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405
405화
“고맙다.”
[네가 그러니까 더 익숙해지지 않네. 하지만 감사 인사는 받을게. 나도 이번 일만큼은 꽤 큰 모험이라고 할 수 있거든.]이래나 저래나 용용이도 결국 신수였다. 그래서 현아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직접 보고 겪은 걸 보면서 방치할 수 없다는데 이르렀다.
오히려 이렇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적어도 발목은 잡지 않을 거니까.]“그래.”
아무리 어리바리하고 하찮아 보여도 그래도 신수다. 같은 신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네가 따로 생각한 방법은 있나?”
[있어. 그 전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일단 네가 생각한 그 방법은 그만 둬.]“바로 쳐들어가는 걸 말하나?”
[응, 그리 되면 네가 인간 세계에서 어떤 취급을 당할지 알고 있지?]“당연히.”
인류의 공적이 될 것이다. 대신 천명국과 정주호가 있는 대한민국, 신의 존재를 달갑지 않아하는 국가에서는 여론이 바뀌는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종래에는 결국 신에 대적한 인간으로 공적 취급을 받겠지.
그렇게 되기 전에 처리하는 게 내 목표다.
당연히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고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 내게 이익이냐에 대해서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나도 내 이미지가 어떠한지 잘 알고 있어서다.
[내가 볼 때 그것부터 그만 둬야 해.]“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나다.”
[그렇긴 한데, 몇 가지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가장 무모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네가 생각한 방법이 효과가 있을 거라 보는군.”
[응, 맞아. 결국 신도 자신의 존재가 발하는 기적으로 환심을 사는 거니까. 비교하자면 거리에서 맛있는 빵을 나눠주는 거지.]비교 한 번 제대로였다. 실제 신이 행하는 기적은 그것보다 더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빵을 받을 때는 참 좋아. 특히 그게 공짜라면 누구나 나눠주는 사람을 좋아하겠지. 하지만 그 빵으로 인해 일할 의욕이 사라지고 사회에 무기력함이 번져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족이 무너지면 어떨까?]“경각심을 주자?”
[생각보다 일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으면 신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여기에서 적극적이라고 하는 건.]“전면에 나서는 거지.”
[응, 네 적을 수면 위로 끌어내는 거지. 어때?]“…….”
용용이 제안에 난 입을 닫고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내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용용이가 안절부절 못했다.
[이상해?]“아니, 너무 대단해서.”
[어, 진짜?]“솔직히 감탄했다. 자칭 신과 인간 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너이기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걸 테지.”
시간은 자칭 신의 편이라고 하지만 일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으면 급해지는 것도 자칭 신이다.
특히 신의 기적이 가진 긍정적인 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부각되면 아직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경각심을 갖고, 신을 믿던 자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 강한 기적을 보여주기 위해 신을 끌어낼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 있겠으나 신에 대해 잘 모르는 채 무작정 들이받는 것보다 나은 방안처럼 들렸다.
“더 세련되게 다듬어보자.”
그리고 내 주변에는 이 방법을 제대로 다듬어줄 사람이 존재한다.
용용이가 큰 도움이 되는군.
[에헤헤헤. 이제야 내 능력을 알아주네!]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시비를 걸어주고 싶은 충동이 무럭무럭 생겨났지만 이번에는 꾹 참았다.
오늘만은 즐기게 둬야지.
*
* *
다행히 내 주변에는 이런 소스를 가공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에서 전문가 중 전문가는 진세정이다. 난 진세정을 찾아가 신의 존재를 사칭하는 자칭 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건 굉장한 위험을 동반해요.”
진세정 스스로도 유신론자이기에 신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내게 말했다.
“그럼 방법이 없는 겁니까?”
“아니요, 방법이야 무궁무진하죠.”
방금 정면으로 부정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해놓고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지?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진세정은 자신만만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신이 기적을 행한다면 그것에 사람들이 이끌려오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결국 내가 신을 믿기만 하면 되는 거고, 돌아오는 대가는 그것보다 크거든요.”
세상에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 보답이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을 믿으면 된다면 더더욱.
“그러니 장기적으로 볼 때 확산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초인님이 생각하는 극적인 반전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자칭 신은 내가 당장 들이받을 걸 상정했지, 이렇게 반격을 꾀할 걸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예상했다면 가로막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면 되는 거고.
“그럼 미디어를 이용하죠. 그걸로 신의 존재는 철저하게 배제한 채, 신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부작용을 조명하는 거예요.”
공짜로 기적을 베푼다고 해서 모든 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의 존재로 인해 그동안 지켜졌던 사회 규범이 흔들리고 국가의 기반이 약해진다. 이것은 마지막까지 인류를 지켜온 울타리를 스스로 해체하는 행위다.
마물과 빌런의 위협에서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조명하는 게 진세정의 전략이었다.
“그럼 사람들은 깨닫게 되는 거죠. 신의 기적이 좋은 건 맞는데 신을 믿는 게 과연 맞나 의심을 하게 되고, 이건 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세력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거예요.”
