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66
66화
66화
경고를 남기자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이 몰려나왔다.
하지만 몇몇은 끝까지 요지부동이었다.
말을 안 들으면 행동에 나서는 걸 보여줘야겠지.
“뭐 하나 볼까.”
감각 너머에 움직이는 인영 몇을 감지한 나는 이종경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손날을 세워 칼날 폭풍을 시전했다.
꽈르릉! 꽈과광!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사무실 벽이 무너졌다. 난 두 번 더 칼날 폭풍을 시전해서 사람이 있는 사무실 벽 세 개를 모두 해체했다. 복도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 후, 사무실 안의 광경이 드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세 사람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이게 현장 검거라는 거겠지.
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검사 앞에 다가갔다.
“안 나온 이유는?”
“너, 너! 지금 감히 검사 앞에서······.”
“뭐래, 검사 주제에. 내가 더 높아.”
퍽!
끝까지 들을 가치도 없어 머리를 부숴버렸다.
피와 뇌수를 쏟아내며 쓰러지는 검사를 일별하고 다른 녀석에게 다가갔다. 놈도 헛소리를 내뱉어서 망설임 없이 머리를 부쉈다.
“거기.”
마지막 남은 검사가 있는 곳으로 가려던 나는 손을 휘둘렀다.
“히이익!”
밖으로 나가려던 사람들은 바로 앞으로 포스 블레이드가 바닥을 가르자 기겁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도망치는 녀석도 다 죽일 거야.”
사무실 안에 있던 마지막 검사는 조금 전 죽은 둘과 달리 새파랗게 어린, 나보다 한두 살 정도 많아 보이는 검사였다.
녀석은 내가 다가오기도 전에 손을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저, 저는 여자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그런 겁니다. 요즘 사이가 안 좋아서 위로해주다 보니. 진짭니다.”
“내놔.”
검사가 건넨 스마트폰을 보니 윤정씨♡로 저장된 이름이 보였다.
윤정씨라 해놓고 부산시장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아닐까. 나는 의심을 풀지 않고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하지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젊은 여성의 것이었다.
-여보세요? 주혁 씨?
“우리 헤어져.”
-뭐, 뭐라고? 주혁 씨? 지금 뭐라는 거예요? 방금 전까지 위로해주더니 갑자기 무슨··· 여보세요? 주혁 씨? 저기요? 야! 대답 안하냐! 그래! 우리 헤어져!
설마 여자 목소리까지 변조할 정도는 아니겠지.
스마트폰을 압수한 나는 절규하는 검사를 복도로 내보낸 뒤 입구를 점거했다.
내 손에 반병신이 되었던 이종경은 어느 순간 움직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발로 툭툭 건드려보니 죽었다.
“뭐야, 벌써 죽었네.”
흑막인 것 온갖 똥폼은 다 잡고 있더니 생명력은 볼품없었다. 뭐라도 된 것처럼 설쳐대더니 쓸모가 없군. 발로 구석에 밀어놓았다.
그때 밖에서 일단의 무리가 접근하는 게 느껴졌다.
문을 열어보니 건장한 체구의 장년인이 굳은 표정으로 각성자들을 거느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검찰총장이네만. 이게 무슨 행패지, 최준호 초인?”
가장 유력한 범인 후보가 알아서 찾아오셨군.
“마침 잘 왔습니다. 당신도 범인 후보니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길.”
“뭐?”
검찰총장의 표정에 금이 갔다. 말 귀를 못 알아듣나?
“혐의가 있으니 움직이지 말라고요. 만약 움직이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손을 쓸 겁니다.”
“······.”
두 번 말하니 알아들은 듯 더 말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시선이 쓰러져 죽은 이종경에게 향하는 걸 보고 발로 툭 차서 바로 앞에 던져놓았다. 같은 꼴 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겠지.
천명국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졌다. 나는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적당히 경고를 했다.
그때마다 바닥에 머리를 박듯이 고개를 숙이는데, 죄 없는 사람은 죽일 생각 없다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을 갖는 거 같았다.
약 30분이 지난 뒤, 천명국이 각성자안보실 헌터들을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최준호 초인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부산 쪽하고 내통하던 녀석들을 잡았습니다.”
“내통이요?”
“대놓고 사건을 축소하자고 하던데요. 그래서 검찰총장도 범인 물망에 올려놓고 잡아두고 있었습니다.”
“······.”
천명국은 물론, 혐의가 씌워진 검찰총장의 표정도 굳어졌다. 처음 듣는 표정인 걸 보면 관련이 없는 거 같기도 한데 요즘 범인들이 표정 관리도 워낙 잘해서.
“전 아닙니다, 실장님.”
“믿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로 가시길 바랍니다, 총장님.”
“······.”
“떳떳하다면 혐의는 풀릴 것입니다. 이해해주시겠습니까?”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무고한 사람이 피해 받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마지막 말은 날 보면서 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다 죽이려는 줄 알겠다.
