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52
52화
“나와.”
나직한 최준호의 한 마디는 양주혁의 뇌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호월 길드 마스터의 아들인 자신을? 아카데미 기대주이자 교류전에서도 대장 역할을 맡을 자신을?
A반의 문제아이자 아카데미에서 거칠 것이 없었던 양주혁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심장이 점점 조여 오는 걸 느꼈다.
뭐지? 진짠가? 진짜 나더러 빌런 역할을 하라고?
저놈은 진짜였다. 진짜로 자신을 빌런 취급을 할 녀석이었다.
양주혁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움직여야 하나? 아니면 최대한 버티고 있어야 하나?
하지만 녀석은 자신이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안 나오면 나오게 해 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저절로 일어나고 말았다. 일어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미쳤다, 저놈은 진짜 미친놈이었다.
아카데미에서 양주혁은 수많은 어른들을 보았다. 모두 우스운 존재들이었다. 자신의 배경으로, 실력으로 손쉽게 짓밟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몇은 짓밟기도 했다.
최준호가 국가공인 초인이라고 해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높은 곳에 있는 녀석일수록 좋게좋게 타협하는 법이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 미친놈은 아니었다. 거역하는 순간 자신을 짓밟을 것이다.
엉거주춤 최준호가 있는 곳으로 향할수록 심장 박동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그 사이 최준호는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빌런은 때를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네가 가장 약한 틈을 노리지. 사냥을 끝나고 긴장이 풀렸을 때, 마물 해체를 마치고 짐이 무거워졌을 때, 사냥하기 전 좋은 자리를 물색할 때 등등 약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파악하고 덤빈다. 독을 풀기도 하고, 기프트로 디버프를 걸기도 하지. 심지어 같은 빌런을 미끼로 던지기도 한다. 매년, 이렇게 빌런에게 죽는 헌터의 숫자가 대한민국에만 백 명이 넘는다. 불분명한 케이스까지 합치면 더 많아지겠지.”
담담한 목소리로 그리 말한 최준호가 가까이 다가온 자신을 바라본다.
이건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다. 길에 뒹굴고 있는 돌멩이 취급이었다. 양주혁은 오금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근데 왜 가슴 한구석이 찌릿찌릿한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빌런이 덤비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 주겠다. 덤벼.”
“어떻게··· 덤비란 겁니까?”
“아무렇게나. 전력을 다하는 게 좋을 거다. 난 널 빌런 취급할 거니까.”
“빌런 취급이 뭔데요?”
“죽인다는 의미다.”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이다!
서늘한 살기가 파고들자 양주혁이 외쳤다.
“내가 왜 빌런인데! ···요?”
양주혁은 불쑥 치밀어 오르는 반발심을 간신히 억누르고 말했다. 처음 겪어 보는 노골적인 살기에 침이 바짝 마르고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실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배경만 믿고 날뛰는 망나니가 빌런이 아니면 뭘까.”
“뭐?”
“너 빌런이라고.”
“아카데미에서 천재인 내가 빌런이라고?”
두려움을 뛰어넘는 분노가 전신을 휘감았다.
이를 꽉 물고 노려봤지만 당사자는 태연했다.
“빌런 상대하는 법을 보고 싶다고 한 것도 너다. 몸에 새겨 줄 테니 덤벼.”
이건 대놓고 패겠다는 거다. 무기질적인 최준호의 눈동자에 양주혁은 다리가 덜덜 떨렸다.
자신의 배경을 보고 함부로 못하던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이놈은 까딱하면 자신을 진짜 죽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짜릿함을 느꼈다. 아카데미 학생, 각성자 유망주가 아닌 한 사람으로 자신을 봐주는 느낌. 오랫동안 갈망해 오던 것이었다.
자신은 이걸 바라왔다. 한 사람으로서 봐주는 것. 비록 취급이 빌런이었지만 이겨 낼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몸이 떨려 왔다.
“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 아카데미 교수다. 교수는 버릇없는 학생을 조지지.”
기어이 자신을 조지겠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먼저 당하고 있을 수 없다. 사납게 눈을 뜨고 기회를 엿봤다.
무미건조하게 말한 최준호가 고개를 돌려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렇듯 상황은 언제든 바뀐다. 가끔 멍청한 빌런들이 자기 흔적을 흘릴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헌터들이 먼저 빌런을 습격하기도······.”
‘기회!’
양주혁은 최준호에게서 틈이 드러나는 순간 달려들었다. 한 방 세게 먹인 뒤 강의실을 벗어나 도망칠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아지고 휘두른 주먹이 최준호 면전에 도달했다.
‘헤헷,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기습공격에 장사가 없······.’
턱.
머릿속에는 주먹에 맞고 볼썽사납게 뒹구는 최준호의 모습이 그려졌지만.
허공을 가른 주먹은 허무하게 잡혀 있었다.
“빈틈인지 함정인지 모르고 달려드는 멍청한 빌런도 있다.”
콰드득!
“끄아아악!”
팔이 통째로 우그러지는 통증에 양주혁이 비명을 질렀다.
