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78
제78화
흰여우의 영혼이 이포스와 교감을 시작했다.
– 이포스, 나 불렀어?
“응. 이 사람들… 막아야 해.”
– 엉? 인간들이네… 알았어!
살랑…
꼬리를 한 차례 흔들자, 필드 전체에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이포스가 흰여우: 눈보라를 사용합니다.] [매우 넓은 영역의 시야를 방해합니다.] [눈보라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이포스의 모든 능력이 높은 확률로 동상 중첩을 늘립니다.]휘오오오오오오…!
눈보라가 시작되자, 이포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보라 속에선 적과 아군을 완벽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추, 추워….”
“브로시아 님! 어떻게….”
브로시아가 사라진 이포스를 신경 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법을 사용했다.
화르르륵…!
[브로시아가 재액의 정령 시나트라를 소환합니다.] [시나트라는 대상을 공격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하급 저주를 겁니다.]수상쩍은 불길로 뒤덮인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나트라의 주변으로 모이세요!”
브로시아가 굳이 재액의 정령 시나트라를 소환한 이유는 단순했다.
화르르륵…
마력의 큰 소모 없이 추위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재액의 정령 시나트라는 늘 온몸에 불길을 휘감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이 늘 뜨겁다 못해 타버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더불어, 이렇게 시야가 제한된 곳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건 매우 위험했다.
브로시아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이 자… 악마치고는 전투력이 높지 않아요!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다고요!”
“브로시아 님의 말이 맞아요!”
“따를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상황은 꽤 냉정하게 분석 중이다.
‘저 온기인지 뭔지 하는 영체가 악마의 약점인 듯한데… 2개나 있으니 걱정할 것 없어.’
소녀의 온기에 닿으면, 모든 동상 중첩이 초기화된다. 동상 중첩이 높은 사람이 온기를 취하면 되는 일이고 현재 다른 이들의 동상 중첩은 낮거나 없으며 눈덩이를 맞은 꼭두각시만 중첩이 높은 상황이다.
‘여유로워!’
다만, 공격의 상성이 좋지 않았다.
이포스가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면 금세 저주는 흩어질뿐더러 브로시아가 보유한 상급 저주는 대상을 마주 본 상태여야만 발동하는 것들이 다수다.
‘어떻게든 유효타를 먹여야겠어요….’
이쪽이 주의할 건 이포스의 눈싸움뿐이다. 강제로 동상을 누적시키는 건 물론이고 이포스를 강력하게 만드는 기술이니까. 각별히 유의해야 했다.
“어디로 숨은 걸까요?”
“눈보라를 거둘 방법은 없을까요?”
브로시아는 조잘거리는 마녀들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다.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으면 진작 해결했을 테니까.
“백색 마녀들을… 기다릴 걸 그랬나요?”
“지금 무슨 소리를! 전투에 집중하세요!”
“죄, 죄송해요.”
브로시아는 이런 전투에는 자신들보다 백색 마녀단이 훨씬 적합하다는 것을 지금 통감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색 마녀단과는 달리 마법 그 자체에 정통했으니까.
‘하는 수 없어요…, 꼭두각시 하나를 미끼로 쓰는 수밖에.’
동상 중첩이 잔뜩 쌓인 꼭두각시 하나를 먼저 눈보라 너머로 보내는 것이다.
위치를 특정하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중에 제법 쓸 만한 걸 떠올렸다.
“공간 저주를 준비하세요.”
“…네!”
휘오오오오…
꼭두각시가 눈보라로 전진했다.
스으으으…
파아아앗-!
꼭두각시가 반응을 보였다.
서거어어어억-!
뭔가를 가르는 시늉.
[이포스가 흰여우: 신기루를 사용합니다.] [눈보라가 유지되는 동안, 이포스와 같은 모습의 허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허상은 공격당하면 좁은 범위에 취약 및 3의 동상 중첩을 부여합니다.] [취약은 대상이 받는 피해를 50% 증가시킵니다.]파아아악-!
신기루가 터져나가며 주변을 얼렸다. 눈보라의 특수 효과로 순식간에 동상 중첩의 최대치에 도달한 꼭두각시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쩌저적-
‘이런!’
꼭두각시가 곧장 얼어붙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브로시아가 일단 공격을 퍼부었다.
“지금이에요!”
“예!”
“준비됐어요!”
공간 저주.
자색 마녀단이 자랑하는 특수한 저주로, 대상이 아닌 공간 그 자체에 부여하는 저주다.
공간에 가해지는 저주이기에 마법 저항력을 무시하는 특징이 있었다. 대장 격인 저주사가 저주를 시전하면 다른 자색 마녀가 이를 보조한다.
[브로시아가 공간 저주: 산성 파열의 저주를 사용합니다.] [지정한 영역에 산성 폭발을 일으켜 유기물을 녹입니다.]위치를 노출당한 이포스가 눈토끼의 능력을 사용해 털을 부풀리려다가, 상대의 공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곧장 몸을 움직였다.
