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62
제62화
외눈박이 늑대 스칼라.
‘저 자식이 여기서 왜 튀어나와?’
산 넘어 산, 설상가상이다.
불운의 실체가 있다면 저 녀석이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에피소드 9막의 강자면 지금의 아몬이 대인전 전용 마도 병기를 장착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한참 뒤에나 등장하는 녀석이 어째서 여기에… 더군다나 만나는 곳도 썩은 뿌리가 아닌….’
녀석은 에피소드 5막의 조사단을 내가 몰살시키자 제자의 복수를 하기 위해 먼 길을 추적해 온 녀석이다.
‘그럼 지금 저 녀석이 여기에 있다는 얘기는….’
시야를 넓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상 근처에 모험가 협회 문장을 어깨에 덧댄 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수는 대량 열댓 명.
‘…롬웰의 말이 정말이었군.’
– 이번 토벌령에 조사단이 파견됐더군.
무려 세 파티나 이곳에 와 있다.
스토리 상 하나의 파티만으로도 던전을 뒤흔들었던 자들이 무려 3배가 되어 돌아와 있었다.
원작에선 협회에서 파견한 조사단을 살해했기에 던전을 버리고 도주했어야만 했다.
‘저 중의 한 명이 닐이란 녀석이겠군.’
에피소드 5막의 조사단.
그들을 이끄는 대장으로서, 외눈박이 늑대 스칼라의 가르침을 받은… 말하자면 스칼라 맛보기 버전 같은 거다.
자고 일어났더니 사바나 초원 한복판에서 사자 무리와 맞닥뜨린다면 이런 상황일까.
‘지금 나 혼자만의 무력으론 조사단을 상대할 수 없다.’
이쪽이 준비 만반인 상태로 던전의 전력을 발휘해 싸웠어도 반반이었던 녀석들이니….
“자정이 되기 전에 인원 편성을 보고해라. 새벽에 구성에 따라 배치가 될 것이고 내일 정오가 되기 전에 토벌대는 대수림으로 향할 것이다.”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거 아니오? 듣기로는 정찰대가 우레아 곁에 다른 대형 마물들도 목격했다는데!”
누군가가 내뱉은 말에 몸이 굳었다.
‘다른 대형 마물이라면 설마….’
정찰대에게 썩은 뿌리의 마물이 노출된 것일 수도 있다.
‘제길….’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소식을 들었다고 해서 당장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정도에 겁먹을 녀석들이라면 대수림에 발붙이지 마라. 애초에 이쪽에 전력을 오래 쏟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의 장악력은 빈곤해진다. 협회 입장에서는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밖에 없어. 뭐… 나도 얼른 집에 돌아가서 발 뻗고 자고 싶고 말이야.”
“그런….”
“참여를 강요하진 않는다. 이 엉성한 인원으로 공성전이라도 펼칠 것 같나? 만일을 대비해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밥은 굶기지 않을 테니까 할 맘이 있다면 남고 아니라면 돌아가라.”
말을 꺼냈던 방랑 마법사로 보이는 자가 미간을 찡그렸다.
“끄응…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거였지.”
“크하하하! 염려는 이해해. 그래도 우리 쪽에선 토벌에 참여해 준 자들이 위험해질 일이 없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협회에선 해마다 해오는 일이기도 하고… 나도 작년의 경험이 있으니까 통제에만 따르면 큰 사고는 없을 거다.”
팟-!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다소 앳된 느낌의 여전사였다.
“그런데 우레아 그 괴물 나무는 누가 상대하나요? 무척 거대하다고 들었는데….”
“그건 걱정하지 마라.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와 조사단들이 상대할 테니.”
반발 역시 있었다.
“뭐? 협회 들러리나 서라는 거냐? 까불지….”
“당연히 참여를 희망하는 파티가 있다면 받을 생각이다. 다만 이 경우엔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으음.”
“그럼, 질문은 더 없나?”
스윽…
이번엔 내가 손을 들었다.
“그래, 뭐지?”