아파! 아프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접착제를 발라 놓은 것처럼 최준호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장 좋은 건 다리다. 기동성이 상실되면 빌런은 너희들의 움직임을 쫓을 수 없다. 우선 다리부터 부러뜨리거나 자르는 게 좋다.”
우득!
“끄흐흐!”
양다리가 수수깡처럼 부러지며 끔찍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양주혁이 섬뜩한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비명에 호응하지 않았다. 어느새 강의실에 짙은 공포가 드리워 있었다.
미치도록 아팠다. 이것이 힘 있는 자의 횡포란 말인가. 그동안 자신에게 당한 사람도 이런 기분이었단 건가.
양주혁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최준호가 가진 압도적인 힘에 전율했다. 그래, 힘이 있는 자는 저래도 된다. 최준호가 저렇게 당당하게 멋있는 척 할 수 있는 것도 레벨 8 초인이라서 그런 거다. 내가 당한 건 약해서였다.
저렇게 되고 싶다. 그래서 세상을 자기 앞에 무릎 꿇리고 군림하고 싶었다. 저거야 말로 강자의 권리다.
“다리를 노리기 힘들면 팔도 좋다. 무기를 잡지 못하면 빌런의 전투력이 급감하기 때문이지.”
그 말을 마친 최준호가 팔을 휘두르자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등에 충격이 전해지며 숨이 턱 막혔다.
“컥!”
“기본적으로 빌런들은 너희보다 실력이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습격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거다.”
사람 하나를 완전히 망가뜨리고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미친놈이다. 미친 자식이다. 왜 최준호를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저렇게 되고 싶었다. 강자가 되어 거침없이 세상을 활보하는 것, 저거야 말로 자신이 꿈꿔 오던 진정한 강자다.
“교, 교수님! 주혁이 상처가 심해 보이는데······.”
“이런 상처는 사냥 중에 흔한 법이지. 침만 바르면 낫는데, 저 녀석은 보기 흉하군.”
품속에서 병을 꺼내 든 최준호가 자신에게 집어던졌다.
퍽!
“끄윽!”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통증에 양주혁이 눈을 까뒤집었다.
이건 좀 심하잖아! 개···자···식······.
상상을 뛰어넘는 통증 속에서 양주혁이 정신을 잃었다.
* * *
나는 기절한 양주혁을 일별하고 학생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처음 들어올 때와 달리 바짝 얼어 있는 게 보였다. 좋은 분위기다.
다음은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그것은 약자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세상의 위험은 결코 나를 비켜 가지 않는다. 언제 어느 순간 닥쳐올지 모르는 위험을 현명하게 회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경계를 해야 한다.
그걸 모르면 양주혁처럼 제 주제를 모르고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근데 저놈은 기절했는데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거지.
설마 고통을 즐기는 변태였나.
미친놈이다. 상종하면 안 되겠군.
그나저나 빌런의 다양한 상황 예시가 준비되어 있는데 양주혁이 기절해 버렸다. 좀 더 버텨 줘야했는데 허약하긴. 그래도 괜찮다. 양주혁은 기절했지만 다른 문제아들은 남아 있으니까.
“1호가 기절했으니 다음 녀석이 필요하겠군. 마황기, 네가 2호다. 나와.”
“교, 교수님. 저는······.”
“안 나와?”
“나, 나갈게요!”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자 기겁하며 달려 나오는 녀석이었다. 마황기는 내 기억에도 없는 녀석이지만 아카데미에서 양주혁에게 빌붙어서 해 먹던 녀석이다.
“그 다음은 윤미선, 너다.”
“교, 교수님! 잘못했어요!”
다음은 내 기억에 있던 빌런 윤미선까지.
다섯 문제아들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빌런에 상대할 수 있을지 착실히 알려 줬다.
다친 곳은 없다. 몇 군데 부러지긴 했지만 회복제로 잘 붙여 뒀으니까. 고명학이 하도 부탁한 탓에 평소보다 훨씬 약하게 공격했다.
“···이건 교류전에 상대하게 될 녀석들에게도 유용한 방법이니 잘 기억해 두도록.”
저 문제아들을 좀 더 세게 다뤄 주고 싶었는데. 난 아쉬움을 삼키며 3시간에 걸친 강의를 끝냈다.
“얘, 얘들아! 괜찮니?”
그때까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이혜리가 엉망이 된 문제아들에게 다가갔다.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장실로 향했다.
이미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날 맞이하는 고명학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뭘요, 간단한 준비 운동 수준이었습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끝내주셔서 다행입니다. 저는 최준호 초인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학장님은 심하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요.”
“팔다리가 부러지긴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본인들의 업보인데. 그리고 사냥에서 더 심한 부상도 입습니다. 개인적으로 속이 시원했습니다. 아주 좋았어요.”
이 정도가 고명학이 그어 놓은 선인가 보군.
“의외네요.”
“허허, 저도 사람입니다.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선을 타는 문제아들이 거슬렸지요.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최준호 초인님에 대한 건입니다.”
“저에 대한?”
