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유성수라.”
대통령은 다소 복잡한 표정이었다. 비리 저지른 정치인을 처리하는 건데 어렵게 갈 이유가 있나.
각성장관이 건넨 유성수의 비리는 크게 세 가지였다.
밀무역 조장, 불법 자금 조성, 빌런과 결탁.
여기에 세세한 분류가 나뉘기는 하는데 저 세 가지가 일본과 교역을 통해 발생하는 비리였고, 실제로 일본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문제였다.
밀무역을 통해 발생된 자금이 리그 일본 지부로 흘러가고 있던 것. 일본 입장에서는 타국 정치인이 리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거였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부산시장이 리그와 끈이 이어진 걸로 볼 수 있었다.
“정치 공세라고 엄청 떠들겠어.”
유성수는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다. 그런 대선후보를 일본의 정보 제공으로 잡아들인다?
피곤한 정쟁으로 끌고 갈 게 뻔해서 대통령은 입맛을 다시다가 날 바라봤다.
“일단 이 부분은 일본 자료만 믿고 일을 저지를 수 없네. 교차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야. 그리고 정보 출처도 세탁할 필요가 있고.”
“주위에 얼마나 더 얽혀 있나 확인도 필요해 보이겠네요.”
간단하게 말해 죽일 놈 리스트다.
“···그런 것도 있지. 안 그러다가 누구한테 싹 다 죽을 테니까. 선별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야. 직접 나설 생각이 맞지?”
당연한 소리를.
“일본에서 보여 준 성의를 생각하면 제가 나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고객 케어 서비스였다. 그리고 부산에서 한 번 본 유성수는 99%의 확률로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갈치가 그렇게 커질 일이 없었을 테니까.
시내에 존재하는 빌런 조직은 아무리 커도 한계가 있다. 절대 양지에 드러내지 못하고. 그러니 심증이지만 뒤에 유성수가 있는 게 확실했다.
당장 자갈치는 마약에 인신매매까지 손을 댔다. 유성수는 정치인으로서 빌런과 모든 범죄에 연관성을 가진 것이다. 이런 걸 전관왕이라고 한다지?
나야 박살 내고 증거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
“교차 검증이 끝나면 알려 주도록 하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대통령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사람을 죽이는 게 즐거운 게 아니라 빌런을 처리해서 즐겁다는 건데.
안 믿겠지?
* * *
대통령의 명령으로 정보 교차검증을 하는 가운데, 천명국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과 최준호를 관리하는 일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청을 설립, 대형길드로부터 정부 주도권을 찾아오려는 대통령의 이해와 일치했다. 천명국은 가장 유력한 후보를 찾아 국가수호국을 방문했다.
“갑자기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형님.”
정주호는 갑작스러운 천명국의 방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공식적으로 제안 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국가수호국장님.”
“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그럴 리가요.”
“우선 차나 한 잔 드시면서 얘기하죠.”
“······.”
정주호가 커피 두 잔을 타 오고, 둘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준호를 안주 삼아 종종 술을 마셨던 두 사람이기에 지금 이 시간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특히 갑작스러운 천명국의 정중한 태도에 정주호는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이건, 뭐가 있다.
“그래서 말씀하신 제안이란 건?”
“제 제안은 아니고 대통령님의 제안이십니다.”
“대통령님이?”
대통령이 언급되자 정주호가 자세를 바로 했다.
“이번에 삼국을 통솔해서 빌런 소탕에 혁혁한 전과를 세운 걸 대통령님께서 높게 평가하고 계십니다.”
“통솔은요. 그냥 아는 사람들이라 이해관계 조율이 잘된 것뿐입니다. 국가수호국도 잘했고, 대외협력관리국도, 대마물방위전선국도 각자 잘했습니다.”
“정주호 국장님의 겸허함, 대통령님도 충분히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
말이 길다.
정주호는 장황한 찬사에서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걸 느꼈다.
이거 잘못 엮이면 한 방에 훅 가겠다 싶었다.
자연히 천명국을 보는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하실 제안이라는 게 뭡니까?”
“이번에 삼국 위로 청(廳)을 하나 개설하려고 합니다. 정주호 국장님이 그 자리에 와 주셨으면 합니다.”
