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92
92화
프란츠가 대한민국을 방문한 표면인 이유는 제자의 복수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는 제자가 어디서 얻어맞고 오던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로라는 이미 인정받는 초인이다. 밖에서 얻어맞았으면 제 실력으로 극복해야지.
오히려 패배하고도 죽지 않았으면 하늘이 도운 것이다.
초인이 된 후 자기 잘났다고 콧대가 높아지던 차에 좋은 경험을 쌓았다 싶었다.
프란츠가 눈앞의 녀석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최준호.’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초인.
놈을 보기 위해 멀리 바다 건너왔다. 그를 향한 프란츠의 눈에 짙은 의심이 깔려 있었다.
헤드 브레이커라는 섬뜩한 이명.
여기에 수가 틀리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나가는 손속.
항거불가능한 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잔인함까지.
프란츠는 그에게서 정의로운 초인보다 빌런에 한없이 가까운 심성을 엿봤다.
그의 힘을 탐내어 국가 공인 초인으로 대우하지만 심성이 올바르지 못한 초인은 또 다른 리그의 삼악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프란츠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세계 초능력자의 날 행사에서 최준호가 슈반트네르와 로라, 트라오레를 상대하는 동영상을 보면서다.
모두 유럽 연합에 속한 초인이기에 프란츠는 셋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세 초인이 합공을 하고도 최준호에게 밀렸다.
‘이 녀석은 너무나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를 불사를 거악이 될 수 있다.
프란츠는 리그를 만든 삼악을 만났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녀석들은 젊은 시절에도 범상치 않은 실력자였다.
뒤틀린 사고를 가졌어도 마물로부터 세계를 수호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심이 리그라는 괴물을 낳았다.
프란츠는 아직도 후회한다.
자신이 위화감을 느꼈을 때 손을 쓰거나 생각을 바꿔 놓았다면, 독하게 마음을 먹어 손을 썼다면 리그는 등장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리그의 삼악은 자신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해 올라갔다.
그래서 최준호가 크게 엇나가기 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갈등을 이용하여 세를 불린 리그에 최준호가 합류하게 되면?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면··· 내가 막는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준호 정도 되는 초인이 리그에 가담하면 –1이 아닌 –100,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마물을 상대하느라 버거워하는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었다.
“덤벼라.”
프란츠가 결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로부터 30분 뒤.
“아이고! 나 죽네! 젊은 놈이 사람 친다!”
프란츠는 쓰러져 곡소리를 냈다.
* * *
최준호를 시험해 본 결과는 혹독했다.
왼쪽 어깨부터 시작해서 팔 전체와 손목까지 모조리 부러진 상태였고, 오른쪽 팔은 정반대로 꺾여 부러져 있었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양다리조차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뢰로 인해 위태위태했다.
완전 망가져 버린 자신과 다르게 최준호는 멀쩡했다. 옷만 찢어지고 자잘한 상처가 전부였다.
“젊은 놈이 노인을 이렇게 두들겨 패는 게 어디 있냐!”
하지만 말을 하는 프란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일부지만 최준호의 편린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절대적인 광기와 살의였다. 스스로를 세계를 위한다는 리그와 뒤섞일 수 없는 순수가 최준호에게 존재했다.
이게 초인이 된지 1년도 되지 않은 자의 힘이라고?
지독함도 이런 지독함을 더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사람을 어떻게 하면 말살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화 된 살인기계를 연상케 했다.
프란츠는 독일의 초인으로서 최전선에서 무수히 많은 마물을 상대하고, 리그가 태동할 때부터 리그의 빌런들을 상대해 왔다.
그중에는 헬 마스터도 있고, 프란츠는 그를 상대하고도 무사한 몇 안 되는 초인이다.
그런 리그의 삼악도 이런 독한 수를 쓰지 않는다. 최준호는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고 위험한 녀석이었다.
“그러니 왜 시험을 하는 겁니까.”
가까이 다가온 최준호는 혀를 차더니 회복제를 뿌려 준다. 부러진 뼈가 제자리를 되찾고 가루가 형태를 갖춰 나간다.
전신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마치 준비했던 걸 꺼내 놓는 걸로 보아 처음부터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추측을 지울 수 없었다.
평온한 표정에서 조금 전 엿본 광기와 살의가 거짓인 것처럼 느껴졌다.
