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90
90화
90화
소예와 전투는 그로부터 3시간여 동안 더 이어졌다.
녀석은 탁월한 완력만큼 체력도 대단했다. 그걸 차륜전으로 체력을 갉아먹는 신성길드의 전략은 좋다고 볼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했다.
“······.”
멀찍이 떨어져서 사냥 과정을 지켜본 내 개인적인 감상은 뭐라고 해야 할까, 별 거 없다고 해야 할까.
내가 사냥할 때 참고할 건 없는 수준이다.
그걸 배제하고 평가해보자면 부족한 전력을 알뜰살뜰 끌어 모아 강대한 마물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정석을 보여주고 있긴 했다.
선두에 선 백군서가 마물의 어그로와 딜을 담당하고, 그 뒤에 배치된 탱커들이 마물의 공세에 2차로 대비한다. 그리고 시선을 잡아두면 사방에서 공격하여 데미지를 입히는 방식이다.
지루할 정도로 정석적이다. 그렇기에 강력했고 흔들림이 없는 상태에서 꾸준하게 데미지를 가했다.
중간에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독려하고, 체력 상태를 고려하여 역할을 배분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는 이세희의 능력이 돋보였다.
안 그랬으면 벌써 몇 명이 죽었을 것이다. 실제로 부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이세희가 진형을 재조정해서 아군을 보호했다.
그렇게 체력을 갉아먹은 끝에.
쿵!
“끝났나.”
마침내 소예가 쓰러졌다. 신성 길드 측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서른 명이 넘는 헌터들이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럴 때마다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작은 규모 사냥팀이었으면 그대로 죽었을지 모를 상처였다.
난 소예가 쓰러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준호 씨.”
이세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날 맞이한다.
왜 그런가 싶었더니 아직 사냥이 끝난 게 아니었다.
소예가 쓰러졌지만 죽지 않았다. 기력이 빠졌지만 기프트를 전력으로 발동하고 있어서 포스 실드를 뚫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여기에서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사냥해야 한단다.
난 백군서에게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예를 감당해서인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끝까지 간섭할 생각이 없었는데 살아있는 채 쓰러진 걸 보니 브레인워싱을 해보고 싶어졌다.
“제가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오히려 이쪽이 부탁하고 싶은 일이지. 부탁해도 되나?”
“괜찮으면요.”
“부탁하지.”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나는 소예 앞에 섰다. 날 보고 흠칫한 녀석이 몸을 꿈틀거렸지만 체력이 바닥났는지 더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콰드득!
연이어 기뢰를 쏟아내자 포스 실드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누리 때처럼 포스를 극도로 활용하여 방어력을 높인 형태였다. 내가 상대했어도 까다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상대해봐서 해체하는 것도 쉬웠다.
마침내 포스 실드를 뚫고 내 손이 녀석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그어어어!
소예의 저항을 뚫고 브레인워싱을 했다.
내가 주입하는 키워드에 소예가 반응을 보였다. 이건 의외였다. 그동안 브레인워싱을 사용하면 필사적으로 저항하거나 폭주하는 기미가 보였는데 이번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복종할 의사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지.
하지만 더 깊숙이 파고들어 자아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자, 내재된 깊은 분노가 날 맞이했다.
마물이 인류에 적의를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다. 이걸 지우고 복종 키워드를 주입해야 테이밍이 가능하다. 여태까지 모든 마물은 이걸 건드리기 전에 폭주했다. 하지만 소예는 다르지 않을까?
나는 분노를 건드려보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소예가 울부짖었다.
난 개의치 않고 분노를 건드렸다.
처음에는 반응하지 않던 분노는 거칠게 폭주하더니 내 키워드를 밀어내며 발광했다.
다 죽어가는 마물의 자아와 멀쩡한 나 사이에 벌어진 대치 결과는 사실 뻔했다.
내 브레인워싱이 소예의 분노를 제압하고 복종 키워드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퍽!
소예 머릿속에서 둔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눈이 흐릿해지며 고개를 떨궜다.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와아아!
