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나는 프란츠 영감을 맞이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마물의 창궐 이후, 그 역할이 상당히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항이자 국제노선의 허브였다.
독일에서 오는 프란츠 일행도 몇 차례 경유를 거친 뒤 오는 것이다.
굳이 먼 길을 오는 걸 보면 영감의 체력은 걱정할 게 없군. 혈종일 때 날 잡으려고 와서 기력이 딸려서 며칠 휴식을 취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본래 나는 혼자 오려고 했지만 천명국이 극구 만류하며 사람을 붙였다.
“실장님이 감시하라 했습니까.”
“그, 그런 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 걱정 많이 하는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우리 천 실장이 날 각별하게 생각하긴 하지.
나는 따라온 각성자안보실 직원에게 안심하라고 말한 뒤 조용히 프란츠를 기다렸다.
내가 아무리 가차 없이 손을 쓴다고 해도 과거의 인연을 만나는 자리에서 손을 쓸 생각은 없다.
물론 영감은 날 만난 적이 없을 테지만.
내게 깊은 인상을 줬던 사람이라 기량이 완전히 하락하기 전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내가 혈종일 때 상대적 기준으로 가장 강한 적이었으니까.
당시 프란츠는 기량이 떨어지고 있었음에도 내게 죽음의 위기를 느끼게 해줬다.
그랜드 마이스터라는 위명이 어울리게 기뢰를 절묘하게 사용하여 몇 번이고 위기에 처했었다.
기뢰가 한번 파고들면 질기게 내부를 휘저어 대고, 영감의 체술도 신묘하기 그지없어 미쳐 버릴 것 같았지.
그만큼 대결 후 얻은 깨달음도 만만치 않았다.
좋다는 기프트를 모조리 취해서 미쳐 버렸던 내게 있어 기프트가 많은 것이 좋은 게 아니란 걸 깨닫게 해 줬으니까.
“따지고 보면 영감 지분이 조금 있는 건가.”
기프트 허용량이 넘어가서 미쳐 버렸던 거라 생각하는 내게 기프트를 줄이는 계기를 준 게 대결 직후였으니까.
그나저나 영감이 어떤 상태려나.
당시에도 엄청 꼬장꼬장했는데 기력이 남아 있는 지금은 훨씬 심할 것 같다.
“도착했습니다.”
직원의 말에 난 상념에서 벗어났다.
두근두근.
이상하게도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저번 생에선 미쳐 있던 날 보고 다짜고짜 호통 쳤던 양반이 제정신인 날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가 되었다.
잠시 후, 아직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프란츠와 일전에 본 적 있는 로라 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난 프란츠와 눈이 마주쳤다. 힘이 느껴진다. 꽤 세다. 저번 생에서는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심지가 굳건했다.
어지간히 깐깐하겠군.
나를 본 프란츠가 로라와 대화를 나누더니, 만류하는 로라를 뿌리치고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딱딱하지만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했다.
“네가 최준호냐?”
“반갑습니다, 그랜드 마이스터 프란츠 귄터.”
“그래도 예의는 아는 녀석이었군. 듣던 소문이랑 다른데?”
“첫 만남이라 예의를 차려 봤습니다.”
“그 말은 앞으로 안 차리겠다는 얘기냐?”
“보고 판단하죠.”
“후배라면 자고로 선배에 대한 존경이 있어야 하거늘······.”
미간을 모으며 날 보는 프란츠.
난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마주했다.
역시 정정하니 꼰대력이 장난 아니군.
“헤드 브레이커라 불린다고? 대체 얼마나 많은 놈의 머리를 깨고 다닌 거냐.”
“깰 놈들만 깨고 다녔습니다. 문제라도?”
“아니, 잘했다고. 죽을 놈은 죽을 짓을 하더군. 빨리 다 쳐 죽이는 게 세상에 더 이롭다.”
“의외네요. 다들 지적 하던데.”
“지적할 건 네놈 손에 묻은 피 때문에 그렇다. 아직 어린데 대체 얼마나 죽여서 손에 살기가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거냐.”
귀신같은 영감 같으니라고.
“손을 쓸 때 망설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머리도 부수려고?”
