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0)
“부모 욕심의 끝은 자식들 모두에게 공평해지고 싶어 하는 데 있다.”
“…….”
“그게 네 할아버지가 부리신 가장 큰 실수고 또 실패한 욕심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네.”
“너한테 다 주기로 했다. 이번 일 겪으면서 그렇게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장민석은 속으로 끓어오르는 희열을 어떻게든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혀까지 깨물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엄마, 아빠 죽고 나서도 자영이가 네 말을 잘 듣겠다 싶어. 그렇게 해야지 너희 사이에 오늘 네가 본 이런 형제간의 갈등은 안 나오겠다 싶다고. 나는 동생이 넷이나 있지만, 너는 자영이 하나뿐이다.”
“네.”
“하나 정도는 제대로 챙길 수 있는 맏이어야 하지 않겠어?”
“그럼요. 그걸 말해서 뭐 하겠어요?”
“서운해하는 놈 안 만들겠다고 공평하게 나눠 주면 공평하게 나눠 줬다고 서운해할 놈이 반드시 나온다.”
“네.”
“너는 또 그걸로 자영이를 잡아먹겠다고 들 놈이고.”
“……!”
“정훈이, 정태. 붙어서 이기겠냐?”
“음… 꼭 붙어서 못 이길 건 없는데….”
“정면으로 붙어서 안 될 거 같으면, 그 옆으로 붙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장은 재경 옆에 붙어라. 요즘 재경이 심상치가 않다. 스너프 중심으로 기존의 사업들이 아주 쫀쫀하게 엮이고 있어. 경험상 이런 식으로 불어나는 사업은 신도 못 말린다.”
“…….”
“재경의 칼날이 우리 쪽은 피해 가게끔 만들어. 비바람이 불 때는 안전한 곳에 잠시 피해 있는 것도 요령이고, 지혜다. 역시 재경은 재경이야.”
“우리가 붙을 자리가 있을까요?”
“그것도 못 만들어 내면, 내가 너한테 내 자리를 어떻게 주겠어?”
* * *
나무에서 떨어지지 못한 열매는 나무가 될 수 없다
팡!
“나이스 샷! 하늘 씨 스윙할 때 자세 정말 너무 예쁘다.”
“당신 지금 하늘 씨 자세에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러다 오늘 우리가 다 독박 쓰게 생겼다고.”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거야? 이미 끝났어. 레슨 받는다 생각하고 즐기라고.”
“그런가? 이미 승부는 다 결정이 난 건가? 하하하.”
태영쇼핑의 구정진 부사장 내외와 라운딩을 나왔다.
지인들 인사 자리에서 구정진이와 안면을 트고 하늘이 없이 따로 두 번을 더 만났다.
이 친구도 술이 말술이었다.
아버지의 좋은 기질을 물려받은 덕일까,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우리 재경 쪽으로 보내는 호감의 신호 역시 확실한 친구였다.
일전에 하늘이가 소개시켜 줬던 한방 오리백숙 집엘 데리고 갔었는데, 그곳에서 사이좋게 각자 소주 두 병씩을 마시며 얼큰하게 취했고 그 자리에서 2 대 2 라운딩 이야기가 나왔었다.
태영백화점과, 태영아웃렛 쪽으로 쁘띠 기뿔리를 넣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이미 하늘이 없이 따로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꺼냈었다.
물론 아직 그 내용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못 듣고 있는 중이다.
내가 그 안으로 쁘띠 기뿔리를 넣는 게 어렵겠나, 아님 구정진이 입장에서 우리가 넣어 보고 싶다는 브랜드에 매장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어렵겠나.
조건이야 서로 맞춰 보면 충분할 일.
하지만 그 전에 나와 구정진은 각각 재경과 태영을 대표해서 양 기업의 입장을 조율해 낼 필요가 있었다.
우리 재경에서도 이제는 스너프가 백화점, 아웃렛 사업을 하고 있기에 태영 입장에서는 이미 공항부터 시작해 확실히 브랜드 노출을 시킬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 놓고 왜 자기네 쪽으로 이런 제안을 넣는 건지 속내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나 역시 이 부분에서는 지금 당장 재경 안에서 나의 위치가 식품의 운영본부장이기에, 구정진의 누나, 태영마트의 사장으로 있는 구현애와의 연줄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태영 쪽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선에서 진행을 시키려다 보니 내 스타일과는 달리 시간이 걸리고 있는 중일 뿐.
