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RAW novel - Chapter 211
211. 침략-5
‘9서클 마법을 사용했다 이거지.’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파괴 마법인 라바 메테오.
놈은 그걸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연속해서 시전했다.
‘그런 것치고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네.’
놈이 대마법사의 반열에 올라섰다 해도, 인간일 뿐이다.
저런 고위 마법을 잠깐의 캐스팅으로 연사할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가능하다는 건, 마왕의 힘 덕분이겠지.’
물론 그래도 상관없었다.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까.
조금 전 아이작이 그림자 백작과 나눈 대화로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은 마왕의 힘을 잠시 빌리고 있는 상태일 뿐이다.
그것도 일부분만.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것부터가 빼박이었으니.
-김민준 소장님! 인공위성이 상공 2,000㎞ 부근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운석을 감지했습니다!
-아무래도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처리 못 하면… 한국과 중국, 일본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겁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큰 타격을 받을 테고요.
김민준이 라바 메테오의 위치를 가늠하려 할 때.
미리 연락망을 만들어 둔 해외의 관측소에서 연락이 왔다.
다들 다급한 목소리였다.
앞으로 5분.
5분 안에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을 처리하지 못하면, 적어도 한국은 끝이라며 울먹거렸다.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흑마법사의 힘을 완전히 되찾은 것을 넘어선 지금.
제아무리 9서클의 마법이라 한들,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한국을 박살 내려고 작정을 했네. 운석 2개 전부 여기에 떨어트리기 있냐?”
김민준은 연구소에서 전달받은 위치를 확인한 뒤, 증폭 회로를 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지.”
그리고 고위 흑마법, 종말을 사용했다.
마법사에게 메테오가 있다면 흑마법사에게는 종말이 있다.
둘 다 스킬 이름만 다를 뿐 효과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메테오나 종말이나, 광범위한 파괴력을 자랑했으니까.
스스스스스.
그의 손가락 끝에 검은 기운이 뭉치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일 정도로 작은 크기의 점.
그 상태로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검은 점이 일순간 거대해지며 하늘을 뒤덮었다.
“겉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
굳이 증폭 회로를 통해 스킬을 강화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그렇게 한 것은, 완벽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라바 메테오를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스으으으.
검은 기운이 파도가 물결치듯 일렁거렸다.
그리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거대한 운석 2개를 집어삼켰다.
“봤냐. 이게 종말이란 거다. 메테온지 뭔지처럼 겉만 번지르르하지 않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한국을 타격하려던 운석은, 고작 수 초 만에 사라졌다.
소리 없이, 순식간에.
“이게 대체 무슨….”
아이작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김민준이 힘을 되찾고 강해졌다는 것이야, 처음 본 순간부터 느꼈다.
그래서 계획대로 지구를 제압하는 건 힘들겠다고 판단해 라바 메테오를 사용했다.
지구의 인간들이 많이 죽겠지만, 지구를 먹는 게 우선이었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모조리 날려 버린 뒤 새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다! 마왕의 힘이 섞여 들어간 마법이란 말이다!”
아무리 고위 흑마법이라 한들, 9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을 쉽게 파훼할 수는 없다.
거기다 마왕의 권능까지 섞어 위력을 폭발적으로 높였다.
그런데도 통하질 않다니.
눈으로 보고서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야. 네가 마왕이라도 되는 줄 아냐?
김민준은 믿을 수 없다며 외치는 아이작을 향해 조소를 지었다.
“날 죽이고 싶으면, 마왕을 데려와야 할 거다. 지금 당장.”
**
“드워프 아저씨! 이거 버려야 합니다! 레일건이 맛이 간 것 같습니다!”
김민준과 아이작이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
헌터들 또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긴급 점검하면 세 발 정도 더 쏠 수 있어! 그동안 네가 엄호 좀 하고 있어 봐!”
“저렇게 바글거리는 몬스터는 2개 대대로 끝까지 못 막습니다! 이 정도면 오래 막았단 말입니다! 2차 대피 지점으로 가야 합니다!”
“난 저 엿 같은 노바 제국 놈들 다 죽이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안 물러난다! 그렇게 알고 있어!”
침략을 미리 경고했던 김민준 덕분에,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피해가 적지 않았다.
러시아에 마력석을 지원받은 덕에 탄약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으며.
미국에서 각종 전투기까지 지원받았다.
이 외에 다른 국가들이 한국을 소소하게 지원해 주었다.
“하하하하! 드워프를 얕보지 마라! 키가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바 제국에서 탐내고 있었던 드워프들이 김민준에게 붙었다.
그들이 구축한 탐지기와 지하 대피 시설.
그리고 강력한 파괴력과 관통력을 자랑하는 레일건까지.
“키에에에엑!”
“끄아아아아! 내 팔!”
“저 엿 같은 공성 병기 좀 어떻게 해 보란 말이다!”
“마법사가 부족한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 그냥 밀어붙여!”
노바 제국은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레일건 때문에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고, 마족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치이이이이.
“이런 망할! 아직 두 발밖에 안 쐈다고! 벌써 맛이 가 버렸잖아!”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압도적인 병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헌터군은 1차 방어선에서 2차 방어선으로 후퇴했다.
“이거 놔! 동료들의 복수를 해야 한다고! 저 악마 같은 새끼들은 내 동료를 노예로 부려 먹었단 말이다!”
“전략적 후퇴입니다. 저희는 승리하기 위해 후퇴하는 것입니다. 믿어 주십쇼!”
헌터들은 바둥거리는 드워프를 강제로 끌고 이동했다.
