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휘오오오오오…!
파지지직-!
[★★★★ 식인 꽃의 수색에 성공합니다.] [★★★ 철 갈갈이를 소환합니다.] [★★★ 역전된 생명력의 함정 수색에 성공합니다.] [★★★ 섬광 함정의 수색에 성공합니다.] [★★ 해마 전사를 소환합니다.] [★★★ 온천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 끈적이 망치의 수색에 성공합니다.]……
휘오오오오오…
‘…어라?’
주황빛으로 물드는 아제룹의 눈구멍. 커다란 수정이 지옥문 외부에 형성되었다.
[★★★★★ 지독한 눈보라의 수정 함정의 수색에 성공합니다.]파지지지지직-!
연달아 나타나는 5성급 기물.
[★★★★★ 끔찍하게 거대한 얼음 기둥의 수색에 성공합니다.]‘5성이 2개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무엇이냐…
무지개의 정체는.
후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
다시 시작된 무지갯빛.
무지갯빛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호기심과 불안, 환희와 절망 사이를 오고 간다.
뽑기 한 번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건 이런 걸까.
‘제발….’
너였으면 한다.
이 문을 열고 나오는 건….
“지옥에……”
아제룹이 중얼거렸다.
“가장 추운 산에서 태어난 악마가 있었다.”
휘이이잉…
눈 덮인 설산의 풍경.
“지옥에 이름이 붙여진 이후, 최초의 멸절에게 잠식된 금지… 이투랄데. 모든 것이 얼어붙어 악마들조차 발을 들이기를 포기한 땅에서 믿을 수 없게도 한 악마가 깨어났다.”
– 구해줘…
– 우리만 두고… 떠나지 마…
– 나를… 데려가줘…
“악마는 자아가 없었고, 자아가 없는 생명은 육체를 갈구하는 영혼들에게 있어 좋은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휘이이이이…
얼어붙은 영혼들이 악마의 몸에 침입했고, 악마는 점차 검고 무거운, 무언가로 변했다.
쿠우우우웅-!
악마는 이투랄데의 설산 절벽에서 추락했다. 그리고 깊은 호수에 빠지는 장면까지.
푸화아아악-!
쩌저저저저적-!
마치 쇠공이 호수에 떨어진 후, 호수가 그대로 전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얼어붙은 영혼들은 각자가 악마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그 끝없는 싸움에서 살아남은 건 10개의 영혼.”
화면에 비추는 것은, 얼어붙은 영혼이 얼마나 흉포하고 두려운 존재들인지 보여주었다.
그들은 마치 야수 신들을 형상화한 것처럼, 잠시 눈보라처럼 형체만을 비췄다가 사라진다.
크르르르…
크아아아아앙!
짐승의 울음.
“10개의 영혼은 악마의 몸을 장악했다. 아니, 장악했다고 착각했다.”
휘오오오오오…
10개의 반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흘러 지나갔다.
– 감히 나를 이곳에 가둘 셈이냐!
– 넌 날 지배하지 못해!
– 내가 네게 힘을 빌려줄 것 같으냐?
– 언제까지 날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
“얼어붙은 땅 이투랄데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악마는, 몸에 잠든 모든 영혼을 끄집어내 무구에 담아냈다.”
악마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백발의 소녀. 곱슬곱슬한 느낌에 더해 풍성함까지.
– 네게 힘을 주지.
– 널 돕도록 하마.
– 바보냐? 넌 내가 없으면 안 돼.
– 내가 널 지킬게! 나만 믿어!
지옥문이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아앙!
“한빙의 딸 이포스여… 이투랄데가 낳은 마지막 봄이여. 눈과 함께 오라.”
[★★★★★★ 이포스를 소환합니다.] [이벤트: 겨울 축제의 보상으로 황금 겨우살이를 획득합니다.]콰아아아앙!
피잉!
쩔그렁-!
사슬이 끊어지는 동시에, 엄청난 한기가 문을 뚫고 나오더니 눈보라가 몰아쳤다.
지옥문 개방.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징그러울 정도의 마기, 그 마기조차도 무감각해질 정도의 한기가 무지갯빛과 함께 등장했다.
저벅…
저벅…
“저….”
서리의 악마, 이포스.
“나… 여기 있어도 돼요?”
