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이곳이 틀림없겠지요?”
“예, 브로시아 님. 청색 마녀의 마지막 발자취는 여기였어요.”
“…수고했어요. 정말 큰 공을 세운 거나 마찬가지예요. 돌아간다면 소올라 님에게 당신이 애써주었다고 전하겠습니다.”
“감사드려요!”
철그럭…
철그럭…
마녀 셋과 그들을 보호하는 꼭두각시 둘.
“브로시아 님, 이곳은 던전입니다.”
“저도 느끼고 있어요.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꼭두각시들은 모두 과거에 한가락 했던 마녀 사냥꾼들이었다. 이들은 마녀단에게 생포를 당한 후에 현혹 마법을 통한 세뇌 작업을 거친 후 꼭두각시로 재탄생했다.
마녀는 몸을 쓰는 일과는 적합하지 않았기에 퍼밀리어 혹은 이런 꼭두각시들과 함께 다니는 게 보통이었다.
“청색 마녀는… 반드시 생포해야 합니다. 그년이! …실례, 그 아이가 빼돌린 물건은 아주 중요하게 사용될 예정이니까요.”
“명심할게요.”
“명심하겠습니다.”
“다만… 청색 마녀단이 이런 던전을 보유하고 있었을지는 몰랐는데 말이죠. 조금 의문이 생기는 일입니다.”
“우연찮게 버려진 던전을 활성화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다행인 일 아닙니까? 그 아이에게 죽은 마녀들의 원한은 이곳에서 챙겨갈 던전 코어로 값을 치르면 될 테니까요.”
“…정답에 가까운 말이군요. 좋아요, 전진하죠.”
휘이이이이-
[침입자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 순간부터 던전 수호가 진행됩니다.]“마혼령을 꺼내야겠군.”
“만전을 기하실 생각이군요.”
“물론. 여기서 놓친다면 크나큰 재앙이 따를 것이니.”
짤랑…
특이하게 생긴 방울을 끈에 묶어 지팡이에 매다는 마녀.
“이게 뭔가요?”
마혼령이라는 유물을 처음 본 다른 자색 마녀가 물었다.
“마혼령. 풀려나온 마기에 반응해 방울이 울린답니다.”
“그런 보물이….”
“방울이 강하게 울수록 강한 마물이라는 의미… 적의 실력 판별은 물론이고 기습마저도 방지할 수 있죠.”
방울은 지금, 울리지 않고 있다.
“그럼, 가지요.”
사박…
사박…
5계층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마을을 버리고 주민 모두가 빠져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머무른 흔적은 있는데… 마치 증발한 것처럼 마물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숨겨둔 마물 병력이 있었다면 청색 마녀단이 그렇게 무너지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제법 합리적인 추론이군요. 저도 동의해요. 만약 이 던전이 마물로 가득 차 있었다면 적어도 전멸은 면했을 테니까요.”
원래라면 페넥스가 마중 나왔어야 할 5계층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덕분에 별다른 전투 없이 전력을 보존한 마녀단 일행이 앞을 가리켰다.
“여기가 위로 올라가는 통로인가 보네요.”
“…….”
마혼령은 여전히 울리지 않고 있었다.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대들부터 움직이세요.”
“예, 브로시아 님.”
꼭두각시들은 명령에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않고 묵묵히 이동했다.
그들이 4계층에 진입했음에도 별다른 부정적 반응이 없자 안심하고 마녀들이 뒤따랐다.
“기묘하군요. 느끼셨나요?”
“예? 아아… 밑에 층과 똑같다는 말씀이죠?”
“여긴 좀 더 특이해요. 예를 들면….”
후우우웅…
마녀 브로시아의 지팡이가 진동했다.
[브로시아가 함정 감지를 사용합니다.] [근방에 함정이 존재합니다.]“저기.”
스윽…
다가가 함정을 만지는 브로시아.
“브로시아 님! 위험….”
“아뇨, 이건 작동하지 않아요.”
“네? 그러면 어째서….”
브로시아가 중얼거렸다.
“이미 작동을 멈췄으니까요. 아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멈춰두었으니까.”
그 말에 다른 마녀들 역시 조금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 우리의 추격을 돕고 있다는 말이신 건가요?”
“모르죠. 실수일 수도, 우연일 수도. 그도 아니라면… 정말로 그럴지도.”
