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세상 일이란 게 시원하게 술술 풀리는 일이 없다 싶었다.
소멸? 소멸이라고? 소멸이라고 하면 그것은 완전한 존재의 사라짐을 의미했다.
나는 윈디고에게 물었다.
“왜 소멸했지?”
[자세한 이유까지는 나도 모른다. 분명한 건 천둥새와 신이 숨기는 기색을 보였다는 것 정도였지. 내가 볼 때 자연적인 소멸은 아니었다.]그 말을 들으니 예전에 한 신수가 했던 절규가 떠오른다.
드라쿨레아를 창조했던 신수 드래곤.
녀석도 배신당하고 세상을 불태울 생각으로 투뿔 마물을 만들었다고 했었지.
그때와 지금 공통점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자칭 신이라는 녀석이다.
그 녀석이 중간에 끼어 있을 때마다 석연치 않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두 녀석이 장난질을 쳤다는 건데…….”
[나머지는 나도 아는 바가 없다.]“이 정도로도 충분해.”
윈디고의 말로 예상 이상의 수확을 거두게 되었다. 은둔의 현자라 불리는 녀석이 어쩌면 혈중섭식을 만들어낸 신수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만약 그 녀석인 게 밝혀지면 어떻게 할 거야?]용용이 말에 난 고민할 것 없이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내 운명을 비틀어버린 원흉이 사라졌다면 더 이상 책임을 물을 대상도 사라진 셈이니까.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직접 만나서 대답을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정보 제공 고맙다.”
[내가 인정한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뿐이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군.]처음과 달리 호의적으로 나오는 윈디고.
녀석이 뒤틀린 마음으로 나왔다면 얼마나 먼길로 돌아갔을지 알 수 없다.
역시 힘껏 부딪쳤던 게 정답이었던가.
자신이 인정하는 녀석에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다음 일정이 있나?]“그럼 결국 신이라는 녀석을 만나러 가는 수밖에 없겠어.”
[아아, 신을 자칭하는 그 녀석인가. 자신만이 진정한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이었지.]윈디고는 입을 닫고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러다 내가 툭하니 조언을 건넸다.
[그 녀석을 찾아가기 전에 먼저 대서양으로 가봐라.]“대서양?”
그곳에는 레비아탄이 있는 곳이다.
그걸 지칭하지 않았지만 레비아탄을 언급하는 거 같은데?
[대서양에는 마물이 있다. 우리들도 쉽게 볼 수 없는 녀석이지.]“알아.”
[안다니 얘기가 쉬워지는군. 레비아탄이라는 녀석이다.]“내가 아는 녀석과 같아.”
[레비아탄은 그 신이라는 녀석에 대해 이 세계에서 가장 잘 아는 녀석 중 하나다.]“어째서?”
[레비아탄의 탄생에 그 녀석도 관여했으니까.]여기저기 끼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군.
[그러게.]*
* *
윈디고와 헤어지고 나는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장 고속비행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먼저였다.
[무슨 생각해?]“넌 레비아탄과 자칭 신이 관련되어 있는 줄 알았냐?”
[아니, 전혀 몰랐어. 우린 그 괴물이 자기 창조주를 죽였다는 것만 들었거든. 그러니 관련된 신수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지.]“나도 마찬가지다.”
현아와 용용이의 인정을 받으면서 레비아탄은 더 이상 대서양을 틀어막지 않고 있었다.
마물임에도 신수에 버금가는 존재의 등장은 다른 신수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고 달려들 신수가 없다는 게 현아의 설명이기도 했고.
그렇다면 레비아탄은 왜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까. 숨기고 싶어서? 아니면 잊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결국 레비아탄을 만나야 풀릴 의문이었다.
그리고 어떤 녀석이 원흉인지도 알았고.
“신이라는 녀석이 문제로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문제가 많은 녀석이었네. 천둥새도 음흉하긴 했지만 녀석에 비할 바는 아닌 거 같아.]“보통 이 경우 어떻게 하지?”
자칭 신이라는 녀석은 몇 차례 동족을 해쳤다는 의혹이 있고 음모란 음모에는 다 껴서는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중이다.
이 정도면 어떤 형태의 제지가 필요해 보이는데 말이지.
[뭐 없지.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나설 녀석이 어디 있겠어?]“동족을 죽였는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아.]“확실한 경우를 묻는 거다.”
[아마 경계를 하겠지? 그게 끝이야.]애초에 기대도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손으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건 그렇고.]“응?”
[왜 말을 하지 않는 건데?]“뭘?”
[윈디고를 상대할 때 보여준 거 말이야! 그 수법!]“아아, 그거.”
더 물어보지 않으면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지. 용용이의 눈치가 예전과 달리 예사롭지 않다는 게 전해졌다.
[그거, 신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거 맞지?]“맞아.”
말 그대로 신수가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수법이었다.
권능과 기프트, 기프트와 권능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신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1년 동안 가다듬은 수법이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포스를 운용하고 권능을 발현하는 신수의 카운터다.
물론 이 수법이 있는 걸 알고 대비한다면 큰 효과는 거둘 수 없다.
대신 번거롭게는 할 수 있겠지.
“네가 볼 때 위협적으로 보였냐?”
[위협적이야. 윈디고가 그걸로 너한테 무릎 꿇었잖아?]“같은 수법은 두 번 통할 거 같지 않은데.”
