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ho draws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던전 답파 중에 큰 소리를 내는 행동은, 될 수 있으면 피한다.
초보 모험가일지라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모든 모험가가 그것을 던전 답파의 기본적인 행동 수칙으로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허망한 죽음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허망한 죽음은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 피로써 쓰인 문구는 기억하고 있다.
던전 안에서 큰 소리를 내는 행동은 피한다.
“흐… 흐아아아아악!”
방금, 차마르는 그 기본적인 행동 수칙을 어겼다.
이 비명에는 다양한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괴… 괴물….”
기이할 정도로 거대하고 흉측한 마물을 눈앞에서 확인했을 때의 공포.
그리고 그 위협이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을 때의 공포다.
– 키이이이이이익-!
[중립 우두머리 ‘절름발이 아그네아’가 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우두머리 전투가 진행됩니다.] [아그네아의 거미줄이 퇴로를 차단합니다.] [중립 우두머리와의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답파 측의 전장 진입은 불가능하지만, 해당 전장에 진입한 답파 인원만큼 수호 측 인원은 진입할 수 있습니다.]‘빌어먹을!’
방심은 아니었다.
실제로 호위로 추정되는 고블린들은 전부 처리하기도 했고 앞으로 손만 뻗으면 던전의 보물이나 마찬가지인 마족과 아름다운 여성을 거머쥘 수 있었으니까.
안심…이었다.
큰 위험 없이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행운에 이성이 흐려진 것이다.
“넌… 뭐냔 말이다.”
싫어도 떠올리고 말았다.
결승점에 다다른 순간, 가장 넘어지기 쉽다는 것을.
그래도, 다행히 기습만큼은 당하지 않았다.
화르륵…
차마르는 횃불을 앞으로 내밀며 괴물이 나타난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 키이이이이-!
고작 횃불이 비추는 범위만큼만 녀석의 덩치를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압도당할 정도의 거미 마물이 괴성을 질러댔다.
[아그네아가 마취 실 분사를 사용합니다.] [마취 실에 적중당할 때마다 회피율과 명중률이 3%씩 하락합니다. 최대 10회까지 중첩되며 최대 중첩 시 고치가 됩니다.] [고치가 되면 기절합니다.]츄루루루루루루루-!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실.
‘제기랄!’
파아앗-!
차마르가 바닥을 구르며 아그네아가 입에서 쏘아낸 거미줄을 간신히 피해냈다.
“죽을 수는 없어….”
으드득…
“나, 난… 이딴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고!”
차마르는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소리쳤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불문율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다.
‘그, 그 마족 새끼가!’
이건 고블린의 시체를 수습하러 온 마족 녀석의 함정이 명백했다.
하지만, 이제 와 그게 무슨 소용인가.
분노가 들끓었지만, 냉정한 상태로 되돌아와야 한다.
당장이라도 저 거대 거미가…
– 키이이이…
‘…어?’
아그네아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거미집에 머무르며 차마르를 예의주시했다.
그 행동이 차마르에게 한 가지 의문을 만들었다.
‘왜 곧장 덮쳐오지 않는 거지?’
그의 죽음은 유예되었다.
종과 체급의 차이로 짓밟혀야만 하는 순간에, 숨 돌릴 틈이 생긴 것이다.
[아그네아가 마취 실 분사를 사용합니다.]……
츄로로로로로로-!
파아아아아앗-!
차마르는 그를 향해 쏟아지는 거미줄 세례를 또 한 번 바닥을 굴러 피해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녀석, 못 움직이는구나!’
무슨 연유 때문인지, 아그네아는 거미집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차마르를 원거리에서 사냥하려 했다.
끼익…
차마르가 시위를 당겨 그런 아그네아를 향해 쏘아낸 것은 불화살이었다.
[차마르가 불화살을 사용합니다.] [장전된 화살에 마법의 불꽃을 부여합니다.] [마법의 불꽃에 적중한 대상은 최대 15초 동안 추가 화염 피해를 받습니다.]투우우우웅-!
표적이 원체 거대했기에 거침없이 날아가 꽂히는 불화살.
쒜에에에엑-!
퍼억!
‘명중이다!’
– 키이이이이이이-!
불은 금방 꺼졌지만, 그 짧은 시간 아그네아의 주변이 환하게 타오른 그 순간에 쏟아진 정보들.
‘저 녀석…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정확히 오른쪽 뒷다리 2족이 불균형하게 늘어져 있던 모습.
아마도 과거의 싸움으로 잃었다거나…
‘아니, 중요한 건 녀석이 당장은 내게 달려들 수 없다는 거다!’
단독으로 거대한 마물을 상대해야 한다는 공포가 조금 희석되고 그 빈자리에 찾아온 것은 약간의 고양감이었다.