꺼림칙하다고 멈출 수 있는 추격이 아니다. 당장 자색 마녀와 백색 마녀 추격대 모두 섬멸당했고 부상을 당한 청색 마녀가 바로 코앞에 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자색 마녀단 내부에서도 브로시아의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며 만약 추격을 포기한 사이 백색 마녀단에서 청색 마녀를 생포한다면 그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조금 더 가보죠. 우리에겐 마혼령이 있으니까요.”
“아! 그랬었죠?”
“문제없을 거예요.”
쓸데없는 불안감이 조금 조성된 것뿐. 이러나저러나 이 계층에도 마물은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
사박…
사박…
4계층의 지형을 지나칠수록, 불길한 예감은 커져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함정이 존재했다면 상당히 치명적인 피해를 줬을 만한 구역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각에서 무의식적으로 내딛는 걸음, 의도된 듯한 비탈. 던전 키퍼가 악의를 가졌다면 쉽게는 지나갈 수 없었을 만한 구역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럼에도 아무런 견제가 없다.
어째서?
어째서일까?
“…문?”
“문이에요. 어쩔까요?”
“…마혼령이 발동하지 않았으니, 문제 될 것 없겠지. 열어라.”
꼭두각시들이 문을 열었다.
쿠구구구구궁…
차가운 철문이 열리며, 빙하와 만년설로 이루어진 필드가 드러났다.
저벅…
저벅…
“…넌?”
필드에 서 있는 소녀.
“여기서 막으라고 해서… 막아야 해.”
“마녀가 부리는 자인가? 청색 마녀는 어디로 갔지? 순순히 말한다면 오늘 널 살려 보내줄 테니….”
“브로시아 님!”
“…무슨 짓이냐, 대화에 끼어들다니!”
마녀가 얼굴에 핏기가 가신 상태로 말했다.
“뿔… 뿔입니다.”
“…뭐?”
인간과 비슷하지만 그 누구라도 매혹할 수 있을 것처럼 아름다운 생김새.
그리고 뿔.
“설마….”
스으으…
이포스의 내면에서 얼어붙은 영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릭…
그녀의 반지 하나가 반 정도 돌아갔다.
“눈토끼야, 나와….”
– 뭐야! 여기는?
이포스의 머리 위로 반쯤 투명한 토끼귀가 쫑긋 솟아오르고 엉덩이 쪽에 눈덩이만 한 토끼 꼬리가 만들어졌다.
찌르릉, 찌르릉, 찌르릉!
마혼령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흩어지세요, 악마입니다!”
쿵-!
그들이 들어온 문이 닫혔다.
[우두머리 전투가 진행됩니다.] [서리의 악마 이포스가 눈사태로 퇴로를 차단합니다.] [이포스의 개성 【교감】이 적용 중입니다.]* * *
“도망쳐야 한다고! 당장!”
마녀들이 4계층으로 진입할 때까지도 마녀 에니스가 난동을 피웠다.
“브로시아는 자색 마녀 중에서도 강력한 존재야! 이런 던전쯤은….”
“쉬이…. 페넥스.”
“응!”
“입 좀 막고 있어줘.”
“알았어!”
“으읍! 으으읍!”
“나리가 너 조용히 하래.”
에니스에게서 눈을 떼고 4계층 보스 룸으로 향하는 마녀들을 보았다.
이들이 보스 룸까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진입한 것은, 당연하게도 내 의도대로다.
‘페넥스의 불굴 스택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당장 필요한 일은 아니다.’
차원문 중계석이 수복되면 불굴 스택은 순식간에 채워질 터.
모든 일엔 순서가 있듯이, 앞으로의 사건에 대비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이포스의 성능 테스트가 필요하다.’
애초에, 가챠 후에는 새로 뽑은 사역마로 수호 임무 한 번 돌려보는 게 유저들 사이에서는 규칙처럼 통용됐었다.
이포스는 명실상부, 전용 무기까지 지원해 준 악마. 아마도 그녀의 성장에 재화를 투입한 현재로서는 그녀가 서리 둥지 최강의 사역마임에는 분명했다.
‘기계치를 발동한 아몬을 제외하면 말이지.’
그러니 확인할 생각이다.
서리의 악마 이포스의 진가를.
함정을 작동 중지하고, 사역마를 모두 상층부로 옮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온전한 전력의 파티를 상대로, 이포스는 과연 어떤 위력을 보여줄 것인가.
‘보여줘 봐라, 이포스.’
레메게톤에서 가장 많은 스킬을 보유한 악마의 전투를.
