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조금, 힘내봤어요.”
툭…
내 앞에 흑요정의 머리가 떨어졌다.
“데일… 아아… 데이이일!”
마웬, 내 조카 녀석은 이곳에 와 많은 것들을 잃었다.
빌어먹을…
젠장, 젠장할!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숙부님… 데일이….”
“…그래, 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이곳에 와 제 동료를 전부 잃었어요! 전….”
“마웬, 잘 듣거라.”
녀석을 달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시간을 좀 허비하더라도 마웬을 이곳에서 잃을 순 없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모르겠어요…. 저는… 이곳에 왜….”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더냐? 간악한 마족을 처단하고 악마를 추격해 정의를 관철하겠다고.”
“전….”
나약해 빠진 녀석.
제 아비를 똑 닮았군.
중요한 순간에 꼭 몸을 사린단 말이지.
“마웬, 네 아버지를 떠올려라.”
“…….”
“형님이라면… 네 아버지라면 지금 무엇을 우선하셨을 것 같으냐?”
제발, 마웬.
내겐 네가 필요하단 말이다.
“여기서… 멈추시지 않으셨겠죠. 제국민의 미래를 위해….”
“그래, 잘 아는구나.”
“힘… 내볼게요.”
“감정을 추슬러라. 이곳은 전장이다. 다행인 건, 악마의 냄새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 숲만 벗어나면….”
곧, 내가 원하던 것을 만나게 된다.
거짓말은 아니다, 마웬.
정말로 악마의 냄새가 가까워지고 있어.
이 숲을 벗어나면 지금…
쿠우우웅-!
“…숙부님.”
“보고 있다.”
저건…
“저자는 누구….”
시커먼 공간에 검을 역수로 쥔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이 냄새.
“주변을 밝혀보마.”
후우우웅…
[마루스가 길잡이의 등불을 사용합니다.] [일정 범위를 밝힙니다.]“…응?”
빛이 퍼지자 반대편에 선 자에게서 한줄기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깜빡 잠들었잖아. 너무 늦었는걸.”
“뭐, 뭐라는 거냐! 너는 뭐지?”
“그만, 마웬.”
이 녀석.
“악마다.”
“…예?”
“무기를 쥐어라. 대응하기도 전에 목이 베일 수 있다.”
꿀꺽…
“오, 인간! 악마에 대해 알아?”
“알지… 잘 알고말고.”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군.
스릉…
“줄곧 너희 악마들을 찾아 헤매왔다.”
“음… 기분 나쁜 인간이네.”
“폰… 아니, 파우스트는 이 공간 너머에 있겠군.”
“너희는 왜 나리를 쫓는 거야?”
저벅…
마웬 녀석, 나서지 말라 했거늘.
“파우스트는 인류에 해가 되는 기생충이다! 그건 악마인 너 역시도 마찬가지야. 이곳에 와 더욱 확신하게 됐지…. 심판을 받을 준비는 됐나?”
“…심판?”
움찔…
“네가?”
“으읏… 숙부님과 함께라면….”
가만…
…유황 냄새?
상당히 진하군.
그리고 귀에 저 깃털 장식….
…그런가!
“큭… 크흐흐….”
“…숙부님?”
“알겠군, 그대의 이름.”
“내 이름을 알아?”
그래, 악마여.
너의 이름을 나는 알고 있다.
“페넥스, 부활의 악마.”
“호….”
“칠죄종에게 버림받은 가련한 존재여.”
“…….”
스륵…
페넥스가 고개를 들어 이목구비를 드러냈다.
“허억….”
꿈에서 빠져나온 듯 비현실적인 미모. 마웬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내성이 없다.
“역시 기분 나빠, 너.”
“큭큭….”
“숙부님? 왜….”
아, 이런.
자꾸 웃음이 비집고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파우스트가 뭐라고 말하더냐? 무슨 수를 써도 이 관문을 지키라고 말하던가? 그 목숨을 바쳐서라도 도주할 시간을 벌라고 했을 테지.”
“…도주? 나리는 도망 안 가.”
