척하듯 왕위안을 던져버리고 천명국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치 뒤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고작 한 번인데 이런 개소리를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유감입니다.”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내 인상이 좀 만만해서 그런가.
칼자국이라도 내서 험악하게 만들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진심이야?]아니, 농담.
난 내 의지대로 행동한 것이지만 천명국에게는 자신의 말을 듣고 행동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 책임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뿐입니다.”
바로 무력행사 뿐.
천명국은 어떻게든 날 말리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지만 여기에서 물러나면 상대는 내 참을성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시험하려고 들 것이다.
계속 참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꾹꾹 억눌렀다가 터뜨리는 것도 시원하니까.
대신 그 여파가 어디까지 끼칠지 나도 장담할 수 없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왕위안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지금 우리를 적대하는 것입니까!”
“그럼 내가 참을 줄 알았냐. 그리고.”
콰직!
난 녀석의 정강이를 밟아 부러뜨렸다.
“끄아아악!”
“더 지껄이지 말라니까.”
왕위안을 벌레처럼 기어 다니게 만든 뒤 천명국에게 말했다.
“그럼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좀 시끄러워질 겁니다.”
“자, 잠깐!”
난 천명국을 뒤로 하고 청와대를 벗어나 고속비행을 시전했다.
목적지는 난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