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6)
결코 작은 공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공사의 시공권을 받아 낸 후 보복을 해도 늦지 않을 거란 계산이 장선길 회장에겐 있었다.
그게 누이인 장혜선과 동생 장선열이 재경을 상대로 전면전을 불사하겠단 의지를 보였음에도, 거기에 기름만 부어 놓고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장태산 회장과 통화를 하는 동안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장선길.
그의 눈에 조금 전 자신이 화풀이를 하겠다고 있는 힘껏 집어 던졌던 비서실장의 스마트폰이 액정이 깨어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워 줘?”
“아, 아닙니다.”
“얼른 치워.”
“네, 회장님.”
“차 지금 대기시키고.”
“네,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비서실장의 질문에 장선길 회장은 크게 숨을 들이켠 후 날카롭게 찢어진 눈으로 대답했다.
“왜? 누구 만나서 뭐 할 거냐는 것도 물어보지?”
“아닙니다. 바로 차 대기시키겠습니다.”
비서실장이 서둘러 회장실을 빠져나간 후, 장선길 회장은 진열장 앞으로 섰다.
진열장 유리를 통해 어설프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그의 누이 장혜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님. 왜 그때 누님이 저랑 선열이한테 말했던 거 있잖아요.”
―뭐?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내가 거기 관련해서 말한 게 한두 개야?
“거기에서 세탁시킨 미래금융 검은돈 말이에요. 그 집 둘째 아들, 장영우라고 했나? 암튼 그 친구가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서 미래금융 자금을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쪽으로 흘렸던 거라며. 그거 확실한 거지요?”
―확실히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쪽으로 큰 투자 들어간 루트가 두 개가 있어. 그 둘 다 대표가 장영우로 되어 있고.
“원래 미래금융이 넣었던 투자 지분은 몇 퍼센트였소?”
―내가 거기까지 자세하게 기억을 할 순 없지. 15퍼센트 내외였던 거 같긴 한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
“그 15퍼센트에 페이퍼 컴퍼니 두 개 지분이 더해져서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쪽으로 미래금융 37퍼센트 정도가 된다 그 말이지요?”
―너 그때 내가 보라고 준 자료 자세히 안 봤지?
“나 지금 밖에 나가야 해. 맞아요, 아니에요. 그것만 말해요.”
―확실해. 그쪽에서 세탁기 돌리고, 그냥 돈만 가져올 순 없으니까, 돈 돌린 세탁기를 아예 통째 한국으로 가져와서 내 호텔을 먹은 거라고.
“내일이나, 모레쯤 선열이하고 다 같이 밥이나 한 끼 합시다.”
* * *
부경통신의 장선길과 통화를 끝낸 장태산.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통화를 하는 동안 유지했던 여유는 온데간데없고, 가슴 쪽에서 전해지는 아찔한 통증에 미간이 좁혀졌다 펴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주방 입구에서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던 며느리에게 장 회장은 물 한 잔을 갖다 달라 말을 해 놓고, 폰으로 둘째 장영우의 이름을 찾았다.
며느리가 가져다준 물 한 잔에 텁텁해진 입을 적신 장 회장.
“괜찮다. 녹두죽 다 끓였어?”
“지금 드려요?”
“차려 놔. 영우하고 통화 잠깐 하고 가서 먹을 테니까.”
“통화 다 하시고 말씀하세요. 식어요.”
“가 있어.”
며느리에게 빈 잔을 건네준 뒤 장 회장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아버지.
“현금을 좀 쟁겨 놔야겠다.”
―얼마나요?
“가능한 한 많이. 부경의 장선길이가 금방 전화를 걸어와서 길길이 역정을 낸다. 동부산 부지 때문에. 허허허.”
―역정을 내요? 아버지한테? 이 쌍놈 새끼가. 왜? 뭐라고 하던데요?
“그거까지는 알 거 없고, 금방 애비가 시킨 거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해. 속이 시꺼먼 놈들 아니냐. 어디에서 뭔 짓을 꾸밀지 아무도 모른다. 괜히 엄한 데서 꼬투리 잡히는 일 없게끔 사업장 단도리 잘하고.”
* * *
영원한 갑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쁘띠 기뿔리의 1호점을 론칭시킨 스너프 잠실점.
일주일 간격으로 스너프에서 다섯 개 지점, 태영백화점 쪽에서 두 개 지점이 추가 오픈되었다.
우리 재경식품은 1호점 오픈일을 기점으로 3개월 후, 7월 말까지 스너프와 태영의 전 지점으로 쁘띠 기뿔리 매장을 넣는 것을 목표로 세웠고 아주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가고 있었다.
1호점의 매출 역시 주말을 끼고 론칭을 시켰음에도 론칭 당일과 그다음 날 일요일 매출에 비해, 2, 3, 4호점이 동시에 론칭이 되었던 화요일부터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또 한 주가 흘렀을 땐, 스너프와 태영백화점 쪽에서 지점별 본매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매출이 폭발적으로 잡히는 팝업 스토어 자리를 먼저 제안해 왔다.
“반응이 심상치 않은데요?”
외식사업부 쪽으로 특화되어 있는 모범태 전무.