얼굴 가까이 손을 올려 손톱을 물어뜯는 소녀.
이마 한쪽에 피부처럼 창백한 작은 뿔이 나 있고, 크롭 형태의 전통복.
차가운 눈동자, 그리고 어쩐지 억울해 보이는 눈썹.
‘하하….’
결국 나와줬구나.
서리의 악마 이포스.
“저건… 전설에나 나오는 악마인가…? …크하하하하하!”
서리 거인이 꺽꺽 웃어젖혀 공간을 뒤흔들었다.
“아무래도 이거… 이번엔 꽤 재밌는 곳에 머무르게 된 것 같군그래.”
손발이 나도 모르게 떨려왔다.
‘이건….’
칼끝을 딛고 선 도박에서 대박을 거머쥔 듯한 감각.
정적이 감도는 곳을 뒤로 한 채, 한마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루시퍼, 안내를.”
루시퍼가 한쪽 팔을 배 쪽에 구부려 붙인 채로 몸을 숙였다.
“곧, 이들과 뒤따르겠습니다.”
* * *
서리 둥지의 크기는 확실히 썩은 뿌리보다 넓었다. 다만, 그것은 하층부를 비교했을 때만 그런 것이고 상층부로 향할수록 지형이 좁아지는 구조라 모든 층이 썩은 뿌리의 수림보다 넓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렇게 보니 어마어마하군.’
심장부에 모여 있는 이들은 전부 이번 60연차를 통해 새로 뽑힌 사역마들이었다.
크르르…
사역마 계약을 했지만, 야성이 아직 죽지 않은 녀석들도 존재했다.
찌릿-
그럴 때마다 루시퍼가 살벌한 눈빛을 보내고 나면 다시 움츠러드는 게 반복되었다.
‘루시퍼도 전보다는 훨씬 날카로워졌군.’
날카로워졌다는 말이 성격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기세다.
루시퍼의 마력이 아주 느린 속도로 돌아오면서 그녀의 기세가 차츰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마력이 전부 돌아오게 된다면…
‘루시퍼의 육성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군.’
가챠를 통해 얻은 장비와 함정, 그리고 부적들은 병기고에 넣어뒀고 사역마들은 속성별로 분류해 거주 구역을 나누었다.
화염, 대지, 금속, 물, 냉기, 우레, 숲, 정신, 죽음, 빛, 생명 등…
레메게톤은 다양한 속성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사역마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처럼 한 속성을 저격할 수 있는 가챠 이벤트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휘오오오오…
냉기를 발산하고 있는 저 사역마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든 마석을 잔뜩 모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3성급은 어차피 첩보 활동에 써먹기에도 썩 좋지 않은 체급이기 때문에 제외, 4성급 역시 첩보 활동에 적합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에 제외.
‘음… 이번 사역마들은 외부에 데려갈 수 없겠군.’
오히려 배포 캐릭터였던 올빼미 수인 코닝 정도가 적합할 듯했다.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이름을 주겠나?”
서리 거인이 몇 발짝 다가온 것만으로도 옥좌와 가까워졌다.
‘문에도 들어가지 않겠군.’
상관없었다. 어차피 던전 코어의 힘이 서리 거인이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해줄 테니까. 이만한 크기의 사역마를 던전 내부라면 어디든 이동시킬 수 있는 것부터가 대단했지만, 내 던전 코어는 가을 전쟁을 거치며 엄청나게 단단해진 상태였기에 무리가 없었다.
“오든.”
“오든? 크하하하하! 괜찮은데?”
서리 거인이 만족하며 오든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녀석에게 내가 처음으로 뽑은 5성급 무기인 끔찍하게 거대한 얼음 기둥을 주었다.
5성급인 만큼 특수한 능력들로 무장할 수 있었고 기본 체급 또한 높았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무기를 휘두르는 오든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5성 사역마에, 5성 무기.
우두머리로 사용하기에도 괜찮은 조합이라 진지하게 계층을 2계층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거기에 서리 둥지는 굳이 억지로 냉기 필드를 구성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냉기 속성의 사역마들과 시너지가 있는 지형을 갖추고 있었다.
‘일이 착착 풀린다는 얘기지.’
모두를 돌려보내고 남은 건 이제 이포스뿐.
“이포스, 이투랄데의 딸.”
