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105
제105화
– …급 상황! 7번 코어가 파괴됐어요! 브란딜 대원의 코어에요! 문제가 생겼을지….
찌직-
코어에서 전해져 오는 연락이 끊겼다.
그 순간.
[침입자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 순간부터 던전 수호가 진행됩니다.]페넥스와 이포스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아암… 문제가 생긴 모양이로구나.”
“침습을 싫어하는 녀석들이 있나 보군.”
코어를 조율해, 던전에 침입한 녀석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했다.
– 그으으어어어…
“…언데드?”
“망자들이로구나.”
언데드들은 기본적으로 지능이 없는 개체들이 대다수다. 던전에 진입할 수 있는 인원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얘기다.
역시나.
– 그으으으어어어…
– 으으으으어…
잠깐 사이에 열이 넘는 인원이 이곳에 진입했다.
[압사의 저주가 발동합니다.] [던전에 진입한 침입자가 다섯을 초과했을 때 발동하며 침입자가 다섯 이하로 줄어들지 않을 시 지속됩니다.] [던전에 진입한 모든 침입자의 능력치를 절반으로 만듭니다.] [주력을 소모합니다.]……
던전 운영의 기초적인 저주다.
소형 던전에 5명이 넘는 인원이 밀어닥치거나 마물들의 습격이 있을 때를 대비해 보통은 이 저주를 기본적으로 장비해 둔다.
저주 부적이라는 것이 상대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을 때는 엄청난 효율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유저들 대부분은 이 부적을 장비해 최악의 상황을 틀어막는 용도로 써먹었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군.’
화르르륵…
언데드들은 특수 개체를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같은 등급의 마물들보다 떨어지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낮은 체급에 압사의 저주까지 더해지니 침입자들은 불 앞의 장작처럼 녹아내렸다.
‘그래도 계속해서 몰려오는군.’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 그으으하아아아아!
살덩이 골렘 같은 특수종도 보였다.
‘생각보다 본격적인걸.’
줄지어 입장하는 마물들은 그 수가 수십이 넘는다.
화르르르륵-!
덕분에 페넥스가 그들을 아무리 불태워도 불굴이 발동하지 않는 지경.
‘…사망자가 나오겠군.’
만약 이런 습격이 다른 대원의 던전에도 진행됐다면, 멀쩡히 막아낼 수 있는 인원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하아… 첫 임무부터 꼬이는군.’
일단은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다.
다행히 지금과 같은 수준의 습격이라면…
흠칫-!
아몬과 눈이 마주쳤다.
“느꼈느냐?”
“상당히 수상쩍은….”
“막대한 사기와 맞닿게 되면 그렇다. …경고의 의미인가?”
아몬의 말대로다.
던전 외부에서 거대하고도 찝찝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마도 막대한 사기라는 그녀의 말이 맞겠지.
“언데드들의 우두머리가 있다는 거군.”
“참전할 낌새는 없어 보이는구나. 지금 막, 발걸음을 돌렸다.”
방금 내 던전 앞을 서성이던 녀석이 만일 다른 던전을 습격했다면,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을 것이다.
[페넥스가 파티에 충분한 피해를 주었기에 강제로 패배합니다.] [페넥스가 불길로 되돌아갑니다. 잠시 후에 부활합니다.] [관문의 마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페넥스가 부활하지 않습니다.] [우두머리 전투가 종료됩니다.] [페넥스가 【불굴】의 조건을 만족합니다.] [페넥스의 개성 【불굴】이 【늦게 핀 꽃】으로 변경됩니다.]……
눈에 가득 담기는 메시지들.
방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니만큼, 우선 눈앞의 전투에 집중했다.
‘살아남은 언데드는 대략 스물이 넘나… 다음은….’
휘오오오오오…
한기가 그들을 맞이할 것이다.
– 토끼야, 나와.
* * *
“브란딜!”
“그를 구해야 하네!”
코어와 가장 먼저 연결이 끊긴 대원 브란딜, 그가 맡은 던전 초입에 다른 대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으으어어어어….”
악취를 내뿜는 망자들.
“…코어가 파괴됐어요.”
“사리야, 그게 정말인가?”
“느껴져요… 이미… 끝났어요.”