지켜보던 신성길드 헌터들은 겉모습 온전하게 마물을 죽였다며 기뻐했지만 난 아니었다.
테이밍이 성공했었는데, 3초도 되지 않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난 입맛을 다셨다. 제법 분위기 파악할 줄 알던 녀석이었는데.
“안 되네.”
마치 인류를 적대하도록 프로그램을 짜놓은 거 같았다.
결국 정신적인 문제라는 건데, 브레인워싱의 키워드 주입은 반발을 일으키는 듯하다. 일종의 바이러스 취급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게 만독불침이다. 저 적의를 상태 이상이라 판단하면 만독불침이 말끔하게 지워버릴 테니까.
브레인워싱이 바이러스라면 만독불침은 백신이로군.
하지만 만독불침은 나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기프트였다.
타인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기프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름이 동기화였나? 누가 그 기프트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내가 뒤로 물러나자 이세희가 기쁜 표정으로 다가온다.
“준호 씨! 고마워요! 사냥 기여도 정확하게 책정해드릴게요.”
“괜찮아. 안 챙겨줘도 돼.”
“네? 그건 안 되죠!”
“어차피 다 잡아놓은 거였어. 옵저버도 시켜주고, 소예를 살펴볼 시간도 줬으니 나도 필요한 걸 다 얻었어. 그러니 신성길드의 온전한 성과야.”
덕분에 다음 과제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으니 딱히 손해는 아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만독불침 이 녀석이 틈만 나면 내 정신방벽을 파고들려는 건데.
기프트 자아가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게 교육시킬 방법이 어디 없나. 몇 번 내 뜻을 전달했지만 자아만큼 질긴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버서커에게서 복사해올 때 이상이 발생한 거 같다.
버서커 정신이 이상한 걸 알았는데 내가 복사를 해버려서 내가 이상하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결국 버서커 녀석이 문제다.
난 여전히 미련을 담고 있는 이세희의 표정을 보고 다른 제안을 했다.
“정 신경 쓰이면 다음에 개인방송에 한 번 출연해줘.”
“진세정 팀장이 했던 프로젝트 말이죠? 좋아요. 한 몸 불살라 볼게요.”
“그래. 그럼 뒤처리 잘해.”
나는 만독불침 활용 방안을 생각하며 서울로 복귀했다.
*
소예를 놔두고 최준호는 진짜 돌아가 버렸다.
뭔가를 요구할 법도 했는데 그것도 없다.
이세희는 최준호만큼 특이한 사람이 또 없다고 생각했다.
젊은 나이에 저만한 실력을 가지면 어김없이 욕망에 충실했다. 하지만 최준호는 욕심이 없었다. 돈도, 명예도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자기 욕망에 솔직하면 저 강대한 힘을 이용해볼 욕심이라도 들었을 텐데.
아니, 그랬다면 진즉에 머리가 부서졌겠지.
아직도 첫 만남이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지곤 했다.
최준호에 대한 생각을 떨쳐낸 이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상대할 때면 언제나 심력이 소모되곤 했다. 소예와 격전을 치렀던 만큼 아찔한 피로가 엄습해왔다.
“하아!”
주위를 둘러보니 지친 헌터들이 늘어져 있었다. 후속 부대가 올 때까지 휴식시간이다. 그만큼 힘든 격전이었다.
이세희도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신은 총괄 운영팀장이다. 길드 소속 헌터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오기로 버티고 섰다.
그런 이세희에게 백군서가 다가왔다. 보기 드물게 초췌한 얼굴이었다.
“고생했다, 세희야.”
“감사합니다. 하지만 삼촌이 가장 고생하셨죠. 삼촌이 없었으면 사냥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플러스 단계에 고전한다더니 왜 그런지 알겠다. 위험한 순간이 제법 많았어. 비행 마물이었다면 더 위험했겠지.”
백군서는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 확실히 플러스 단계 마물은 격이 달랐다.
평소와 달리 그가 고전한 걸 알았기에 이세희도 섣불리 위로 같은 걸 건네지 않았다.
