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말로 이동할 수 없으니 우레아의 진행 방향을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움직이는 강자들.
파아앗!
나와 일행은 나무 밑으로 이동했다. 캠프의 토벌대원들은 아직도 사상사를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우리 파티의 이탈은, 목적을 이루는 순간까지도 적대 행위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쓰러지지 않는 우레아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남진 중이고, 우리 파티가 배정받은 위치는 우레아의 우측 후방.
‘던전이 있는 위치다.’
즉, 우리 파티가 던전의 터 위에 설 때까지도 명령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얘기.
두근…
두근…
이제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긴장 때문은 아니었다.
‘코어가 가까워지고 있다.’
내 인공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코어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신체적인 반응으로도 느껴졌다.
아직 던전 밑에 파묻혀 있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사역마들은?
미지로 향하는 발걸음은 상황을 고려해 매우 빨랐다.
– 크으으으으어어어어어!
우레아가 지금 막, 스칼라와 붙는 게 멀리서도 확인되었다.
이제부턴 제한 시간이 있는 마라톤과 마찬가지다. 스칼라가 우레아를 쓰러트리기 전에 그에게서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도착했군.”
여기다.
여기가 바로 던전 썩은 뿌리가 있던….
우뚝.
불청객이 있다는 걸 감지했다.
촤아아아아아악-!
검풍이 전면으로 휘몰아쳤다.
카아아아앙-!
루비가 정면에서 검풍을 막아냈다.
다짜고짜 공격해 온 불청객은, 예상했던 대로.
“쌍살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게 정답이었군.”
던전을 앞에 두고 마주한 건, 쌍살도 이문. 같은 토벌대인 라폰 파티를 기습한 악랄한 녀석이다.
“…뭐 하는 짓이지?”
“보다시피. 일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난 받은 모욕은 몇 배로 쳐서 갚아줘야 한다고.”
“속이 좁고 참을성이 없다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군.”
“곧 죽을 놈이 긁어대는군. 유언은 그게 다냐?”
…어쩐다.
“루비, 나서지 마라.”
“엥? 어째서….”
“내가 상대하지.”
그렇게 판단한 이유.
“근방에 정찰조가 있다.”
“…아.”
2인 1조로 움직이는 게 분명하다.
하나를 처리해도 다른 하나가 처치하기 곤란한 위치에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루비의 정체가 싸움을 통해 드러난다면, 녀석들은 근방의 모든 토벌대를 불러모을 것이다.
반대로, 나와 쌍살도 개인의 싸움이라면 혹여 조사단까지 보고가 올라가더라도 닐이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저쪽도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는 쪽이군….’
오로지 정보 수집만을 위한 판단.
‘실전은 오랜만인가.’
각오하고 있었다.
힘을 사용하면 금방 퍼지고 마는 하자 있는 몸.
하지만… 꽤 오랫동안 싸우지 않았다.
감각이 녹슬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보다 더 예리해졌다.
그 이유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영혼 때문이다.’
그동안 던전에서 죽은 강자들의 영혼이 내 불안정한 신체를 안정적으로 지탱할 뿐 아니라 더 강한 힘을 불러오게 했다.
근력도, 민첩성도, 마력도 전보다 더 성장한 나다. 전에는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녹초가 되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 네 곁에서 알짱거리며 널 지켜줄 다른 녀석들은 없다.”
“그들이 날 지켜줬다고 생각하나?”
“…뭐?”
“되었다. 시간 낭비는 그만하고 싶군.”
쌍살도가 조금 물러나 자세를 잡았다.
호수는 뽑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호수는 아니다.
악마의 힘을 사용하는 게 체력을 극도로 갉아먹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 중요한 싸움이 아니라면 오로지 검의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할 것이다.
“유언은?”
“유언이 있나?”
“네 유언 말이다.”
“…빌어먹을 자식이!”
파아아아아앙-!
[이문이 거합: 쌍두사를 사용합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병기를 뽑아 정면으로 교차하며 휘두릅니다. 직선 반경에 공격력의 400%만큼의 피해를 주지만 무엇에도 부딪히지 못했을 때, 자세가 무너집니다.]쌍살도의 기세는 마치 포탄 같았다.
일전에도 한 번 보았던 기술이다.
‘피하는 게 맞겠지.’
그러나 확신은 그것을 피하게 두지 않았다. 녀석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확신.
많은 이의 영혼을 잡아먹고 성장한 파우스트의 힘이,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했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힘일까.