“한 가지만 확인하겠습니다. 그 청, 최준호와 연계해서 작전을 펼칩니까?”
“당연히 작전에 따라 최준호 초인님과 함께 할 때가······.”
어디서 말을 돌리시나.
꼬리를 포착한 정주호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아니, 질문이 잘못됐네. 그 청에 가면 최준호와 마주칠 일이 많죠? 참고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이면 졸라 많은 겁니다.”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사양하겠습니다. 안 합니다.”
구린내의 정체를 눈치 챈 정주호는 바로 거절했다. 한 번에 낚는데 실패한 천명국의 표정에 균열이 일어났다.
“청장의 자리는 차관급입니다. 영전이지요. 그런데 거절하신다는 겁니까?”
“예.”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우선 책임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예?”
정주호는 대놓고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청장이 되면 삼국 위에 장이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당연히 책임도 늘고. 해야 할 일은 늘어나겠죠. 저는 지금 이 자리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출세지향이 아니라 보신주의자여서요.”
“허허.”
“그리고 주위를 둘러봐도 저보다 잘해 낼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대외협력관리국의 염기철은 어떻습니까? 염 국장은 대외협력관리국을 무리 없이 잘 끌고 있고 여러 길드와 관계도 무난합니다. 일과 가정 모두 충실하고요. 더 지킬 머리도 없으니 정부 정책에 맞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염기철을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 말한 정주호는 커피잔에 시선을 고정하고 커피만 마셨다.
더 이상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는 제스처였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명국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치 챘군.
역시 국가수호국을 이끄는 너구리다웠다. 함정을 알자마자 이렇게 철벽을 칠 줄이야.
당연하지만 새롭게 설치될 청에 정주호를 추천한 건 천명국이었다.
개인 인맥이 작용한 추천이지만 크게 이상할 것 없다. 국가수호국을 잘 이끌어 오고, 대외협력관리국과 대마물방위전선국의 협조를 원활하게 끌어낼 수 있는 건 정주호 그밖에 없었다.
그만한 인재가 없고, 그밖에 해낼 수 없는 자리다.
무엇보다 정주호는 최준호를 다룸에 있어 스페셜원(Special One)이었다.
피똥 싸는 자신을 구원해 줄 유일한 인물이다.
‘생각해 보니 너 때문이잖아!’
따지고 보면 이게 다 정주호의 탓이다.
최준호의 실체를 모르던 상태에서 자신에게 넘겨 버리다니.
그로 인해 건강하던 몸이 한순간에 피똥 싸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정주호 또한 천명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그 미끼에 넘어갈 줄 알고? 어떻게 찾아온 평화인데. 지옥으로 걸어갈 생각 없수다.’
최준호가 천명국으로 바뀐 이후 정주호는 기적을 맛보았다.
빠지던 머리카락이 줄어들고 모발이 굵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약으로, 시술로 진행을 늦춰 왔던 정주호로서는 이보다 더한 기적이 없었다.
‘정주호를 끌어들여서 부담을 나눠야 한다.’
‘국가공인 초인이잖아. 높은 분들끼리 잘해 보시라고. 난 여기서 꿀 빨란다.’
“······.”
최준호를 떠넘기기 위한 둘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 * *
정부 측이 사절단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무렵, 신성그룹에서는 본격적으로 마물 가공법에 대한 소식을 언론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공법으로 만들어진 마물의 심장을 ‘빅뱅’이라고 이름 붙이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 큰 족적을 남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언론에서 최소 1.5배, 많게는 3배 이상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전율을 감추지 못했다.
마물의 심장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헌터에게 있어 강력한 무기이자 방어구이며 각종 이능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였다.
이 효율이 높아지면 무기 위력이 상승하고 방어구가 더 단단해진다.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더 빠르게 사냥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가히 업계의 혁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물이다.
신성그룹 측에서는 이 개발에 최준호의 지분이 크게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헤드 브레이커, 최연소 초인, 누리 슬레이어, 걸어다니는 인간 사이다 등등 별명을 가지고 있는 최준호가 빅뱅 시리즈 쇼케이스에 직접 선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자 반응이 들끓기 시작했다.
-대체 어느 정도 발명품이길래 이 난리임?