[어차피 그걸로 상대를 제압하려던 건 아니잖아. 상대의 신경이 분산되기만 해도 성공인 거 아냐?]날 오랫동안 따라다녀서인가, 용용이가 보는 눈이 상당히 좋았다.
신수의 모든 것이 위협적이니 만큼 나도 녀석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나 궁금한 게 있어.]“말해라.”
[넌, 신수들을 적이라 생각하고 있어?]“…….”
용용이 말에 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장난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용용이의 기세에 나도 제대로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적이라기보다 위협적인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게 그거 아냐?]“내가 너나 현아를 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건 아니지. 하지만 넌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적어도 넌 아니다.”
[말이라도 고맙네.]하지만 용용이는 대답을 듣고 싶은 눈치였다.
어느 것이 우선일까.
인간이 바라보는 시선과 신수가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신수에게 인간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인간 입장에서 다르지.”
[우리가 너흴 위협한다는 거야?]“그것과 별개로 너희가 마음먹으면 인류를 멸망시킬 힘은 가지고 있지.”
[그건 맞아.]“그럼 그 강대한 힘 앞에 무릎 꿇고 굴복하고 있는 게 맞나?”
[하지만 힘을 기른다는 건 싸울 걸 전제로 하는 거잖아.]“대비하겠다는 개념으로 봐야지.”
[언젠가 붙을 걸 생각해서?]“그렇고 보일 수도. 하지만 너희도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너희의 기분에 따라 휘둘려야겠지.”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이의 의지에 휘둘리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그런 만큼 나는 용용이가 불만을 갖더라도 신수를 상대하는 것을 대비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신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무시하고 있으니까. 만약 모든 신수가 너나 현아처럼 대화가 가능하면 나도 힘을 쓸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맞서 싸울 수도 있는 상대를 놓고 아무 연구도 하지 않고 있으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몰라, 복잡해. 요즘 널 보면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어.]“근원을 알고 싶을 뿐이다.”
아무 생산성 없는 목표였지만 실마리가 잡힌 이상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날 미치게 만들었던 원인을 제공한 놈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니까.
죽었다면 사체라도 말이다.
[마음대로 해.]용용이는 포기한 기색이었다.
레비아탄이 있는 대서양으로 떠나기 전, 플로리다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케리와 만남, 윈디고와 격전은 지치게 만들기 시작했으니까.
이런 걸 보면 인간의 육체는 참 연약하다.
기왕이면 이 부분을 보완하고 싶기는 한데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서.
“신수나 마물의 부위를 대체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진짜 인간이 아니고 싶어서 그래?]“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인간을 포기하고 싶은 그런 건 아니고.
[그건 참 다행이야.]“그럼 쉬어볼까.”
*
* *
결과적으로 말하면 플로리다에서 휴식은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휴식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빌런들이 습격해왔다.
평범한 무장 강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녀석들은 LA에서 내게 동료들을 잃은 빌런들이었다. 원한을 갚기 위해 날 습격해왔던 것이다.
세계최강이더라도 잠잘 때 별 수 있겠냐고.
미안하지만 잠잘 때도 난 별 수가 있다. 혈종일 때 쫓겨 다닌 경험이 얼마인데 잠들었을 때 대비가 없었겠는가. 녀석들이 습격해오는 순간부터 준비하여 모조리 머리를 부숴주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임시 아지트까지 침입해서 보이는 녀석들을 다 죽여 버렸는데 과연 이걸로 끝이 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원한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 법이지.”
[또 덤벼올 거라고?]“더 비열하고 은밀해지겠지.”
그런다 한들 내게 타격을 줄 수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원한을 가진 녀석들은 그 사실만으론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빌런이란 그런 족속들이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전부 다 죽는 거지.”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네.]“그게 현실이니까.”
결국 모두 다 죽거나 체념하는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후환을 다 제거하는 타입이다. 싹조차 자라나지 못하게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행여나 싹을 틔우지 못하게 땅을 단단하게 밟아놓으면 되는 일이니까.
다음 날, 나는 레비아탄을 만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갔다.
내게 현아와 용용이를 소개받고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자 본격적으로 대서양 횡단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레비아탄의 만족도도 높았다. 신수의 위협에 시달리는 공포가 사라지면서 그 전까지 보였던 날카로움도 사라졌으니.
다만, 녀석은 마물이고, 신수를 죽인 전적이 있는 만큼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나나 녀석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서 와. 갑자기 무슨 일이야? 현아 언니도 같이 오지, 그랬어.”
“조만간 용용이랑 같이 한 번 올 거다.”
[나도 오라고? 난 쟤 싫은데.]용용이가 거부 의사를 드러냈지만 어차피 현아가 오자고 하면 올 거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어?”
“네게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우선 차나 마시면서 얘기하자.”
심각한 사안이라고 느꼈는지 레비아탄은 웃음기를 지우고는 자리를 안내했다.
“보아하니 심각한 내용 같은데.”
“심각할 수도 있고 별 게 아닐 수도 있지. 적어도 네게는.”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난 상관없어.”
“사안에 따라 네게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
어쩌면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레비아탄이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제거에 나서야겠지만.
“…불길하네. 나 평온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단 말이야.”
“억지로 붙들고 있는 평온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법이지.”
“그래서 뭔데?”
그제야 질문을 받을 준비가 된 녀석을 보며 내가 말했다.
“신에 대해 알고 있나?”
“역시, 짜증나는 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