철컥…
카아아아앙-!
호수의 검날이 이문의 쌍검이 교차하는 위치를 정확히 점했다.
라폰 파티는 물론이고 오우거 2마리를 통째로 절단한 그 괴물 같았던 일격은, 마치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끼긱…
끼기기긱…
쌍살도가 당황하며 수법을 바꾸었다.
[이문이 쌍검 연무를 사용합니다.] [두 자루의 검으로 연속된 공격을 가합니다. 병기의 무게가 증가할수록 위력이 감소하며 검이 아닌 병장기를 사용할 때도 위력이 감소합니다.]카아아아앙-!
카가강! 캉!
페널티를 안고서 펼치는 기술이었지만, 움직임은 물 흐르듯 했다. 다만 내가 검으로 점하는 위치들이 그 움직임의 핵심이 되는 위치인지라 흐르는 물도 점차 얼어만 갔다.
‘전부 보인다.’
쌍살도는 어느 정도의 인물인가? 따지자면 던전을 찾아왔던 혈교 무리의 무인들과 엇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파팟-!
[이문이 십자 가르기를 사용합니다.] [병기를 교차하여 베어냅니다. 두 병기의 공격이 모두 적중하면 피해량이 2배가 됩니다.]카가가가가가가각-!
호수가 녀석의 검격을 막았다.
“어째서….”
녀석의 수준을 파악했으니, 한 손은 자연스럽게 뒷짐을 지었다. 그 바람에 마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제자처럼, 쌍살도의 꼴이 볼품없어졌다.
카아아앙-!
카앙!
녀석이 필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오른쪽.’
슬그머니 한쪽 발을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이자, 녀석의 칼이 내가 있던 자리를 내려쳤다.
콰지이익…
‘근력은 어느 정도지?’
휘릭…
그대로 오른발을 그 간극으로 집어넣어 녀석의 어깨를 찼다.
빠지이익…
“으극…!”
“연약하군.”
“너 같은 벌레 새끼가….”
내 몸이 서서히 움직임에 적응하고 있었다. 시선도 생각도 그것에 동화된다.
나는 병기로 태어난 자다.
눈앞에 있는 녀석은 허우적거리며 병기를 휘두를 뿐이고.
차이는 극명하다.
후웅-!
후우우웅-!
아무리 휘두른들, 내게는 닿지 않는다.
“내 주변에 머무르던 시선이 지킨 건 내가 아니다.”
“이….”
“너였지.”
쌍살도 이문이 미간에 핏줄을 세웠다.
“난 강자다! 너희들처럼 동료에게 의지하는….”
“듣다 보니 솔로로만 살아가는 게 네 역린이었나 보군.”
“…죽여주마아아!”
[이문이 떠다니는 밤송이를 사용합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병장기를 휘두릅니다. 타격하는 수만큼 30초간 공격력이 상승합니다.]쒜에에에엑-!
커다란 벌의 날갯짓과 같은 소음.
깡-!
청명한 소리와 함께, 한 번의 휘두름으로 녀석의 회전을 멈췄다.
내 눈엔 그저, 느리게만 보였다.
“홀로 일어서야 강자라는 생각… 알 만하군.”
푸화아아아악-!
검을 사선으로 올려 긋자, 녀석의 가슴이 쩌억- 하고 벌어졌다.
“진짜 강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억… 으으억….”
“내 시간을 빼앗았으니, 시체는 짐승들이 뜯어먹게 두마.”
털썩….
쌍살도가 무너져 잡초 위에 널브러졌다.
“하하하! 꼴 좋다, 까불더니!”
콰지이익…
루비가 녀석의 머리를 밟아 터트렸다. 그리곤 내게 돌아와 감탄했다.
“파우스트! 처음 봤어! 엄청나게 강하구나!”
“…….”
“맨날 의자에 앉아있길래… 전혀 몰랐어.”
빌과 모리 역시, 내 진짜 실력을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과연….”
“깔끔한 한 수였습니다.”
피가 몸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괜히 손을 꽉 쥐었다 폈다.
‘몸풀기로는 제격이었군.’
중요한 일을 앞두고 시간을 지체했으니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
부서진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명하다. 이곳 바로 밑에서 코어가 공명하고 있다.
살아 있을까, 모두?
…살아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여기에 왔으니.
“흐으읍-!”
커다란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그 즉시, 몸에서 막대한 힘이 흘러나와 지반을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부서지는 던전의 입구. 커다란 공동으로 무언가 튀어나왔다.
