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406
406화
시작은 내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등장하면서다.
그들은 내가 정의로운 초인이 아니며, 빌런이 운이 좋아 초인이 된 거라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비호를 받아 이미지를 쌓아왔다고 주장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지금 하는 형태는 엄밀히 말해 흠집 내기다.
증인은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는데, 유럽에서 내게 기프트를 빼앗긴 적 있는 키어런 우들리가 기존 유럽 연합의 기조를 뒤엎고 양심선언을 했으며, 중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증인이 나타났다.
한 번 물꼬가 트여서일까. 러시아는 물론, 동티모르, 이집트에서도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내게 안 좋은 감정이 있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조금 더 살펴보니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인원이 동원된 거라면 뒤에 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현재 이만한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자칭 신밖에 없다.
진세정은 이를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좋지 않아요.”
“어떤 점이?”
“흘러가는 모든 부분이요.”
그러면서 설명하길, 상대는 내게 일방적인 비난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실에 거짓을 조금씩 섞어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게 효과가 있는 이유는 간단했는데.
“신은 결국 기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반대로 난 그럴 수 없고.”
“네.”
비슷하게 서로 나쁜 녀석이라면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인간이란 동물의 속성이다.
자칭 신은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반격을 해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우위에 있으면서 내가 가장 아파할 부분 말이다.
“신이라고 해서 고고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인간을 잘 파악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인간보다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신이란 건데.”
“네, 그러네요.”
진세정의 표점만 봐도 자칭 신의 대처가 꽤 괜찮았다는 게 느껴졌다.
“대책은 있습니까?”
“…논의를 해봐야 할 거 같아요.”
현재 자칭 신에 대응해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계와 신성그룹을 중심으로 한 재계, 그리고 진세정이 참여해서 대응 체제를 수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세정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했다.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서인지 진세정은 침울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무능한 탓에.”
“그럴 리가요.”
“제가 좀 더 나았다면 초인님에게 나은 방법을 제시했을 거예요.”
“상대는 자칭이래도 신입니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가 처한 상황, 상태, 환경에 따라 선택지는 무수히 갈리는 법이다.
하물며 진세정은 본인이 아닌 날 위해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그 안에는 그동안 내가 벌인 일들이 다 포함되어 있고.
그리고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수 있음을 난 알고 있었다.
“제 업보가 돌아오고 있을 뿐입니다.”
이리저리 비틀고 뒤틀어도 결국 내가 저지른 일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모두 감수해야 할 일일 뿐이었다.
*
* *
그 시각, 청와대에서도 비상이 걸려 있었다. 천명국은 참모들과 먼저 회의를 한 뒤 정주호를 불러 다음 내용에 대한 논의를 나누었다.
“상대의 공략이 꽤 효과가 있어.”
“멍청한 녀석들이지. 최준호와 분리시켜놓으면 자기들은 손쉬운 먹이가 된다는 걸 모르고.”
신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여론전은 최준호에게 뼈아픈 결과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신의 세력 확장을 각국이 경계를 하며 공조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그들 또한 최준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것이 아니다.
그동안 최준호가 벌인 일들이 다시 한 번 조명됨에 따라 반 최준호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공조에 영향을 끼쳤다.
“위정자들이 거기까지 상관할 부분은 아니니까.”
“멍청한 것들.”
“대책 수립이 시급해 보이는데.”
“형님이 생각한 건 없수? 그래도 시뮬레이션 기프트 보유자 아니요.”
“없다.”
“없다고? 시뮬레이션 기프트를 보유했는데 그 무수한 상황을 가정하면서 대책 마련이 되지 않아?”
“그만큼 현재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천명국은 무수히 많은 상황을 가정해서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전부 허사였다.
그만큼 신의 반격이 적절하면서 강력하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천명국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건.
“최준호 초인이 그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이미지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최준호의 대응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천명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거짓이 섞이긴 했어도 그동안 녀석이 벌인 일은 맞으니까. 최준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결코 부인하지 않아.”
“네가 설득해줄 수 없을까.”
“어려울 거요.”
“으음.”
