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낮 동안 우리는 사리야의 말대로 병렬 던전으로 이사했다.
각자가 잘 해내기만 하면 성공할 줄 알았던 임무가, 이제는 힘을 합쳐 잘 해내야만 완수할 수 있었다.
결국, 로데릭의 주장대로 장군 자리는 내가 맡게 됐다.
앞선 4관문의 수문장들이 사망하지 않는 이상 장군으로의 길은 열리지 않고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장군은 네 곳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적을 감당해야 한다.
‘언데드라면 수가 얼마나 되든 상관없다.’
더군다나 저주를 뒤집어쓰고 나타날 언데드들이다. 다수를 상대로 생명력을 빼앗는 칼, 설원이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지 오히려 기대될 정도.
‘걱정되는 건 그 녀석인가….’
특작대가 조금 진정되고 난 후, 난 밤에 던전 앞을 서성거리던 사기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녀석이 이 습격의 주동자로군. 그런데 사기라면… 언데드인가?”
“이만한 수의 언데드를 대체 어디서 끌고 나타난 거야? 조사단이 오면 다 밝혀질 일이지만….”
“녀석이 오늘 밤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라야겠군.”
“흠… 대체 뭣 때문에 언데드가 날뛰는 건지….”
“현재로서는 코어의 출력에 반응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던전의 준비가 끝났다.
이제 밤이 되면, 언데드를 맞이할 것이다.
“죽는 건… 아프려나?”
“뭐야, 아담. 너 한 번도 안 죽어봤어?”
“그래, 어렸을 때부터 무서워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어. 덕분에 형제들에게도 무시 받지만 말이야….”
마족들은 던전의 사용법을 익히며 성장한다. 아마도 대대손손 던전을 어떻게 다루는지 계승하는 건 마족밖에 없을 거다.
재생의 화원이 가진 힘도, 그 이치도 이해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극한의 단련인지는 모르겠지만 훈련 과정에서 죽음을 경험하는 마족의 비율이 상당하다.
특히, 귀족 가문에서는 필수적으로 교육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죽음이다.
‘뭐랄까… 야만적인 부분도 있군.’
죽음을 통해 사역마를 이해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다.
패권 전쟁 이후 마족 전사들이 인간들을 상대로 일당백의 기세를 이어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죽지 않기 위해 싸우는 자들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자들의 전투력은 상당히 차이 날 수밖에 없으니까.
“알, 자네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나?”
“글쎄… 대답하기 어렵군.”
“하하하! 비밀이 참 많기도 하군! 그래야지. 함부로 발톱을 드러내서는 안 돼.”
“…….”
이 녀석, 내 알 아르칸드라는 캐릭터에게 상당히 애착을 가지는 걸지도.
‘하긴 알 아르칸드가 비련의 드라마 주인공처럼 보이긴 하겠지.’
난 김서진으로서는 죽었고, 파우스트로서는 아직 죽어본 경험이 없다. 그러니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로데릭, 넌 수도 없이 죽어봤지? 마르퀴스 가문은 아예 따로 훈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담의 말에 로데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문은 죽음을 수도 없이 경험하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에 다다르는 그 고통과 절망은 정말 끔찍하지….”
“…….”
“죽음을 경험한 자들은 보통 두 종류로 나뉜다네. 그 끔찍한 고통에 잡아먹혀 우울감에 빠지는 자들과… 진짜 전사로 다시 태어나는 자들.”
벌떡 일어나는 로데릭.
“난 내가 후자이길 바라네. 이번에도 마찬가지지… 알!”
“…로데릭.”
“미안하군. 망자들이 자네에게까지 가는 일은 없을 걸세.”
로데릭의 영웅적인 면모에, 나도 모르게 답했다.
“…그래 주면 고맙겠군.”
씨이이익…
로데릭이 해맑게 웃으며 앞서갔다.
“내려가지. 슬슬 해가 지고 있네. 이제 코어에 불이 들어올 시간이야.”
* * *
후우우우우우우웅-!
여섯 개의 코어에 불이 들어왔다.
치지지지지직-!
던전의 회로를 따라, 코어의 마력이 관문 전체로 타고 흘렀다.
식은땀을 흘리는 사리야.