“루시퍼… 루시퍼 님이에요?”
“맞습니다.”
“어째서 마족의 곁에… 모두 멸망한 것 아니었나요?”
여기서부터는 내가 직접 얘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마족이 처한 상황 및, 내 정체를 비롯하여 앞으로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에 대한 것들.
이포스가 손톱을 물어뜯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지키는 건 어렵지 않아요. 나… 해볼게요… 그런데, 여기에 혹시 제….”
“이것 말이군.”
10개의 반지.
이포스의 전용 무기인 거울이다.
거울을 확인하자 이포스의 얼굴이 잠시나마 밝아졌다.
“이게 없으면… 안 되거든요….”
만약 페넥스가 전용 무기를 건네받았다면 온종일 방방 뛰었겠지만, 이포스답게 감상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럼….”
스륵…
이포스가 심장부의 기둥 한 곳에 기대어 대충 앉았다.
“…뭐 하는 것이지?”
“…네?”
“뭘 하고 있느냔 말이다.”
“그게… 나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계층으로 가면 되지 않나?”
이포스가 난처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았다.
“아직 다들… 안 친해서….”
“…….”
“어색해서 뭔가 말해야 할까 고민이….”
이 녀석, 낯을 심하게 가린다.
이럴 땐 방법이 있다.
“루시퍼.”
“예.”
“페넥스에게 데려가라.”
“하지만… 음…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래.”
루시퍼가 가기 싫어하는 이포스의 전통복을 질질 끌며 사라졌다.
“저, 저기요! 어디로….”
* * *
필드의 구성은 순조로웠다.
우선 계층의 지형에 힘을 좀 썼다.
나선형으로 빙 돌아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침입자들 입장에선 길을 헤매지도 않고 심장부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보다 어렵게 만들기 위해 함정을 잔뜩 끌어왔다.
또한, 서리 거인의 도움으로, 중간중간 냉기 지형에 걸맞은 장애물도 두었다.
냉기 지형은 보통 동상과 추락이 핵심이다. 미끄러져서 떨어지고, 실수로 떨어지고, 알고도 떨어지고 뭐 그런 거다. 던전에서 들려오는 비명 대부분은 어디론가로 추락하는 자의 비명일 것이다.
또한 추위 역시도 당장엔 별문제가 없지만, 수호 임무가 발동하는 즉시 강화되어 혹한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침입자들은 꽁꽁 얼어붙게 되겠지.
필드는 당초 예정대로 2계층으로 나누어 구성하려 했는데,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라 냉기 필드를 4계층과 3계층으로 올렸다.
5계층에는 페넥스를 두었다.
왜 필드의 속성과도 맞지 않고 하수인으로 사용할 사역마들도 부족한 그녀를 가장 첫 번째에 두었냐면…
‘불굴의 임계점이 곧이기 때문이지.’
그녀의 개성인 불굴… 그러니까 15번 수호 임무에서 패배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 조건을 착실하게 만족해 왔기에, 앞으로 한 두 번 정도면 조건을 달성한다.
‘길었지… 정말로.’
드디어 이 거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악마로 그녀를 뽑았음에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다.
“도오오올-푸웅!”
후우우우우웅-!
엄청난 속도로 던전으로 진입해 오는 무언가.
올빼미 수인 코닝이다.
한밤중이었기에 숙면하고 있던 사역마 몇이 그녀의 귀환에 단잠에서 깨어났다.
쿠우우우웅-!
커다란 말코 사슴의 사체를 내려놓는 코닝.
스르륵…
그녀는 곧, 고글을 쓴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파우스트! 오늘의 사냥도 성공적이었다네!”
“…그래. 수고했다.”
“아, 그건 그렇고. 재밌는 광경을 보게 됐는데 말이지. 궁금하지 않나?”
재밌는 광경?
“근방에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더군!”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
이건…
‘마법사가 아니다… 마녀야!’
– …킁… 어디로 가?
– 동토(凍土)로.
– 킁킁! 마녀의 땅! 킁… 찍… 알았어, 지나가.
코볼트의 토굴을 넘어 찾아온 동토는 마녀의 땅.
이곳이 마녀의 땅이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녀가 사는 땅이기 때문이다.
마녀의 존재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동토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그들과 관련되어 있으니까.
“코닝, 그곳의 위치를 기억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