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담의 최후가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는 던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죽었다.
저건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평민 출신의 대원인 니카는 크게 한숨 쉬었다.
“도련님들이 좀 더 버텨줄 줄 알았는데, 아쉽네.”
아담과 왈디프를 얘기하는 것이리라.
그녀는 언데드와의 전투에서 귀족 출신인 그들보다도 훨씬 선전하고 있었다.
“아누비스! 사자의 경계선을 발동해!”
개와 인간을 합친 듯한 형태의 조각상이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였다.
휘오오오오오…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반대쪽 손을 앞으로 뻗은 아누비스의 조각상에서 사이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아누비스의 조각상이 사자의 경계선을 발동합니다.] [경계선을 넘는 모든 존재에게 영혼의 메아리를 퍼트립니다.] [영혼의 메아리는 정신 피해를 주며 대상이 언데드라면 피해가 강화됩니다.]치이이이이이이이이-!
아누비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잿빛 원이 형성되었다.
– 그으으으…
– 그아아아아…
화르륵-!
아담이 만들어 낸 불의 장벽보다 훨씬 빠르게 언데드를 휩쓸어 버리는 힘.
“맛이 어때?”
치이이이…
– 그에에에에…
살덩이 골렘 하나가 피해를 견뎌내며 원 안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아누비스 조각상이 지팡이로 골렘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후우웅…
꾸지이이이이이익!
– 크으으엑…
골렘의 몸이 그대로 으스러져 무너졌다.
“지키면 된다 이거지? 그래… 지키면 되는 싸움이야.”
– 지킬 수 없는 싸움이니라….
“거, 아까부터 되게 조잘대네? 이렇게 달콤하게 속삭일 거면 누군지 얼굴이나 보자?”
치이이이이…
화르르르르르르륵…
사자의 경계선을 넘어온 건, 법복을 입고 공중에 발이 살짝 떠 있는 해골.
“…리치?”
– 모든 것은 결국 무너지리라… 귈나프께서 명하셨나니.
“…귈나프가 누구지?”
– 이 사막의 정당한 지배자이자, 모든 강줄기를 움켜쥐셨던 분이다.
리치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 미물과의 대화는 여기까지다.
스으으으으으으…
리치의 손에 모래가 휘감기더니 이내 뱀처럼 변해 아누비스 조각상의 머리를 노렸다.
“아누비스! 저항해!”
파하아악-!
일단은 지팡이를 휘둘러 저항하는 아누비스 조각상. 그러나 사자의 경계선 때문에 다른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현재로서는 그것 외에 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삐이-!
그 대신, 니카가 괴상하게 생긴 작은 호각을 불었다.
쒜에에에엑-!
파파파팍-!
모래로 만들어진 뱀은 호각 소리에 반응해 움직인 검 조각상들에게 무너졌다.
– 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
“…뭐?”
스으으으으…
니카의 발목 어림에, 리치가 몰래 준비해 둔 모래 올가미가 걸렸다.
꽈아아악-!
“아아아악!”
– 죽어라, 미물.
니카는 붙잡힌 순간 선택해야 했다.
다리를 자를 것인가, 맞설 것인가.
삐이이익-!
공중으로 내팽개쳐지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분 호각 소리에, 아누비스 조각상과 검 조각상이 모두 리치에게로 향했다.
후우우우우웅-!
아누비스 조각상의 지팡이가 리치의 머리를 내려찍으려 했다.
콰지이이이익-!
그러나, 리치의 코앞에서 그 움직임을 멈춰야만 했다. 사역마의 주인인 니카의 머리가 먼저 부서졌기 때문이다.
스으으으으…
조각상들이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 …애를 먹이는군.
스르륵…
리치가 뒤돌아 관문을 빠져나가며 중얼거렸다.
– 앞으로… 하나…
* * *
후우우우웅-!
파가가가가가가각!
“으헤헤헤, 뼈는 맛이 없어! 피를 줘! 살을 줘!”
“조금만… 조용히 해주겠나?”
“로데릭! 애송이! 냉큼 내게 만찬을 주어라!”
“…….”
로데릭의 사역마이자 병기인 마검이 연신 그를 약 올렸다.
마지막 관문.
로데릭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다른 모든 관문이 무너져 언데드가 모두 이곳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다그락…
다그락…
그 속살은 깨지고 성치 않은 백골임에도 무장을 제법 갖춘 언데드. 스켈레톤 나이트 2기가 로데릭의 앞에 섰다.
“흐으읍!”
후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앙!
로데릭이 왼쪽 스켈레톤 나이트의 방패를 후려쳐 밀쳐 내고 몸을 굴렀다.