“···네놈, 눈치채고 있었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프란츠는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다.
“그럼 모를 거라 생각했습니까. 리그 소속 아닌 거 다 압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살아 있는 겁니다.”
아니면 목을 부러뜨렸을 거란다.
“······.”
그럼 자신은 무엇을 위해 연기했던 거란 말인가.
결연했던 각오는? 이 부상은? 대체 왜?
최준호의 정체를 놓고 혼란스러워하던 걸 던져 버린 프란츠가 소리쳤다.
“그걸 아는 녀석이 날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영감님이 강해서 부상 입히지 않고 이길 수 없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이놈아!”
“시험해 보려던 대가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네놈을 시험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다 내 잘못이야.”
아이러니하게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리그 소속이었다면 자신을 살려 둘 리 없었을 테니까.
늙은 몸이 엉망이 되면서 얻어 낸 한 줄기 희망이었다.
“반성이라는 걸 하긴 하는군요.”
“됐고, 회복제나 하나 더 뿌려!”
“이거 비싼 겁니다.”
“내가 그 정도 돈도 없을 거 같아?”
“청구할 겁니다.”
“쪼잔한 놈! 나 때는 동료가 빚을 지면 신용대출을 해서라도 빌려줬어!”
“그건 선 넘은 거고요.”
처음부터 이 자식 손에 놀아났던 거였구나.
허탈하기도 하면서 부상당한 부위가 욱신거려 왔다.
치이익!
이 회복제, 효과가 좋긴 한데 아프긴 또 더럽게 아팠다.
* * *
프란츠 영감이 날 시험하고 있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울려 준 건 아직 꺾이지 않았을 실력이 궁금해서다.
스스로 물러났지만 전성기에 십대초인이라 불린 실력을 겪어 보고 싶었다.
결과를 얘기하자면, 꽤 인상 깊었다.
특히 노련함이나 기뢰의 응용은 나도 몇 가지 참고할 부분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다 늙은 날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니 만족했냐?”
“멀쩡한 거 다 압니다.”
대결 결과가 싱겁게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경험과 노하우로 부딪치는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은 더 강하고 더 빠르게 부딪치면 된다.
그 결과 엉망이 되었지만 신성그룹 특제 회복제의 위력은 굉장하다. 속에 골병이 들었어도 겉모습은 멀쩡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매정한 녀석 같으니라고.”
날 째려보던 프란츠가 맥이 풀린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뭘 말이냐.”
“제 실력 말입니다.”
“···리그로 간다는 소리 하기만 해 봐라. 내가 아는 녀석 다 불러서 네놈 레이드 뛸 거다.”
누가 보면 내가 혈종 때처럼 미쳐 있는 줄 알겠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날 못 잡는다.
프란츠도 진심으로 한 소리가 아닌 듯했다.
“리그로 갈까 그렇게 걱정된 겁니까.”
“그럼 걱정 안 되겠냐? 요즘 것들은 말이야, 툭하면 수틀린다고 다 뒤집어 버리고 도망쳐서 빌런이 되더라.”
“전 안 그럽니다.”
“네놈이 얼마나 많이 뒤집어 놓았는지 생각도 안 하는 거냐?”
대체 뭘 뒤집었다고 하는 건지 금시초문이다.
내 표정을 본 프란츠가 한숨을 내쉰다. 뭔가 열 받는군.
그러니까 내가 사고뭉치라는 거잖아?
“하긴, 그게 둔감하니 최악은 벌어지지 않은 거겠지.”
“리그에 갈 생각 없습니다.”
“안다, 누가 귀 먹은 줄 알아?”
안 믿어놓고. 참 뻔뻔한 영감이다.
“그만큼 리그의 사상이 위험하다는 거다. 방금 전 내가 말했던 것들, 끌리지 않더냐?”
“안 끌리던데요.”
“진짜?”
“개소리에 휘둘리는 건 그만큼 멍청하다는 의미입니다.”
리그가 말하는 건 달콤하지만 결국 그것뿐이다. 혁명을 시도하는 세력이 지껄이는 말은 언제나 그렇듯 달콤하기만 할 뿐이니까.
그 대안으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각성자가 대우받는 세상을 만든다? 그럼 비각성자는 어쩌고?
내가 각성자라고 해서 가족 모두가 각성자인 건 아니다.