파아아앗-!
[이포스가 눈토끼: 깡충깡충을 사용합니다.] [깡충깡충은 매우 효과적인 회피기이며 먼 거리를 도약합니다.] [지면에 발이 닿은 지점을 빙판으로 만들고 하나의 해로운 효과를 정화합니다.]그러나, 잠깐 머뭇거린 것이 치명적이었는지 공간 저주가 그녀의 한쪽 팔을 앗아갔다.
치이이이이…
손목부터 시작된 융해는 팔꿈치 위로 점차 넓어지다가 깡충깡충의 정화 효과로 멈추었다.
투둑…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이포스.
“흐이이잉… 아파아….”
– 조심했어야지!
“흰 여우야, 도와줘….”
– 알았어!
[이포스가 흰여우: 눈사람 만들기를 사용합니다.] [전투 중 적이 빙결된 횟수만큼 눈사람을 소환합니다.] [새로운 적이 빙결될 때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눈사람은 지속적으로 일정 범위에 동상을 중첩하며 파괴되면 폭발하여 넓은 범위의 적에게 2의 동상 수치를 중첩합니다.] [눈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녹아 사라집니다.]쩌저저적-!
눈꽃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눈사람의 기운. 브로시아 일행에겐 다행인 것이, 눈사람의 범위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전황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흰여우가 방금 3번의 능력을 사용했다.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흰여우가 발동합니다.] [마력과 체력을 회복합니다.] [신체를 재생합니다.]꾸드드득…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포스의 새로운 손.
쩌저적…
후둑-
얼음이 깨져나가며 다시 살점으로 채워진 손이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전투 도중 발생하는 찰나의 선택들이 눈덩이처럼 구르고 있었다.
만약 소녀의 온기를 꼭두각시가 사용했다면? 아마도 꼭두각시가 얼어붙지 않았을 테고, 이포스의 신체는 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눈덩이를 맞지 않았다면….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포스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눈사람이다. 지금은 별문제가 없지만, 전투가 오래 끌릴수록 눈사람이 차지하는 영역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에 눈사람을 피하다 보면, 발 붙일 자리까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 그래도 능력을 파악했음은 물론이고 소녀의 온기도 충분해요!’
“마틴! 와이버그를 이쪽으로 밀치세요!”
“예!”
꼭두각시 마틴이 얼어붙은 와이버그를 양손으로 밀쳤다. 주르륵 미끄러져 소녀의 온기에 닿는 와이버그.
“허억… 허억….”
얼음 속에서 깨어난 와이버그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 악마는….”
“저기예요, 브로시아 님!”
퍼퍼펑-!
저주의 화살 3개가 연달아 날아갔지만,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이포스.
“눈표범아, 나와.”
크르르르르르…
– 날 깨운 건 오랜만이군, 이포스.
“응!”
이포스에게 설표의 귀와 꼬리가 자라났다.
고오오오…
이포스의 동공이 설표의 동공처럼 변화했다.
– 내 차례까지는 올 것 같더라니….
[이포스가 눈표범: 설원의 발자국을 사용합니다.] [이포스가 은신합니다.] [은신 중 기습할 수 있으나, 열 걸음의 발자국이 남은 상태여야만 가능합니다.]시야가 제한된 것으로 모자라 형체까지 감추어 버린 이포스.
“겁먹지 말아요! 저 악마는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어요. 모두 보았잖아요!”
“네, 네! 브로시아 님 말씀이 맞아요!”
이포스는 눈덩이를 던지는 것 외에 이들을 직접 공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전장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영혼이 눈토끼와 흰여우뿐이었다면, 브로시아의 판단은 정확했을 것이다.
사박…
‘발걸음 소리!’
눈을 밟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렸다.
“날 보호해요!”
“예!”
꼭두각시 둘이 브로시아를 에워쌌다. 하지만, 이포스의 습격은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사사사삭…
발자국이 주르륵 이어지더니, 자색 마녀 한 명의 뒤에서 이포스가 나타났다.
파아아악-!
이포스의 손은 순간, 설표의 발처럼 두툼하게 변했고 자색 마녀는 그 발에 목을 내어줘야만 했다.
“어어…!”
퍼어어어억-!
뿌드득…
목이 부러진 건 물론이고 흉하게 파여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브, 브로시아 님….”
“가까이 붙어요!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면 한꺼번에 공격하는 거예요!”
[이포스가 눈표범: 싸늘한 시선을 사용합니다.] [이포스가 좁은 범위에 시선을 쏘아내 지속적으로 동상 수치를 중첩합니다.] [은신 중에 사용할 수 있으며 시선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동상 중첩 증가가 빨라집니다.] [시선의 범위는 적에게도 표시됩니다.]스으으으으…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브로시아 일행을 에워싸는 시선.