모든 건 아주 순탄하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하늘 씨 골프 실력은 진짜 인정. 수준급이라는 이야기는 내가 어디서 들어 본 기억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아웃코스부터 출발을 했던 라운딩이었다.
아웃코스를 끝내 놓고, 본관 그늘집에서 어묵꼬치, 군고구마에 따끈한 정종을 한 컵씩 하며 아직은 쌀쌀한 봄바람의 추위를 녹여 내고 있을 때였다.
“정훈 씨가 왜 그렇게 자신 있게 2 대 2 라운딩을 나가자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믿는 구석이 다 있었어. 완전 치트 키네, 치트 키.”
차마 내가 구정진 부사장에게 나이 차이가 있으니, 앞으로는 말을 편하게 놓으란 말을 못 했다.
말을 놓게 해 버리면, 내가 구정진이한테 형님 소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반말을 듣는 게 싫었던 게 아니라, 형님이란 호칭을 매번 붙여 줄 자신이 없어서 그저 편하게 이름을 부르라는 선에서 서로의 호칭, 관계를 정리했다.
“정훈 씨, 혹시 테니스도 좀 쳐요?”
“테니스… 아, 테니스는 제가 치기는 치는데 부사장님 팔뚝을 보아하니 오늘처럼 먼저 내기를 하자는 이야기는 못 꺼내겠네요.”
“오늘 패배를 만회할 기회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그렇네. 맞네. 그럼 뭐 그렇게 하시죠. 언제가 편하세요? 시간 비는 주말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그렇게 정종 컵을 들고 얼어 있던 손을 녹여 가며, 함께 몸도 녹이고 있을 때였다.
“쁘띠 기뿔리 말이에요.”
구정진이가 먼저 쁘띠 기뿔리에 대해 물어 왔다.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부사장님 가만히 보면 은근히 겁이 많으셔.”
“겁? 무슨 겁이요?”
“주제를 하나 꺼내실 때마다, 밑밥 빌드 업을 너무 차곡차곡 쌓으세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거든, 아님 태영 전체에서 궁금한 거든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그런 이야기 나누고, 또 그만큼 가까워지자고 이런 자리도 가지는 건데. 안 그래요?”
약하게 인상을 쓰며 구정진이 말했다.
“내가 또 그랬나 보네. 이게 참… 이게 내가 말할 때 버릇이 그렇게 들어서 그래요. 밑밥 까는 거 아니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구정진은 솔직하면서도 소탈한 친구였다.
물질적 소탈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 뭐든 낮은 자세에서 시도해 보고, 경험을 해 보려는 태도의 소탈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까?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냥 편하게 물어보시라고.”
“정훈 씨 사촌 형님 되시는 분이 최대 주주로 있는 브랜드라고 하셨잖아요.”
“네.”
“혹시 그래서 사촌 형님 되시는 분 사업을 지원해 주기 위해 스너프에도 다 들어가는데, 저희 태영 쪽으로도 입점을 시켜 매장 수를 확보해 주려는 건가 해서요.”
그 질문에 구정진의 아내 되는 사람과 하늘이까지 동시에 시선을 내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난 이렇게 대답했다.
“JK 드 누락의 손정엽 대표는… 음… 저나, 스너프의 손정태 사장에 비해 자생력이 훨씬 더 강한 사람입니다.”
구정진의 아내와 하늘이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구정진만은 진중한 눈빛으로 이어질 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스스로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지 못한 병아리는 절대 닭이 될 수 없듯,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지지 못한 열매는 결코 나무가 될 수 없는 법이죠.”
결국 신중한 구정진마저 눈을 가늘게 뜨며 내가 꺼내 놓은 말뜻을 헤아려 보려 애를 썼다.
“저나 손정태 사장, 그리고 부사장님 역시도 마찬가지고. 우린 아직 재경과 태영이라는 튼튼한 나무에 열려 있는 열매일 뿐 아니겠습니까? 아직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지지를 못했죠. 하지만 손정엽 대표는 다릅니다.”
다시 구정진의 얼굴에 신중함이 들어찼다.
“제가 굳이 제 입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 재경가 집안 스토리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모를 수가 없죠.”
“손정엽 대표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재경이라는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였다고 봐야죠. 보통 영글기 전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는 그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혼자서 싹을 틔웠죠. 그리고 나무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약한 묘목이라 강한 비바람에 뿌리째 뽑힐 수도 있고 부러질 수도 있을 겁니다.”
