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7)
“네, 본부장님.”
“아까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레시피만 받아 오면 우리 쪽에서도 바로 생산이 가능한 것처럼 말씀을 하시던데, 제가 그렇게 이해를 한 게 맞는 거예요?”
그 질문에 조가영 연구원은 천장을 향해 눈알을 몇 차례 굴려 놓고 아주 개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사실 레시피가 없어도 근사치에 가까운 맛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근사치요?”
“하지만 그 근사치가 결국은 그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가공식품이라는 건 결국 원재료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인데, 그 원재료의 상태는 항상 바뀝니다. 똑같은 밭에서 난 밀이라도 매년 그 밀의 컨디션에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요.”
당연한 내용이긴해도,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모습 자체가 꽤 똘똘해 보였다.
“삐에르 에슈메의 마카롱 역시 소비자들이 눈치를 못 챈다뿐이지 맛에 매일매일 조금씩의 차이는 분명 있을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근사치라고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
“레시피가 없어도 가능하다?”
“티라미수 같은 경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도 같습니다.”
“어째서요?”
“안에 들어가 있는 럼이 조금 특이한 럼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럼인 거 같은데, 제가 경험을 못 해 봤단 말은 어쩌면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힘든 럼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관능 평가를 하는 동안 들었습니다.”
확실히 요즘 젊은 친구들 자신감이 참 대단하다.
저런 친구들이 어디 우리 재경에만 있을까.
삼성, 현대, 부경, SK… 그런 곳엔 더 많지 않을까.
이런 걸 보면 내가 사람 욕심이 많은 건 확실하다.
중앙연구소를 둘러보며 올라왔던 분함이 조가영 연구원이 내게 보여 준 자신감으로 인해 모두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다.
그 자신감에 장단을 맞춰 주고자 농담을 던졌다.
“그 럼 이름 하나 알아내겠다고 20억을 제가 썼네요.”
그 말에 조동희 전무를 비롯해 식품 본사에서 같이 넘어온 임원들을 제외한 연구소 쪽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럼 이름을 알아내는 데 20억을 썼다는 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 소장이 묻고 있는 상대가 나인 것인지, 아님 그나마 자기와 친분이 있는 모범태 전무에게 묻는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삐에르 에슈메의 마카롱, 티라미수 레시피를 제가 1.5밀리언 유로, 한국 돈 20억에 사 놨습니다.”
연구소 사람들은 두 눈을 끔뻑거리거나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등, 내가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에 함께 동요를 하기 시작하는 건 본사 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커피팀 선임 연구원에게 “왜?”라며 입 모양만 벙긋거리는 조가영 연구원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러는 동안 회의실 문이 열렸고, 누군가가 들어와 관능 평가가 모두 끝이 났다며 결과 분석을 업데이트시켜 놨으니 회의에 참고하면 될 거라는 말을 전하고 다시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자리마다 노트북이 한 대씩 놓여 있었는데, 그걸로 평가를 확인하는 건 무척 간단했다.
82퍼센트와 74퍼센트.
다른 전문점 3곳의 상품들과 섞어서 진행했던 평가.
그 평가에서 삐에르 에슈메의 마카롱 맛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한 사람이 총평가 참여자 중 82퍼센트였고, 삐에르 에슈메의 티라미수 맛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총평가 참여자 중 74퍼센트.
“이 정도 평가면 삐에르 에슈메가 후한 점수를 받은 건가요?”
나의 질문에 김익철 소장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후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이례적인 평가 결과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겠지.
호불호를 구분하는 평가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국내 전문점 상품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우수한 맛이라고 평가를 받은 셈이다.
맛에는 절대적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가 없는 것이고, 개개인의 취향, 평가 순간의 평가자 컨디션이라는 게 분명 있는 것이기에 82퍼센트라는 결과는 나에게도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날 편 사장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던 식품 본사 임원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놓쳐선 안 될 명분이 되어 주고 있었다.
조동희 전무가 자기 앞접시 위에 올려진 티라미수를 컵째 들어 한 숟가락 퍼 먹었다.