저번 생에서는 그랬다만, 지금은 굳이 그럴 생각이 없어서.
난 어깨를 으쓱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프란츠도 더 캐묻지 않았다.
“나와 같은 기프트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확인해 보겠습니까?”
“그래야지. 써 봐라.”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난 곧바로 프란츠에게 손을 뻗었다. 뒤에 있던 로라가 놀란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당사자는 가만히 있었다.
내 손에 서린 기뢰가 프란츠의 어깨를 타고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파지직! 하는 스파크와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기뢰가 빨려 들어갔다.
일반인이라면 뼈가 모조리 부서져 가루가 되었을 위력이지만 프란츠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그걸 감당해 냈다.
나 또한 프란츠를 죽일 생각으로 쏟아 낸 게 아니었다. 이 정도로 죽을 양반도 아니었고. 애초에 이 기프트를 가졌다면 내성도 갖고 있겠지.
그 증거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기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인을 닮아 아주 고약하구나.”
눈을 감고 있던 프란츠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직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만 있어. 이런 광기와 살기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미치지 않은 게 용하군. 아니, 이미 미쳐 있나.”
“미치긴 누가 미쳤단 말입니까.”
“너 말이야, 너. 지금 유럽에서 한국에 미친개가 날뛰고 있다고 소문이 자자해.”
“누가 그럽니까.”
이 양반, 선 넘는다.
그나저나 미친개 발언은 누가 했는지 물어봐야겠다.
순간, 시선이 마주친 로라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는데, 프란츠가 말하고 있어서 캐물을 수 없었다.
“나 때는 말이야, 꿈과 희망이 있었어. 내 손으로 마물을 박멸하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숭고한 이상. 그걸 위해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뒤틀리기도 했지. 포스가 역류한 녀석도 있었어. 당연히 수습 못 하고 죽었고. 우리 때는 기프트 개방을 위해 맨몸으로 마물을 상대해 보는 용기도 있었는데 요즘 것들은, 쯧쯧!”
프란츠가 날 보고 혀를 찼다.
“수틀리면 상대를 죽일 생각부터 한단 말이야. 각성자 하나 키우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줄 아냐? 재능이 좀 있다고 하면 다짜고짜 돈부터 외쳐 대거나 뛰쳐나가 빌런이나 되고. 대체 세계가 어떻게 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전 빌런 잡는 정부 소속 초인입니다.”
“그 살기가 빌런한테만 가는 게 아니니까 문제다. 내 제자 손목은 왜 분질렀는데?”
“덤빌 땐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건 맞는 말인데. 누가 보면 죽을 짓을 한 줄 알겠다.”
코웃음 치는 프란츠.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로라.
나랑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돌린다.
딱 걸렸다. 아무래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거 같은데 미친개 리스트 좀 물어봐야겠다.
“그래서 그게 끝입니까?”
“끝일 리가. 기프트에 살기 냄새가 너무 짙게 배었다. 내 조언을 듣기 전에 내 기프트부터 체감해라. 너희는 기뢰라 부른다지? 나는 이걸 블리츠(Blitz)라 부른다.”
그리 말한 프란츠가 손을 뻗었다. 내가 반사적으로 그 손을 붙들자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뭐하자는 거냐?”
“반사적인 겁니다.”
“에잉, 요즘 것들은 믿음이 없어.”
프란츠의 손에 서린 기뢰가 날 파고들었다. 으음,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짜릿함과 동시에 퍼져 나가는 저릿함.
점점 번져 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하고 내 안에서 흩어졌다.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
날 보는 프란츠에게서 장난기가 느껴졌다.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같은 기프트인데 당연히 똑같지, 다를 리가 있겠냐. 나도 맛봤으니 너도 맛보는 게 인지상정이지.”
···이 꼰대 영감이.
죽일까?
인내심이라는 거 생각보다 빠르게 바닥난다.
“이걸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지. 네놈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면 난 다른 방법이다.”
프란츠가 손을 뻗자 소멸되어야 할 기뢰가 형태를 유지하여 내 앞까지 도달했다.
“어떠냐? 가르쳐 줄 수도 있다.”
