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9
39화
사방이 비명으로 가득 찬 인세의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형집행인 우주완은 참수도 바닥에 꽂아 넣은 채 자신이 만든 살풍경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아로새겨진 흉터가 꿈틀거릴 때마다 주변에 선 빌런들이 몸을 떨었다.
그런 우주완에게 빌런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보스.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오늘은 이곳에서 쉰다. 일단 필요한 걸 다 챙겨라. 내일 천안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표정이 환하게 바뀐 빌런이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들이 불타오르는 걸 보면서 사형집행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리그가 떠났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리그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부터 사형집행인은 합류를 희망했다. 각성자를 옭아매다 못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가차 없이 빌런의 낙인을 찍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실력에 따라 대우받는 리그의 세계에서 더 강한 힘을 손에 넣고자 했다.
그는 세상을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힘, 눈에 거슬리는 놈을 마음대로 죽여 버릴 수 있는 힘을 갈구했다.
사형집행인은 오른쪽 이마부터 왼쪽 뺨까지 아로새겨진 흉터를 만지며 살기를 발산했다.
“버서커.”
이 흉터는 버서커로 인해 생겼다.
놈을 죽이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었다. 녀석이 리그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결판내길 고대했지만, 녀석은 도리어 리그 세력을 궤멸시킴으로써 합류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제 리그에 합류하려면 외국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어졌다. 한국 리그 지부에 합류해서 힘을 얻으려던 계획은 이미 산산조각 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버서커는 도움이 되는 게 없었다.
빌런 조직 녀석들을 움직인 건 화풀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피날레는 불바다가 된 천안일 것이다. 그 후, 조용히 중국으로 빠져나가 리그에 합류할 계획이다.
그 사이 약탈을 마친 빌런들이 희희낙락하며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죽을 하루살이들이다.
“쉬었다가 이동한다.”
그때였다.
“얄팍한 머리를 또 굴리는군, 망나니.”
“······.”
대검을 들고 다가오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얼핏 보면 멀쩡하게 생긴 외모.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든 광기를 엿본 적 있는 사형집행인의 표정이 굳었다.
버서커였다.
“누구냐.”
“쏴 버려.”
빌런대응팀을 괴멸시키고 약탈까지 마친 빌런들이 기고만장해져서 총구를 겨눴다.
그보다 먼저 버서커가 움직였다.
쾅!
손에 든 대검을 집어던지자 무시무시한 포스 폭풍이 일어나면서 빌런들을 휩쓸었다.
폭풍 범위 안에 있던 빌런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갈가리 찢겨 나갔다.
그 한 수에 모여 있던 빌런들이 사색이 되었다.
“히, 히익!”
“괴물이다!”
“누, 누구야?”
이어진 사형집행인의 말이 불을 지폈다.
“버서커.”
“잘 지냈나, 망나니?”
“여긴 왜 왔지?”
“내 주인이 네 목에 볼일이 있어서.”
“주인? 언제 리그에 가입했지?”
주인이라는 말에 사형집행인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는 저 미친놈에게 주인이 있다고?
자기가 던진 대검을 주워 든 버서커가 웃었다.
“리그 따위가 내 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 보는 건가?”
“미친 건 여전하군. 오늘 네 목을 잘라 버리고 리그로 가겠다.”
“간에 기별이라도 가면 좋겠어. 크크크!”
* * *
버서커와 사형집행인은 3년 전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사형집행인이 사냥팀을 습격하던 도중 버서커의 쉼터를 침범했던 것. 사형집행인이 헌터들을 죽이고 버서커마저 죽이려 들자 대결이 시작되었다.
결과는 버서커의 승리로 끝났다. 사형집행인은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간신히 도망쳤다. 당시 지쳐 있던 버서커도 뒤쫓지 못했다.
처참했던 패배는 지옥과도 같았다. 그 후, 사형집행인은 3년 동안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모든 삶의 초점을 강해지는데 맞췄다.
버서커가 김영환을 죽였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늙어 버려 제 무위도 발휘하지 못하는 초인 따위는 자신도 죽일 자신 있었다.
다시 보면 버서커를 갈가리 찢어 버릴 거라 다짐했지만, 검을 맞대는 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약하군.”
“네, 네놈.”