툭-
로데릭이 축 처진 사리야의 어깨에 손을 올려 힘을 주었다.
“그래도, 대원의 생사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맞아요! 우선 그게 먼저예요!”
대원들 모두 황급히 지원을 온 경우라, 사역마들은 모두 그들의 던전을 수호하고 있었다.
“내가 길을 뚫겠네!”
후우우웅…
로데릭의 거검이 진동했다.
콰아아아앙-!
망자 셋을 짓뭉개며 나아가는 그. 대원들 모두가 그를 뒤따랐다.
쒜에에엑-!
푸화아아아아악!
서걱-
푸화아아악!
사리야의 검 역시 망자들의 목을 계속해서 베었다.
입구 쪽을 틀어막고 있던 망자들을 제거하자, 브란딜이 맡고 있던 던전의 내부 정경이 드러났다.
후우우욱…
“우욱….”
“썩은내….”
부패한 살점에서 뿜어지는 악취와 시독이 눈으로도 보일 지경이었다. 브란딜의 사역마들이 꽤 강하게 저항한 듯, 이곳저곳에 움직임을 멈춘 망자들이 가득했다.
쒜에에엑-!
푸화아아악!
아직 내부에 남아있는 망자들을 차례차례 제거해나가며 그들은 서서히 안으로 진입했다.
“브란딜! 있으면 대답해!”
“브란딜 경!”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코어가 있는 심처 바로 앞에도 망자들이 가득했다.
“비켜, 한꺼번에 처리하게!”
“아담!”
아담 웨커.
그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후우우우웅-!
그의 전면에 마법진이 형성되며, 거대한 화염포가 쏘아졌다.
[아담이 불꽃 풀무를 사용합니다.] [전면에 불꽃을 투하합니다.] [불꽃은 화염 피해를 입히며 주변에 전이됩니다.]콰아아아아아아아-!
타다다닥…
타닥…
화르르르르르륵!
부패한 살점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아본 이가 누가 있으랴.
“우웩….”
“크으으윽….”
전장의 냄새다.
“됐어! 돌파해!”
“훌륭하네!”
후아아아앙-!
로데릭이 먼저 코어가 있는 심처로 들이닥쳤다.
콰아아앙-!
망자의 잔해로 막혀 있던 문을 발로 차 열어젖힌 그.
“…모두 들어오지 말게!”
“무슨….”
전투에서 합을 맞춰 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여기서도 드러났다. 로데릭의 경고에도 모든 특작 대원이 코어가 있는 방 안을 기어코 확인하고 말았다.
으적…
으적…
살덩이 골렘의 입 밖으로 삐져나온 브란딜의 상반신. 골렘이 입을 움직일 때마다 상반신이 흔들렸다.
“으… 으아아아악!”
“우욱… 우우욱….”
코어가 있어야 할 곳엔, 부서진 코어의 잔해만 보일 뿐.
팟-!
모두 살덩이 골렘의 존재를 확인한 후 반사적으로 가계낭에 손을 가져갔다.
스윽…
로데릭이 가계낭에서 손을 뗀 후, 사리야에게 물었다.
“사리야, 보조해줄 수 있겠나?”
“직접 처리할 생각인가요?”
“동료를 죽게 만든 녀석을… 내 손으로 처리하지 않고서는 분노를 다스릴 수 없을 것 같군….”
사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조할게요.”
파아아앙-!
폭발적으로 달려드는 로데릭.
푸화아아아악-!
단박에 살덩이 골렘의 오른팔을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빠가아아악-!
살덩이 골렘의 반격에 휘청이며 물러나는 로데릭의 뒤에서, 사리야가 나타났다.
카아아아앙-!
사리야의 힘으로는 살덩이 골렘의 몸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어려웠다.
후우우우웅…
그녀가 이곳에 부서져 있던 코어를 재생시키자 그녀의 검에 기이한 빛이 스며들었다.
촤아아아악-!
회전하며 살덩이 골렘의 오금을 깊게 베자, 녀석이 앞으로 무너지려 했다.
촤아아악-!
살덩이 골렘이 입에 붙잡혀 있던 브란딜의 뼈를 끊어내며 그의 사체를 녀석의 입에서 빼앗았다.
“그어어어어어-!”
“노오오오오오오오옴!”