-말 그대로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님. 스마트폰 등장했을 때 급의 충격임. 진짜 세계 정세가 바뀔 수 있다.
-마물의 심장 효율이 높아진다. → 무기가 짱 세진다. → 마물을 더 많이 사냥한다. → 시민의 안전이 보장된다. → 잃었던 국토 회복이 가능해진다. →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할 수 있다. → 예전 평화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신성그룹과 최준호, 그들은 신인가? 이건 세계를 뒤흔들 발명이야! 당장 사러간다!
-그만큼 사냥 지속시간이 짧아지겠지만 체력도 아낄 수 있어서 더 좋아.
-근데 왜 이걸 라이센스 판매로 돌리려는 거지?
-세계가 예전처럼 하나로 묶여있지 않아서 신성그룹 혼자서 전 세계에 보급할 수가 없음. 언제고 복제품도 나올 텐데 방치해두느니 라이센스 비용을 받겠다는 거지. 그래도 독점적 지위를 가질 걸? 가공법을 안다고 바로 신성그룹만큼 효율을 뽑아낼 수 없을 테고.
-신성그룹의 대승적인 결단 ㅇㅈ, 이제 예전처럼 평화로운 세계가 오는 건가.
-그건 아직 모른다. 수십 년 넘게 마물들이 살아온 땅에 어떤 녀석들이 있을지 알 수 없음. 깊숙이 진격했다가 유해 8단계가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물론 훌륭한 발명인 건 맞다.
-와, 이걸 해내네. 이제 사냥도 더 안전해지는 건가.
-이걸, 내게, 말해주지 않다니,,, 섭섭하군…!
* * *
폭발적인 반응 속에서 나는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쇼케이스를 맡게 된 건 별 이유가 없다.
이세희는 초인의 이미지로 확고한 빅뱅 시리즈를 각인시키고자 했다.
나도 빅뱅 시리즈 판매량이 높으면 내게 떨어지는 게 많고 쇼케이스 대가로 보물급 단검 하나를 선물로 받기로 해서 거절할 수 없었다.
복장은 즐겨 입던 차콜그레이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었다. 보통 쇼케이스에서 편안한 옷차림을 하지만 이세희는 정장 착용을 권했다.
“준호 씨 나이가 젊기 때문에 좀 더 중후한 느낌을 줄 필요가 있어요. 신선하고 젊은 게 마냥 좋은 건 아니거든요.”
내 옷차림을 보고 이세희가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각도도 중요하다면서 넥타이 각도도 조절해 줬다. 상큼한 향수향이 느껴졌다. 잘 어울리는 향이다.
근데 이렇게 준비하니 광대가 된 기분이군.
그러건 말건 내 차림새가 마음에 드는지 이세희가 빅뱅 시리즈 반응에 대해 말해 줬다.
“반응은 폭발적이에요. 이제 준호 씨만 잘해 주면 돼요.”
“잘못하면 국물도 없을 거 같은데.”
“에이, 그럴 리가요. 물건의 성능이 확실한데요. 가서 마음껏 설명하시면 돼요. 그럼 모두가 반해서 라이센스를 구매하려들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부자가 되겠죠.”
“부자, 싫진 않지.”
“네, 돈은 좋은 거예요.”
이세희의 얼굴을 보니 어지간히 설레나 보다.
“잘하고 오세요.”
“어.”
오늘 쇼케이스가 열리는 곳은 신성 백화점 컨벤션 센터였다. 그룹 내 행사는 물론, 각종 대형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는 서울에서 손에 꼽히는 장소다.
나는 컨벤션 센터에 들어가기 전, 행사에 참석한 하트워커를 발견했다.
“하트워커.”
“아, 오랜만입니다.”
“어머님 일은 유감이다.”
“아닙니다, 늦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라도 받았으니까.”
연명치료를 했지만 얼마 전, 하트워커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마지막은 편안했다니 다행이군.
이제 녀석만 마음을 다잡으면 되는 건가.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아도 실력만 있으면 불만은 누를 수 있으니까.
녀석이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다.
인사를 마치고 내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무대 위에 오르니 행사에 참가한 귀빈과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거울을 보며 준비한 안심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히 지리는 사람이 없었다.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빅뱅 시리즈를 공개하겠습니다.”