그걸 시작으로 아직 맛을 보지 못했던 식품 본사 임원들, 그리고 김익철 소장이 각자의 취향대로 누구는 마카롱을 먼저, 누구는 티라미수를 먼저 맛보기 시작했다.
“흐음….”
“호오….”
모두가 맛에 대한 놀라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던 와중.
“그런데 이걸 과연 기성품으로 만들었을 때 단가를 맞출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김익철 소장이 보인 걱정이었다.
그 걱정에 조가영 연구원이 예리하게 분석했다.
“단가를 떠나서, 이건 아예 공장제 기성품으로 만들 수가 없는 상품인 거 같은데요? 특히 이 티라미수 같은 경우는 길어 봤자 삼 일짜리예요. 그 삼 일도 냉장 보관을 잘했다는 가정하에. 삼 일만 지나면 럼이 가진 휘발성 때문에 상당히 퍼석해질 겁니다.”
그에 김익철 소장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며 그녀의 말에 동의를 하며 식품 본사 쪽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미안해요. 이름이….”
편 사장이었다.
조금 전 자신의 생각을 밝힌 조가영 연구원을 향해 편 사장이 물었다.
“조가영 선임 연구원입니다.”
“조가영 선임.”
“네, 사장님.”
“공장제 기성품으로 만들 수 없는 상품이라고 말한 이유가 보관 기간, 그리고 유통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 때문인 거예요?”
“네, 맞습니다. 당일, 혹은 다음 날까지 판매가 가능만 하다면 생산이야 얼마든지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그럼 충분해요. 마트용 기성품으로 만들어 내란 불가능한 주문을 하러 온 게 아니거든.”
그 말을 끝내 놓고 내 눈치를 살피길래, 난 잘하고 있는데 왜 중간에 끊느냐며 계속하라는 눈빛을 전했다.
편 사장이 말을 이었다.
“구체적인 콘셉트는 본사 기획팀에서 지금부터 기초를 잡고 발전을 시켜 나가야 할 내용이라 아직 뚜렷하게 나온 게 없어요. 그래서 마트용 기성품을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 디저트 숍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 준비 중이라는 내용 정도로만 설명을 해 줄 수 있겠네.”
“아….”
“그런데 진짜 아까 본부장님한테 말씀드린 거처럼 이 맛 근사치를 개발해 낼 수 있는 거예요?”
갑자기 나도 내심 궁금해지고 있었다.
“네. 가능합니다, 마카롱은. 하지만 티라미수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럼의 종류부터 먼저 확인을 해 봐야 할 거 같고요.”
“내가 묻는 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끔 레시피 개발이 가능하겠냐는 거지.”
“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페이버릿에 따라 고민해 봐야 하는 시간이 다소 달라지긴 하겠지만, 파이와 크림의 기본 베이스 정도는 금방 분석을 해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나뿐만이 아니라 조 전무와 편 사장의 얼굴에까지 미소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요, 제가 갑자기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데….”
조금 전 보여 주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소심하게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입을 떼는 조가영 연구원이었다.
“편하게 이야기해요.”
편 사장의 배려에 조가영 연구원은 입고 있던 연구원복을 바로잡아 앉으며 김 소장의 눈치를 한 번 살핀 다음 입을 열었다.
“삐에르 에슈메 브랜드를 우리 재경식품이 산 건가요?”
대답을 누가 해야겠냐는 표정으로 편 사장이 날 쳐다보길래, 그냥 내가 대답을 해 줬다.
“무슨 수로요?”
“아까 본부장님께서 20억에 레시피를 사셨다고….”
확실히 연구원이라 그런지 이런 쪽으로는 아무런 감이 없구나.
난 장난를 담아 물었다.
“조가영 선임이 삐에르 에슈메 사장이면 1.5밀리언에 가게 브랜드를 팔겠습니까? 직접 그 가게를 가 보셨다면서요?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직접 봤을 거 아니에요.”
“아뇨, 절대 안 팔죠.”
“제가 그 부분까지는 너무 예민한 내용이 될 거 같아 하루 매출이 얼마 정도나 나오냐… 하는 건 일부러 안 물어봤어요. 그래도 대충 딱 보면 답이 나오잖아요. 그 비싼 마카롱을 사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그런데 가게를 아침부터 오후까지 열어요. 정말 최소로 잡아도 하루 2, 3천만 원 정도의 매출은 올리겠더라고요.”