수준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대체 언제 이렇게 벌어졌단 말인가. 사형집행인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짰지만 밀어내는 것조차 역부족이었다.
카가가각!
검에서 전해지는 거력을 감당하지 못한 사형집행인의 참수도가 튕겨 나가며 뒤로 밀려났다.
“버서커를 죽여!”
사형집행인의 외침에 빌런들이 주춤거렸다. 이익을 안겨다 줄 때 간도 쓸개도 빼 줄 것처럼 굴었지만 버서커에게 밀리면서 위상이 수직하락 했다.
하지만 사형집행인이 죽으면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빌런들도 가만 보고 있지 않았다. 저마다 총을 들어 엄호사격을 가했다.
두두두두!
“지압 마사지 수준이구나!”
버서커의 대검이 대기를 가르는 순간, 거대한 포스가 반달 형태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앞을 가로막는 빌런들을 모조리 두 동강 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있던 건물의 벽마저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한 수에 무려 열 명이 넘는 빌런이 죽었다. 버서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총기를 난사하는 빌런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크하하하!”
“도, 도망쳐!”
무차별한 살육이 벌어졌다. 총이 통하지 않았다. 버서커의 범위 안에 든 빌런들이 대검의 포스에 휘말려 갈가리 찢겨 나갔다.
쾅!
어떤 빌런이 수류탄을 던졌지만 비산하는 잔해도 두터운 포스를 뚫지 못했다.
폭발 속에서 유유히 앞으로 나온 버서커에게 총알 세례가 쏟아졌지만 모조리 튕겨 나갔고, 손에 닿은 빌런은 모조리 죽어 버렸다.
삐이이익!
어떤 미친 빌런이 RPG탄까지 쐈지만 눈에 보인 건 갈가리 찢긴 잔해가 아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건 꽤 짜릿했어.”
돌아온 건 죽음이었다.
어떤 무기를 써도 통하지 않는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빌런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으으! 으아아아!”
“도, 도망쳐! 괴물이야!”
“살려줘! 살··· 끄악!”
오십이 넘던 빌런 중에서 도망치는데 성공한 건 채 열도 되지 않았다.
자욱한 연기와 시체 토막 사이에서 버서커와 사형집행인이 마주섰다.
“이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 체력 좀 회복했나? 도망치지 않은 건 높게 평가해 주지.”
“···누가 널 보낸 거냐.”
버서커에 대한 소문은 과장된 게 없었다. 오히려 상대가 김영환이어서 축소된 감이 있었다. 녀석은 레벨 8에 도달한 초인이다. 절대 이길 수 없다.
사형집행인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내 주인님은 내 모든 걸 바친 대상이지.”
“대체 네 주인이 누구냔 말이다!”
“크크, 안알랴줌.”
버서커를 향한 사형집행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크아아아! 이제 날 농락하는 거냐!”
“약자는 원래 농락당하는 거다. 그리고 약자는 너다. 나도 내 주인에게 매번 당하고 있지.”
“난 널 죽이기 위해 단련해 왔다. 근데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진 거란 말이냐!”
“재능 없는 놈의 흔한 레퍼토리로군. 이젠 재미도 없다.”
“널 죽이기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쳤는데!”
울부짖는 사형집행인이 달려들었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녀석을 보며 버서커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넌 진짜 최선이 뭔지 몰라. 죽음 또한. 하늘 위에 하늘을 보며 혼신의 몸부림을 치고도 모조리 부정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영혼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 있지.”
“크아아!”
“울부짖는 것도 계집애 같군. 이젠 질려.”
사형집행인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버서커의 뒤로 푸른 포스 칼날이 형성되었다.
대기 중에 흩뿌려 놓은 포스를 긁어모아 펼쳐낸 기프트 ‘길로틴’이었다.
세상은 그가 목을 자르는 걸 즐긴다 하여 사형집행인이라 불렀지만 그 이유는 빈틈을 파고드는 길로틴이란 기프트가 있어서였다.
저번 대결에서도 펼치지 않고 숨겨 둔 비장의 무기였다.
은밀하게 접근한 칼날이 뒷목을 베려던 순간, 버서커의 뒷목에 푸른막이 생겨났다.
“꽤 간지럽군.”
“너, 너! 어떻게······.”
“두 번 정도 죽어 보면 된다.”