특히 최준호가 문제였다. 잠깐이지만 소예를 대수롭지 않게 밀어내던 모습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상대하던 자신들과 대비되었다.
하늘보다 자존심이 높은 백군서가 느낀 충격은 생각보다 더 클 것이다.
“최준호를 붙잡은 네 판단이 옳았다. 네가 그룹을 살렸어.”
“아, 감사해요.”
“앞으로 내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해라. 내 일처럼 도울 테니.”
“삼촌?”
“똑똑한 너라면 내 말의 의미가 어떤 건지 알 거라 생각한다.”
“······.”
“그럼 가보마.”
그리 말한 백군서가 몸을 돌렸다. 잠시 후, 이세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신성길드가 성공적으로 플러스 단계 마물 소예를 사냥한 가운데······.
사냥 소식이 언론과 TV를 뒤덮고 있을 무렵, 본사로 향한 백군서는 이영문을 만나고 있었다.
고된 사냥의 여파를 완전히 씻어버린 백군서보다 이영문의 안색이 더 안 좋았다.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 군서야.”
“형님이 걱정해주셔서입니다.”
“네 활약이 컸다고 들었다.”
백군서가 고개를 저었다.
“부족함만 느낀 자리였습니다. 특히 저와 최준호의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고?”
아마 이영문은 제대로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백군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예를 사냥하는 자리가 없었다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예, 어쩌면 최준호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보던 건 세희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준호는 최소 십대초인급 실력자입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백군서는 속으로 그 말을 중얼거렸다.
“세희가 이례적으로 공을 들이긴 했지. 최준호를 잘 잡았어.”
“하지만 최준호는 위험합니다. 그룹이 흔들린다면 사업적인 실패도, 마물 사냥 실패도 아닌 최준호일 것입니다. 당장 세찬이 건만 해도······.”
“그만.”
이영문이 손을 들어 백군서의 말을 제지했다.
이미 둘은 이세찬이 누구에 의해 백치가 된 건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였다.
“그건 여기까지 하자.”
“죄송합니다.”
“네 말대로 최준호가 위험한 건 맞다. 하지만 우리 그룹에 큰 이익을 안겨다준 것도 사실이지. 사업가로서 녀석을 멀리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가만히 있었으면 다른 곳이 이익을 봤을 거다. 군서야.”
“예.”
“세희가 녀석과 잘 되도록 도와다오.”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보다 해줄 수 있는 건 많다.”
“그런 말씀은 좋지 않습니다, 형님.”
백군서가 놀라 말했지만 이영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 바람과 현실은 다른 법이지.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나서고 싶지만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냐.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
“최준호는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녀석이긴 합니다.”
“정부에서는 세희와 이어지는 걸 방해할 거다. 우리가 파악한 만큼 그쪽도 최준호에 대해 파악했을 테니. 한집안이 되면 대한민국이 신성그룹에 먹힌다고 생각할지도. 딱히 틀린 말도 아니야. 그게 우리에게 이상적인 그림이기도 하고. 그러니 네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믿어도 되겠나?”
“저는 형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어.”
이영문이 쓴웃음을 지었다.
*
소예와 한별의 동시 사냥으로 이번에 대한민국은 사냥 능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하나는 플러스 단계고 다른 하나는 유해 8단계였지만 동시에 둘을 상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란다.
아직 유해 8단계 마물조차도 상대하는 걸 버거워하는 국가가 많았으니까.
“파워 랭킹 6위로 올랐어.”
대통령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천명국도 상당히 표정이 밝았다. 각성자 파워 랭킹은 국력을 상징하는 지표 중 하나여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안전한지 어필할 수 있단다.
실제로 국토 면적대비 가장 안전한 국가로 대한민국은 5위 안에 진입했다.
빌런과 마물이 득실거려도 살기 좋은 국가였군. 다른 국가는 얼마나 지옥이란 건지.
“그나저나 오늘이긴 한데. 굳이 나가야겠나?”
오늘은 독일에서 프란츠가 입국하는 날이다.
대놓고 날 혼내러 오겠다고 했으니 지나칠 수 없지.