마치 강아지 앞에서 뼈다귀를 흔드는 표정이었다.
나도 손을 뻗어주었다.
“그 정도는 저도 가능합니다.”
“어?”
프란츠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었다.
원거리로 투사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단지 위력이 효율적이지 않을 뿐이다.
고작 이 정도로 유세를 떨려고 한 건가. 내 반응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프란츠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재미없는 녀석. 꼭 이겨 먹어야 했냐? 너 잘났다, 네 똥 굵다.”
저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워 오는 건지.
제임스 리드도 그렇고 프란츠 영감도 그렇고 조사가 시급했다.
“그래서 계속 여기 있을 겁니까?”
“가야지. 할 것들이 제법 많으니까. 네가 앞장서라.”
“그러죠.”
우리는 차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로라에게 미친개 명단에 대해 물어보니 못 알아듣는 척 독일어만 했다. 말하는 거 몰라도 듣는 건 가능해 보이는데.
프란츠와 얘기를 나누는 것은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혈종으로 완전히 선을 넘던 시기였으니까.
어쩌면 정다현과 갖는 감상이 비슷할지도 모른다.
존경받는 어른으로 노년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빌런인 날 죽이기 위해 먼 타국까지 찾아왔으니까. 정의를 위해 자기 몸을 불사른 신념을 난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오! 이 차도 제법 괜찮군. 하지만 역시 독일 차가 최고란 말이지. 독일 맥주는 없나?”
···다만 독뽕이 상당한 듯 싶었지만.
어딜 가나 사람은 비슷한 법이다.
* * *
청와대에 도착하고 열린 만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대통령과 프란츠는 국제정세부터 시작하여 외교 전략, 길드 운영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둘은 서로의 식견을 추켜세워 주면서 감탄을 거듭했다.
대통령은 유럽의 맹주로 우뚝 선 독일을 칭찬했고, 프란츠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칭찬했다.
당장 나눈 대화만 듣고 있어도 국뽕 썸네일이 쏟아질 정도다.
“확실히 특이한 형태입니다.”
“길드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요.”
독일의 길드는 특이하게도 정부와 시민이 합쳐서 51%의 지분을 유지하게 했는데, 이는 길드 세력이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로 인해 무수히 많은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었지만 정부 혹은 길드 입김이 너무 강한 국가의 폐해를 겪고 다시 돌아오는 각성자들이 많았다.
세계는 마물과 전쟁 중이다. 여기에 같은 인간인 빌런의 존재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에 자신이 자라온 터전, 안정감, 국가의 통제 능력 등 다른 요소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단다.
“돈이 모든 가치가 아닙니다. 살아가는 터전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상 깊은 말씀입니다.”
프란츠와 대통령과 대화 중에 유독 ‘라떼는’이나 ‘요즘 것들은’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면서 왜 날 힐끔거리는 건지.
나더러 들으라는 건 아니겠지. 따지고 보면 나도 요즘 것들 보면서 혀를 차는 쪽에 속하는데.
“한국에 계신 동안 편히 모시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신지.”
“그럼 최준호에게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난 봤다.
대통령과 천명국의 표정이 급속도로 흐려지는 것을.
설마 날 못 믿는 건가.
“대통령님.”
“음? 왜 그러나.”
“혹시 제가 못 미더운 겁니까?”
나와 눈이 마주친 대통령이 흠칫하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물어왔다.
“그럴 리가. 최준호 초인, 부탁해도 되겠나?”
믿는다면서 왜 내가 거절하길 간절히 바라는 눈인 건지.
나랑 다니면 사고가 나는 줄 알겠다.
아닌 걸 보여 주지.
“제가 책임지고 서울 구경 시켜 드리겠습니다.”
“부탁하겠네. 으, 으음!”
대통령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 * *
나와 프란츠는 둘이 이동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로라도 슬쩍 사라져 있었는데,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 움직이는 걸 선호한단다.
미친개를 누가 얘기했는지 끝까지 말 안 하더라.
누가 보면 뒤끝 발휘하려고 그런 줄 알겠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아무튼 나와 프란츠 둘이서 서울 투어를 떠났다.
한국에 머무는 건 고작 사흘.