“이제… 됐어요. 하루, 딱 하루만 이대로 침습을 진행하면 임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요.”
“사리야… 자네가 우리 특작대에 들어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 진심으로 감사하네.”
로데릭이 사리야만이 할 수 있는 일에 감탄하며 또 감사했다.
“마력 대부분을 침습으로 돌리면, 각 관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기존 던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거예요.”
“요컨대… 일당백들만 소환할 수 있다는 거군.”
던전이 수호 임무에 들어가면, 모든 것은 던전의 규율 아래에 놓인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역마를 가지고 있고 또 조율할 수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은 이제 모두, 던전 코어가 결정하는 것.
“자신 있어, 그… 재생의 화원은 제대로 준비된 거지?”
“가장 먼저 확인한 게 그거니까요. 이 임무에서 사망자가 나와서는 안 돼요.”
“그…렇지.”
사리야가 얘기하는 사망자는 기록상 사망자다. 아마 오늘 밤 죽음을 경험하는 인원은 분명 나올 것이다.
“그럼, 아침에 보자고.”
“언데드들은 태양빛을 두려워하니 새벽이 지나면 물러갈 거야.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관문으로 향하는 특작대원들.
나 역시도, 내가 맡은 통로를 막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리엔, 간다.”
“응, 나리!”
페넥스는 리엔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내가 정한 게 아니라, 그녀가 사리야와의 첫 만남에서 당황해 일단 아무런 가명이나 내뱉었다고 한다.
그게 리엔이다.
“리엔… 알, 부탁해요.”
“…….”
쿠구구구궁-
코어가 있는 심처의 문이 닫혔다. 이제부터 나와 페넥스는 황제의 어전을 지키는 장군이다.
“나리, 우리 둘이서 막는 거야?”
“…그래.”
“나 처음이야! 누군가랑 같이 싸우는 거!”
“…그래.”
“말 걸어도 돼? 응?”
“…그래.”
…큰일 났다.
하루 동안 이곳에서 페넥스의 수다를 감당해야 하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대형견과 주말 내내 놀아주는 정도의 노동량이 이 하루에 압축되어 있을 거다.
“나리 있잖….”
흠칫-!
페넥스와 내 시선이 교차했다.
“…사기다.”
“왔어!”
쿠구구구구궁…
[침입자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 순간부터 던전 수호가 진행됩니다.]쿵…
쿠우우웅…
[사라진 그늘의 저주가 발동합니다.] [던전에 진입한 침입자가 다섯을 초과했을 때 발동하며 침입자가 다섯 이하로 줄어들지 않을 시 지속됩니다.] [던전에 진입한 모든 침입자의 능력치를 절반으로 만듭니다.] [던전에 진입한 모든 침입자에게 지속적인 신성력 피해를 줍니다.] [주력을 소모합니다.]저주 부적의 굉장한 효과.
언데드들을 상대로 이만한 저주 부적을 찾기가 힘들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저주 부적 중에 저런 효과를 발휘하는 저주 부적은 없다.’
즉, 게임에 없던 저주 부적이다.
이 사실은 또, 고무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게임이 밸런스를 생각해 만들지 않았던 것들도… 어쩌면 솔라리아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니….’
…그만큼 강력한 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기도 했지만.
“나리, 느꼈어?”
“…아, 그것 말이군. 확실히 느꼈다.”
전날 밤, 던전의 문턱을 앞에 두고 뒤돌아 갔던 사기가 되돌아왔다.
“…하나가 아니었군.”
고오오오오오오…
스으으으으…
강력한 사기는 어느덧 넷으로, 그리고 더 강력한 사기가 하나 더 얹어져 나타났다.
* * *
“브랜딜의 원수를… 갚아주마.”
왈디프가 소환한 사역마는 거대한 전갈. 괴수 전갈이라고 불리는 마수다.
다그라라락…
쉬이이익!
괴수 전갈은 관문의 입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망자들을 집게발로 절단했다.
처컹-!
처컹-!
집게발이 뭔가를 잘라낼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 …무의미한 저항을 그만두어라.
왈디프가 순간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으윽… 뭐지?”
