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46
46화
“마물에 피해, 전무.”
“누리, 건재합니다.”
“아방가르드 길드가··· 실패했습니다.”
“······.”
보고가 올라오는 순간, 대통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실패할 거란 최준호의 확언이 있었지만 내심 아방가르드 길드가 성공하길 바랐다.
자신은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형길드의 세력이 커지는 걸 바라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더 많이 살길 원했다.
대한민국 3대 길드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며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철심’ 이찬택이라면 누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찬택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어 왔던 초인이기에.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차원이 다르군.”
다온 때와 다른 절망이었다.
제7호 마물인 다온은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헌터들을 괴롭혔지만 온전히 전력이 투사됐을 때 사냥에 성공했다.
하지만 누리는 확 트인 곳에서 아방가르드 정예 전력이 다 나서고도 졌다.
그것도 타격조차 주지 못한 채.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순서인 최준호가 나서야 한다.
근데 아방가르드 길드와 달리 최준호는 혼자다.
과연 그가 막을 수 있을까?
여태까지 최준호가 했던 말이 틀린 적 없다고 하지만 홀로 다니는 것과 이제 갓 초인이 되었다는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차라리 사신 길드와 합류하게 해서 누리를 요격하는 건 어떨까?
“최준호의 위치는 어디인가?”
“그게··· 누리가 있는 곳으로 곧장 직행했습니다.”
“뭐?”
대통령과 천명국이 경악했다. 전력을 더 끌어 모아도 모자랄 판에 홀로 갔다고?
그렇다고 막지 못한 책임자를 탓할 수도 없었다.
현장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초인의 의사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뒤이어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후퇴한 아방가르드 길드원이 후속 부대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이찬택 초인이 누리를 막기 위해 남았다고 합니다!”
“미련한 양반 같으니라고.”
“빨리 물러나라고 전달해!”
이찬택은 실패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르려 하고 있었다.
“최준호 초인! 누리와 충돌했습니다!”
“끝인가.”
대통령이 포기하려던 순간, 천명국이 놀라 외쳤다.
“어? 그런데 밀리지 않습니다!”
“격전 중! 팽팽합니다!”
사냥 과정을 영상으로 담을 수 없었다. 하지만 관측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포스의 폭발이 연이어 감지되었다.
대통령은 각성자가 아니었지만 표기되는 포스량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이건 상식을 뛰어넘은 수치였다.
“···이게 홀로 발산할 수 있는 포스량이던가?”
마치 두 마물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천명국이 말을 보탰다.
“다른 초인보다 월등한 양인 건 분명합니다. 이 정도 수치는 최강으로 분류되는 외국의 초인들 정도나 가능해 보입니다.”
“최준호가 세계최강 수준이라고? 이게 말이 되나?”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25세의 나이에 올해 각성자가 되었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아 세계최강 반열이라고?
어느 나라 어떤 각성자가 가능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최준호는 상식에서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상식을 생각하면 홀로 8단계 마물을 상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사이에도 격전은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팽팽하던 힘과 힘의 대결은 어느 순간 한쪽으로 기울었다.
“누리의 반응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최준호 초인의 포스량은 여전합니다!”
최준호가 우위를 점했다고 할 때 모두 손에 땀을 쥐었고.
“누리의 반응 소멸!”
“누리 사망! 최준호 초인이 사냥을 성공했습니다!”
와아아!
사냥 성공 사실이 알려지자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뒤이어 뉴스로 속보가 떴고, 하락하던 증시가 일제히 폭등하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냥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환호했다.
손에 쥔 땀을 바지에 닦아 낸 대통령이 맥 풀린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군. 이것도 중노동이야, 중노동.”
“고생하셨습니다.”
“천 실장이 고생했지. 허허, 그나저나 난리가 나겠어.”
“난리는 이미 났습니다.”
사방에서 연락이 쇄도한다며 천명국이 너스레를 떨었다.
“결과적으로 최준호 초인의 판단이 옳았습니다. 그리고 결과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앞으로 발언권이 더 높아지겠어. 이거, 반쪽짜리라고 떠든 사람들 똥줄 타겠어. 천 실장은 더 고생할 테고.”
“대통령님.”
“그래도 3/4는 삭제했다고 하지 않나? 최소한 선은 지키겠지.”
“······.”
‘최준호는 그 선도 지키지 않는단 말입니다! 최준호랑 얽히면 매일 피똥을 싼다고요!’
···라고 말할 수 없었던 천명국의 안색이 까맣게 죽어 갔다.
“그나저나 앞으로 외국에서 공들이는 게 더 심해지겠어. 특히 미국.”
“예. 벌써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사냥 과정을 듣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사냥 과정은 극비의 정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원활한 사냥을 위해 공유하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포스량이 동원된 사냥이라 영상으로 담아내지 못했지만 힘의 움직임, 총량, 사냥 시간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크다.
이걸로 미국에 얻어 낼 수 있는 것이 상당하리라.
대통령이 씩 웃었다.
“궁금하면 직접 오라고 해.”
이번 사냥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수직상승할 것이다. 그걸 한껏 누릴 생각이다.
