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51
51화
기부 사건 이후, 큼지막하게 난 기사였다. 난 순수한 선의로 기부하려던 것이 어느새 비리가 넘치는 기부 단체를 몰살시키기 위한 계략으로 바뀌어 있었다.
누가 보면 내가 몰살시키기 위해 함정을 파 놓은 것처럼 보이겠다.
이거 왠지 이명학 소장한테 목을 걸라고 했을 때랑 비슷한 거 같은데.
그때는 내가 목을 걸라고 말해서 오해할 여지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의미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어딜 봐도 그걸 지적하는 기사는 없었다.
오히려.
···고예진 얘는 한 술 더 뜨고 있었다.
나는 아무 곳도 연락오지 않는 상황에서 부모님에게 재단 설립을 얘기했지만.
“안 할란다.”
단칼에 거절당했다.
“지금 생활도 만족스럽고, 우리가 전면에 나서 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맞아, 여기 생활도 만족스럽고.”
부모님은 당신의 활동이 아들에게 누가 될까 무섭다고 하셨다. 또한 재단을 세우면 많은 돈을 움직이게 되니 빌런들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서울 내에도 여전히 빌런이 암약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난 부모님에게 사과했다.
“괜찮다. 우리도 아들 덕 많이 보고 있으니까.”
“준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예.”
내가 하고 싶은 거라, 일단 천천히 생각해 보자.
기부라는 것도 갑자기 와닿아서 꽂힌 거니까. 좀 더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음 날, 나는 하트워커를 데리고 신성 길드로 향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그룹이자, 최고 길드이기도 한 신성 길드 본사를 방문한 하트워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세희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서 오세요, 준호 씨.”
하얀 블라우스에 H라인 검은색 정장치마를 입은 이세희가 반겨 줬다.
“이쪽이 준호씨가 말한 그······?”
“맞아. 앞으로 가공을 배울 녀석.”
“김종현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희 씨.”
“네, 반가워요.”
하트워커 이 녀석은 주의를 줘도 목소리를 느끼게 깔았다.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대꾸한 이세희가 자리를 권했다.
“기부 단체 얘기는 잘 봤어요. 기부에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실 줄 몰랐어요.”
“저도 세희 씨랑 같은 생각입니다.”
이 녀석은 계속 끼어드네.
“내 생각이랑 많이 다른 것만 확인하게 됐다.”
“선의로 포장해도 세금 감면이나, 사회적 포장 등을 노리는 기부가 많으니까요. 기부 단체들은 그런 눈먼 돈을 노린 거고요. 실망하셨겠지만 진심으로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러고 보니 신성 길드도 기부하지 않나?”
“그룹 차원에서 재단을 운영하죠. 근데 여기에 기부하려는 거라면 사양할게요.”
생각을 들켰군.
이세희가 미소를 지었다.
“시스템은 믿어도 사람은 못 믿거든요.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없던 욕심도 생길 거예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크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우선 적은 금액으로 차근차근, 일하는 걸 보면서 늘려 가는 거죠.”
“감사 권한은 무리겠어.”
“네. 기부 단체는 운영비가 들 수밖에 없는데 그걸 따지고 들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설사 그 운영비가 합리적이더라도 말이다.
난 그럴 생각이 없어도 다른 사람은 그러지 않을 거라며 이세희가 덧붙였다.
“제가 괜찮은 몇 곳을 추천해 드릴게요.”
“미모만큼 마음씨도 고우십니다.”
“고맙다.”
“이 정도로 뭘요.”
눈치 없게 끼어드는 하트워커가 있었지만 이세희는 별달리 내색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는 허용선인가 보군.
하트워커도 데려왔고 다음 일정도 가까워졌던 터라 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다음 일정이 있어서.”
“특강 간다고 하셨죠?”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출신이었지?”
“네, 다현이도요. 그때 참 좋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 학습도 소풍 가는 기분이었고, 애들끼리 경쟁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귀여운 수준이었네요. 괜찮은 인재다 싶으면 추천도 부탁드릴게요.”