“토벌전에서 원하는 위치를 점할 수 있나?”
“으음? 위치?”
“우레아와 마주 보기는 싫어서.”
“아! 외곽 경계를 맡고 싶다는 거군. 흐음….”
내 질문은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겁쟁이와 동료가 되고 싶어 하는 모험가는 없기 때문에.
“저딴 식이면 그냥 토벌령에 참가하지 말았어야지.”
“어디서 저런 녀석까지 기어들어 왔군.”
모험가들뿐만 아니라, 조사단의 단장으로 보이는 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스칼라에게 귓속말했다.
갓 스무 살이 된 것처럼 보이는 남자. 그자의 말을 들은 스칼라의 표정이 시큰둥해졌다.
그리곤 내 질문에 만족스럽지 않은 답을 내놨다.
“그건 고려해 보지. 하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아줬으면 해.”
끄덕…
아마도 스칼라에게 말을 건넨 자는 내 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 같다.
‘저 녀석이 닐인가?’
대놓고 경멸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
“자, 그러면 나는 물러가지. 오붓하게들 시간 보내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파티 구성을 완료하라는 자정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길어야 몇 시간 정도.
‘곤란하군. 한 명을 더 구해야 한다는 게.’
나는 모험가들에게 있어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위조 신분인 발푸스라는 모험가는 신출내기에다가 그럴듯한 특징도 없었다.
더군다나, 아까 전의 질문으로 내 첫인상은 언제고 내뺄 생각만 하는 겁쟁이 모험가가 되었을 테니 이런 파티에 굳이 오고 싶어 하는 자가 있을 리가 있나.
‘자정이 될 때까지 파티원을 구할 수 있을까? …곤란하군.’
그 곤란함은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대다수에게 찾아온 듯했다.
“이, 이봐들! 여기 2자리가 빈다! 되도록 전위를 서줄 사람이면 좋겠는데?”
“뭐?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뒤를 맡기라고?”
“좀 봐주면 안 될까, 다들 곤란하잖아? 애초에 우리 파티는 외곽 경계 쪽을 요청할 생각이야.”
철그덕…
파티를 모으는 남자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는 전신 갑주를 입은 남성.
“흠… 우레아 토벌조가 아니라면, 분배는 어떻게 되지?”
“이리 와서 자세히 얘기해 보자고.”
상황이 이런 판국이니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마법사가 필요해!”
“신관은 없나? 뭐든 좋아, 지원이 가능한 자라면.”
“두 자리 빈 곳 없나?”
저마다 짝을 맞추느라 인산인해.
여기서 낙오되면 토벌에는 참가할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
이쪽은 현재 넷.
‘가장 위험한 쪽이지.’
한 명만 구하면 되잖아?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4인이 한 팀인 파티에 들어가는 건 모험가들에게 상당히 꺼려지는 일이다.
일단, 사건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성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기에 외부 인원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허다하고. 분배금을 노린 살해 사건 대부분이 위 구성에서 발생한다.
거기다, 난 지금 나름의 조건까지 따라붙는 파티원을 원하고 있으니….
루비가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게 해? 한 명을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생각 중이다.”
마을에 있던 산채 녀석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모험가들이 잔뜩 모인 이곳에서 사고를 쳤다간 돌이킬 수 없을 것이기에 일찌감치 떨어트려 둔 것이다.
‘어쩐다….’
바로 그때.
내 앞으로 칼날이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웅-!
루비를 비롯한 일행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4명이지? 날 파티에 넣어라.”
쌍살도인지 쌍절곤인지 하는 녀석이다.
“단, 외곽 경계는 사절이다. 무조건 우레아를 노린다.”
쌍살도가 입을 열 때는 주변이 조용해졌다.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 녀석이 가지는 위상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
‘완전 막무가내군.’
가끔 이런 녀석이 있다.
솔로임에도 왕처럼 군림하려는 녀석이.
내가 정말로 위장 신분으로 사용한 발푸스 같은 사내였다면, 쌍살도에게 굽히고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거절하지.”