“최준호를 욕하면서 우리 욕하던 사람들이 많았지. 우리가 한 계약을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면 어느 정도지?”
“이 정도로 성공적인 계약은 또 없을 것입니다.”
“헛소리가 줄어들겠어. 뉴스 보는 맛이 있겠구만.”
“지지율도 크게 오르실 겁니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있는데 당연히 올라야지.”
아주 골을 뽑아 먹을 거라고 대통령이 선언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 계약이지 않나?”
최준호가 초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나이가 33세다. 흔히 30대 각성자는 여전한 육체적 전성기와 경험이 맞물리는 시기로 불린다. 아마 다음 계약에서 세계 모든 곳에서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천명국 모두 걱정하지 않았다.
“상관없지. 그땐 내가 청와대에 없을 테니까.”
“저도 그땐 없습니다.”
“후임이 잘해 내길 바라면서 우리는 지금의 성공을 즐기자고.”
“예.”
미래의 집권 세력이 잘해 줄 거라 믿어 주면서.
둘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고맙다.”
누리 사냥이 끝나고, 멀찍이서 지켜보던 이찬택이 내게 다가왔다. 몰골이 엉망이었지만 초인답게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으면 됐습니다.”
사실 난 이찬택의 목숨에 별로 관심 없다.
살아남으면 살아남는 거고 죽으면 어쩔 수 없고. 나한테 감사하다고 하니 앞으로 뒤에서 욕은 안 하고 다니겠군.
“아방가르드 길드는 이 은혜를 잊지 않고 네게 보답하겠다.”
“보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함을 받았다. 그 대가를 치러야한다.”
“대가를 정하는 건 구해 준 납니다.”
“······.”
짧은 순간 이찬택의 표정이 수십 번 변화를 일으켰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몰라도 귀찮게 또 볼 생각은 없다.
“고맙다. 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다오. 아방가르드는 네 친구가 될 것이다.”
친구 사귀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난 친구가 된 기념으로 이찬택에게 회복제를 건네줬다.
“빨리 가서 치료하시죠. 난 사후처리팀 기다려야 돼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이찬택이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후, 누리 사체를 옮기기 위한 팀이 도착했다.
* * *
이번 사냥에서 가장 극찬을 받은 부분은 누리의 사체를 온전한 상태로 잡은 점이다.
사체의 하나하나가 돈이 되는 만큼 완벽한 상태로 잡아서 가치는 최상 중 최상이라고 평가받았다.
한 마디로 비싸다는 것이다.
사후처리팀이 오고 해체를 시작하려던 나는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 해체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무슨 용도로 쓰는가 했더니 누리의 사체가 전시되어 시민들에게 서울로 옮기는 과정을 보여 줄 거란다.
유해 8단계 마물 사냥 성공 소식을 생중계로 알리는 수단으로 쓴 것이다.
사냥했다고 알리면 된 거 아닌가?
“이게 먹히네.”
근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유해 8단계 마물이 생긴 것을 단편적인 것밖에 보지 못했던 시민들은 생방송으로 방영되는 누리의 사체를 보기 위해 현장에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환호성들.
그걸 보고 자릴 피하길 잘했다 싶었다.
사실 누리 사체 전시만이 아니라 나도 같이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일종의 카퍼레이드를 제안받았었다. 바로 거절했고.
이게 혈종이던 시절 때문인가. 주목받는 게 무섭진 않지만 달갑지 않았다. 국가공인 초인이 되고서도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불필요한 관심은 사양이었다. 내가 고사한 덕에 스포트라이트는 온전히 누리의 사체에 쏟아졌다.
“지지율 꽤나 오르겠네.”
사냥을 성공하면 작전을 지휘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고 한다. 이번 경우는 누리의 사체를 공개했으니 효과는 더 극적이겠지. 야당에서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쇼라고 지적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다음 날, 긴급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80%를 돌파한 걸 보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하루만에 20%가 폭등했다.
“이런 거 보면 보통 양반이 아니란 말이야.”
일국의 대통령을 하려면 저런 퍼포먼스도 필수인가 보다.
아무튼 지지율 높일 찬스를 기가 막히게 파악했다. 지지율이 높으니 대통령 파워가 막강해지겠군.
여론조사에서 재밌는 항목 하나가 있는데 바로 나에 대한 부분이다. 내 행보에 대해 묻는 부분에서 지지한다가 62%, 지지하지 않는다가 27%, 별 생각 없음이 11%를 차지했다.
신기하다.
나도 지지라는 걸 받아 보고.
아무튼 대통령의 성공적인 쇼도 그렇고 나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외국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면서 방문 의사를 밝히고 있다던데 내가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냥 귀찮은 일이 생기겠거니 싶었다.
난 청와대를 들렸다가 전투 과정 기록을 남겼다. 브레인워싱으로 테이밍하려던 건 굳이 언급하지 않고 뇌를 파괴한 걸로 대체했다.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침이었다. 이제 돈도 많이 벌었으니 슬슬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랑 국가수호국, 신성 길드가 가까운 곳이면 되겠지?