“마지막 말이 목적 아닌가?”
“그렇죠? 아카데미에 가시면 애들이 좀 많이 해맑을 거예요. 아직 어린 애들이니까 귀엽게 봐주세요.”
“애들이 책임감을 배워야 제대로 된 헌터가 될 수 있지.”
인성 개차반인 헌터가 일반 시민에게 갑질하는 사건이 터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건 지금도 계속 터지고 있는 사건이고.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가능성을, 잠재력을 인정받아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케이스는 매우 흔했다.
나는 녀석들에게 책임감을 확실하게 심어 줄 생각이다. 책임감을 배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가 이걸 해내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생각에 휩싸이면 누구나 맡은 일을 완수하게 된다.
난 하트워커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우선 얘가 적응하도록 도와줘. 그 후에 가공법을 공유할 거야.”
“네, 이제 신성에 들어오니 제가 챙길게요.”
“그래.”
믿음직한 이세희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하트워커를 맡기고 나올 수 있었다.
별문제 없겠지?
* * *
김종현은 희희낙락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인 신성 길드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이토록 아름다운 상사와 함께 일하게 되다니.
최준호의 제안을 받아들인 자신의 결정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은 최준호가 나가고 나서다.
추웠다.
주변 공기가 한 5도? 아니, 10도는 내려간 거 같다.
따뜻한 난방이 이뤄지던 방이 갑자기 한기가 돌고 있었다.
뭐지? 무슨 일이지? 의아함을 느끼던 김종현은 한기의 진원지가 자기 앞에 있는 이세희라는 걸 눈치 챘다.
그녀는 조금 전과 확연히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세, 세희 씨?”
“우선 호칭부터 바로 하도록 하죠. 앞으로 저를 부를 때 팀장님이라고 하세요.”
“···하, 하하! 예, 팀장님.”
“웃지 마시고요. 김종현 장인님은 팀장 앞에서 웃음이 나오나요?”
“······.”
평온하지만 속에 깃든 살벌함에 김종현의 입이 닫혔다.
이세희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든 듯했다.
“좋아요, 김종현 장인. 당신이 명심해야 할 게 있어요. 한 번만 말해 줄 테니 기억하도록 해요.”
“예, 예!”
차가우면서 강압적이다.
이세희가 최준호 앞에서 보여 주던 자상하고, 따뜻하며,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은 모두 거짓이었다.
지금 바로 앞에는 조금이라도 틈을 드러내면 목을 물어뜯을 맹수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서울 사람은 다 이런 건가. 아니면 서울 여자들은?
정다현도 그렇고 이세희도 지금은 그저 무서웠다.
“첫째, 저는 신성 길드의 총괄 팀장이에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 볼 것. 둘째, 당신은 최준호 초인님이 데려왔지만 신성 길드 소속 연구소의 장인이라는 점.”
이세희에게서 발산되는 서늘한 기세는 마치 피부를 얇게 저미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반론은 허용되지 않는다.
김종현이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가 좀 더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김종현 장인을 회사의 유망한 인재로, 김종현 장인은 저를 총괄 팀장으로.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예, 알겠습니다. 알겠으니 이제 그만······.”
대답하는 순간, 김종현을 압박하던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싸늘하던 공기가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난방 열기가 피부에 전해졌다.
“좋아요. 앞으로 김종현 장인과 건설적인 관계가 이어지길 기대할게요. 나가 보세요.”
“······.”
결국 김종현은 밀려나듯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야했다. 직원이 다가와서 연구소로 안내해 줄 때까지 정신을 되찾지 못했다.
“···서울 여자, 무서워.”
* * *
내게 특강 제안이 들어온 건 오래 전부터다. 그리고 제안을 승낙한 것은 고명학과 친분을 쌓고, 아카데미 학생들을 시야 안에 넣어 두기 위해서다.