“…뭐?”
“우리 성향과는 안 맞아.”
“…그 성향이란 것도, 너희가 어떻게든 맞춰봐야겠지?”
“바로 이런 부분이 맞지 않는다는 거다.”
우레아 토벌전에 절대로 함께해서는 안 되는 파티원이 바로 남들의 이목을 끄는 파티원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해도 도주할 수 있을지 마땅치 않은 판에 무슨 말만 하면 남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녀석이 파티에 있다고 생각하면… 가뜩이나 희박한 도주의 가능성이 더더욱 사라진다.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싸, 쌍살도를 거절했어.”
“미친놈들, 저러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쌍살도의 안색이 급변했다.
거절 한 번 당했다고 그 자리에서 사람을 죽일 기세다. 그걸 느낀 루비의 안색도 동시에 사나워지려는데…
“어이, 그쯤 하지. 싫다는 사람들 억지로 붙잡을 필요 있나?”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쌍살도를 말렸다.
“…영감이었나?”
쑤욱…
휘릭-!
쌍살도가 지면에 박힌 검을 뽑아 그대로 다시 등으로 가져갔다.
“…난 모욕을 절대 참지 않아. 숲에 들어가서 보지. 기대해도 좋아.”
가만히 있었는데도 사건이 들러붙는 경우다, 이 경우는.
싸움을 말린 남성이 날 위로했다.
“곧잘 저러니 이해하게. 되도록 숲에 들어가면 부딪히지 말고.”
이 남자도 근방에서 꽤 유명한 자인지, 모험가들이 수군거렸다.
“노장 블랭코가 나섰군. 아니었으면 출발 전부터 피를 볼 뻔했어.”
“쌍살도가 그래도 블랭코의 말은 듣네.”
어지럽다.
‘하아….’
세상이 모든 불운을 내 눈앞에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어? 역시 맞네?”
괜히 쌍살도까지 꼬여 새로운 파티원을 구하기가 더욱 난감해져 한탄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아는 체를 해왔다.
스윽…
로브의 후드를 벗자, 아는 체를 해온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피요?”
– 피요라고 해. 다음번에도 찾아주면 고맙겠어!
암시장 같은 위험한 장소까지 들어와 차를 팔던 상인.
– 영 꺼림칙해서 말이다. 이곳 주인장이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 같구나.
일전에도 아몬치고는 나름 좋은 평가를 해준 인물이다.
“토벌령 때문에 온 건가?”
“맞아, 그런데 여기서 널 볼 줄이야.”
“모험가였나?”
“응. 이쪽이 본업이고, 그때 그건 부업. 그리고 그때 일은 비밀로 해주겠어? 은밀한 취미거든….”
“알았다.”
“그런데… 곤란해 보이네. 혹시 파티원이 모자란 거야?”
“조건이 까다로워서.”
“뭔데 그래?”
피요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길래, 그에게만 들리도록 설명해 줬다.
“숲에 들어가 토벌전에 배치가 된 후엔 따로 움직이고 싶다. 그리고 외곽 경계 쪽으로 빠질 생각이 있는 사람을 구한다.”
“으음….”
역시 어렵나….
“딱 난데?”
“…정말인가?”
“응. 토벌령 참여 업적이 필요했을 뿐이지 우레아에는 딱히 관심도 없고… 애초에 솔로로 참여했잖아. 외곽 경계에도 딱히 불만 없어.”
일행과 눈빛을 교환했다.
피요야말로 우리가 원하던 파티원이다.
“좋다, 함께 하지.”
“정말? 이래서 아는 사람이 좋다니까! 하하! 기분이다, 앞으로 나한테 사는 물건은 할인해 줄게!”
“…차를 잘 아는 녀석은 지금 멀리 있어서 말이지.”
“아, 그래? 어디 있는데?”
루시퍼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너진 던전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이상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겠지.
그래… 모든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겠지.
그러니,
“만나러 갈 생각이다, 조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