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최준호가 돌아갔다.
추가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현아와 용용이는 멀어지는 최준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난 걱정 돼.]“어떤 게?”
[저 인간이 우리를 적대할 것 같아.]“과민 반응인 거 아닐까.”
[넌 저 인간이 방금 전까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봤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주변의 기세가 사납게 일렁였다. 용용이를 빤히 바라보던 현아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격하게 이야기 할 것까지 없는데.”
[알아, 내가 격하게 반응했다는 거.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야. 저 인간의 생각은 너무 위험해. 극단적이고. 무엇보다 행동에 옮기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어.]“그게 걱정이긴 해.”
몇 번이고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최준호는 참을성이라는 것이 제거된 것처럼 손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는 갈등이 곧 충돌임을 의미했다.
[그런데도 인간하고 충돌이 없을 거라고? 그건 너무 좋을 대로 하는 생각이잖아.]“용이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반대로 제지할 방법은 있어?”
[없지. 그래서 문제고.]“확실히 문제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최준호의 강함은 용용이조차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 때문이겠지. 옆에서 지켜봤으니 일리가 없는 얘기도 아닐 것이다.
현아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걱정 마.”
[안심하는 이유가 있어?]“분명 걱정하는 부분이 있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잖아? 인간이면서 그토록 강한 힘을 가진 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돼.”
[그건 그래.]“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의 수명은 생각처럼 길지가 않아.”
설사 최준호가 문제가 되더라도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백년이다.
그마저도 백년 내내 지금 같은 강함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것도 알지.]“그럼 안심해도 되지 않아?”
[저 인간이라면 왠지 젊어지는 비결도 알아낼 것 같아. 수명도 한 천살까지 늘어나지 않을까?]“…….”
용용이의 지적을 듣는 순간, 현아의 표정이 처음으로 심각해졌다.
이미 인간의 강함을 초월했는데 왜 수명을 초월할 거란 생각을 못한 걸까.
“그럴 수도 있겠어.”
[봐, 내 말이 맞잖아. 그런데 어떻게 태평할 수가 있냐고! 백년은 기다릴 수 있지만 천년은 이야기가 다르잖아!]“우리 같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 천년만 잠들었다가 복귀할까?”
그때쯤이면 모든 게 끝날 거 같기는 하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가만히 듣고 있던 용용이가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서 현아는 순순히 용용이의 잔소리를 감당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도 천년은 못 살겠지.”
*
* *
현아와 이야기를 마친 뒤 난 곧바로 서울로 복귀했다.
오늘 만남에서의 성과가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기프트 변형을 일으킨 것이 신수라는 점을 확신한 건 수확이었다.
“누가 그런 짓을 벌인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지.”
현아와 용용이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협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난 그 내용을 100% 신뢰하지 않았다.
신수는 결국 신수의 편을 들기 마련이다. 다른 신수가 여간 사악한 짓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여차할 때 신수의 편에 설 것이다.
그것도 상정해 두고 움직여야 한다.
다만 두 신수에게 밝히지 않은 진실이라면 현재까지 혈중섭식은 만들어지기 전이라는 점. 내가 보유한 혈중섭식은 이곳이 아닌 저번 생에서 고스란히 갖고 왔다는 점이다.
아직 저지르지 않은 일을 추궁하는 격이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서울로 복귀한 나는 곧바로 천명국을 찾아가서 앞으로 상황을 의논하려고 했다.
어쨌거나 사고를 친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날 덮쳐왔다.
바로 기자들의 습격이었다.
“최준호 초인! 난징에서 일으킨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세계가 보는 곳에서 루쥔 주석과 상무위원들, 당 고위 간부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이건 세계를 향한 경고인 것입니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최준호 초인님! 한 마디만!”
“최준호 초인……!”
…음, 안일했다.
익숙한 길로 드나들다 보니 포착된 것이다. 아니, 그보다 대체 내 기척은 어떻게 감지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청와대라서 잠입을 하지 않은 건데 그 틈을 노린 건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기자들의 정보력이 대단한가보다.
어차피 기자들을 피할 이유가 없었기에 난 몸을 돌렸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기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간단합니다. 걸리면 가는 겁니다.”
내 말에 기자들이 반응했다.
“그 걸리는 대상은 외국 정상도 포함되는 겁니까?”
“바보야 이미 갔잖아!”
“그럼 일본은! 일본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다음 대상은 미국인 것입니까? 제발 한 마디라도!”
“그럼 여기까지.”
난 아우성치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청와대 안으로 진입했다. 생각해보면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어도 됐지만 가끔 이런 돌발 이벤트도 이용할 필요가 있겠지.
그 전까지만 해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했던 생각은 이번 일로 꽤 많이 바뀌어 있었다.
평소에는 예측이 가능하다가 선을 넘으면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볼 땐 이게 더 나은 거 같다.
잘할 때는 충분히 예측 범위에서 행동하지만 선을 넘으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그럼 알아서 조심하겠지.
그래도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이번 일처럼 처리하면 그만이고.
“다녀왔습니다.”
“…….”
음, 천명국의 저런 표정은 처음이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에는 모든 걸 체념하는.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었다.
“사고를 치셨더군요.”