그럼 이대로 주도권을 내어준 채 질질 끌려가야 한다.
“가장 아픈 건 국내 여론이다. 국내 여론이 나빠지면 우리도 뜻대로 움직이기 힘들어져.”
천명국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국내 여론이다. 만약 최준호의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국회에서 이반이 일어날 것이고 그 다음은 행정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지율 관리에 있어 전무후무한 능력을 갖췄다고 하나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겁니까?”
“반전을 일으킬 움직임이 필요해. 네가 최준호 초인을 설득해서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부인하는 움직임은 보이게 해 달라?”
“그래.”
“쉽지 않을 텐데.”
“지금도 기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서 숫자가 더 많아지면 신을 적대하는 최준호의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려.”
“알았수.”
정주호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
* *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리긴 했네.]용용이 말에 난 부정하지 않았다.
조금 전 돌아간 정주호가 한 말도 손해를 최소화하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거절했다.
“내가 신을 끄집어내는 것처럼 녀석도 날 끄집어내는 거겠지.”
[맞아.]저번 생에서도 그렇고, 과거로 돌아온 뒤에도 가장 공감하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먼저 때리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 논리에 충실하여 움직였지만 이쪽의 공격은 자칭 신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기습이 실패하면 그 다음 치러야 하는 대가는 뼈아픈 법이다.
[이대로 흘러가면 너한테 좋지 않아.]“외통수에 걸렸군.”
그동안 신수들의 행동에 근거해서 움직였던 것이 패착이었다.
자칭 신의 대응은 신수보다 인간에 훨씬 가까운 형태를 띠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분명 지금 흐름은 녀석에게 유리하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왜냐면 내 이미지가 정의로운 거랑 거리가 머니까.”
[엉?]“이것저것 거짓을 섞어봤자 결국 기존의 내 이미지가 이미 존재하지. 그것에 타격을 줄만큼 치명적이냐면 그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내게 치명상이냐면 그건 또 아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내 이미지는 초인보다 빌런에 가까워서다.
서로 한 수를 주고 받은 뒤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칭 신은 지켜야 할 이미지가 있다면 나는 그런 게 없다.
“서로 진흙탕에 처박힐 수 있다면 나한테 손해는 아니지.”
꾸준히 손해가 누적되겠지만 조용히 기다리며 기회를 엿볼 생각이었다.
[그거 그냥 될대로 되라는 거 아냐?]“아닌데.”
[네 가족들이 걱정하는 건?]“원래 걱정 많이 끼쳤으니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넌 진짜 대단한 인간이야.]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군.
*
* *
최근 돌아가는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윤희도 느꼈다.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에 오빠에게 잔소리를 했지만 돌아오는 건 속 편한 소리뿐이었다.
“진짜 이 양반 때문에 늙는 건 나야, 나.”
어째 실력이 느는 것보다 한숨이 느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기분이다.
오빠는 괜찮다고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동안 저질렀던 짓들이 교묘하게 비틀려서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중이었고, 이것들을 주제로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난장판이 되었다.
만약 이곳 분위기도 넘어가게 되면 여론은 급속도로 뒤집힐 것이다.
한국도 이런데 다른 국가라고 오죽할까.
윤희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거 가만히 두고 보면 안 되는데.”
하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다.
이게 정말 신이라고 칭하는 작자가 벌이는 짓이란 말인가.
치졸하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절묘하게 후벼 파는 것이 있어서 대단하다 싶었다.
“무슨 신이 이래.”
불만을 담아 한껏 비하했지만 신의 존재가 부각됨에 세계는 신에게 귀의하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신하고 잘 지낼 방법은 없나?”
제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자신의 오빠랑 대적하는 건 귀찮은 일일 것이다.
서로 손해만 본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협상의 묘미다.
그 방향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오직 자신만 고고하다고 하는 신하고 최준호랑 잘 지낼 수 있다고?
“…될 리가 없지.”
10초도 되지 않아 깔끔하게 포기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세울 필요는 있어보였다.
그게 뭔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낼 수 없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서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걸 선택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짧았다.