고명학은 비록 은퇴했지만 명망 높은 전(前) 초인이라는 점과 아카데미 학장이라는 점에 있다.
내가 세상을 나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은 죽일수록 좋다는 점이다.
이찬택 건도 그랬다.
나 개인은 이찬택의 목숨에 관심이 없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해서 그를 살려 주는 선택을 했다. 결과가 이찬택의 은인으로, 아방가르드가 내 친구를 자처하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이제 나도 다짜고짜 죽이기만 하는 게 아닌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대한 아카데미에 대한 선망도 있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10대 때 서울의 아카데미에 오길 간절히 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랬던 내가 하루지만 교수로 오게 된 건 감회가 새로운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10대가 어땠더라?
“무색무취였네.”
···반에 한 명씩 있던, 없어져도 눈치 못 챌 그런 녀석 중 하나가 나였다.
그리 유쾌한 시절이 아니었으니 접어 두자.
내가 아카데미 학생들을 시야에 넣어 두려는 건 미래에 빌런들이 되는 ‘녀석들’이 있어서다.
빌런은 말 그대로 사회악이다. 제거 할 수 있다면 더 큰 민폐를 끼치기 전에 제거하는 게 좋겠지.
지금은 상태를 보러 가는 거다. 되돌리기 힘들면 제거하고 갱생의 여지가 있으면 죽어라 굴려서 사람으로 만든다. 물론 그 과정에 죽어도 상관없다.
아카데미에 도착한 나는 고명학을 먼저 만났다.
“요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준호 초인의 특강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그래봤자 아카데미 교수님들보다 많이 부족합니다.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몇 가지 문제점만 짚어 주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 교수님들도 훌륭하지만 현장에 떠나면 감이 녹슬기 마련이니까요. 교수님들도 현장의 감각을 익히기 위해 방학마다 사냥을 가거나 길드를 방문하지요. 최준호 초인님의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 내가 특강하기로 한 반은 A반으로, 아카데미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만 모인 곳이다. 또한 이들이 외교 사절단이 오면 교류전에 나설 것이다.
대한민국 각성자의 미래라나.
나는 미리 조사해 온 내용을 떠올렸다.
“A반에 문제아들이 몇 명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고명학이 난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고 친 내역을 보니 어린 아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하기 어려워 보이던데요.”
“그거 때문에 곤란할 때가 많긴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배경도 없던 1세대 각성자 시대가 끝나고 2세대, 3세대로 넘어오면서 세를 이룬 세력이 대를 이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문의 혈통이, 길드의 출신이 되어 아카데미 교수들로 하여금 손대기 난감하게 만들었다.
마물이 등장하기 전 재벌처럼 새로운 귀족 계급의 등장인 것이다.
그래봤자 귀족도 먹고 싸는 건 똑같고 피도 똑같이 붉다.
“학장님이 원하신다면 근심 걱정을 덜어 드릴 수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
고명학이 침묵에 빠진 사이 나는 출석부를 살펴보았다. 문제아로 분류된 다섯 명 중 세 명은 아는 이름이다.
내가 기억한다는 것은 곧 죽일 놈이거나 죽여야 할 놈이라는 뜻이었다. 미래의 빌런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인성이 특출 난 상태였군.
그래도 난 청소년 시기에 조용했다.
“그 아이들은 잠시 엇나갔을 뿐입니다. 아직 순수함을 갖고 있습니다. 한 번, 한 번 기회를 주지 않겠습니까?”
“학장님은 사람이 바뀔 거라 믿습니까?”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기가 생기면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공감하지 않는 말이다. 바꾸려는 비용보다 제거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데.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하려 하십니까? 얘들은 추후 제대로 된 헌터가 될 확률이 희박합니다. 제가 볼 때 오히려 빌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직 빌런이자 저번 생을 겪어 본 입장에서 하는 확신이다.