* * *
[이포스의 거울이 특수 지속 효과를 발동합니다.]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가 발동합니다.] [특정 얼어붙은 영혼의 능력을 3회 사용할 때마다 얼어붙은 영혼의 고유 메아리가 발동합니다.]– 이포스, 여기는 지옥이 아니네?
“응… 나, 얼마 전에 소환됐어.”
– 뭐야? 그럼 그 지긋지긋한 지옥을 탈출한 거야?
“응.”
– 하핫! 좋아! 뭐부터 하면 돼?
“여기서… 막으래.”
– 다 죽여야겠네… 알았어!
토끼 귀를 한 소녀에게서 아지랑이를 피우는 영체가 빠져나왔다.
스르륵…
소녀의 온기는 이포스에게 하나도 득이 될 게 없는 능력이지만, 일종의 기믹으로 사용되는 지속 효과다. 이 지속 효과가 없다면, 네임드가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파티를 상대로 이포스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저주로 움직임을 봉쇄하세요!”
자색 마녀의 장기는 저주. 그리고 주물을 이용한 전투다.
[브로시아가 저주의 잠언을 사용합니다.] [문자 형태의 투사체를 발사해, 명중한 대상에게 무작위 하급 저주를 부여합니다.] [명중할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대폭 줄어듭니다.]후우우웅-!
이포스를 향해 날아가는 저주들.
부웁-!
이포스가 마치 털북숭이처럼 빵빵해졌다.
[이포스가 눈토끼: 털 부풀리기를 사용합니다.] [투사체를 튕겨내며 마법 저항력이 일시적으로 80% 증가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투두둥-!
[이포스에게 둔화의 저주가 가해집니다.] [이포스의 이동 속도가 줄어듭니다.]저주가 들러붙자, 이포스를 향해 달려드는 꼭두각시.
[와이버그가 꼭두각시 참격을 사용합니다.] [저주에 걸린 대상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참격을 가합니다.] [공격력의 150%만큼 피해를 주며 대상이 저주에 걸렸다면 50%의 추가 피해와 대상을 향한 이동 속도 증가를 부여합니다.]파아아앙-!
부정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참격이 쏘아지는 찰나.
[이포스가 눈토끼: 깡충깡충을 사용합니다.] [깡충깡충은 매우 효과적인 회피기이며 먼 거리를 도약합니다.] [지면에 발이 닿은 지점을 빙판으로 만들고 하나의 해로운 효과를 정화합니다.]폴짝- 뛰어 저 멀리 물러나는 이포스.
쿠우웅-!
달려들던 기세 그대로 꼭두각시가 넘어졌다.
“크윽….”
하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이포스가 눈토끼: 눈싸움을 사용합니다.] [이포스가 눈덩이를 던져 대상에게 공격력의 20%에 해당하는 냉기 피해를 주며 동상 중첩을 1회 누적합니다.] [눈덩이가 대상에게 명중한 경우, 곧바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팍-!
넘어진 꼭두각시를 향해 눈덩이를 던지는 이포스.
“아앗!”
팍-! 팍!
파악-!
넘어져 무력화된 꼭두각시가 눈덩이를 세 방이나 더 얻어맞고서야 일어서서 눈덩이를 피할 수 있었다.
후우웅…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눈토끼가 발동합니다.] [10분 동안 이포스의 모든 속도가 10% 증가하며 이는 중첩됩니다.] [모든 얼어붙은 영혼을 불러오는 데 필요한 교감이 감소합니다.]거울의 특수 효과.
오직 이 전용 장비를 착용해야 얻을 수 있는 특수 능력이다.
꼭두각시가 얻어맞은 4방의 눈덩이는,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투를 흘러가게 했다.
후우웅…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눈토끼가 발동합니다.] [10분 동안 이포스의 모든 속도가 10% 증가하며 이는 중첩됩니다.] [모든 얼어붙은 영혼을 불러오는 데 필요한 교감이 감소합니다.]속수무책으로 발동한 두 번째 메아리.
눈토끼의 형상을 한 얼어붙은 영혼이 웃어젖혔다.
– 멍청이들이네! 아하하!
“누가 멍청이라는 것이냐! 고작 이런 힘으로는….”
– 두고 봐! 알게 될 거야!
끼릭…
이포스의 두 번째 반지가 반쯤 회전했다. 만약 이포스를 알고 있는 자가 지금 상황을 평가한다면 최악이라고 일축했을 것이다.
“흰여우야… 나와.”
이포스에게서 토끼의 특징이 사라지고 여우의 풍성한 꼬리와 귀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