부우웅-!
방금까지 그가 있었던 곳을 다른 스켈레톤 나이트가 내려쳤다.
[로데릭이 살인 풍차를 사용합니다.] [세 바퀴 회전하며 각 충돌 당 공격력의 140%의 물리 피해를 줍니다.] [공격 속도가 빠를수록 더 빨리 회전합니다.]끼리리릭-!
콰가가가가각-!
스켈레톤 나이트가 우수수 부서졌다.
치이이이이이…
그들의 뼈는 다시 붙지 않았다.
마검이 머금은 신성력 때문이다.
“허억… 허억….”
잘했다.
지금까진 나름 괜찮았다고 봐도 되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아침까지 이 던전이 무사할 것 같진 않았다.
“후우….”
“멍청이들이 일찍 뒈져버린 거잖아! 로데릭! 너도 뒈져버리자! 큭큭… 그럼 녀석들도 반성할 거야.”
“…시끄럽네. 특작대는 하나다. 그들의 모자람은 곧 나의 모자람이니 탓하지 마시게.”
“사람 좋은 척하기는! 싫은 미워하고 있으면서! 어째서 모두 죽었냐고 미워하고 있으면서!”
로데릭이 멈칫하다 대꾸했다.
“그것조차 삶을 불태울 연료로써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네 아비와 판박이구나! 네 아비가 그렇게 죽었지!”
“흐하하하하하! 부친께선 영예롭게 떠나셨지. 그러니, 그건 칭찬과도 같은 말이라네.”
“재미없어! 마르퀴스의 종자들은 하나 같이 이 모양이야!”
“부친께서 널 병기고에 먼지 쌓인 채로 두게 한 이유를 알 것 같구나. 이렇게나 시끄러우면….”
“닥쳐! 온다!”
흠칫-!
로데릭이 화들짝 놀라 허리를 젖히자 그 위를 대검이 회전하며 지나가 벽에 박혔다.
후우우웅-
콰아아아앙-!
– 이 관문뿐이다, 남은 건.
“…스켈레톤 킹.”
스켈레톤의 왕.
강대한 망자가 사령술사를 배신하고 그를 살해했을 때, 술사의 저주를 받아 탄생한다는 속설까지 있는 희귀한 존재.
그림자처럼 넘실대는 망토를 두르고 다른 스켈레톤보다 덩치가 족히 3배는 컸다. 그 이마에 박힌 보석이,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그락…
– 제법이구나, 마족 꼬마.
“그대는 누구신가?”
– 존귀하신 귈나프의 검이다.
“꼭 이 관문을 넘어야만 하겠는가, 망자들의 왕이여? 우린 너희의 영역에 관심이 없다는걸….”
– 나는 왕이 아니다. 진정한 왕인 귈나프의 검일 뿐. 또한 이곳을 무너트리는 건 귈나프의 뜻이니 오해 없길 바라마.
로데릭이 속으로 이 말들을 사리야가 꼭 들었으면 하고 바랐다. 사망 이후에는 가끔 후유증으로 단기적인 기억 상실이 올 때가 있어 누군가는 언데드의 배후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편이 좋았다.
휘오오오오…
스켈레톤 킹이 손을 뻗자 그의 대검이 빨려 들어왔다.
– 그럼, 죽거라.
“온다!”
로데릭의 마검이 경고하자, 곧바로 스켈레톤 킹이 땅을 박차고 돌진해 왔다.
콰아아아아아앙-!
대검과 대검의 충돌.
끼기기기기긱…
잠시 힘 싸움 후,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대검과 대검의 충돌은, 그 소리부터 남달랐다.
후우웅…
스켈레톤 킹의 내려치기.
카아아아앙-!
그의 공격을 측면에서 파훼해 바닥으로 충격을 흘려내는 동작.
로데릭은 지금, 전투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우우웅-!
찰나를 노린 중단 베기.
스켈레톤 킹이 사기를 끌어 올리자 검이 스스로 뽑혀 나와 로데릭의 검을 가로막았다.
빠지직…
카아아앙…
이후엔, 다시금 대검과 대검의 충돌.
카아아아아앙!
카아아아아아앙!
카아아아앙!
“로데릭 멍청아! 이렇게 싸워서는 승산이 없어!”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카아아아아아앙!
미친 듯이 대검을 부딪치는 두 전사.
로데릭은 마검의 말을 무시한 채로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
얼마나 휘둘렀을까.
그는 어느새 넝마가 되어 있었다.
무리하게 검을 휘두른 탓에, 몸에 쌓인 사기가 발작하듯 턱 끝까지 올라왔다.