“사이가 좋아질 수 없지.”
“왜?”
“녀석과 나 사이에 얽힌 것들이 많아. 누군가 하나는 죽어야 끝날 거다.”
“그래서 신을 죽이겠다고?”
“신이 아니라 신수다. 신을 자처하는 녀석일 뿐이지.”
“말이 그렇지, 이미 세계에는 신으로 알려져 있잖아.”
신수나 신이나 얼마나 차이가 크다고.
그걸 굳이 구분하려는 거나, 신을 죽이겠다고 떠드는 거나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제로 그걸 자처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녀석이긴 하지.”
“그 정도면 현실하고 타협할 수도 있는 거잖아. 왜 꼭 죽이고 죽여야 해.”
윤희는 오빠가 상대와 타협해서 평화로워질 바랐으나.
“내가 마음을 바꿔도 녀석은 그러지 않을 테니까.”
“아, 진짜! 오빠 태도가 그렇게 뻣뻣한데 상대가 좋게 볼 리가 없잖아.”
“이게 나니까.”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린 윤희는 최준호를 외면하고 출근했다.
왜 매번 상대를 꺾고 부러뜨리고 부숴버려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로 하나씩 양보해서 대립을 피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세상사 모든 일이라는 게 서로가 마음에 들 수 없는 법이나 그게 전부 원수가 된다는 의미도 아닌데.
진짜 압도적인 힘이 아니라 어설프게 강했으면 빌런으로 수배되기 딱 좋았다.
“차라리 신을 믿어버려?”
어떤 설득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오빠보다 신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푸념에 가까운 생각이었지만.
그 사이 최준호의 이미지는 빠른 속도로 나빠졌다. 윤희가 걱정하는 임계점을 넘지 않았지만 이러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러다 세상 전체가 오빠를 욕할 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잠에 들었던 윤희는 자신의 영혼이 다른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느꼈다.
[눈을 뜨라.]어? 이게 뭐지?
눈을 뜬 그녀 앞에 펼쳐진 것은 순백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눈부신 광휘에 휩싸인 인영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이 현상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신?”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신이라는 게 느껴졌다.
신수라며? 누가 봐도 상상 속에 존재하던 신 그 자체였다.
존재만으로 기대고 싶어지고 한없이 믿음을 주고 싶은 그런 초월적인 존재.
보는 것만으로 저절로 드는 감정들에 윤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그 신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에도 마주하는 순간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진 채 신을 향한 무한한 신뢰가 생겨나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아니, 꾸며진 것이다.
경계심이 생겨나는 순간, 흐릿해지려던 정신이 바짝 고삐가 잡혔다.
[너의 고민을 말해보라.]“제 고민을 들어줄 수 있나요?”
[바라는 게 이루어지리라.]정말 신이라는 건가.
뭐든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윤희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구제불능 우리 오빠 정신 좀 차리게 해주세요.”
매일 사고만 치는 오빠가 정신을 차리는 게 윤희의 소원이었다.
아들 걱정에 매일 한숨을 내쉬는 부모님의 모습을 이제 그만 보고 싶었다.
신이라면 성격 개조가 가능하다는 것도 들어 알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 사고를 치던 아들을 착하게 만들어달라는 소원을 빌어 몇 가지 계기를 통해 성실해졌다는 후기가 인터넷을 강타하는 중이었다.
오빠가 성실해지면 부모님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오빠란 인간이 성실해지는 그림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지만 윤희는 소원을 빌었다.
매일매일 어떤 새로운 사고가 터질지 마음을 졸이는 것도 이젠 지치던 참이다.
[…….]하지만 신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뭔가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한참 있다 돌아온 건 조금 전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른 소원을 말해보라.]“소원 말했잖아요.”
[불가능하다.]“왜요?”
[…….]기다리다 답답해진 윤희가 가슴을 두드렸다.
그 고매한 신마저도 오빠의 성격을 고치지 못한단 말인가.
[그는 규격 외의 인간이다.]“그래도 인간이잖아요. 그쪽은 신이고. 신이 그것도 못해요?”
[…….]신은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