그 순간, 로데릭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며 흉험한 기운이 그의 거검에 맺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악-!
그가 거검을 휘두르자, 살덩이 골렘이 좌우로 양단되었다.
쿠우우우웅-!
살덩이 골렘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로데릭의 검은 지반에 부딪히며 균열을 만들어냈다.
“허억… 허억….”
“로데릭 경, 진정하세요.”
“후우… 후우우우….”
로데릭의 눈에서 흉험한 기운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미안하군. 잠시 이성을 잃었어.”
“멍청이가…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해. 이곳에 머물면 모두 망자들이 내뿜는 시독에 중독될 거야.”
사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담 경의 말대로 해요. 모두 밖으로 나가요.”
밖으로 빠져나온 이들은 브란딜의 사체를 사막에 내려놓고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으흑… 브란딜….”
고인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왈디프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왜 여기서 죽은 거야… 왜….”
“왈디프 경….”
“빌어먹을… 쉬운 임무일 거라며… 다치거나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했잖아!”
“심정은 이해하네만… 그를 보내주어야 하네.”
“…….”
“사기에 오염되어 언제 망자로 되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뚝…
왈디프가 사체에서 특작대의 상징인 목걸이를 뚝 떼어 사리야에게 넘겼다. 사망자의 인식표를 대장이 보관하는 건, 오랜 전통이다.
“아담, …부탁해.”
“브란딜 경, 만남은 짧았지만 좋은 관계가 이어질 거라 기대했는데… 허망하군. 잘 가도록.”
화르르르르륵-!
아담이 마력을 일으키자, 브란딜의 주검이 불에 타 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놈이 있지 않아?”
아담이 이를 악물고 주변을 돌아봤다.
모두 여섯. 한 명을 잃었으니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모두 일곱이다.
그런데 여섯뿐이다.
한 명이 오지 않은 것이다.
“알… 알이 없어.”
“알은 처음부터 없었어. 상황이 급박해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담이 퉁명스럽게 말하고 사리야에게 물었다.
“알의 코어는?”
“지금 확인해 볼게요.”
사리야가 가만히 멈춰 서서 알의 코어를 감지했다.
“…무사해요.”
“그것 봐, 그냥 겁이 나서 숨어있던 거라니까! 빌어먹을 자식….”
“말을 삼가게, 아담. 확인된 건 없으니.”
“흥….”
로데릭은 벌써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특작대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한편으로는, 아담의 말이 사실이라면 알 아르칸드라는 자에게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사리야, 알에게 교신해보게.”
“지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왜 그러지?”
“교신을 받지 않아요.”
아담이 코웃음 쳤다.
“보나 마나 자는 거….”
순간, 아담의 표정에서 핏기가 빠져 나갔다.
“설마….”
로데릭의 표정 역시 아담과 다르지 않았다.
“그쪽도 습격을 받은 건가!”
“그럴지도 몰라요!”
“알에게 가세! 습격받은 던전이 한 곳이 아닐 수도 있어!”
끄덕…
특작대가 곧장 알 아르칸드가 맡은 던전으로 향했다.
“…역시!”
오히려 브란딜의 던전에서 느껴졌던 사기보다 더 막대한 양의 사기가 이곳에서 느껴졌다.
“알 경이 위험하네! 서둘러!”
코어가 멀쩡하다는 건, 아직 알이 무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파아아앗-!
던전의 안으로 들어서는 특작대. 망자의 불탄 신체가 사방에 넘쳐났다.
“살덩이 골렘… 여기에도 있었군….”
“셋이나….”
이상한 건, 살덩이 골렘이 셋이나 된다는 점이 아니다. 그 살덩이 골렘이 전부 불타 쓰러져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로데릭은 황급히 다음 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사기의 행렬이 끊어졌다는 걸 확인했다.
“맙소사….”
얼어붙은 망자들과 살덩이 골렘들.
얼음 조각이 되어 부서진 언데드들이 한가득이었다.
앞선 관문과 이번 관문에서 확인한 망자들의 수는 브란딜의 던전을 습격했던 군세의 2배에 달했다.
저벅…
저벅…
태연하게 걸어 나오는 던전의 주인. 알 아르칸드이자 파우스트가 특작대에게 말했다.
“구원이라면 좀 늦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