“버, 벗어나요!”
“네!”
사사사삭…
그들이 움직이는 사이, 또 한 번의 기습이 행해졌다.
파아아앗-!
[이포스가 눈표범: 먹잇감 사냥을 사용합니다.] [단일 대상에게 3번의 공격을 가하며, 대상이 회피하더라도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중첩이 증가합니다.]후아아앙-!
카아아아앙-!
설표의 발톱을 튕겨내는 꼭두각시.
‘반응했어!’
마녀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다.
“반격해요!”
[브로시아가 화염 각인의 저주를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화염의 각인을 남겨 공격 당할 때마다 작열 피해를 추가로 줍니다.] [레딕이 밀쳐내는 파동을 사용합니다.] [대상을 밀쳐내는 강한 파동을 쏘아냅니다.]이포스를 밀쳐내며 저주까지 성공시키는 마녀들. 뒤이어 다음 마법까지 성공시킨다면, 전황은 유리해질 것이다.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눈표범이 발동합니다.] [다음 눈표범의 능력을 강화합니다.]빠직-!
이포스가 몸을 회전하며 충격을 해소한 후, 다시 마녀들에게 달려들었다.
[이포스가 눈표범: 강화된 먹잇감 사냥을 사용합니다.] [방사형 범위로 동상의 파도를 3번 쏘아냅니다. 파도는 매회 동상을 중첩하며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빙판을 형성합니다.]브로시아는 이 파도가 무엇을 불러올지 단박에 깨달았다.
“온기를 취해요! 얼어붙을 거야!”
“예? 예!”
소녀의 온기와 맞닿는 마녀들.
촤아아아악-!
촤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혹한의 파도가 세 차례 넘실거리자, 꼭두각시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쩌저저적…
[브로시아가 소녀의 온기와 접촉합니다.] [레딕의 모든 동상 중첩이 사라집니다.]얼어붙기 전에 소녀의 온기를 취했으니, 한기의 파도가 증가시키는 동상 중첩엔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빙판이…!’
그들이 디딘 땅은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빙판.
그렇다는 얘기는…
[이포스가 눈토끼: 눈싸움을 사용합니다.] [이포스가 눈덩이를 던져 대상에게 공격력의 20%에 해당하는 냉기 피해를 주며 동상 중첩을 1회 누적합니다.] [눈덩이가 대상에게 명중한 경우, 곧바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안 돼!”
“브로시아 님!”
퍼퍼퍼퍽-!
쩌저적…
자색 마녀 레딕이 눈덩이에 얻어맞아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눈토끼가 발동합니다.] [10분 동안 이포스의 모든 속도가 10% 증가하며 이는 중첩됩니다.] [모든 얼어붙은 영혼을 불러오는 데 필요한 교감이 감소합니다.]전장엔 3개의 얼음덩이.
그리고 황급히 빙판을 벗어나는 마녀 브로시아.
“곰 아저씨, 일어나.”
크아아아아아아앙-!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포효.
– 이포스! 이게 무슨 일이냐! 인간이라니!
“그렇게 됐어….”
– 크흥! 일단 나중에 얘기하지! 우선, 배가 고프구나.
[이포스가 흰곰: 얼음과자를 사용합니다.] [얼어붙은 대상에게 폭발적인 피해를 주며, 만일 대상의 현재 체력이 이포스의 최대 체력보다 낮다면 처형합니다.]콰지이이익…
콰지이익!
콰지지지직!
순식간에 3개의 얼음덩이를 모조리 부숴버린 이포스.
“말도… 안 돼… 이게… 악마….”
– 아직 살아있는 녀석이 있군.
[이포스가 흰곰: 눈사태를 사용합니다.] [매우 넓은 범위에 얼음과자로 처형한 횟수만큼 냉기 피해를 주며 동상을 중첩합니다.]이포스가 양팔로 땅을 여러 번 세차게 후려쳤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쩌저적…
얼어붙는 브로시아. 그녀는 얼어붙은 채로도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두렵다고 느낄 뿐이지만.
‘온기가… 하나 남았는데….’
이포스가 곰의 영혼을 불러오며 전장에 나타난 소녀의 온기.
– 이포스.
[얼어붙은 영혼의 메아리: 흰곰이 발동합니다.] [소녀의 온기 하나를 파괴합니다.]콰지직…
– 적에게는 자비를 보이지 말라고 했었잖아.
콰직…
브로시아의 얼음덩이가 부서졌다.
“그치만… 약속했는걸.”
– 끄응…
흰곰의 영혼이 머리를 긁적였다.
–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
이포스가 부서진 얼음덩이들 사이에서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새… 집이래.”
– 새집이라…
[우두머리 전투가 종료됩니다.] [던전 수호 임무가 종료되었습니다.] [임무 결과: 브로시아 외 4인(사망)] [던전 수호 임무의 보상으로 침입자의 소지품을 획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