“나리이이이이이-!”
페넥스가 내게 와 안겼다.
“보고 싶었어! 다신 못 보는 줄 알고 무서웠다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내 품에 파묻혀 훌쩍거리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시선을 공동으로 가져갔다.
바스락…
줄지어 올라오는 사역마들.
하지만, 그 수가 많이 줄었다.
“파우스트 님.”
“…루시퍼.”
그녀가 들고 있는 건 던전 코어.
그래…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이다.
나의 첫 던전, 썩은 뿌리는 멸망했다.
“…죄송합니다.”
“그대가 죄송할 게 무언가, 상황은?”
아몬이 말했다.
“자력으로 생존할 수 없는 녀석은 전부 죽었고… 광대 녀석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산토… 크나큰 손실이다.
5성급 우두머리를 잃다니.
‘…그래도, 예상했던 피해다.’
지금 중요한 건 현재가 아닌 미래다.
“밖이 아수라장이었군, 이대로면 쫓기게 될 텐데… 계획은 있는 것이냐?”
아몬과 루시퍼, 그리고 페넥스는 모두 로브를 쓰고 있었다. 그저 흙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었겠지만, 이 상황에서 이보다 적절한 복장은 없었다.
“악마의 정체가 노출되는 순간 밖에 있는 인간들이 아닌, 제국의 인원이 파견될 것이다.”
페넥스가 당황했다.
“하지만… 우리가 힘을 쓰지 않으면 탈출할 수가….”
“어떻게든 해볼 것이다.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선 이 방법뿐이다.”
“…응.”
던전이 무너지고 사역마도 잃었다.
참담한 마음이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지금부턴 앞만 보고 달려라.”
그래.
“대수림을 가로지른다.”
* * *
“으아아아아아!”
“스승님! 너무 앞서….”
[스칼라가 한밤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체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지치지 않습니다.]콰지이이익-!
덮쳐오는 우레아의 집채만 한 넝쿨을 할버드로 갈라버리는 스칼라.
그는 지금, 반쯤 평정을 잃은 사태였다.
“스승님 탓이 아닙니다! 우레아의 숨결이 캠프에 직격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닥쳐라, 닐! 떠들 힘이 있다면 가세하기나 해!”
“제길…!”
– 끄으으으어어어어…
우레아는 단순히 커다랗기만 한 게 아니라 주변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해 왔다.
[우레아가 낙엽 탄환을 사용합니다.] [떨어진 나뭇잎 중 일부가 단단해져 적을 노립니다.]파파파파팟-!
“조사단! 엄호하라!”
닐의 고함에 그의 휘하에 놓인 조사관들이 스칼라에게 향하는 나뭇잎들을 쳐냈다.
고속으로 쏘아지는 화살도 베어내는 강자들이니 이 정도는 우스웠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레아의 숨결에 직격당한 건 토벌령에 참여한 일반 모험가들뿐.
세 파티로 이루어진 조사단들은 모두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만 있다면 우레아 공략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터.
가세하기로 했던 모험가 파티들은 단 한 파티도 공략에 나서지 않았다. 아마도 파티 내에 사상자가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감히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되었다.
“우레아를 쓰러트리고… 상황을 이렇게 몰고 간 녀석들을 추격한다. 감히… 감히이이이!”
우레아를 유인해 낸 괴인들.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의도된 함정이다.
“감히 이 스칼라에게 덤벼들다니… 뼈까지 발라내 주마.”
[스칼라가 구름 베기를 사용합니다.] [강한 참격을 쏘아내 원거리에 있는 대상을 타격합니다.]콰아아아아앙-!
스칼라의 참격이 우레아의 몸통에 적중했다.
– 끄으으으으어어어…
보기 흉하게 파인 자리.
저렇게 거대한 괴물을 상대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괴물.
외눈박이 늑대 스칼라의 명성을 두 눈으로 확인한 조사단원들이 그의 보조에 집중했다.
“녀석의 줄기에 불을 붙여라! 뿌리는 얼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
“예!”
처음엔 좌충우돌이었지만, 금세 스칼라의 무력에 기대어 차근차근 공략을 이어 나가는 조사단.
이대로 기세만 이어 나간다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레아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긴급! 긴급입니다!”
공략 중에 급보가 전해졌다.
“북서쪽 방향, 소량의 마물이 출현! 오크와 고블린이 대부분인 병력입니다! 현재 동일 방향으로 도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