직접 그곳을 가 봤기에 가능한 동의였다.
조가영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질 나의 말을 기다렸다.
“그 정도면 마카롱 가게가 아니라 내실 있는 중소기업이라고 봐 줘야죠. 그런 기업을 단돈 1.5밀리언에 누가 팔겠습니까? 1.5밀리언이 아니라 15밀리언이라고 해도 팔면 바보죠. 안 그래요?”
“그럼 진짜 마카롱, 티라미수 레시피만 가져오는 데 1.5밀리언을 주신 거예요?”
“왜요? 럼의 종류만 알면 티라미수까지도 똑같이 맛 개발을 해낼 수 있는데, 헛돈 쓴 거 같아요?”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레시피가 아니라 1969년에 출발한 삐에르 에슈메의 역사를 산 겁니다. 마케팅에 필요한 그들의 역사를 단돈 1.5밀리언에.”
“…….”
해당 내용은 중앙연구소 사람들이 아닌 본사 임원들이 새겨듣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 나갔다.
“그리고 대를 이어 최고의 마카롱을 만들어 내는 그 가게의 운영 철학도 함께요. 아까 근사치라는 표현을 조가영 선임이 쓰셨잖아요.”
“네.”
“그 근사치를 다른 것도 아닌 맛으로 50년 넘게 유지해 나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아무나 못 하는 거예요. 그런 게 결국은 진짜 레시피 아닙니까. 그런 걸 배우고 싶다고 값을 치르기 전에 미리 말을 했고, 삐에르 에슈메 쪽에서도 비록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자기네 가게 명성에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물음에 확신을 줬더니 기대를 해 보겠다며 오케이 사인을 준 거예요.”
“아….”
“조가영 선임.”
“네.”
“그쪽으로 우리 연구원들을 몇 명 보내야 됩니다.”
“네, 소장님과 팀을 꾸려 보겠습니다.”
“강동호 주임.”
“네, 본부장님.”
“주말 제외하고 파리 현지에서 매일 샘플이 도착할 겁니다. 이 마카롱, 그리고 티라미수에 어울릴 만한 음료를 개발해 주세요. 가공품 아닙니다. 매장에서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음료가 필요한 겁니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 * *
정말 이대로 가실 겁니까?
“정말 이대로 가실 겁니까?”
원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편승일 사장과 모범태 전무가 마주 보고 앉았다.
간단한 중식 요리 몇 가지와 독한 백주 한 병이 테이블 위를 채우고 있었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술잔을 비워 놓고 안주를 집고 있는 편 사장에게 모범태 전무가 이건 아니지 않으냐는 식으로 재차 물었다.
“진짜 브레이크 한번 안 걸어 보고 이대로 진행을 하시겠다고요?”
“우리한테 브레이크가 어딨어? 그리고 객관적으로 해 볼 만한 기획 아니야? 아까 회의할 때 사람들 반응 봤잖아.”
도대체 이 사람이 어제, 오늘 왜 이러는 것일까.
편승일 사장이 보이고 있는 입장이 어제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는 모범태 전무였다.
두 사람의 사이는 각별했다.
편승일이 재경 그룹 안에서 오너가를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빠른 사장 승진을 할 수 있게 도왔던 인물이 바로 모범태 전무였고, 그런 자신의 사람이 빠르게 전무 승진을 할 수 있도록 판을 설계한 인물 또한 편승일이었기에.
그랬던 만큼 현재 재경 그룹 안에서 사장과 전무 모두가 원 맨 출신인 곳은 재경식품이 유일하고, 그 부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두 사람이었다.
“그야 기획을 낸 당사자가 손정훈이고, 바로 자기들 눈앞에 있는데 다들 괜찮다고 하지 면전에 대고 뭐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어떤 부분이 해 볼 만하다는 겁니까?”
“에이, 좀 그렇게 눈에 쌍심지 켜고 말하지 말고. 뭘 그렇게 흥분을 해?”
