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413
413화
리카르도, 리우 왕.
마카오에 자리 잡은 이 두 빌런은 한때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녀석들로, 리그의 토벌 이후에도 살아남아 독자적으로 생명력을 이어나간 바퀴벌레 같은 녀석들이다.
그래서 한때 뒤에 리그가 남아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으나 그런 것치곤 세력이 빈약하여 관심 밖으로 사라진 녀석들이다.
요컨대 자기들이 잘나서 살아남았다기보다 필요악으로 남은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무시무시한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더니, 홍콩, 광둥 연합 정부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것이 리카르도와 리우 왕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녀석들이 진즉에 두각을 드러냈을 테니까.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실망스러웠다.
“…결국 아는 게 없다는 거로군.”
“그, 그렇습니다. 저희는 리그와 무관합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를… 끄아아악!”
난 리우 왕의 다리를 짓이겨 부러뜨리고 으스러지게 만들면서 리카르도에게 시선을 옮겼다.
두려움에 질려 달달 떠는 녀석은 처음 마주쳤을 때 자신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누구보다 리그와 가까웠다면 지금은 리그와 전혀 관계없음을 내게 어필하고 있었다.
“결국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거로군. 조무래기들이었어.”
“차, 착각이라니!”
“그럼 리그와 관련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냐?”
“…….”
“너흰 미끼야. 리그를 제거하고 싶은 자들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은 미끼.”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끄악!”
발끈하던 녀석은 내게 쇄골이 부러진 뒤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이미 전후사정은 다 이해한 후였다.
“그 증거가 너지. 이런 상황에 처해도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잖아?”
결국 자신이 미끼인지도 모른 채 날뛴 멍청한 녀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녀석들은 빌런 조직에서 숱하게 보이고 또 보이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수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이런 곳에 흔적도 없어야 할 아르고스의 흔적이 발견되었으니까.
그것이 말하는 바는 하나였다.
녀석은 파편화 된 조직을 묶어 리그를 부활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당장 보유한 세력이 없으니 이런 찌끄러기들의 손마저 빌리는 거겠지.
다만 그 의도가 전해질 뿐, 녀석이 어디 있는가 증거는 별개의 문제였다.
“끝내자.”
“사, 살려…….”
퍽! 퍽!
난 리카르도와 리우 왕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던 하찮은 빌런들의 볼썽사나운 시체만 뒹굴고 있었다.
진즉에 죽어서 사라졌어야 될 녀석들이 날뛰고 있는 게 현재 혼란한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몇 가지 흔적은 발견했잖아?]용용이는 희망을 가지라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대로 가면 별로겠지.”
난 사무실 밖으로 나와 아지트를 향해 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쾅! 콰앙! 콰과과광!
무시무시한 폭음과 함께 아지트 곳곳이 파괴되었다.
어마어마한 굉음에 사방팔방 흩어져 있던 빌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하게 박멸하면 되겠어.”
*
* *
빌런 잔당 소탕을 마친 뒤 나는 다른 곳으로 간 버서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쪽은?”
[크크, 아쉽게도 발견하지 못했다. 거창하게 리그 이름만 내세웠고 실속은 전혀 없는 녀석들이더군.]“전혀 연관이 없다고?”
[몇 가지 흔적은 있더군. 사실유무를 판별한 뒤 전달해주지. 하지만 거짓일 수도 있다.]역시나, 저쪽도 허탕이었다. 예상하던 바였기에 난 더 묻지 않았다.
그러다 여태까지 연락이 없는 정다현을 떠올리고는 물었다.
“정다현은?”
[글쎄다, 재미를 보느라 바쁜 거 아닌가? 몸이 아주 근질거리는 얼굴이던데, 크크.]저건 버서커식 표현이고, 그동안 나와 움직일 때 배제된 정다현이 상당한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임무에 그걸 연동시킬까.
내가 아는 정다현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보다 더 깔끔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면 수행하겠지.
[저쪽도 연락이 왔군. 끝났다고 한다.]“그래?”
완전히 홀로 움직인 나와 달리 버서커와 정다현은 보조해줄 인력과 함께 파견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현장을 파악하는 속도가 빨랐다.
“어떻게 됐는데?”
[그게, 으음.]난 버서커에게 정다현이 있는 현장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벌어지긴 벌어졌지. 그런데 이건 내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거로군.]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녀석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란 말인가.
[내 입으로 말하기 뭣하니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보는 게 좋겠어.]“그럼 내가 연락하지.”
[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이번 일에 내가 관련된 건 없다. 전적으로 정다현의 판단에 의한 일이다. 정말이다.]“…….”
[그런 걸로 알고 끊겠다.]그렇게 끊긴 통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도 궁금해. 정상적이던 인간이 널 만나 얼마나 상하게 된 건지 궁금하거든.]용용이의 악담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며 정다현의 행적 파악에 나섰다.
*
* *
본래 나는 이번 작전에 나서면서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자칭 신의 등장으로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빌런 조직을 소탕하는 작전이었다. 그 이면에는 자칭 신이 쓸 수 있는 전력을 망가뜨린다는 의도도 있었기에 상당한 악평을 받을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계획은 예상치 못한 정다현의 돌출행동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빌런 조직을 소탕하는 것도 모자라 마침 조직을 방문한 그 지역 시장마저 정다현의 칼에 목이 달아났던 것이다.