아침이라 윤희는 자고 있겠거니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불이 켜져 있었다.
“안 잤냐?”
“오빠가 죽을지 살지 모르는데 속 편히 자고 있겠냐?”
“무사한데. 뉴스 안 봤어?”
“당연히 봤지.”
“그럼 건강한 거 알았겠네.”
“이젠 걱정해 줘도 타박하냐?”
날 보는 윤희의 눈이 번뜩였다. 걱정이라, 누군가가 날 걱정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어색했다.
“평소랑 같은 거 보면 진짜 멀쩡한 거 같은데, 오빠가 누리 잡은 거 맞는 거지? 사실 거짓말 아냐? 정부에서 엄청난 인원 동원해서 잡아 놓고 오빠가 잡았다고 한다거나.”
“아닌데. 나 혼자 잡음. 누리 잡은 거 나 혼자 다 먹어. 덕분에 떼돈 벌었고.”
“거기서 돈 얘기는 왜 나오는 거야.”
“다들 돈 얘기하던데?”
오히려 당사자인 나보다 내가 벌 돈에 관심이 많아보였다.
“그래서 얼마나 벌었는데?”
“1조 5천억 정도?”
“···스케일이 다르네. 내가 사냥 몇 번 가야 되는 거야. 햐!”
8단계 마물 몇 마리 더 잡으면 한국 최고 부자가 될 것 같다.
“다현 언니랑 세희 언니도 오빠 괜찮냐고 연락하더라. 왜 연락 안 돼?”
“아, 사냥하러 갈 때 꺼 놨어. 깜빡했네.”
“어휴, 화상아.”
고개를 젓더니 혀까지 찬다. 생각해 보니 날 이런 취급하는 건 윤희 저 녀석밖에 없는 거 같다.
“많이 걱정했냐.”
“잘 돌아왔어. 앞으론 연락 좀 해라.”
“신경 쓸게.”
“응. 그리고··· 나 용돈 좀.”
그럼 그렇지. 난 되지도 않는 눈웃음을 짓는 윤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얼마면 돼?”
만 원부터 1조 5천억까지 가능.
* * *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해서 그런가. 갑자기 정치인들의 만남 요청이 쇄도한다.
어차피 그 사람들과 엮일 일이 없었던 나는 모두 거절했다. 나랑 엮이고 싶으면 대통령이 되면 된다.
“우리 구세주!”
지지율 뽕을 제대로 맞은 대통령의 얼굴이 아주 반질반질했다. 이것이 지지율의 힘인가. 사람의 에너지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다.
들어보니 취임하고 지금 지지율이 최고라나. 정치인이 지지율 뽕 맞으면 뿅 간다더니 지금 대통령의 모습이 딱 그랬다.
잠깐 대통령이 제정신을 찾는 시간을 가진 뒤, 궁금했던 점을 꺼내 들었다.
“누리의 사체 처분 방식이 궁금합니다.”
“일단 사체를 감정해야 합니다.”
조용히 있던 천명국이 나섰다.
누리는 기존 유해 8단계 마물 중에서 작은 축에 속했는데, 천명국은 이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사체가 작으면 큰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더 질기고 단단해진단다.
질기고 튼튼한 걸 작게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값어치는 더 높아질 거란다.
나는 사체 감정을 신성 그룹에 맡기겠다고 말했고 천명국도 승낙했다.
“감정이 끝난 누리 사체는 한국 마력 공사에 매각할 예정입니다.”
천명국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한국 마력 공사는 회사 이름에서 느껴지다시피 공기업이다. 정부 산하 사냥팀이 사냥해 온 마물 사체를 매입하며, 가공 후 장비를 제작하고 연구소에 보내는 등 배분을 하는 곳이다. 당연히 규모도 크고 이권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렇게 큰 거래 건은 처음이기에 한국 마력 공사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천명국이 내 눈치를 본 이유는 간단했다.
“구병도 사장 때문에 그렇죠? 괜찮습니다.”
“구병도? 그 이름이 왜 나오지?”
“아,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기밀문서에 있었거든요. 제 욕 좀 했더라고요.”
한국 마력 공사 사장인 구병도는 대통령이 계파 수장이던 시절 따르던 국회의원으로, 낙선하고 보은 인사로 한국 포스 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내가 마물 사냥을 못하면 초인으로서 가치가 없으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거하게 떠들었던데 내가 국가공인 초인이 되었을 때 사냥해 올 마물 사체로 콩고물 떨어지길 기대 좀 했나보다.
따로 해 먹은 것도 아니고 대통령하고 친하다고 해서 유야무야 넘어갔다.
근데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그 친구, 안 되겠군.”
“대통령님?”
“사장 자리에 계속 있으면 우리 최준호 초인의 눈에 거슬리지 않겠나? 이건 최준호 초인만이 아니라 내게도 무례를 저지른 거야. 최준호 초인을 믿은 내 눈을 신뢰하지 못한 거지.”
그렇게 이야기가 연결되나? 대통령이 나와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것 같은데.
나야 나쁘지 않지.
그 사이 대통령은 결정을 내렸다.
“감이 떨어졌으면 그만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