하지만 고명학의 선택은 내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양반도 참 고지식하다 싶었다. 진짜 학생들을 위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싹 다 죽이려고 해서 그런 걸까. 죽인다는 말에 반감이 생기는 거라면 다음에는 반병신을 만드는 것부터 언급해 봐야겠다.
난 잠시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한번 살펴보면서 판단해 보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제야 고명학의 표정이 환해졌다.
* * *
“애들이 짓궂기는 하지만 모두 좋은 애들이에요.”
나는 A클래스 담임인 이혜리의 뒤를 따라 A반 학생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주로 학생들에 대한 자랑이 주를 이뤘다. 문제가 될 부분도 좋게 표현하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교수였다.
학생들이 만만하게 여기기 딱 좋은 스타일이로군. 애들은 날뛰고 이혜리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강의실 앞에 도착했을 때 정확히 강의 시작 시간이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서른 명 남짓한 10대 학생들이 보였다.
“오늘 특강을 맡아 주실 최준호 초인님이세요. 모두 박수.”
짝짝짝!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 박수와 함께 내가 교단에 섰다. 무성의한 박수와 달리 날 향한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잘 정제된 포스를 갖고 있다. 교육이 잘 이루어졌다는 의미겠지.
그래서 문제기도 하다.
어린놈들에게 힘을 쥐어 주니 주제도 모르고 날뛰고 있지. 힘을 쥐어 줄 땐 남용하지 못하도록 지근지근 밟아 놓는 것이 최고다.
“최준호다. 여기에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다.”
“모르는 사람 없어요!”
“맞아요!”
누군가의 외침에 학생들이 맞장구쳤다. 그래도 이 나라의 미래라 이건가. 자갈치 빌런보다 낫다.
“오늘 특강 주제는 포스 운용과 기프트의 상관관계로······.”
“저기, 교수님.”
감히 말을 끊는 껄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 진원지로 시선을 옮기니 딱 봐도 날티나게 꾸민 녀석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기억 속 얼굴보다 20살 넘게 어린 나이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양주혁, 미래에 이너클로운이라 불린 빌런이다.
중견길드 호월의 마스터 양길수의 외동아들이자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했던 녀석으로, 빌런이 되기 전에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내가 녀석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기가 제2의 혈종이 되겠다며 설치고 다녀서다. 그래놓고 날 찾아다니다가 버서커한테 두들겨 맞고 호월 길드에 넘겨졌었지.
한 마디로 패션 빌런이다. 그래도 실력은 꽤 쓸 만했다는 버서커의 말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버서커의 손에 걸리고도 살아남은 특이한 녀석이군.
“교수님이 강의하실 내용은 이미 수강한 적 있는데 다른 거 알려 주시면 안 됩니까?”
감히 하늘같은 교수님의 말을 막다니.
전국 길드 연합 회의 때도 그렇고 나는 사람들이 흔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내가 자신에게 손을 대지 않을 거라는 착각.
특히 우리나라의 미성년자는 철저한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설마, 그래서 내가 손을 못 댈 거라고 생각했나?
그렇다면 매우 큰 착각인데.
만약 저런 말을 들었을 때 천명국과 정주호의 표정은 어땠을까.
한 명은 속이 매우 불편한 표정을 짓고 한 명은 머리를 감싸 쥐었을 것 같다.
“뭘 알고 싶은데?”
“빌런 상대 방법이요! 교수님은 여태까지 무수히 많은 빌런을 상대하셨지 않습니까? 저희가 나중에 헌터가 되면 사냥하다가 빌런을 상대하게 될 텐데 대응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말하는 내내 실실 웃는 걸 봐서는 장난이다.
주제 모르고 장난을 건다면 내 장단에 어울리게 해 줘야지.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렇죠? 제가 이렇게 여러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나와.”
“예?”
녀석이 얼빠진 표정을 바라봤다.
“빌런 상대법을 알고 싶다며? 여기 서.”
난 내 옆을 가리켰다.
“네가 빌런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