“그럴 리가. 그대의 앞에 선 자가 나인 순간. 내 앞을 가로막는 악마가 페넥스, 그대인 순간! 그대들의 패배는 확정됐거늘.”
“뭐?”
“파우스트가 죽은 후의 미래는 생각해 두었나? 내가 그대를 거둘 것이다.”
마웬이 처음 듣는 이야기에 경기까지 일으키며 날 쳐다보았다.
“그, 그게 무슨…?”
뭐, 이젠 상관없다.
“나를 거둬? 웃겨! 내가 인간의 손에….”
스으윽…
품에서 꺼낸 보석을 악마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냄새….”
“이게 무엇인지 아는 모양이군.”
“참회석!”
“그래, 당분간 주인을 잃은 그대의 보금자리가 될 곳이지.”
“…그거라면 조금 성가신걸.”
참회석.
이 녀석을 찾기 위해 얼마나 방랑했던가. 수십 년의 추적 끝에 계약에서 풀려난 악마를 가둘 수 있는 이 특별한 보석은 결국 내 손에 들어왔다.
“참회석이라… 음… 그래도 상관없어! 나리가 패배할 리 없으니까.”
“낙천적이군. 큭큭… 두고 보면 알겠지. 시작할까?”
“숙부님 저는 아직….”
“입 다물 거라, 마웬.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단숨에 저 악마에게 목이 베일 것이니.”
화르르륵…
[우두머리 전투가 진행됩니다.] [부활의 악마 페넥스가 불길로 퇴로를 차단합니다.] [페넥스의 개성 【불굴】이 적용 중입니다.]“부, 불길이…. 숙부님!”
[페넥스가 고통 분담을 사용합니다.] [페넥스가 부채꼴 형태의 화염파를 발사합니다.] [화염파는 전투력의 150%를 범위 내의 적에게 나누어 입힙니다.]“오는 건가!”
파아아앙-!
[마루스가 철옹성을 사용합니다.] [피해를 받지 않은 상태일 때 받게 되는 첫 번째 피해의 95%를 감소시키며 상태 이상을 무효화 합니다.] [첫 번째 피해가 광역 효과라면 그 효과를 자신에게만 한정시킵니다.] [긴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집니다.] [철옹성은 방패를 착용하여야만 발동합니다.]파아아아앗-!
“눈속임이었나!”
“실력 좀 보자고!”
검과 검이 부딪힌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앙-!
‘으윽… 무슨 힘이!’
팔이 찌르르 떨려온다.
파아아아악-!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페넥스의 복부를 걷어찼지만, 밀려나는 건 우리 둘 모두였다.
녀석은, 재주를 넘어 곧장 자세를 잡았다.
“왜 그래? 좀 더 붙어보자고.”
“…아무래도 그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겁먹은 거야?”
“승리를 확정 지어 놓고도 굳이 길을 돌아가는 건 우매한 자들이나 할 법한 짓이다.”
“핑계는… 아까부터 뭐라고 하는 거야?”
“페넥스. 그대는 칠죄종의 곁에서 몇 번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대와 겨룬 수많은 영웅 중 생존한 자들도 적지 않지.”
“그게 뭐?”
씨이익…
“기록이다. 인간은 악마의 모든 것을 기록하지. 난 수십 년간 악마의 흔적을 쫓으며 기록을 수집했다. 거기엔, 그대의 기록도 있었지.”
“……설마.”
“바로 그 설마다.”
마웬, 어쩔 수 없구나.
여기까지다.
쒜에에에에에엑-!
푸우우우우욱-!
“어……?”
털썩…
내가 쏘아낸 단도에 맞은 마웬이 비틀거리며 넘어갔다.
저벅…
저벅…
“수, 숙부님… 왜….”
“마웬, 악마를 보았구나. …가엾은 녀석.”
피를 꿀렁꿀렁 토해내는 조카의 모습에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고통을 덜어줄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뿐.
“편하게 해주마.”
촤아아아아악-!
녀석의 눈을 칼로 그었다.
녀석도 이제는 알 테지.
아… 이미 죽었나. 꿈틀대지도 않는군.
“내가 칼 쿠르소다.”