그동안 서울의 각종 궁궐을 둘러보고 다양한 음식도 먹었다. 족발을 먹어 놓고 새로운 슈바인 학센이라고 하면서 엄청나게 먹더라. 족발집에서 독일 맥주는 왜 찾는 건지. 그걸 또 기어이 공수해 온 족발집 사장도 대단했다.
다음 날 일정에서는 아카데미에 들려서 고명학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해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듯했다.
그러다 붉은 뱀 김영환 얘기가 나오자 혀를 찼다.
“그런 놈은 죽어도 싸.”
어째 내가 과거로 돌아와서 누군가 죽인 걸 프란츠가 가장 공감해 주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온 김에 프란츠는 대한민국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강도 해 주었다.
지금은 물러났다고 하나 십대초인에 속한 고강한 초인의 등장에 학생들의 눈이 바로 초롱초롱해졌다.
날 보면 사색이 되던 것들이 차별이 심하군.
역시 간판이라는 게 중요하긴 했다.
서울 구경 마지막 날, 나와 프란츠는 고급 한식당에서 한상차림을 먹은 뒤, 산책 겸 밖으로 나왔다.
“좋군, 도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건 국가의 자존심이 건재하다는 의미지. 나 때도 이런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독일 함부르크의 작은 마을에 태어난 프란츠는 마물의 습격으로 가족과 이웃을 잃었다고 한다.
마물의 습격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느꼈고, 강해져야겠다는 동기부여를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기뢰도 번개에 맞아 그걸 적응하면서 얻어냈다고 하는데, 현지에서는 제우스(Zeus)라 부르기도 한단다.
참 어울리지 않는 이명이다. 제우스라 하기에는 여자를 한 번도 사귀지 못한 걸로 아는데.
“나도 한국에 대해 알고 있다. 인재의 힘으로 선진국 반열에 든 강국이지. 마물의 등장으로 넓은 국토도, 풍부한 자원도 중요도가 내려간 시점에 인재가 풍부한 한국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넌 어떻게 생각하나?”
“별생각 없습니다.”
“요즘 애들은 생각이 깊질 못해.”
물어봐서 대답한 건데 꼬장꼬장하기는. 다시 고개를 돌린 프란츠가 말했다.
“내가 지켜 온 세상이지만 요즘 많은 생각이 든다. 욕망은 점점 더 강해지고, 세계를 수호한다는 대의는 시들어가고 있지. 전부 머릿속에 계산기부터 굴려. 나를 비롯한 초인들의 강대한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 머리만 굴리는 정치가, 기업가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이러려고 평생 동안 세상을 수호한 게 아닌데.”
“후회하는 겁니까.”
“후회하지. 내가 희생하는 만큼 세상은 바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욕망을 너무 얕봤어. 내가 희생하는 만큼 그걸 받아먹고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더구나.”
“······.”
대통령하고 나눈 대화하고 많이 다른 느낌인데.
프란츠의 생각이 원래 이랬던 건가.
“결국 우리의 고충을 알아주는 건 같은 각성자뿐이지. 그걸 모르는 사람은 우리가 위험하다며 법으로 옭아매려 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목숨을 걸고 사냥을 해도 버는 돈이 많다며 세금을 떼어 가고. 희생한 우리에게 돌아온 건 모진 대우들뿐이지.”
“······.”
“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이 세상이 썩어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네 힘이면 이 나라를 뒤집어엎을 수 있을 텐데.”
“뒤집어서 뭐합니까. 귀찮기만 한데.”
날 향한 프란츠의 눈이 가늘었다.
어째 꽤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거 같은데.
애초에 한국에 온 것도 제자 손목 부러뜨린 나를 보러 온 거 아니었나.
그런데 마지막 날까지 내게 별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게 목적이 아니었단 거다. 그럼 사흘 내내 날 살펴보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건데.
방금 얘기한 걸 조합해 보면 이런 건가.
“그래서 영감님은 리그 사상에 동의한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노망이 일찍 왔네.”
기계도 작동 안 할 때 몇 대 후려치면 정상이 되던데.
노망 난 것도 머리 몇 대 후려치면 정상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