“…….”
“하지만 어쨌든 아직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저에 비해선 용기, 근성, 실력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봐 줘야 하지 않을까요? 밖에서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아직 저나 부사장님은 가 보지 못한 길을 먼저 가고 있는 사람 아닙니까. 제가 손정엽 대표를 지원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반대로 제가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겠죠.”
나는 재경이라는 나무를 크게, 더 크게 키우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재경이라는 나무를 중심으로 숲을 만들고, 산을 이루게 만들고 싶었던 거다.
욕심인지 모르겠으나, 그래서 난 홍명이, 홍준이, 그리고 여정이까지… 나보다는 더 많은 자식을 낳길 바랐다.
녀석들의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열려, 그 열매가 다시 싹을 틔워 나무가 된다면 나는 틀림없이 재경의 숲, 재경의 산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그렇게나 빨리, 고작 암세포 하나 정복을 못 해내고 허무하게 눈을 감게 될지 몰랐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게 화근이었지 않을까.
홍명이 놈, 홍준이 놈을 내가 만든 나무의 보기 좋은 열매, 꽃이 아닌 자신의 열매와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로 만들어 주고 싶었기에 경영 수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던 거지.
그걸 다 완성해 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으니….
“살짝 무섭기까지 하네요.”
뭐가?
구정진은 정종 컵을 양손에 담고 이리저리 돌려 가며 말했다.
“저한테 정훈 씨는 진짜 많이 특별한 사람이에요.”
“특별하다면, 어떤 의미로 특별하단 뜻인가요?”
“서른. 내가 서른이었을 땐 어땠을까? 완전 애였거든요. 똥오줌을 전혀 못 가리는 풋내기 중의 풋내기였어요. 그리고 다시 9년. 태영백화점에서 차근차근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서른의 실력자들을 제가 만나 봤겠어요? 꼭 회사 안이 아니더라도, 그날 하늘 씨가 지인들을 초대했던 모임처럼 저 역시 그런 모임 두세 개 정도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서 알게 된 정훈 씨 또래의 사람들도 많고. 다들 난다 긴다 하는 친구들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정도 깊이는… 사실 만날 수가 없거든.”
“그런가요?”
“그런데 재경에는 손정태 사장이라는 괴물까지 있단 말이죠.”
정태가 괴물이다?
물론 좋은 뜻으로 한 소리겠지?
“솔직하게 말할게요. 작년에 재경모직이 부경백화점과 마찰을 일으켜서 저희 쪽으로 좋은 기회가 오기 전까지, 저는 정훈 씨를 몰랐어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손정태 사장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어 봤거든요. 지금처럼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만났던 적도 있어요. 아는 동생 결혼식장에서. 제가 아는 동생이 손정태 사장한테는 친한 친구인가, 학교 선배인가 그랬을 거예요. 아무튼, 재경 하면 손중길 회장님은 대한민국 경제의 역사 중 한 분이니까 그냥 열외로 두고, 손홍준 회장님 다음으로 손정태 사장이 바로 떠올랐죠. 그다음도 없었어요.”
“…….”
“이건 아마 저뿐만 아니라 아직 많은 사람이 그럴 거예요. 그 정도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던 정훈 씨가 이 정도라면 과연 그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괴물이라고까지 불리는 손정태 사장의 평판이 과장된 건 아니라고 봐야 할 거 아니겠냐고. 허허… 그런데 정훈 씨 말대로 하자면 JK 드 누락의 손정엽 대표님은 더 강한 사람일 거다? 물론 그 강함이라는 게 수치로 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정훈 씨 생각엔 무척 강인한 사람일 거란 말이잖아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재경… 참 부럽네요.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긴장도 되고… 그러면서도 같이 가 보고 싶고. 참 여러 감정을 들게 만듭니다, 최근에 정훈 씨가 나로 하여금.”
캐디가 라운딩을 준비해야 할 거 같다는 신호를 보내 왔다.
하지만 구정진은 뒤에 카트를 먼저 보내라는 손짓을 한 다음,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그런 재경과 사업적으로 뭔가를 함께 도모해 볼 수 있다는 건 저희 태영 입장에선 아주 좋은 기회이고, 동시에 현재 저희의 수준을 체크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쁘띠 기뿔리. 태영의 백화점, 아웃렛 전 지점으로 입점 공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여기에선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해서도, 상대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어서도 안 된다.