고명학이 나에 대해 뭘 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처음 뵈었을 때는 약간 위태로운 줄을 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 선 안에서 행동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떤 차이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처음 봤을 때 최준호 초인님은 뭐랄까, 오늘 있을 특강에 들어갔다면 문제아들을 진짜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날 뭘로 보고.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조용히 없앨까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감각이 생겼습니다. 마치 사회화가 전혀 되지 않았던 사람이 조금씩 사회 틀 안에 들어오는 것처럼 그 안의 선을 넘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칭찬인가, 욕인가.
내가 정말 문제아들을 죽이기 싫어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고명학의 말을 들어 보면 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데 정작 나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늙은이의 주책이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분명한 건 지금 그 변화가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마음 같아서는 종종 초대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문제아들이 확실히 정신을 차릴 것 같은데.”
“또 불러주시면 시간을 내겠습니다.”
“이리 고마울 때가. 문제아들에게 말해 둬야겠습니다.”
맥락을 몰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문제아들을 오늘처럼 패도 문제없다는 이야기였다.
가끔 스트레스 풀러 오기 좋을 듯했다.
* * *
아들이 완전히 곤죽이 되어서 돌아오자 호월 길드가 발칵 뒤집혔다.
호월 길드 마스터 양길수는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최준호! 그 자식을 죽일 방법을 찾아와!”
“······.”
하지만 길드원들은 난감한 표정만 지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 모습이 양길수의 화를 북돋았다.
“뭐해? 빨리 최준호 그 자식을 죽여 버릴 방법을 찾아오라고!”
“마스터, 최준호는 국가공인 초인입니다.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리도 단독으로 사냥할 실력이고······.”
“그래서? 아들이 맞고 왔는데 가만히 있으란 거냐?”
“그 외에 최준호는 아방가르드 길드의 은인이자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측근입니다.”
“······.”
그 말에 정신이 돌아온 양길수가 입을 닫았다. 하지만 갈 곳 잃은 분노가 들끓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그때 팔다리가 부러졌던 양주혁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빠.”
“그래, 내 아들. 괜찮으냐? 걱정하지 마라. 최준호 그 자식은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일 테니.”
“난 괜찮아.”
“뭐? 팔다리가 부러졌어! 근데 괜찮다고?”
“내가 약해서 그런 거야. 더 강해지는 계기로 생각할게.”
“···주혁이 네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처음 보는 아들의 모습에 양길수는 감동하면서 한편으로는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분노가 치밀었다.
“복수도 하지 마.”
“아니다, 당한 게 있으면 갚아 줘야지.”
“그러다 우리가 다 죽을 수 있는데도?”
“······.”
“최준호 그놈은 미친놈이야. 한다면 진짜 하더라고.”
양주혁은 최준호와 마주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전율에 휩싸인다. 죽인다면 진짜로 죽여 버릴 것 같던 녀석. 그 공포, 그 소름 모든 게 처음이었다.
“그러니 포기해. 내가 더 강해져서 복수할게.”
“주혁아.”
“응.”
“왜 최준호 이야기를 하면서 왜 웃고 있는 거냐?”
양주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더듬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
“···그러게?”
* * *
특강을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한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안 죽여서 다행이라던 천명국의 한숨이었다.
진짜 내가 문제아들을 죽일 줄 알았나? 그러다 고명국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상대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행동하는 게 선을 지킨다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의미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날 찾는다는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깊숙이 들어갔다.
“기부단체를 떨쳐 낸 이야기는 잘 들었어. 원래 그런 곳들은 첫 관계를 잘해 둬야지.”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작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보통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좋은 선택이야.”
그리 말한 대통령은 차를 마시면서 뜸을 들였다.
이런 사람이 아닌데?
천명국의 굳은 표정은 일상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유쾌하던 대통령도 무게를 잡고 있자 사안이 가볍지 않은 거란 생각이 들었다.
“따로 하실 말이 있습니까?”
“음, 있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럴 사안은 아니거든.”
잠시 망설이던 대통령이 마음을 굳힌 듯 말했다.
“우선 지금부터 말하는 건 가족도, 주변 사람에게도 비밀로 해 줄 수 있나?”
“그러겠습니다.”
“그럼 믿고 말하지. 이번에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에서 차례대로 방문할 예정이네. 누리의 사냥 과정이 그만큼 타국에서 보기에 놀라웠기 때문이지. 그리고 최준호 초인에 대한 관심도 크고.”
“······.”
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별 생각은 없었다.
“아마 몇몇 국가에서 최준호 초인의 실력을 시험해 보려 하겠지.”
“그 장단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해야 한다면?”
“상대가 목숨을 걸면 됩니다.”
살리는 건 어렵지만 죽이는 건 쉽다.
난 죽고 싶다고 발악하는 사람을 살려 준 적이 없다.
살고 싶으면 알아서 꽁무니를 말겠지.
“기프트 특성상 위험하다는 말을 곁들이면 좋겠어. 그래도 나서려는 자가 있을 거야. 우리는 그중 한 사람으로 중국 초인을 보고 있지.”
중국의 초인? 뭔가 기억이 떠오르려 했다.
머릿속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 때,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 중국의 초인을 죽여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