같은 시각, 다른 관문에서도 전투가 한창이었다. 각자가 자랑하는 최강의 사역마와 함께 관문을 틀어막는 도중이다.
“집행관! 공격해!”
– 말살… 말살…
[마력 집행관이 마력탄 난사를 사용합니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물리력 탄환을 넓은 범위에 쏘아냅니다.] [이 탄환은 관통합니다.]기이이잉-
투두두두두두두두-!
마력 집행관이 커다란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아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너무 빠른 속도로 마력이 소모되고 있던 것.
“제기랄….”
지면에 쓰러진 언데드의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그 중엔 살덩이 골렘을 비롯해 해골 병사들의 파편이 한가득이었다.
그럼에도, 절망적으로 적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시간을 벌어야 해.’
화르르륵…
[아담이 불의 장벽을 사용합니다.] [임의의 지형에 불의 장벽을 설치해 통과하는 대상을 모두 불태웁니다.] [아군에게도 피해를 줍니다.]우선, 불길로 입구를 틀어막을 생각이다. 이 틈을 타 과부화된 집행관의 포열을 빠르게 냉각시킬 생각.
휘오오오오오오…
한기가 아담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서둘러야 한다.
저벅…
저벅…
뭔가가 불의 장벽을 넘어오고 있다.
– 그에에에에…
“…저게 뭐야?”
살덩이 골렘보다 훨씬 거대한… 슬라임과 시체들이 뒤섞인 거인이 나타났다.
저만한 거체가 관문의 문을 통과했다는 건, 신체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형질을 조절하는 힘이 있다는 얘기다.
“슬라임…인가.”
취오오오옥…
거인의 불타는 주먹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앙-!
던전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
아담은 불의 장막을 유지해야 하기에 마력 집행관 홀로 이 거인을 상대해야 했다.
기이이이잉-
[마력 집행관이 마력 포를 사용합니다.] [충전된 마력으로 적에게 단발성 마력 포를 쏘아냅니다.]파아아아아앙-!
살덩이 거인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취오오옥…
그리고 다시금 그 빈 부분을 슬라임과 살덩이가 뒤섞여 틀어막았다.
“크윽…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 거야?”
아담이 장벽을 유지하기 위해 양손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외쳤다.
망자에게 신성력 다음으로 효과적인 화염을 선택하는 아담.
“불태워버려!”
기이이잉-
[마력 집행관이 화염 방사를 사용합니다.] [마력을 불꽃으로 변환하지만 한번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냉각이 필요합니다.]화르르르르르르륵-!
집행관의 오른팔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쳤다.
콰아아아아아아-!
–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확실히 통했다.
화염에 휩싸인 거인이 뒤로 넘어갔다.
쿠우우우우우웅-!
치이이이이이이…
시체가 불타는 고약한 냄새가 장내를 감쌌다.
마력이 슬슬 바닥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장벽을 해제해야 했다.
“제길….”
파르륵…
장벽이 해제되자 아담의 관문으로 망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왔다.
거기다….
[살덩이 유체 거인이 분열을 사용합니다.] [남은 체력에 비례하여 작은 분신체들을 만들어냅니다.]취오오오옥-!
– 그으으어어어…
– 그으에에에에에…
거인의 시체에서 꾸물꾸물 새로운 분신들이 끝도 없이 만들어졌다.
아담이 허탈하게 웃었다.
“집행관! 임무 중에 소실되면 보상이 어떻게 되지?”
– 보상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말라시스에 있는….
마력 집행관에서 미리 녹음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꿀럭…
꿀럭…
집행관의 몸을 살덩이 유체들이 감싸기 시작했다.
“집행관… 자폭해.”
기이이잉-
– 해당 기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집행관! 임무 중이다! 자폭해!”
기이이이이이이잉-
[마력 집행관이 폭발 사유: 특수 임무를 사용합니다.] [5초 후, 집행관의 핵이 폭발하며 주변 넓은 범위를 초토화합니다.]마력 집행관이 경례 자세를 취하며 핵을 과부하시켰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 수고하셨습니다. 마왕군 만세.
미리 녹음된 음성이, 폭발의 시작을 알렸다.
이윽고, 장렬한 불꽃이 집행관의 핵으로부터 피어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