난 새로운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말 안 했다.
* * *
“진짜 최준호는 양파네요. 까도까도 새로운 게 계속 나오는.”
오늘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이 수군거렸다.
신성그룹에서 내놓은 빅뱅 시리즈는 기존에 존재하던 개념을 하나로 망라해서 내놓은 것이다.
여러 기능이 합쳐져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과 비슷했다.
기자들은 이 가공법의 틀을 최준호가 만들고, 로드맵까지 제시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준호를 띄우려고 그러는 거 아냐?”
누군가가 음모론을 제시했지만 바로 반박이 들어왔다.
“에이, 그러려고 라이센스 지분까지 나눠줘요?”
“그냥 주기에는 너무 큰돈이에요.”
“실제로 연구소장이 몇 차례 최준호와 만난 적이 있어요.”
“국과마 이명학 소장도 극찬을 하던데. 근데 수틀리면 목이 잘릴 수 있다고······.”
“대단하긴 하네.”
기자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최준호가 쇼케이스 장소에 도착했다.
깔끔한 차림새를 보고 몇몇 기자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와! 잘생겼다.”
“저 미모로 헤드 브레이커라고? 동일인 맞아요?”
“팬클럽도 있을 정도잖아. 여자 팬들도 엄청 많아.”
“만만하게 보인다고 기사 막 쓰면 안 돼요.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오창문, 그 기자는 아직도 병원 신세라던데.”
“퇴원이라도 하면 다행이죠. 뼈도 제대로 안 붙는데요.”
그 사이, 준비가 완료되고 쇼케이스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제가 꽤 기다려 왔던 날입니다.”
최준호 뒤 화면으로 마물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빅뱅이 대폭발, 우주의 탄생이라 불리는 현상인 만큼 오늘부터 세계는 새롭게 탄생할 거란 포부가 담긴 제품명이었다.
이 시리즈는 신성 길드에서 내놓은 모델이며,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세계에 퍼져 나갈 것이다.
최준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빅뱅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가끔씩 혁신적인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면 세상이 바뀌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종이, 문자, 바퀴 이런 것들이 스쳐 지나가다 스마트폰에 도달해서 빅뱅 시리즈가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국가공인 초인이 아닌 젊은 나이에 성공한 IT 사업가처럼 보였다.
“오늘 보일 물건은 체감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오늘 이후 우리의 생활은 좀 더 안전해질 거라는 것.”
어느새 최준호 앞에는 단검이 들려 있었다. 신성그룹이 자랑하는 샷 시리즈다. 포스를 발출할 수 있는 이것은 호신용 물건으로 각광받는다.
다만 발출형이다 보니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고 몇 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샷 시리즈의 단점이라면 중갑옷을 꿰뚫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쇼케이스에서 말하는 걸 보니 장황하더군요. 설명이 장황하다는 건 상대가 사기를 친다는 의미입니다.”
너스레에 웃음이 번진다.
“그래서 샷 시리즈는 중무장을 한 빌런이나 마물을 상대할 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였죠.”
최준호가 샷 시리즈에 빅뱅 시리즈를 장착했다.
“하지만 빅뱅 시리즈가 작용되면 차원이 다른 위력을 발휘합니다.”
최준호가 번개처럼 검을 휘두르자 단검 끝으로 반월형 포스가 뿜어지며 10m 앞에 세워진 마네킹과 씌워진 중갑옷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
지켜보던 기자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샷 시리즈는 인기 제품이라 새롭게 업데이트 될 때마다 쇼케이스를 열었기에 절대 저 위력이 나오지 않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출력이 높아져서 발출 속도도, 위력도 두 마리 토끼를 붙잡았습니다. 물론 더 좋은 방법도 존재합니다.”
다시 한번 단검을 휘둘렀다. 반월 형태로 쏘아진 포스는 방금 두 동강 난 마네킹 옆에 세워진 마네킹의 머리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왜 마네킹 머리에서 피분수가 뿜어지는 것 같지?
“이렇게 머리를 날려 버리는 겁니다. 빅뱅이 착용된 샷 시리즈는 머리를 가루로 만들어 버려 깔끔하게 해칠 수 있습니다. 여성 헌터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
하지만 그 말을 하지 못한 채 기자들은 어색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