“예.”
“그것도 수습이 불가능한 사고를 말입니다.”
“수습이 안 됩니까?”
“아주 안 됩니다. 안 되고 말고요.”
그것은 흡사 절규와 같았다.
“큰 사고란 건 압니다. 하지만 벌어질 수밖에 없던 일입니다.”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왠지 뒤에 처맞는 말이라고 붙이는 것 같았지만 천명국은 더 이상 얘기하는 걸 멈추고는 한숨과 함께 내게 자리를 권했다.
굉장히 피곤이 묻어나오는 얼굴이라 순순히 맞은편에 앉았다.
“루쥔과 지도부가 소멸되면서 남중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그럴 테죠.”
“게다가 얼마 전 반란이 일어나서 대체할 수 있는 정치 세력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현재 그곳은 초인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그로 인해 고만고만한 세력들이 정권을 차지하고 일어난 상황이라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립하고 있던 국가들마저 국경을 넘으려고 하는 중이고.
그중 가장 위협이 되는 건 북군, 북중국이다.
“현재 국경에 대치가 한창입니다.”
“북쪽은 왜죠?”
“북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천명국은 국토 수복을 위해 나서려는 북중국의 행동을 문제 삼으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북중국이 중국을 통일한다면 강대한 적을 이웃으로 두기 때문이다.
이에 휴전 협정을 들먹이면서 여차할 경우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다행히도 위하오 주석이 약해진 틈을 타 정치세력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고 어느 세력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서 위태롭지만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쪽에 좋은 소식이네요.”
난 지엽적인 이야기를 하는 천명국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내 기색을 읽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천명국이 내게 말했다.
“이번 일로 인간에게 많이 실망하셨을 겁니다.”
“…….”
“세상엔 호의를 베풀면 그것을 자신의 권리로 생각하는 족속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주제를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종래에는 상대의 모든 것을 앗아가려고 합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날 설득하고 싶은 겁니까?”
“초인님이 인간을 싫어하게 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으니까요.”
제대로 보고 있군.
내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니 천명국이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초인님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은 계속 벌어질 겁니다. 하지만 그걸로 인간을 싫어하게 된다면 이 또한 큰 문제이지 않습니까.”
“걱정하시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혈종 때처럼 쫓기는 삶을 살아갈 생각은 없다.
아니, 이번에는 더 강해졌으니 내가 다 죽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도?
그런데 굳이 그걸 감수하기에는 귀찮은 일이 너무 많다.
천명국은 고개를 저었다.
“큰 실망은 큰 분노를 만들어내는 법입니다. 초인님이 이번 일로 실망을 했고, 그것은 언제든 이번 일처럼 큰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대신 이것만 알아주십시오. 지금 이 평온이 초인님에게 더 나은 선택일 것입니다.”
“예.”
나에 대한 걱정이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천명국은 나름대로 날 제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느껴졌다.
아마 죽은 녀석들도 천명국만큼 고민을 했다면 이런 사고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테지.
“당분간 모든 걸 잊고 쉬시길 바랍니다. 뒷일은 모두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예. 차라리 가만히 계셔주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득입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음, 예전보다 본심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드는 느낌인데.
난 알겠다고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럼 당분간 서울에 계시는 건가요?”
말을 하는 이세희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뭔가 일을 벌이고 싶어 하는 기색인데.
“사고치고 다른 곳에 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사고긴 하죠. 저지른 건 준호 씨가 아니라 상대 측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세희 같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위안을 받고 있다.
참고로 바깥에서는 모두가 내 탓이라고 이야기 중이다.
상대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내 대응이 심했다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원래 초장에 바로 잡아놔야 뒤에 말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이 정도 판을 벌였으니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물론 스케일이 좀 크긴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해. 그래서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고.”
“어떤 일이요?”
“신성그룹의 도움이 필요해.”
“뭐든지 협력할게요.”
“안 그래도 신성그룹의 힘이 필요하던 차야. 근데 바쁘지 않나.”
내가 남중국 머리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덕에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군수물자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게 신성그룹이다.
나한테 밉보여서 수뇌부가 날아갔는데 결국 내 주머니를 채워줄 곳에서 무기를 살 수밖에 없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준호 씨를 위해서 없던 여력도 만들어야죠.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고요.”
“그럼 사양하지 않지.”
내가 발로 뛰는 것보다 신성그룹이 움직이는 게 훨씬 편리했다.
“신성그룹이 움직인다면 각국의 기밀을 파악할 수 있나?”
“기밀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죠?”
“기밀이긴 한데 목숨을 걸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들.”
이세희의 얼굴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일단 뭔지 들어봐도 될까요?”
쉬는 동안 내가 무슨 일을 할지는 처음부터 정해놓은 상황이었다.
내가 리그를 없애버리고 그 다음으로 하고자 했던 것은 날 미쳐버리게 만든 원인을 찾는 것.
예전엔 그것이 혈종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혈종의 자아가 생겨나게끔 다른 누군가가 혈중섭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혈중섭식을 만든 것은 신수일 것이다.
현아와 용용이랑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내가 직접 움직여서 모든 내용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각국이 파악하고 있는 신수의 정보들.”
하나씩 찾아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