대통령과 천명국은 제발 지나가달라는 얼굴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굳이 외면할 이유가 있나?
그래서 난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겠다는 의중을 밝힌 상태였다.
“예.”
“불필요한 충돌이 벌어질 수 있어. 차라리 청와대에서 짧게 인사하는 게 나아.”
그래봤자 그 영감 성격상 바로 질러버릴 텐데?
아무래도 대통령은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듯했다.
“어차피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청와대보다 공항이 낫지 않겠습니까?”
“······.”
내 배려를 이제야 이해한 듯하다.
물론 나는 무조건 싸울 생각은 없다.
“좋은 분위기가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하니 믿어야지. 잘할 거라 난 믿어. 안 그런가, 천 실장?”
“예에······.”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면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데.
어차피 나도 안 믿는 사람에게 억지로 믿음을 권하진 않으니까.
“그럼 가보겠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혈종이 된 후에 만났지만 프란츠와 만남은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내 기프트 중 하나인 기뢰는 가장 애용하는 것이기도 하고.
내 손에 죽었을 때 프란츠는 이미 여든이 넘은 노인이었다. 유럽에서 존경받으며 조용히 삶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음에도 정의를 위해 한국으로 왔다.
이때부터 꼰대 기질이 충만했을까?
혈종일 때 날 보자마자 젊은 놈이 악에 굴복했냐며 정신 차리라고 호통부터 쳤던 양반인데.
“강하겠지?”
훨씬 젊은 지금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
60대 중반에 접어든 프란츠 귄터는 겉모습만 보면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선 굵은 얼굴에 탄탄한 근육이 자리한 몸은 잘 단련된 실력자임이 드러났다.
그는 길게 기른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옆에서 잔소리하는 제자의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좋게 나가셔야 해요.”
“그럼 좋게 나가지, 내가 판을 엎어놓겠느냐?”
“하시는 행동이 안 좋으니 문제죠.”
“어허.”
프란츠의 제자, 로라 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전에 최준호를 상대해봤기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언을 했지만 스승도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어쩌다 자신이 이 두 사람 사이에 끼게 된 건지, 처지를 생각하면 서글퍼졌다.
“리그에 대항하려면 힘을 합쳐야 하니 온 거다. 정신머리를 제대로 박아놔야지, 내가 따끔하게 훈계할 테니 넌 옆에서 지켜보기나 해.”
“그걸로 정신 차린 사람이 있기나 해요?”
“있다. 30년 전 요하네스 뮐러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얘기는 백 번도 넘게 들었고요. 그리고 예전에 사망한 분 얘기해봤자 확인도 안 되거든요.”
“크흠, 아무튼 계속 얘기하면 듣게 돼.”
“하아!”
로라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프란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미리 단단히 훈계하지 않으면 리그에 현혹될 수 있어. 가장 좋은 건 결혼을 시켜서 정신을 차리게 하는 건데······.”
그러면서 로라를 보자, 표정을 확 일그러뜨렸다.
“자꾸 이상한 소리하면 가만 안둘 거예요. 그리고 생각도 없어요. 나이 차이가 얼만데!”
“사랑에 나이 차이는 상관 없다.”
“제자 손맛 볼래요?”
앙칼진 로라의 말에 프란츠가 꿍얼거렸다.
“···나 때는 스승을 하늘처럼 생각했는데.”
“저 가르치면서 스승놈이라고 들은 게 수백 번이거든요?”
“아무튼 나만 믿어라. 정 말을 안 들으면 힘으로라도 제정신이 박히게 해줄 테니.”
“최준호는 진짜 강하다고요.”
“나보다?”
“쉽지 않을 걸요.”
원하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프란츠가 미간을 찌푸렸다.
“젊은 것이 강해봤자다. 넌 네 스승을 무시하는 거냐?”
“무시는 안하죠.”
“에잉, 요즘 것들은 존경을 몰라. 가자.”
혀를 차며 앞장 섰다. 뒤따르는 로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괴팍한 스승과 반쯤 미친 최준호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미래 예지 기프트가 생긴 건 아닐 테고.
근데 왜 미래가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