‘어쩌면…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저만한 마물이 품은 마석 역시 그 양이 분명 어마어마할 테고.
거리만 벌리면…
이대로 거리를 내어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바로 그때였다.
– 키익!
– 키이이!
차마르가 아그네아의 거미집 방향이 아닌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곳에서 소리가 들려왔기에.
“…새끼 거미?”
아그네아의 자식들인 듯, 차마르의 허리 정도 오는 크기의 거미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럼 그렇지….’
저만한 덩치의 거미 마물이 홀로 이 공동을 차지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화르르륵-!
차마르가 접근하는 새끼 거미들에게 횃불을 들이밀자 녀석들이 주춤거렸다.
‘불을 무서워해. 아직 기회는 있다. 문제는….’
츄루루루루루-!
“큭….”
파아아앗-!
원거리에서 내뿜는 실을 피하면서 새끼 거미의 공격까지 대응하기란 난이도가 꽤 높았다.
“가까이 오지 마!”
스으으응-!
푸화아아아아악-!
“후우… 후우….”
차마르가 횃불을 들고 두리번거리다, 공동을 빼곡하게 메운 새하얀 것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깨달았다.
‘고치다.’
그것이 먹이인지, 아그네아의 알인지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지만 말이다.
‘…이거 어쩌면?’
새하얀 고치의 크기는 놀랍게도 차마르보다도 컸다.
그렇다는 얘기는…
츄루루루루-!
퍼어어어억…
“…헤에,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네?”
분명 전장 곳곳에 위치해 진로와 시야에 방해가 되었을 터였을 실고치.
그러나 지금은 차마르가 아그네아의 거미줄을 막아내는 유효한 엄폐물이 되어주었다.
‘침착하자,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는 거야.’
고치를 등지고, 아그네아의 거미줄을 막아내며 반대편에서 들이닥치는 새끼 거미들을 상대한다.
푸화아아악-!
– 키이이!
푸화아아악!
– 키이!
낙관적이지 않다.
‘이대로는 끝이 없어.’
이쪽도 타격을 가해야 한다.
끼기기기긱…
투우우우우웅-!
[차마르가 불화살을 사용합니다.]……
쒜에에에엑-!
퍼어어억!
– 키이이이이익!
아그네아가 거미집에서 심하게 요동쳤다.
‘녀석은 불에 약하다, 불화살만으로도 저렇게 난동을 부리는 걸 보면. 제기랄… 화염 마법사나 정령사가 있었으면 문제 될 것도 없었을 텐데!’
없는 걸 애타게 찾아봐야, 수명만 시시각각으로 줄어들 뿐이다.
후우우웅…
푸화아아아아악-!
– 키이이이!
“꺼져라! 징그러운 거미 녀석들!”
– 키이이이!
차마르가 핏발 선 눈으로 주변으로 몰려드는 거미들에게 소리쳤다.
“내가 여기서 죽을 것 같아? 여기서 빠져나가면 리우디라의 모험가들을 죄다 이끌고 나타나 주마! 간악한 마족도, 징그러운 거미 새끼들도 한꺼번에 던전 채로 불태워질 줄 알라고오!”
[아그네아가 마취 실 분사를 사용합니다.]……
츄루루루루루루-!
이미 파악된 패턴에 당할 그가 아니다.
“제길 넌 좀….”
[차마르가 불화살을 사용합니다.]……
“닥치고 있어!”
쒜에에에에엑-!
퍼어어억!
전과 같은 상황.
그러나, 조금 다른 결과가 연출되었다.
– 키이이이이이이이!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아그네아의 발작이 격해졌다.
그에 따라, 녀석이 매달린 거미집이 출렁거렸고 기암과 거미집을 잇는 연결 부위 중 몇 곳이 우드득 끊어졌다.
콰지지지지지직-!
쿠우우우웅-!
“무슨….”
이 진동으로 종유석 무리가 우수수 떨어졌고, 새끼 거미들과 차마르가 동시에 이 낙석에 대비해야 했다.
“크으으으윽….”
콰지지지직-!
– 키이이이!
짓뭉개지는 새끼 거미 일부와 실고치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이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차마르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 녀석… 거미집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어!’
아그네아가 고통으로 몸부림친 결과가 거미집을 위태롭게 했다.
‘…녀석을 지상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면?’
거대한 몸을 가졌으니 낙하의 충격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쩌면, 그 한 번의 충격으로 저 마물이 유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고.
씨이익…
여기가 승부처다.
차마르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지금을 놓치면 기회는 떠나버린다고.
그는 시위에, 화살을 빡빡하게 메겼다.
[차마르가 연발 사격을 사용합니다.] [사격 시 전투력의 80%에 달하는 화살을 한 발 더 쏘아냅니다.] [추가 투사체는 명중률이 10%만큼 감소합니다.]화르륵-!