리그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마치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이끄는 올바른 세계를 만들 것처럼 지껄인다. 그럼 실력 없는 사람은 죽어도 되고? 처음에는 공감하더라도 도태되어야 하는 게 내 가족이라면 웃으며 받아들일까?
내부의 모순은 내부에서 해결하면 된다. 나처럼.
“···허허. 그래, 내가 처음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 생각을 들은 프란츠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믿음이 좀 갑니까?”
“미리 말 좀 해 주면 안 됐었냐?”
“그럼 순순히 믿을 겁니까?”
“믿을 수도 있지 않을까?”
프란츠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영감님 스스로 답을 알고 있네요.”
“한마디도 안 져 주는구나. 독한 놈.”
누구더러 독하다는 건지.
끝까지 꼰대 기조를 유지하는 거 보면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 싶었다.
“넌 리그에 대해 별 걱정이 없어 보이는구나.”
“그런 녀석들을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나요?”
“있지, 세계가 멸망한다면 녀석들 때문일 테니까.”
“세계는 쉽게 망하지 않습니다.”
내가 혈종이 되어 미쳐 날뛸 때도 망하지 않았다.
다만 심각하게 망가졌을 뿐.
프란츠가 고개를 젓는다. 뭐가 또 있나?
“각성자들이 등장하던 초창기, 예언 기프트를 가진 선지자가 있었다. 그를 아느냐?”
“모릅니다.”
들어본 적도, 관심도 없었다.
예언이라는 게 애초에 가능한 거였나? 그냥 지껄여 놓고 한두 개 맞아떨어지는 걸 자화자찬하는 걸로 보이는데.
그럼 나도 예언이 가능하다.
나는 앞으로 미치지 않을 것이고, 평화롭게 살아갈 것이며, 사고도 치지 않을 것이다.
예언, 참 쉽군.
부정적인 내 대답과 달리 프란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쉽게도 선지자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계가 마물이 아닌 인간에 의해 멸망할 수 있음을 우려했고 자신이 살아가던 터전에 여러 예언을 남겼다.”
프란츠는 선지자가 예언한 대격변이 일치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모든 예언을 확보한 게 아니다. 우리가 발견했을 때, 선지자의 예언은 상당 부분 유실되어 있었지.”
선지자는 나미비아의 문명이 닿지 않던 작은 해안가 마을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는 글자도 몰라 돌에 그림으로 예언을 남겼다고 한다.
“선지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예언은 이러했다. ‘스스로 빛이라 생각하는 어둠이 세상의 모든 축복을 집어삼킬 것이다.’라고. 우리는 이 어둠이 리그라 생각하고 축복은 기프트라 생각하고 있다.”
“······.”
“리그는 블랙하운드와 헬 마스터라는 절대강자가 존재하지만 중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아르고스다. 녀석은 늙지 않고 세계를 시야 안에 두며, 교활하게 책략을 꾸미지.”
아르고스가 교활하다고 하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이다.
누구더러 빌런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는 건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폭언이다.
“예언을 해석해 보면 축복을 집어삼킨다는 건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여러 개의 기프트를 의미한다. 아르고스가 듀얼 기프트를 넘어서 그 이상의 보유자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건 뭡니까?”
“기프트를 삼킨다는 건, 기프트를 가져간다는 것. 리그에 포섭되는 각성자들을 의미한다.”
“그럴듯하네요.”
내가 볼 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았지만.
“결국 아르고스가 세상에 멸망을 가져올 수 있는 빌런이란 뜻이다.”
“아르고스를 본 적이 있습니까?”
“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진짜인지 알 수 없지.”
그 정도로 교활하다는 건가.
“결국 리그를 제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래.”
프란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그 전력이 그렇게 강한 줄 모르겠던데.
현재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초인의 숫자는 마흔 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단일 세력으로 이만큼 많은 초인을 보유한 곳이 없으나, 리그 또한 점조직으로 흩어져 있기에 한군데에 전력을 투사할 수 없다.
쓸데없이 많이 모인다 싶으면 다 죽여 버리면 되고.
“당장 내 말을 납득하지 않아도 된다. 흘려듣지만 마라.”
“그러죠.”
세계의 멸망이라, 예언이란 건 참 거창하다 싶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보이면 족족 죽이다 보면 언젠가 사라져 있겠지.
