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둘은 한때 프란츠 이후 유럽을 이끌어갈 초인으로 평가받았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자칭 신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자처했다.
얼마나 질이 낮은 인간들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면에 깔린 욕심을 볼 때 신에게 협력하는 것도 권력을 쥐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예상하고 있던 거지?]당연한 이야기다.
그 사이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로써 프란츠는 완전히 사라졌군.”
“본래 계획에서 10년 이상 늦어졌다.”
“완전한 축출이 이루어진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지.”
“틀린 말은 아니로군.”
“신이란 게 대단하긴 해. 그 완고한 영감마저 바꿔놓을 줄이야.”
감탄 섞인 칼슨의 말에 앙투안이 시니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심하는 순간 우리도 충실한 종이 되어 발바닥을 핥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
“그것만은 피하고 싶군. 그래도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나.”
“잘 알지. 프란츠 세뇌를 위해 감수한 게 만만치 않다는 걸 들었으니.”
이들도 자칭 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란 걸 눈치 채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제대로 협력할 의사는 없어보였다.
“프란츠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죽어도 좋고 저쪽 진영에 자리 잡아도 나쁠 게 없겠지.”
“바로 명분을 손에 넣느냐, 결정적인 순간 배신하느냐인가.”
“그보다 우리 상황을 더 신경 써야지.”
“음.”
칼슨이 가벼운 침음으로 앙투안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중요한 건 신의 회복 시기다. 감추려고 하지만 정상이 아닌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
“아직 가능성만 아닌가? 심증은 있다지만.”
“심증이라고 행동에 옮기지 못하면? 실컷 원하는 걸 들어주다가 종속되자는 건가?”
“방법은 있고?”
“바티칸에 들어가는 물자를 조절하는 거다. 티탄으로 볼 때 신이 필요로 하는 건 평범한 물자들이 아니지. 제2, 제3의 리그가 나타나는 걸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막아서면 된다.”
“신이 나서면?”
“협상하면 되겠지.”
칼슨은 신의 존재에 대해 적잖은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했지만 앙투안은 서로가 서로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 경쟁자로 보고 있었다.
깊이 알지 못하지만 이 자들이 그동안 보인 행동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신은 나아. 협상이라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 다른 녀석은… 으!”
“그만!”
앙투안이 신음을 흘리고 칼슨이 소리쳤다. 이야기 흐름상 내가 언급되면서 만득이가 만든 독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효과가 좋군.
우웅! 우웅!
만득이도 자신이 만든 역작이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자 뿌듯했나보다.
더 들을 내용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필사적으로 독을 억누르려고 하던 녀석들은 날 보더니 기겁했다.
“헤, 헤드 브레이커! 크아아악!”
“네, 네놈이 어떻게.”
“볼 일 보러.”
내 등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진 않았는지 그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었다.
당연하지만 내가 좋은 의도로 이곳에 왔을 리 없지.
“우, 우리는 네가 적대하는 신과 대립하고 있다. 우릴 살려두면 네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그래. 지금 이 시대에 신이라니, 시대착오적이다. 서로 원하는 게 있다면 우린 손을 잡을 수 있다.”
“신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걸까.
둘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근데 내 말의 어디가 긍정적으로 읽히는 건지 모르겠다.
다 처리하겠다는 의미인데.
“뒤통수가 근질거리느니 확실히 처리하는 게 더 나아.”
난 두 녀석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퍽!
*
* *
유럽이 조용히 불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신문에서 사용한 제목이다.
그 제목에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은 세계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걸 느꼈다.
시작은 프란츠의 실종이었다.
유럽 연합에서 실각 한 이후, 망명을 했다고 알려진 그가 실종되었다.
거기에서 그쳤다면 그냥 스쳐 지나갈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새롭게 유럽 연합을 이끌어갈 거라 생각되던 앙투안과 칼슨이 실종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연합 내 초인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전부 열렬한 신의 추종자였다.
드러난 증거가 없지만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한 명뿐이다.
헤드 브레이커, 최준호.
인간의 몸으로 신에게 대적하고 나선 그가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을 열렬히 따르는 추종자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유럽 어딘가에 숨어있을 그를 샅샅이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증거가 없으니 헤드 브레이커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것이 신을 따르는 이들로서는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
* *
[인간은 참 신기하단 말이지. 누구 소행인지 다 알고 있으면서 정작 증거가 없다고 확정 짓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야.]내가 유럽에서 벌인 일련의 일들을 보고 느낀 용용이의 소감이었다.
난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유럽 연합 내부에서 앙투안과 칼슨을 처리한 뒤, 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것은 유럽 내에서 자칭 신을 따르는 세력의 일소였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자칭 신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언제든 자칭 신의 전력이 될 수 있는 걸 미리 없애두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행동에는 자칭 신을 향한 도발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현재 완전하지 못한 상태인 건 분명했다. 그럼에도 나설 수 있으면 나서보라.
자칭 신의 온전한 영역은 바티칸에 한정되어 있고 유럽은 지지자들의 영역일 뿐이지 딱히 이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 땅이라 생각할 수 있어 분노하면 뛰쳐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칭 신은 참아냈다.