“걱정하지 마시길. 검사 세 명밖에 안 죽었습니다.”
“···허!”
“총장님을 모셔라.”
천명국이 검찰총장을 청와대로 보낸 뒤, 내게 다가왔다.
“완전히 초토화 되었군요.”
“경고했는데 외부로 연락을 시도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저도 돕겠습니다.”
“서류가 완전히 조작되어 있으니 그쪽부터 확인해보죠.”
“알겠습니다.”
각성자안보실 헌터들이 중앙수사부 사람들을 수습하는 동안 나는 천명국과 움직이면서 부산에 관련된 서류 모아와 집중적으로 살폈다.
직감을 활성화 했다. 서류의 내용을 읽고 이해를 하면 퍼즐 조각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전체 그림을 유추한다. 직감이 아무 반응이 없다면 옳은 거고 그림이 맞지 않거나 어그러지면 서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속도가 어마어마하군요.”
순식간에 서류를 분류해내는 날 보며 천명국이 탄성을 터뜨렸다. 이것이 직감의 힘이다. 어째 원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거 같지만 응용의 한 갈래니까.
난 각성자안보실 헌터들이 갖고 오는 서류를 분류해서 건네줬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일처리가 빠르게 될 것 같습니다.”
“별 거 아닙니다. 그나저나 검사는 믿기 힘들 거 같은데요.”
“예. 이쪽도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얼굴에 그늘이 진 천명국과 함께 나는 검찰총장의 사무실까지 수색했는데 특별한 건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로 돌아오니 곧장 대통령이 나와 천명국을 불렀다. 맞은편에는 잔뜩 굳은 채 앉아있는 검찰총장이 보였다.
“어서 오게. 아주 큰 건 하나 치렀다는 얘기를 들었어.”
“사소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자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 수색해본 결과는 어떤가?”
듣고 있던 천명국이 대답했다.
“중앙수사부 단독 행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휴우!”
검찰총장이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지. 처음부터 김 총장을 믿고 있었어.”
“예, 대통령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앙수사부가 뒤집어졌으니 해야 할 일이 많을 거야. 가보게.”
“잡음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검찰총장이 돌아갔다. 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대통령의 표정이 굳었다.
“이제 전쟁이로군.”
“대통령님, 우선 야당과 부산시를 분리해서 따로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영수회담을 열도록 하지.”
“부산 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쪽에서 조치를 취했으니 먼저 액션을 보이지 않겠나. 자료를 모으면서 기다린다. 개전 여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으니.”
그리 말한 대통령이 날 바라봤다.
“보다시피 부산시는 앉아서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야당 측에도 접촉이 있을 테고, 대형 길드나 대기업들도 접촉했을 거야.”
“그쪽도 다 쓸어버리면 되는 겁니까?”
이세희한테 부산과 어설프게 얽히지 말라고 해야겠군. 다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대통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부탁 하나 더 해도 되나?”
“말씀하십시오.”
“부산시에서 그 난리를 치고 있지만 죄를 저지른 건 유성수와 그를 따르는 자들, 그리고 빌런들이라고 생각하네.”
“피해를 줄이길 원하시는군요.”
“해줄 수 있나?”
“글쎄요.”
대통령의 부탁은 죽일 놈만 죽여 달라는 거다. 그냥 나한테 덤비는 녀석들을 다 죽이는 것보다 난이도가 월등히 높아진다.
거절할까 싶었지만 간절한 대통령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별 생각 안들었다.
그래도 방법 정도 생각해보는 성의는 보여야겠지.
“최소한 피해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보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문제는 그 다음인가.”
야당과 부산시의 분리, 그리고 최소한 피해로 제압.
모든 과정에서 최상의 결과로 나와야 실현이 가능한 일이다.
천명국이 나섰다.
“부산시장 측 생각이 드러나면 제가 부산을 다녀오겠습니다. 유 시장을 설득해보겠습니다.”
“그 위험한 곳을 다녀오겠다고? 안 돼.”
“하지만 제가 아니고서는 들은 척도 안할 겁니다. 잘 설득해보겠습니다. 저도 레벨 7 각성자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그래도 안 돼. 왜 위험을 감수하려 하나.”
강경한 대통령의 만류에 천명국이 웃어보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편히 써주시길 바랍니다, 대통령님.”
“허허. 그럼 부탁하지.”
천명국의 고집에 대통령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영수회담, 3대 길드 마스터와 회담. 대기업 총수들과 만찬. 여당 국회의원과 만남.
불과 이틀 사이에 벌어진 대통령의 광폭 행보였다.
나는 이세희에게 부산시장 측과 접촉을 자제하라고 권유했다.
-안 그래도 부산시장이 삼촌과 만나자고 하던데요.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거절하셨다네요. 그런 내막이 있었군요. 주의할게요. 고마워요.