이어지는 버서커의 맹공 앞에 사형집행인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검이 부러지고 왼손이 잘린 다음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갔다. 힘이 풀려 주저앉은 녀석을 지켜보던 버서커는 일말의 망실임 없이 목을 날려 버렸다.
충청도와 전라북도 일대를 자기 영역처럼 활보하던 대형 빌런의 최후였다.
“준비운동 수준이군. 기름값이 아까울 지경이야.”
습관적으로 머리통을 짓밟으려던 버서커가 멈칫했다. 이걸 최준호에게 가져가야 부여받은 임무가 완수된다.
잠깐이지만 큰 실수를 할 뻔했다. 가뜩이나 만독불침을 호시탐탐 노리던 녀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빌미를 제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했다.
어느새 두 눈 가득 채워져 있던 광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까먹을 뻔했군. 죽을 뻔했어.”
버서커는 한참이 지나서야 온몸에 돋은 소름을 떨쳐 냈다. 식은땀이 축축해졌지만 그 서늘함이 목숨을 구했다며 거듭 안도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건물 안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 * *
버서커에게 사형집행인의 막으라고 한 다음 날 아침.
출근하기 무섭게 버서커에게서 톡이 쇄도했다.
버서커-다 끝났다.
버서커-사형집행인도 잡았고 빌런들도 잡았다.
버서커-[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
버서커-사형집행인의 머리는 방부처리 해놓겠다.
버서커-필요하면 말해라.
“벌써 다 처리했어?”
사형집행인을 막으라고 했더니 그냥 다 죽여 버렸다.
설마 연락받자마자 전력으로 달려간 건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였고, 예상보다 큰 성과였다.
내가 움직일 필요도 없이 상황이 끝날 줄이야.
난 일단 소식을 들고 국장실로 갔다.
“국장님.”
“굿모닝,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 천안은 11시에 출발하기로 했잖아?
“버서커가 사형집행인을 잡았답니다.”
“응? 엉? 뭐?”
내 말에 정주호가 잠시 버퍼링이 걸렸다.
사형집행인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 게 전날 저녁이다. 대책 회의를 하고 버서커에게 전달한 게 깊은 밤. 그리고 아침인 지금 상황이 종료됐다.
“그, 버서커가 사형집행인을 잡았다는 게 죽였다는 건가?”
“머리를 잘라 방부처리를 하겠다더군요.”
“이게 원래 이렇게 빨리 처리되는 일이던가?”
버서커 녀석이 빠르게 움직이긴 했다. 나조차도 황당할 정도였으니.
“일단 잘 해결된 건 확실합니다.”
“그렇긴 한데······.”
“왜 그러시는지?”
“이미 위에 보고가 돼서. 사형집행인이 죽었으면 어떻게 처리된 건지 경위도 설명해야 할 거 같은데.”
정주호의 얼굴에 난감함이 서렸다. 사형집행인 건은 다른 빌런 조직도 연관되어서 상부에 보고하고 전력 증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단다.
“버서커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겠네요.”
“100% 드러난다고 봐야지. 정부 조직이 움직인 게 없는데 사형집행인이라는 거물이 죽었으니까.”
순간 대통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만 사실로 드러날 때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겠다.
일단 정주호의 반응을 볼 때 나쁜 반응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버서커를 한번 만나 보시죠.”
“내가? 왜?”
“버서커가 드러나면 제가 관리해야 하는데 보조를 맞춰야 한다면 국장님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대외협력관리국이나 대마물방위전선국에 넘겨도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
“그럼 만나러 가시죠.”
“으응.”
내 말이 정주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버서커를 만나기 위해 정주호는 최준호와 국가수호국 헌터 셋을 데리고 광명 외곽의 국가수호국 안가로 이동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버서커가 나라를 위해 도움을 주다니.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현상도 안가 안으로 들어오는 버서커를 보자 현실이 되었다.
“국가수호국장 정주호입니다. 반갑습니다.”
“버서커 이광진이다. 국가수호국장을 만나게 되다니 영광이군.”
우선 첫 인상은 정상인이었다. 안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나 의미심장하게 걸린 미소가 보였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사형집행인을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음.”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별 말이 없다. 악감정이 있었다면 뭐라도 쏟아 냈을 텐데 그런 것도 없다. 정말 미친 게 맞나?