우리는 식당에 말해 새 옷을 구해 갈아입고 프란츠가 머무는 호텔로 향했다.
“세상은 여러 사람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거다. 그걸 명심하도록.”
그 말을 남긴 뒤 안으로 들어갔다.
끝까지 내게 리그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거 같지만, 글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리그에 가장 자유로운 것이다 보니 내가 체감하지 못한 걸지도.
“그나저나.”
아까부터 프란츠가 말했던 예언 내용이 머릿속에 걸렸다.
모든 축복을 집어삼킨다?
이거 왠지 내 혈중섭식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한데.
설마, 아니겠지.
* * *
프란츠에게 이번 대한민국 방문은 성과가 있었다.
최준호라는 괴물의 실력을 겪어 본 것도, 녀석의 성격이 리그와 상극이라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아마 리그에서 나섰어도 놈의 성격 때문에 모조리 머리가 부숴졌을 것이다.
손속이 지나칠 정도로 잔인한 것 빼고는.
“예우가 없어, 예우가.”
외상은 다 나았지만 여전히 뼈마디가 시려 왔다.
그만큼 최준호와 대결에서 입은 부상이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로라가 걱정을 드러냈다.
“괜찮으신 거 맞죠?”
“끙, 안 괜찮아도 괜찮은 척 해야지.”
“···그러니까 최준호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 녀석이 최준호랑 다니기 싫다고 내빼?”
“죄송해요.”
프란츠가 눈을 치뜨자 로라가 바로 사과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공감이 가긴 했다.
제 놈만 정상인 줄 아는 미친놈 같으니라고.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방한이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철저한 경계태세 체제에서 도시가 굴러가는 것도 보았으니까.
“넌 잘 구경했냐?”
“네, 볼 건 다 봤죠.”
“스승이 얻어맞고 있을 때 재미는 다 봤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
“에잉, 나 때는 제자가 스승을 하늘처럼 모시고 다녔는데.”
“같은 말 반복이거든요?”
투닥거리며 공항에 도착했을 무렵, 프란츠와 로라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프란츠 공! 한국 방문은 즐거우셨습니까?”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셨는지?”
“전한철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준호가 옆에 있어 접근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득달같이 질문을 퍼부었다.
프란츠는 미소 지은 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줬다.
“매우 아름다웠고, 역동적이며, 실력자가 많은 국가입니다. 각성자 강대국으로서 세계의 리더가 될 역량을 엿보았습니다.”
차분한 한국어가 나오자 기자들이 모두 놀라워하면서 질문을 쏟아냈다.
외국에서 온 거인이 대한민국을 칭찬해 주는 건 시기를 막론하고 먹히는 코드였다.
분위기가 얼어붙은 건 질문이 한국에 조언할 부분, 한국이 주의해야 할 부분으로 틀어지다가 최준호에 대한 부정적인 질문이 나올 때였다.
“최근 최준호 초인의 등장으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최준호의 손속이 빌런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인이 아이돌마냥 가볍게 처신하는 건 국가적 망신이라 생각하시지 않는지······.”
“빌런보다 더 잔인한 헌터가 등장한 사회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모두 꼭지를 따기 좋은 이야기거리였다.
“······.”
한국어 리스닝이 가능한 로라의 표정이 굳었고, 부드럽게 답변하던 프란츠의 표정도 굳으며 조용히 턱을 매만졌다.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질문을 퍼붓던 기자들도 어느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프란츠가 발산하는 기세에 압도된 것이다.
“나라를 위한 이들이 아닌 평화에 기생하는 부류였나?”
“······!”
싸늘한 눈길에 기자들이 대답을 못하고 얼어붙었다.
십대초인에서 물러났다고 하나 유럽의 거목이자 최강으로 꼽히는 초인이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기자들은 기선이 제압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각성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평화다. 그 평화에 젖어 그들의 희생을 망각하고 가진 허물을 들춰 가십거리로 소모되게 만들어 갈등을 유발하지.”
프란츠의 일갈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 모든 광경이 생방송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우리가 누린 평화는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걸 명심해라!”
이러니까 각성자들이 진저리를 치며 리그로 가 버리지.
몇몇은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고작 이 정도도 마주할 용기도 갖지 못한 주제에.
경멸 어린 눈으로 기자들을 훑어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쓰레기들! Fic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