“쿨럭… 크헉….”
자색 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얼굴. 그와 반대로 스켈레톤 킹의 몸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
“이 멍청이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로데릭이 히죽 웃었다.
“내가 가문에서 배운 건 이것뿐이란 말이네.”
“…….”
“방법이 잘못된 게 아니네. 아직 갈 길이 먼 게지.”
로데릭이 피 흘리며 다시 검을 들었다.
“마침 딱 알맞지 않은가?”
– 네 패배다.
스켈레톤 킹의 말을 무시하고, 로데릭이 정신을 집중했다.
“선조들의 정신이 지금 내 피에 흐르노니….”
고오오오오오오…
“내가 바로 마르퀴스의 자손이다!”
그의 머리가 쭈뼛 서며, 칠죄종 중 분노의 피가 그의 육체를 뒤틀었다.
빠지지지지직-!
[로데릭이 혈통: 분노를 발동합니다.] [로데릭은 분노가 유지되는 동안 모든 군중 제어를 무시하며 받는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또한 잃은 체력만큼 공격력이 상승합니다.]“크아아아아아!”
그 눈에 붉은 흉광이 번뜩이며 로데릭이 이성을 잃었다.
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스켈레톤 킹이 이전처럼 그의 검을 받아냈다가 곤욕을 치렀다.
– 무슨….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스켈레톤 킹은 그의 검을 피할 수 없었고,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웠다.
내려치기.
콰아아아앙!
또 내려치기.
콰아아아아아앙!
위에서 떨어지는 수직 베기를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스켈레톤 킹의 하체가 점차 땅을 파고들었다.
“죽어! 죽어어어어!”
분노가 로데릭을 잠식했으나, 그는 이 순간만큼은 모든 분노를 해방해야만 했다.
으직…
으지직…
로데릭의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그의 코에서 검은 핏물이 주르르륵 흐르고.
다시 내려치기.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방금의 일격을 끝으로, 눈이 죽었다.
후우우웅…
그럼에도, 마지막 내려치기.
콰아아아아아아앙!
관문의 불빛이 꺼졌다.
후우우우우우우웅…
로데릭이 죽었다.
스으으으으…
관문의 입구로 리치가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 꼴이 말이 아니구나, 클클….
스켈레톤 킹은 박살이 난 상태로 마치 화석처럼 땅에 박혀 있었다.
[뷔흐라크가 최상급 접골을 사용합니다.] [최상급 스켈레톤을 본래 형태로 되돌립니다.]다그라라라라라락…
스켈레톤 킹의 몸이 원래 그대로 되돌아오며, 눈에 빛이 맺혔다.
– 크으윽… 신성력 때문에 몸이 삐걱거리는군.
– 그린그라트의 몸을 주마.
아담과 전투를 치렀던 언데드 슬라임이 스켈레톤 킹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취오오오오옥…
– 이제야 살 것 같군.
– 방심하다니, 귈나프께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멸하라 하셨거늘.
– 방심? 상대가 강했을 뿐이다. 만약 네놈이 이곳에 왔다면 아마도 가루가 됐겠지.
– 흥… 허튼소리를….
귈나프의 하수인들이 관문을 넘어 좁은 통로로 이동했다. 처음 던전에 도착했을 때보다 그 수가 많이 줄어든 병력.
– 아침이 오기 전에 이곳을 청…
철컥.
– 함…!
기이이이잉-
[★★★★★ 신성한 모독의 함정이 발동합니다.] [함정을 중심으로 넓은 영역에 강한 신성 피해를 줍니다.]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찬란한 마법진이 그 안에 들어온 언데드를 불태웠다.
– 그으어어어어!
– 그에에에에엑…
푸스스스스스…
대부분이 재처럼 흩날렸지만, 리치와 스켈레톤 킹은 함정을 눈치채고 방비한 덕에 큰 피해를 입진 않았다.
– …제법이군.
– 심장이 떨어질 뻔했어. 이제 이 몸에 심장은 없지만 말이지… 킥킥…
다시금 그들의 곁에 언데드의 군세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이제, 심처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문을 가로막은 두 인영의 모습도.
그게 퍽 가소로워 보인 리치가 웃었다.
– 아침까지 그 문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 믿는가?
무표정한 마족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침? 굳이 귀찮게 돌아갈 필요까지 있을까.”
– …뭐?
철컥-
마족이 등에 멘 칼에 손을 갖다 대자, 처음 느껴보는 한기가 한순간 공간을 가득 채웠다.
쩌저저적…
“내가 너희의 아침일 텐데.”
[파우스트의 기본 능력: 생기 흡수가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