[첩보 활동으로 얻은 정보가 조작되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습격자의 정보가 재조명됩니다.] [사자 혼 마루스의 명칭이 살인마 칼 쿠르소로 변경됩니다.] [발동 조건: 재조명이 충족됩니다.]“조카 아니야?”
“조카였지, 리우디라에 오기 전까지는.”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
“이곳에 녀석들을 데려온 건, 혹시 제물이 필요할지도 몰라서였다.”
“헤… 악마에 대해 잘 아네? 근데, 눈은 왜 긋는 거지?”
“이런 기행을 좋아하는 악마도 있어서 말이지. 녀석을 만나고 싶어서 습관처럼 벌인 일이지만, 운 좋게도 그대를 만났군.”
“…눈? 아! 그 녀석! 근데 너는 왜 악마를 쫓는 거야?”
복수?
아니.
그게 아니라는 건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경외… 혹은 열망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싶은데.”
“악마가 무섭지 않아?”
“무섭고… 두렵지.”
철컥.
“처음 검을 쥐었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대체로 유용한 것들은 두려움을 동반하곤 하지. 마땅히 그래야만 쓸모 있거든. 악마 역시 마찬가지다.”
“하핫! 아하하하하핫!”
“왜 웃지? 그렇게라도 위안을 얻으려는 것인가? 그대가 패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어떤 힘도….”
톡톡…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페넥스를 조롱했다.
“지식을 이기지 못해.”
화르르륵…
페넥스는 하반신부터 불꽃에 휩싸여 사라지고 있었다.
[페넥스의 개성 【불굴】이 발동합니다.] [페넥스는 【불굴】이 적용되는 동안, 던전 수호 임무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없습니다.] [페넥스가 파티에 충분한 피해를 주었기에 강제로 패배합니다.] [페넥스가 불길로 되돌아갑니다. 잠시 후에 부활합니다.] [우두머리 전투가 종료됩니다.]“아하하하하!”
불꽃 속에서 웃으며 사라지는 페넥스.
“정말이네, 정말이야!”
“뭐라고 떠드는 거냐?”
“전부….”
그녀가 마지막으로 서늘한 말을 남기고 완전히 불꽃으로 변해 사라졌다.
“나리가 말한 대로 됐어.”
“…뭐?”
화르륵…
“무슨 소리를….”
빈틈을 만들기 위한 장치인가?
혹은, 허세?
모르겠군.
승자는 나다.
“파우스트…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어서 널 악마에게서 해방하고….”
악마는 내가 거두어주마.
“이 문이군.”
쿠궁…
쿠구구구궁…
문을 밀치자 문 너머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이 문을 넘으면, 녀석이 있다.
내 오랜 열망을 이루어줄…
[던전 수호 임무 중 재조명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 재조명의 저주가 발동합니다.] [던전의 주인은 대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재조명된 습격자를 전 관문으로 되돌려보냅니다.] [이때, 만일 관문의 기능이 파괴되지 않았다면 관문 돌파의 조건이 재충족되어야 합니다.]거짓말.
치이이이익…
“크으으윽….”
불꽃.
온몸에 화염이 넘실거리는 악마가 고고하게 그 자리에 서 있다.
화르르륵…
아름다워… 내가 원했던 힘.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는데.
“또 보네?”
“하아… 하나 묻지.”
“응, 물어봐.”
“어디서부터 계획된 거지? 리우디라인가? 아니… 파우스트는 그대에게 뭐라고 말했지?”
“처음 만난 순간, 머릿수를 세어보라고 했어.”
“…뭐?”
– 만일….
“둘이 온다면, 나리의 승리라고.”
“큭… 크흐흐흐….”
인정하지… 인정하마.
…희생 없이는 지나갈 수 없다는 거냐?
“관문을 넘는다면, 그대의 주인을 반드시 고통스럽게 죽여주도록 하지.”
철컥…
“나 원….”
화르르륵-!
“농담도.”
[우두머리 전투가 진행됩니다.] [부활의 악마 페넥스가 불길로 퇴로를 차단합니다.] [페넥스의 개성 【불굴】이 적용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