그 말대로, 저 몬스터와 외부 차원의 병력들을 2차 방어선으로 끌어들여야 앞으로의 전투가 유리해지니까.
-마력 지뢰 매설 작업 끝!
-마력 곡사포 배치 완료.
“대위 손민수입니다! 레일건4가 무력화되어, 드워프를 보호하며 2차 방어선으로 이동 중입니다! 엄호 좀 부탁드립니다!”
귀가 멍할 정도로 오가는 총성.
상공에 뒤덮인 몬스터 떼.
철제 갑옷으로 중무장한 이세계인.
세계 3차 대전.
아니, 4차 대전이 일어나면 이런 느낌일까.
‘분명 많이 죽였다. 셀 수도 없이 많이 죽인 것 같은데….’
장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리 대비 체계를 갖춘 덕분에, 갑작스러운 침략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지면에 쌓여 있는 몬스터의 사체 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도… 상황이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많다. 이세계인은 몰라도, 몬스터가 너무 많아.’
수많은 전투기가 상공을 휘젓고 있는 몬스터를 타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막아내야 한다. 어떻게든!’
장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헌터군에는 김민준 소장이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창설한 특수 부대, 블랙 스완도 있다.
그들이 분위기를 반전시켜 줄 것이다.
“무섭냐.”
“아닙니다!”
“무섭냐고!”
“아닙니다아!”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뒤에 있는 국민들이 죽는다. 그걸 알고도 물러설 거냐!”
“싸우겠습니다!”
“죽더라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 기세다! 전투는 기세가 반이다! 알겠냐!”
그는 위축된 채 후퇴하는 병사들을 향해,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건 전쟁이다.
전쟁에서 사기가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병사들을 독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쿠구구궁!
“주, 중대장님!”
“2시 방향에 마법입니다!”
“다들 흩어져! 빨리!”
그렇게 1차 방어선에서 물러나던 중, 중대를 향해 거대한 돌덩이가 쏘아졌다.
미리 잠복하고 있던 이세계의 마법사가 한 짓이었다.
‘안 돼…. 못 해도 수십 명은 죽어 나갈 거다!’
수십 톤은 가볍게 넘을 것 같은 돌덩이.
저걸 대체 무슨 수로 피한다는 말인가.
장교인 자신은 전투에 특화된 헌터가 아니다.
저걸 막아낼 방법은 없다.
“몸 낮추세요! 최대한 납작 엎드려요!”
목숨이 오가는 절망적인 상황.
장교의 등 뒤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랙 스완 소속의 헌터, 손은서 소위였다.
콰콰콰콰콰!
마력검을 휘감은 채 폭발할 듯 요동치는 오러.
그것은 그녀가 최근 획득한 스킬, 검강이었다.
“김서현 상사! 마무리해 줘!”
거대한 바위는 손은서 소위에 의해 박살 났으며,
“커헉!”
장소를 벗어나려던 마법사는 김서현 상사에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들은 마법사를 처리하자마자, 곧바로 장소를 벗어났다.
‘블랙 스완의 헌터가 저렇게 강하다니….’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장교는 마른침을 삼켰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승기가 이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와. 이 새끼 이거 더럽게 질기네. 그냥 포기하고 뒈져라, 좀.”
김민준과 아이작은 그 뒤로, 무식하게 전투를 이어 나갔다.
서로를 죽여야 끝나는 전쟁.
그렇기에, 둘 다 필사적이었다.
하급 마법과 하급 흑마법.
중급 마법과 중급 흑마법.
상급 마법과 상급 흑마법.
끊이지 않는 마법과 흑마법의 격돌.
얼마나 격렬했으면, 그들 주위로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섣불리 다가갔다가, 싸움에 휘말려 죽을 정도였기에.
“허억… 헉. 난 이 계획에 내 영혼을 걸었다. 내 전부를 걸었단 말이다.”
아이작이 가쁜 숨을 내쉬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붉은 기운, 폭식의 마왕의 권능이 살아 있는 것처럼 옆으로 뻗어 나갔다.
“나를 위해. 노바 제국을 위해 희생해라.”
“아이작 님? 아이작 님! 갑자기 왜…. 끄아아아!”
붉은 기운은 노바 제국의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삼켰다.
그렇게 집어삼킨 생명력은, 아이작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네가 그렇게 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그냥 곱게 뒈지라니까?”
김민준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팍 구겼다.
전투 자체는 자신이 우위에 있었다.
과거부터 목숨을 걸고 싸운 덕분에 쌓인 경험과, 싸움의 흐름을 읽는 감각.
거기다 극심한 스펙의 차이까지.
아이작이 마왕의 힘을 빌리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승부는 진작에 났을 정도였다.
“너 이제 바칠 것도 없잖아. 영혼 바쳤고, 육체도 바쳤고. 그다음 뭘 마왕한테 갖다 바칠려고?”
“그 입 닥쳐라!”
아이작은 전투 도중, 승산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마왕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다.
1시간이 넘도록 대답이 없어,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
‘그림자 백작이 소멸한 것 때문에 그러는 거냐? 마왕이란 존재가 고작 마족 하나 죽었다고….’
그가 택한 방법은 도발이었다.
마왕을 상대로 도발을 한다니.
어지간히 위험한 발상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김민준.
마왕의 힘까지 빌리고 있는데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벽.
아니, 산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뭐든지 좋다! 눈앞의 저 인간을 죽일 수 있을 만한 힘을 빌려 달란 말이다!’
아이작의 도박은 결과적으로 통했다.
마왕의 권능.
그중 하나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쿠구구구궁!
지면이 흔들리며, 아이작의 몸을 둘러싼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냐 저건 또.”
김민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놈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