이걸로 신성그룹은 한 발 물러서게 되었다.
이찬택에게도 연락하니 내 요청을 수락했다.
무려 두 명이 일을 벌이기 전 협력을 해왔다.
친구가 많다는 거 생각보다 훨씬 좋은 거구나.
그리고 얼마 후, 부산에서 온 부산시장의 측근이 말을 전해왔다.
나와 천명국이 있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헛웃음을 흘렸다.
“유성수가 자기는 심했다는 걸 인정하고 자중한다고 하더군.”
“······.”
“그게 끝입니까?”
난 기다려도 더 말이 나오지 않아 물어봤고,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를 두 동강 낼 생각이냐고 협박하던데. 좋게좋게 가자는 거지. 허허.”
“물론 몇 가지 약속을 하긴 했습니다.”
유성수가 내민 타협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리그로 향하는 자금 집행을 중단하겠다는 거고 둘째는 빌런 조직의 대대적인 소탕, 마지막은 자체 감사를 통해 부패한 정치인을 잡아들이겠다는 이야기였다.
실효성은 하나도 기대할 수 없는 개선안이었다.
“각질 몇 개 떼어내고 새로 태어났다고 우기는 셈이지. 유성수 그놈이 날 완전 물로 보고 있어!”
“고정하십시오.”
대통령을 만류하면서 천명국은 날 보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부산에 갈 생각입니다.”
“방법이 있습니까?”
천명국이 고개를 저었다.
“유 시장도 본인이 내세운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아마 시간을 벌려는 의도일 겁니다. 가서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걸 양보할 수 있는지 탐색해보려고 합니다. 시간은 저희 편이 아닙니다.”
“지금쯤 전력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겠죠.”
“맞습니다.”
분노한 대통령을 달랜 뒤 각성자안보실로 자리를 옮기자 천명국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협상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강대강 대치라서 좋게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서로 양보하면 행복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 이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야당 대표가 유 시장과 계파가 다르고 이번 행동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서 한 발 물러서기로 한 점입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유 시장 계파는 지원을 하려들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천명국이 원하는 건 속전속결이었다.
대치가 장기화 되어 내전 형태로 보여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핵심은 최주호 초인님입니다.”
나, 꽤 믿음 받고 있나보다.
천명국은 3대 길드와 대기업은 관망하는 스탠스를 취할 거라 말했다. 중간에서 지켜보다가 유리한 쪽에 붙겠지.
믿어주는 만큼 나도 보답을 해야겠지.
“이거 받으시죠.”
나는 천명국에게 반지를 건네줬다. 특별할 것 없는 밋밋한 디자인의 금반지였다.
표면으로 은은하게 포스가 흐르는 걸 본 천명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입니까?”
“좋은 일이 일어나는 반지입니다. 유성수를 만날 때 몸에 갖고 계시면 됩니다.”
“······.”
“진짜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난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천명국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파악한 순간, 유성수는 노골적으로 정부를 적대하며 서울로 올라가는 물자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부산의 3선 시장인 그는 지난 10년 동안 부산의 전력을 사유화하는데 집중했다.
부산에는 대형 길드도, 대기업도 없기에 할 수 있던 일이다. 그 결과 정부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규모의 전력을 키워낼 수 있었다.
질적인 면에서 형편없지만 정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규모로 성장시킨 것이다.
정부가 움직이면 내전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그 부담이 클 것이기에 쉽게 움직일 수 없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다. 상대는 퇴임할 날이 다가오는 권력자였고 자신은 아직 더 위로 올라갈 곳이 남아 있는 정치인이다. 당도 지원에 나설 것이다.
정부 측에 의사를 전달한 것도 다분히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였다.
그것과 별개로 자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건 괘씸했다.
“결국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울려줘야겠지. 백군서는 어디 있지?”
유성수의 물음에 비서가 대답했다.
“서울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간섭하지 않겠다는 건가? 붙잡아두는 건 실패했지만 나쁜 일은 아니지.”
레벨 8 초인을 보유한 3대 길드가 움직이지 않으면 경계할 건 하나밖에 없다.
“최준호 그 자식만 조심하면 돼.”
초면에 자신을 범죄자로 여기던 간악한 녀석. 언제고 반드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유성수는 자신이 있었다.
“리그에서 초인을 보내주지 않는 건 아쉽단 말이지.”
그동안 보낸 돈이 얼만데.
배은망덕이라는 건 녀석들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유성수는 실망하지 않았다. 초인이 없다고 해도 막을 방법쯤은 얼마든지 있다.
바로 시민이라는 방패다.
최준호가 아무리 손속이 거칠다고 해도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이진 않는다.
부산 시민은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인질이었다.
“오히려 몇 명 죽여줬으면 좋겠군.”
만약 최준호 손에 무고한 시민이 죽기라도 한다면?
여론은 자신에게 기울 것이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삼백만의 방패를 뚫고 올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