나와 구정진 모두, 재경과 태영의 관계 형성을 위해 손을 잡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말은 꼭 해 주고 싶었다.
“제가 재경모직 생활을 하면서, 시니어즈부터 시작해 퍼스펙티브, 그리고 부경유통과 마찰이 생긴 뒤 KS 인터내셔널이나 한일어패럴 쪽으로부터 캐스팅을 따낸 브랜드 모두 저는 제품 퀄리티에 집중을 했습니다.”
“그럼요. 오늘 정훈 씨 만난다고 일부러 저랑 집사람이 퍼스펙티브를 입고 나온 거 아니에요. 실제로 저희 부부가 라운딩 나갈 때 입는 거예요, 이거.”
“쁘띠 기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정엽 대표의 브랜드라서 라이선스를 가져온 게 아니라 퀄리티가 있어요. 글쎄요. 취향, 기호 차이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매장 시스템, 메뉴 구성, 품질 퀄리티… 최소 두세 단계는 쁘띠 기뿔리 퀄리티가 더 뛰어납니다. 될 수밖에 없는 브랜드예요.”
“그런데 쁘띠 기뿔리, 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에요?”
“기뿔리가 크루아상입니다. 크루아상 전문 베이커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 * *
진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거다
재경 그룹 본사 회장실.
식품 사장, 편승일이 손홍준 그룹 회장을 독대 중이었다.
“2천억?”
“실제 재무리스크팀에서 뽑은 예산 총안은 1,480억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100억 수준이었습니다.”
편 사장이 가져온 서류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으며 손 회장이 물었다.
“동시에 스너프, 태영 유통 쪽으로 다 풀겠다는 거야? 지금껏 이런 케이스가 한 번이라도 있었나? 최소한 우린 없었고.”
“선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있을 수가 없지. 이게 도박이지, 어떻게 비즈니스야? 스너프, 태영 유통 다 합쳐서 동시에 74군데 매장을 오픈시키겠다? 그것도 다 본사 직영으로? 그렇게 돌리면 직원 운영은 가능한 건가?”
이미 편승일 사장은 손정훈 본부장에게 완벽하게 설득을 당해 있는 상태.
자신이 당한 설득을 그룹 회장에게 그대로 시도하는 편 사장이었다.
“시스템, 콘셉트, 메뉴. 이 삼박자가 이미 완성이 되어 있는 게 쁘띠 기뿔리입니다. 기획은 마카롱 사업이 먼저였지만 아마 앞으로 3개월 정도는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예상 중이고요.”
“그런데?”
“매장 쪽에서 순차적인 직원 운영이 가능해질 걸로 예상됩니다.”
“순차적?”
“샘스핫도그 측은 이미 계약 최종 단계이고, 고비드 아이스크림 역시 지금은 그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협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쁘띠 기뿔리부터 한국 시장에 론칭을 시켜 놓고, 마카롱 사업이 현실화되면, 각 매장으로 파견 보낸 직원들을 다시 마카롱 업장 쪽으로 트랜스퍼를 시킬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똑같은 방법으로 샘스핫도그, 고비드 아이스크림도 론칭을 시킬 계획이고요.”
“그렇게 파견 보낸 직원들을 새 브랜드 론칭 업장 쪽으로 트랜스퍼를 시키면, 기존 브랜드 매장의 운영은 누가 하고?”
자신이 손정훈 본부장에게 던졌던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받은 편승일 사장.
그 질문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풀어내던 손 본부장의 심정이 이랬을까?
“저희 식품 외식사업부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브랜드 확보, 론칭이 목표가 아니라 가맹 사업이 목표입니다.”
손홍준 회장은 묘한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편승일 사장.
능력이 있는 인재임엔 틀림이 없다.
가장 젊은 사장이기도 하고, 식품의 원 맨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수년째 유지시켜 내고 있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지구력, 근성은 뛰어나지만 반대로 추진력이 폭발적인 리더 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손홍준 회장의 눈에 비치고 있는 편승일 사장의 모습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2천억이라는 자체 투자가 필요하다고 자신을 찾아왔는데, 그간 식품 쪽에서 그룹 본사를 상대로 자체 투자 요청을 넣었던 게 과연 몇 번이나 있었나.
연구소 증축이나, 공장 설립에 관한 내용이 아니고서야 자체 투자 요청이 들어왔던 적이 없었다.
최소한 편승일이가 사장으로 앉은 뒤부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