“좋습니다.”
진세정의 말은 용용이의 계획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과 같았다.
“대신 이 일은 저 혼자 처리할 수 없어요.”
“그럼?”
“정계, 재계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인 거죠. 국가가 한 몸처럼 움직여서 신의 공세에 대해 대응하는 거예요.”
여기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직 신의 영향력이 적은 국가도 포함이 된다.
이미 각국에서는 신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고, 신앙이 국가의 존립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 대비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저희가 앞장서면 따라올 거예요.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하면 신경은 분산될 수밖에 없고 상대가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는 늘어나죠.”
“그렇게 하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지연 전술에 불과해요. 결국 일을 해결하려면…….”
“제가 나서야 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럼 저도 편히 준비할게요.”
“필요한 건 뭐든 말씀하시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협력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우리는 자칭 신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
* *
용용이가 구상하고 진세정이 그걸 다듬으면서 내가 제안을 곳곳에 하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와대에서는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재계에서는 이세희를 중심으로 한 신성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계와 재계의 인재들이 달라붙자 진세정이 얘기했던 형태를 훨씬 세밀하게 가다듬으면서 자칭 신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준비가 완성되었다.
애초에 이런 구상을 하지 못했던 건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나나 용용이처럼 자칭 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서였고,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
하지만 방향이 확실해지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교묘하고 빠르게 완성되었다.
말 그대로 특집이었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신의 존재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에 돌입하면서 무시무시한 파장이 퍼져나갔다.
애써 부정하고 깎아내리려고 해도 이미 신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상대다.
이를 놓고 치열한 대립이 이어졌다.
국가의 역량이 동원되었음에도 기세는 여전히 자칭 신에게 유리.
그럼에도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일방적이던 흐름이 팽팽하게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겠지.”
대한민국이 대대적으로 나서서 가로막아 섰으나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다.
자칭 신의 등장으로 우려가 많던 타국에서도 협력을 요청해왔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대립하고 견제해왔으나 그들 또한 그만큼 자칭 신의 존재를 위협으로 여기고 있던 것이다.
본격적인 연대에 나서자 신의 존재를 환영하는 사람 숫자만큼 그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중에는 정답에 가까운 추리를 하는 이도 있었다. 만약 신이 이성을 가진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이라면? 인류는 마물을 신으로 모시게 되는 경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신수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신수가 신의 행세를 하는 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립이 격렬해질수록 편하게 수용할 수 없게 되지.”
모든 것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쪽에서 대책을 세웠으니 그 다음은 자칭 신이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이세희는 걱정을 드러냈다.
“준호 씨는 신과 맞설 생각이신 거죠?”
“맞아.”
“당장은 신에 대한 의구심이 번져가고 있어도 이 현상이 오래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신의 정체가 마물이던 신수던 간에 기적을 행한다는 건 바뀌지 않는다.
간절한 상태에서 기적을 경험하게 된 이들은 신의 열렬한 신도가 될 것이고, 대상자가 늘어날 때마다 교묘하게 신을 깎아내리려는 것에 적의를 보일 것이다.
“원망의 대상은 준호 씨가 될 거예요.”
“그게 문제 될 게 있나?”
“그건 아니지만, 정말 신에게 맞설 생각이신가요?”
“…….”
한 번 대답한 걸 왜 다시 한 번 묻는 건지 몰라 이세희를 바라보았다.
걱정이 지워지지 않은 채 그녀는 날 설득하려 들었다.
“신의 정체가 어떤 것이든 간에 사람들 눈에는 신이라고 보일 정도의 능력을 가진 존재에요. 그만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이만한 세력을 일궈냈다는 건 조심성마저도 겸비하고 있다는 거고요.”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상대, 이세희가 제대로 봤다.
그리고 여태껏 상대해온 적들 중 가장 까다로운 녀석이다.
“전 준호 씨가 타협하길 원해요.”
“내가 그러지 않을 걸 알면서?”
“네, 그래도요.”
“안 돼.”
시간은 어차피 자칭 신의 것이다. 그런 신과 타협한다는 건 언제든지 날 처분할 수 있게 내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에 불과했다.
그걸 참는다고?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날 죽일 수도 있는 적을 가만히 둔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다.
서로가 적인 걸 인지한 순간, 누군가 하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주도권을 내어준 것은 혈종이 되었을 때 한 번으로 충분하다.
내 의지를 읽은 이세희의 얼굴이 수심으로 물들었다.
“세상이 적으로 돌아선다고 해도요?”
“그래.”
“알겠어요. 그럼 더 권하지 않을게요.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해보라고 지시할게요.”
“고마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해요.”
“이 정도면 충분해.”
무작정 쳐들어가는 것만 생각했던 내게는 이 정도만으로도 굉장한 성과였다.
과거의 나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인 만큼 주변의 도움이 크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마 저쪽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언제 움직일까?”
“당장 내일이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걸 기다리고 있어.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움직일 거고.”
그리고 얼마 후, 자칭 신의 반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