버서커는 들어올 때 손에 쥔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내가 방부처리 해 온 사형집행인의 머리다.”
살짝 열어보니 사형집행인 우주완의 얼굴이 보였다.
“···확인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부탁받은 일을 처리했을 뿐이다.”
시종일관 반말로 일관했지만 오히려 그게 편했다. 만약 버서커가 존대를 한다? 그럼 더 의심했을 것이다.
녀석은 미친놈이다.
그래서 미친놈을 생각하고 왔는데 미친놈이 아니라서 헷갈렸다.
이 정상적인 남자가 왜 버서커로 불린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이번 건으로 인해 버서커님이 국가와 협력하고 있는 게 일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내 마음대로 행동하다 벌어진 일이니 감수해야 할 일이겠지.”
뭐지, 이런 정상적인 반응은. 보통 납득 못 하겠다면서 난리를 부려야 되는 거 아닌가?
정주호는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아는 버서커는 미친놈 중에서 가장 미친놈이었다.
근데 왜 버서커가 정상인처럼 느껴지는 거지?
자신이 미쳐 버린 건가? 그래서 미친놈이 정상으로 보이는 병에 걸린 건가.
혼란스러워하던 정주호가 답을 얻은 건 가까운 곳에서였다.
“대신 국가수호국을 포함한 삼국에서 더 이상 널 귀찮게 굴지 않을 거다.”
“그거 기쁜 소식이군.”
“좀 더 기뻐해야 되는 거 아니냐?”
“크하하! 좋군. 됐나?”
그래, 최준호 저 녀석이다.
자신의 모발을 얇아지게 만들고 최명국 실장이 피똥 싸게 만든 1등 공신.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저 녀석을 보다 보니 버서커를 보니까 순한맛으로 느껴지던 것이다.
매일매일 캡사이신을 들이붓다 하니 평범한 매운맛은 순하게 느껴질 수밖에.
‘괜히 미안하네.’
정주호는 자신이 아는 빌런 중 가장 미친놈을 버서커로 지목했던 것을 속으로 사과했다.
* * *
대한민국 국가 소속 헌터는 대부분 치안유지 목적으로 고용된다.
그들 중 대부분이 빌런 체포를 비롯한 마물의 습격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을 띠지만 사냥을 위한 팀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우 면에서 길드들을 쫓아가지 못해 그 숫자가 많지 않고 수준 또한 높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실력 좋은 사냥팀을 보유하고자 여러 혜택을 내세웠지만 모든 면에서 대우가 뒤처졌다. 그러다 보니 믿음직한 성과를 올리는 사냥팀이 극히 적었다.
유일한 장점은 사냥터 확보에 최우선권이 부여된다는 점뿐이다.
그러나 마물은 많고 사냥터도 많았다.
“유해 7단계 블랙와이번 등장! 다시 한번 말합니다. 유해 7단계 블랙와이번이 등장했습니다.”
갑자기 터진 변수에 사냥팀에 혼란에 빠졌다.
이곳은 유해 5단계 마물이 등장하는 곳인데 한참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할 유해 7단계 마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블랙와이번이 왜 여기에 나타나!”
“팀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변에 사냥팀도 몇 개 없습니다.”
“최근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군.”
급박한 상황 속에서 팀장은 신중하게 판단했다.
주변 길드 사냥팀을 불러 모아 대응하다간 오히려 전멸할 수 있었다.
“주변 사냥팀에게 후퇴를 권고하고 우리도 물러난다. 그리고 초인을 부른다.”
“예? 하지만 현 초인은 사냥에 검증된 게 없습니다.”
같은 팀 젊은 헌터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연소 초인이지만 아직 사냥팀조차 구성하지 않은, 반쪽짜리 초인이었다.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그에게 자기들 목숨을 맡기자고 하다니.
하지만 팀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나이에 레벨 8이 되었다는 건 재능이 있다는 의미다. 설사 사냥 경험이 없다고 해도 유해 7단계는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하, 알겠습니다.”
한 번 더 반박하려던 젊은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당장 연락하고 우리는 세 갈래로 나눠 시선을 교란한다. 어서 움직여!”
곧이어 보내진 초인콜은 청와대로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