편승일은 모범태가 무엇 때문에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손정훈 본부장이 가진 능력을 의심하는 형식으로 표출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손정훈 본부장이 식품으로 넘어오기 전까지 모범태는 재경식품의 전무로 확고한 이인자 자리를 지켜 내고 있었다.
물론 1년, 2년짜리 계약직 사장, 전무 자리를 맡아 나가면서 일인자, 이인자 자리를 운운한다는 게 얼마나 유치한 발상이고 부질없는 집착인지 모를 편승일, 모범태가 아니다.
그래 봤자 자신들은 재경이라는 거대 집안의 고급 집사들일 뿐, 재경의 원 맨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까닭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느껴 볼 겨를이 없었던 존재들 아닌가.
하지만 사람 기분이라는 게 있다.
한순간 공식적인 윗사람으로는 조동희 전무가 함께 식품으로 넘어왔고, 조직의 실질적인 리더는 오너가의 손정훈 본부장이 되어 버렸으니 모범태 전무의 위치는 두 계단이나 뚝 떨어져 일반 본부장 수준이 되어 버린 것.
편승일 사장이야 어쨌거나 사장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먹고 들어가니 어쩌면 그 힘을 다음 계약 때까지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일 직급에 그룹 최장수 임원인 조동희 전무가 함께 있으니 그 불안함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닐까.
“저는 전혀 납득이 안 되는 기획인데요? 자기가 자기 입으로 외식사업 부문이 메리트가 있겠냐고 사장님한테 물었다면서요?”
“화가 단단히 났네?”
“사장님. 제가 언제 사장님 앞에서 누구 험담하고 그랬던 적이 있습니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아예 없지는 않았지.”
“누가 지금 대리, 과장 시절 이야기합니까? 그리고 저 지금 진지합니다.”
“그래, 알았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조 전무님 넘어온 게 그렇게 불안해?”
“누가 조 전무님 오신 걸 가지고 뭐라고 합니까? 조 전무님까지 모시고 와서 하고 있는 행태가 불안한 거죠. 손정태 사장이 식품에서 외식사업 부문을 키워 보겠다고 했을 때 그거 다 누가 했습니까? 제가 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 내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입에 담은 적이 없어서 그렇지,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외식사업 부문을 단 몇 년 만에 이렇게까지 성장시킨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모범태 전무였다.
그리고 모 전무가 손정태 사장의 기획과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동안 가공사업부의 매출을 유지하며, 외식사업 부문을 지원했던 게 바로 편승일 사장이었다.
손정훈 본부장의 식품 출근 첫날, 자신에게 외식사업부 브랜드 매장의 메뉴 가격을 물었을 때 눈앞이 캄캄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편 사장은 자신의 사장 자리를 조금이라도 길게 가져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당연히 그게 목적이었고, 목표일 수밖에.
결국은 자신도 월급쟁이니까.
그래서 모두가 재경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고 실제 회장님까지도 지원을 해 주라는 지시가 있었던 손정태 사장의 기획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을 모범태 전무에게 맡겼다.
하는 시늉만 하기엔 거기에 들어가야 할 투자가 적지 않게 보였고, 그렇다고 식품 전체를 외식사업부 쪽으로 집중을 시키기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다.
어쨌거나 자신은 월급쟁이나마 사장이 아닌가.
결국 모 전무가 외식사업부 확장에 사할을 걸 수 있도록 모든 배경을 만들어 주며 식품 전체 살림을 꾸리느라 정작 외식사업 부문에 관한 자세한 내용까지는 챙길 여력이 없었던 편승일 사장.
지금에 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복기해 보면, 자신을 비롯해 결국 방향만 있고 목표는 없었던 손정태 사장의 의욕을 지지했던 그 당시 재경식품 경영진들의 몸 사리기가 화근이었다.
“꼴랑 모직에서 인사부 과장 생활 2년 하다가 넘어와서는, 오자마자 지금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자기가 현장을 알기나 하냐고요. 자기들은 말로만 하면 되지. 이거 이렇게 하면 괜찮은 사업이 될 거 같은데 진행해 봅시다, 이걸 왜 이렇게 하고 있습니까, 당장 바꿔요… 그런데 실제 사업이라는 게 그렇게 되는 거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