근데 과연 이게 자의적으로 참는 걸까.
“이걸로 분명해진 것도 있지.”
[뭔데?]“육체를 잃은 게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날 막아설 생각이 없다는 것.”
[신중하네. 다른 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했어.]“음흉하다는 이야기지.”
물론 행동에 나섬으로써 나를 향한 여론은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었다.
특히 프란츠에게도 손을 썼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중인데, 다른 초인들도 줄줄이 내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부 다 감수할 생각이었지만.
[괜찮은 거야?]“신경 안 써.”
[자세한 내막을 밝히는 게 낫지 않아? 안 그러면 주변 사람들도 오해할 텐데.]“걱정하는 거냐?”
[걱정 되지.]용용이가 마음 써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조금 전 말한 대로 난 진짜 신경 쓰지 않는다.
자잘한 부분을 신경 쓰다 보면 가장 급한 일을 처리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네게 가장 급한 건 신을 처리하는 거구나.]“녀석이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없으니까.”
끝내 침묵하는 녀석이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면 나도 선택하면 된다.
“녀석이 회복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리고 본체를 직접 친다.”
난 얼마 전 얻은 정보를 떠올리며 움직였다.
목적지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였다.
*
* *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초인을 처리하고 틈틈이 자칭 신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브레인워싱으로 무분별하게 정보를 뽑아들던 내게 걸려든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마물의 부산물을 가공하는 공장의 존재였다.
유럽의 몇몇 국가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마물 부산물 가공의 강국이었다.
그중 몇몇 장소에 등급을 판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부산물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정보였지만 날 잡아끈 것은 티탄에 관한 의도적인 정보 유실이었다.
자칭 신이 티탄의 사체를 확보했다면 그걸 어디에서 가공할까.
당연히 가공할 곳은 한정되어 있다. 그 말은 유럽 곳곳에 흩어져서 신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나도 그냥 지나칠 뻔했지.”
[그치? 원래 그런 거지?]“상대를 높게 평가하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액면 그대로 보면 진실이 보이는 법이지.”
그냥 사체만 확보하면 언제고 육신을 갖출 거라 생각했으니까.
두려움을 가지면 그 중간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아진다.
외면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자칭 신이 굳이 행동을 삼갈 필요도 없고 육체도 바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신을 자처하면서 사고방식은 그 어떤 인간보다 가까웠으니 대처 방법도 인간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의문은 손쉽게 풀려버렸다.
내가 마드리드로 온 이유였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어? 이거…….]“제대로 왔군.”
마드리드 부산물 공장에는 이제껏 마주한 그 어떤 전력보다 많은 각성자 전력이 모여 있었다.
일개 공장에 이렇게 많은 각성자들이 모인 이유는 뭘까.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하려고?]“전부 처리해야지.”
난 망설이지 않고 공장을 습격했다.
*
* *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마드리드의 마물 부산물 공장에는 한편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아, 악마야!”
“사, 살려줘! 끄아악!”
사지가 뒤틀린 채 감전되어 몸을 떠는 사람과 팔다리가 날아간 채 허우적거리다 머리가 날아가 생을 마감하는 이들.
다양한 형태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 모두 한 사람에 의해 죽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헤, 헤드 브레이커야!”
“악마다! 악마야!”
“사, 살려…….”
그들은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하지만 악마의 손을 피할 수 없었다.
근거리를 허용하면 그가 뻗은 손에 머리와 팔다리가 부서져나갔고, 설령 거리를 둔다고 한들 저격에 전신이 구멍이 뚫려 생을 마감했다.
시체로 산이 쌓여가고 바닥에 고인 피는 강이 되어 흘러갔다.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신의 협력자들이다.
알고 협력했던 모르고 협력했던 그 대상자들은 모두 죽일 대상이다.
저 멀리 도망치던 각성자의 머리까지 저격으로 부숴버린 최준호는 마드리드 공장에서 가공하고 있던 신의 육체 일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하얀 광휘에 휩싸여 절로 신실한 마음에 들게 만드는 그것은 신의 육체가 틀림없음을 드러냈다.
최준호는 그 앞에 섰다.
“이거면 어느 정도 분량이지?”
[손가락 하나 정도 분량밖에 안 되는 거 같은데?]“겨우 그 정도인가.”
[그래도 타격이 커.]그건 당연한 말이었기에 순순히 동의했다.
“손가락 하나 정도 없어도 불편한 법이니까.”
최준호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광휘가 제멋대로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최준호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신체가 네게 이식되려고 하는 거야?]“왜 나한테?”
[넌 그럴 힘이 있는 실력자니까.]하지만 받아서는 안 된다고 용용이는 조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신의 힘을 받아 신의 육체 일부가 된 이것이 나와 결합되는 순간 끊임없이 내 육체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란 이야기였다.
[신수의 신체는 그 자체로 영성이 있어. 너와 상성이 맞지 않아.]“내가 욕심 내는 것처럼 보였나?”
[궁금해서 실험해볼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용용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라서 그것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괜히 귀찮아질 듯하니 모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최준호는 주위를 맴도는 신체를 잡고 힘을 줬다.
콰직!
신의 육체는 그의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