유력자와 빌런의 결탁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다현의 칼에 목이 날아간 시장은 한 국가의 두 번째 도시 시장이었다는 점, 차기 정권을 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자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다현은 그저 빌런을 죽였을 뿐인데.
그나저나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네가 하던 짓이잖아!]“아, 그러네.”
[근데 네 영향을 받은 애는 그거보다 더해! 와! 이거 진짜 너보다 더 한 거 같은데?]용용이의 말이 딱히 틀리지 않은 것이, 정다현의 맹활약으로 인해 내 활동은 기사 몇 줄 나오지 않은 채 온통 정다현에 관한 내용으로 뒤덮여 있었다.
놀라운 그녀의 신위에 대한 찬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선을 넘은 손속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인으로 나와 어울린 것을 꼽았다.
누가 보면 안 좋은 영향 끼친 줄 알겠군.
[설마 네 잘못이 아니라 생각하는 거야?]“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와,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네. 대단하다.]“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진심이야?]“그래, 진심이다.”
이런 내 진심은 서울로 복귀한 뒤, 풀이 죽어있는 정다현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죽일 놈을 죽인 거다. 잘했어.”
“정말요?”
“다른 녀석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지. 넌 네 정의를 실천한 것이고 거기에 후회는 없는 건데. 안 그래?”
“네. 앞에서는 그렇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국민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빌런들과 손을 잡고 대권을 노리다니, 참을 수가 없었어요.”
보통의 경우엔 살려두는 정다현조차도 손을 쓰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저는 왜 그렇게 행동한 걸까요?”
“네가 그 국가의 공권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지.”
“…….”
“만약 체포되었다면 그 녀석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니에요. 아마 어떤 수를 써서라도 몸 성히 나왔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가장 큰 꿈인 대권이 물거품이 된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대가를 치른 것일까.
정다현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목숨을 잃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진심이시죠?”
“어.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건 결국 목숨인 법이니까. 남을 상처 입혔다면 자기도 상처 입을 각오를 해야지. 그게 이 바닥의 룰이잖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럼 된 거야. 주변에서 어떻게 떠들더라도 네게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어. 네가 신경 쓰지 않으면 네 정의를 들여다보게 될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그럴게요.”
말을 잘 듣는 학생인 정다현은 이럴 때 장점을 발휘한다. 아마 100%는 아니지만 내 말대로 더 이상 주변에서 떠드는 걸 신경 쓰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그곳에서 본 정보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
“네.”
정다현은 빌런의 아지트를 침입하여 토벌했을 뿐만 아니라 내 부탁인 리그와 연관성에 대해 조사했다.
전 국가수호국 팀장이었던 만큼 그녀의 능력은 발군이어서 내가 놓친 흔적을 발견했을 확률은 높았다.
하지만 정다현에게서 흘러나온 말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우선 리그와 연관성이 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역시 그런 건가.”
“네. 아마 오빠가 봤던 것처럼 그들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럼 아직 준비 중이라는 건데.”
“꼭 그것만은 아니에요.”
“아니라고?”
“네, 제가 관련 극비 서류를 먼저 살펴봤어요. 그런데 교묘하게 장난을 쳐놓은 곳에서 인위적으로 흔적을 남겨놓은 걸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의 발견이었다.
“아마 아르고스는 리그 부활을 위해 빌런 조직의 정예를 차출해간 듯해요.”
“그걸 정작 조직을 이끄는 녀석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그 사람들은 특수한 임무를 시킨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르고스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거죠.”
이건 그냥 지나치기 힘든 정보였다.
왜냐하면 나도 서류 몇 개를 살펴보다가 인원이 비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외부로 임무를 나가 운이 좋은 녀석들로 치부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런 빌미로 인원을 차출했다면?
그 숫자는 만만찮게 많을 확률이 높았다. 한 번일 땐 우연이라면 그 다음은 필연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여러 가지가 더 있죠.”
“나도 본 것들이군.”
“그렇다면 역시…….”
“역시?”
말을 하는 정다현의 얼굴에서 망설임의 기색이 묻어나왔다.
난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이건 저만의 추측이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괜찮아, 여러 생각을 듣고 판단하고 싶으니까.”
“그럼…….”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정다현은 결심을 굳힌 듯 내게 말했다.
“저는 이 일련의 흐름을 보고 아르고스가 오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게?”
“네, 그는 한때 세계와 대적했던 조직을 이끌던 사람이에요.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어설프게 흔적을 드러내면서 오빠가 쫓아오도록 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다현의 말은 일리가 있다.
리그는 철저한 점조직으로 오랫동안 본부가 노출되지 않은 채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수직적인 명령 체계를 유지하여 각국 정부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아르고스 본인의 능력과 기프트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그런데 나나 정다현에게 발각될 정도로 움직인다?
우리 둘 다 프로이기에 오히려 의심이 더 커졌다.
나도 나름 결론을 내렸지만 정다현의 생각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아르고스는 오빠를 부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