[차마르가 불화살을 사용합니다.] [장전된 화살에 마법의 불꽃을 부여합니다.] [마법의 불꽃에 적중한 대상은 최대 15초 동안 추가 화염 피해를 받습니다.] [연발 사격이 발동 중입니다. 추가 투사체에 불화살이 적용됩니다.]끼기기기긱…
“떨어져 뒈져어어어!”
투우우웅…
쒜에에에에엑-!
파아아아악!
– 키이이익!
파아악!
– 키이이이이이이!
아그네아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거미집을 뒤흔들었다.
으직…
으지지지직-!
우지지지지지직!
그리고 마침내, 차마르가 기대하던 순간이 찾아왔다.
꽈지지지지직-!
거미집의 귀퉁이가 떨어져 나오며 공동 전체에 큰 진동이 찾아왔다.
콰지지직!
– 키이이이이이이-!
아그네아가 공중에서 지상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몸을 까뒤집은 채로, 중력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며.
“으하하하하하하!”
콰지지직!
차마르는 낙석에 휩쓸리지 않도록 몸을 둥글게 말아 대비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승리다.
‘내 승리라고!’
흙먼지가 점차 가라앉을 때쯤, 박살이 난 공동이 눈에 들어왔다.
거미집은 통째로 찢어져 넝마나 다름없었고 아그네아가 올라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발라당 배를 까뒤집은 아그네아가 보였다.
씨이이익…
차마르가 주춤거리는 새끼 거미들을 물리치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죽은 것이다, 녀석은.
“키히힉… 그러게, 상대를 잘 골랐….”
그때.
퓨우우웃-!
죽은 줄만 알았던 아그네아가 꿈틀거리며 입으로 무언가를 쏘아냈다.
[아그네아가 산성 맹독을 사용합니다.] [매우 빠른 맹독 오염 물질이 대상을 향해 쏘아집니다.] [대상에게 강한 산성 피해를 입힙니다.]촤아아아악-!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
“…….”
차마르의 왼쪽 팔, 그리고 얼굴 피부 일부가 산을 뒤집어썼다.
“어… 어어…?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후우웅…
아그네아가 앞다리를 이용해 재빨리 몸을 뒤집었다.
녀석은 이 순간을 위해, 추락한 그때부터 함정을 판 것이다.
배를 까고 몸을 뒤집어 둔 상태로 방심을 유도하며.
타다닥…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차마르에게 아그네아가 실을 쏘아냈다.
츄루루루루루루-!
[마취 실 분사에 적중합니다.] [현재 마취 실 3 중첩 상태입니다.]다리부터 칭칭 감기는 실.
차마르의 정신은 실이 막 가슴팍까지 휘감겼을 때 어둑해졌다.
최후의 승자는, 아그네아인 것일까.
“빌어…먹을….”
[마취 실 분사에 적중합니다.] [현재 마취 실 6 중첩 상태입니다.]바로 그때.
스르으으응…
‘…뭐?’
촤아아아아-!
마침내 머리까지 뒤덮이려던 실이 더는 날아오지 않았다.
차마르는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 붉은 머리칼과 검정 뿔을 가진 신비로운 여성의 뒷모습을.
“넌, 뭐 하는….”
여성이 뒤돌며 싱긋 웃었다.
“거기 그렇게 있어! 곧 끝나니까! 나리가 물어볼 게 있대!”
“나…리? 그런….”
그런 녀석은 모르…
그보다… 뿔?
저 녀석 설마… 악마인 건가?
…이런.
설마, 이 내가 이용당한 거라고?
“빌어먹을… 마족 새끼….”
투우욱…
퍼어억-!
혼절한 차마르를 거침없이 들어 저 멀리 내동댕이치는 여성.
“헉, 힘 조절 실패! 방금 그걸로 죽은 건 아니겠지?”
여성은, 파우스트의 명으로 던전 수호에 나선 부활의 악마 페넥스였다.
– 키이이이이-!
상처 입은 아그네아가 늘어진 뒷다리를 질질 끌며 페넥스를 노려보았다.
두두두두…
진동으로 실고치에 잠들어 있던 새끼 거미들이 전부 깨어난 건지,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거미들에게 둘러싸인 페넥스의 모습을 심처에서 환영을 통해 바라보는 파우스트.
“페넥스, 내게 보여봐라.”
“…….”
“네가 악마라는 걸.”
씨이익…
화르르르르륵-!
[페넥스의 기본 능력: 타오르는 불꽃이 발동합니다.] [페넥스는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 지속해서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잃은 생명력에 따라 효과가 증가합니다.]페넥스의 몸에 불길이 일었다.
질끈…
그녀가 완갑의 끈을 입으로 조이며 말했다.
“응, 나리!”
모든 것은, 파우스트의 뜻대로 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