그 친구 역시 쁘띠 기뿔리처럼 브랜드 론칭을 하기도 전에 확실한 유통판을 잡고 시작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갱신되는 1호점의 매출 기록과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오픈이 되어 가는 다른 지점들의 보고 상황에 더는 그 친구의 얼굴에서 근심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입이 귀에 걸려 있던 모 전무에게 내가 말했다.
“미래기획 쪽으로 연결해서 슬슬 쁘띠 기뿔리 광고 준비하시죠?”
“해야죠. 혹시 생각해 두고 계신 모델이라도 있으세요?”
“그건 제가 아니라 그쪽 전문가들한테 상담을 받아야죠. 그건 그렇고, 괜찮으시겠어요?”
“어떤 게요?”
“스위트럼(삐에르 에슈메 레시피의 마카롱, 티라미수 베이스 디저트 숍 브랜드) 론칭 앞으로 한 달밖에 안 남았어요. 그거 쳐 내고 나면 곧바로 샘스핫도그 론칭 준비해야 하고, 그거 끝나면 또 곧바로 고비드 론칭 준비 들어가야 해요. 그나마 지금이 올해 안에선 제일 한가할 때란 말입니다.”
“설마 저한테 미리 휴가라도 쓰란 말이세요?”
“휴가 같은 소리 하시네. 전무한테 휴가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럼요?”
“그나마 조금이라도 한가할 때 종합 검진 받으시라고요.”
“…….”
“회사가 돈 다 내준다는데, 도대체 왜 안 받는데?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진짜… 누가 지금 제 몸 챙겨 달랍니까? 전무님 몸이에요, 전무님 몸. 관리 좀 하세요.”
내가 부리는 짜증에 감동을 받은 듯 모 전무가 말했다.
“하아, 와이프도 신경을 안 써 주는 게 제 건강인데. 제 건강 챙겨 주는 사람은 본부장님밖에 없습니다.”
“전무님, 그거 아세요?”
“어떤 거요?”
“전무님 이병헌보다 세 살이나 어려요.”
“…….”
“나이 안 많다고. 30년 전이었음 완전 노땅 취급 받으셨겠지. 근데 전무님보다 세 살이나 많은 사람이 아직도 드라마, 영화에서 로맨스 찍고 있잖아요. 그것도 완전 잘 어울리고. 관리 좀 합시다, 진짜. 아니, 어떻게 조 전무님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여?”
그 말에 모 전무는 마치 나와 함께 하는 지금 이 시간이 현실일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수차례 감았다 뜨길 반복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조 전무님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요?”
“액면가만 놓고 보면 현재 전무님이 우리 재경식품 원 톱이에요.”
“거짓말.”
“머리 모양도 이렇게 좀… 하아, 이게 이렇게 안 되나?”
“얼른 농담이라고 하세요.”
“뭘요?”
“방금 하셨던 그 말이요. 제가 조 전무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 말이에요. 저 조 전무님하고 여덟 살 차이입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죠. 조 전무님 피부 한번 보세요. 얼마나 좋아요? 아니, 내가 전무님 생긴 이목구비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처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무님처럼 살짝 좀 아쉬운 이목구비도 있는 거고, 다 그런 거지. 그런데 그런 걸 다 떠나서 얼굴빛이… 너무 거무튀튀해요.”
전반적으로 농담처럼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긴 했지만, 나와 함께 쁘띠 기뿔리부터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론칭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서 모 전무가 살이 많이 빠졌다.
젊은 친구 같았음 내가 걱정이나 했겠나.
그냥 카드 쥐여 주면서 회식이나 한번 하라는 정도로 끝을 냈겠지.
하지만 모 전무도 이젠 건강을 챙겨 가면서 해야 할 때이지.
“아무리 그래도 제가 조 전무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지금 하는 말 아닙니까. 심하다니까? 시간 내서 종합 검진도 좀 받고, 머리 염색도 좀 하고, 새치도 적당해야 멋이 있지… 다음 주까지 종합 검진 꼭 받으세요. 제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또 안 받고 짼다? 그럼….”
“그럼 뭐요?”
“고비드 후속 브랜드 바로 준비할 겁니다.”
“다음 주까지라고 하셨죠? 오늘 퇴근하는 대로 예약해서 받겠습니다.”
“오늘 예약을 해서 무슨 수로 다음 주에 받아요? 제가 강 차장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나중에 강 차장 올라오면 시간 뺄 수 있는 요일 말해서 같이 예약해요.”
“강 차장이요? 왜요? 강 차장이 잘 아는 병원이 있어요?”
“미래금융 장 회장님 외진 봐주시는 분이 병원장으로 있는 병원이 있어요. 저랑도 몇 번 봐서 안면이 있고. 거긴 진료 외 시간이라도 시간 빼서 봐줄 거니까, 거기 가서 받아요. 신경 써서 꼼꼼하게 봐줄 거예요.”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미련하게 일만 하느라 정작 자기 건강 못 챙겨 원하는 세상은 제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저세상 간 사람은 제 주위에 제 할아버지 한 명으로 족합니다. 가족 위에 일을 두는 건 아주 보기 좋아요. 감사해. 그런데 그 일 위에 전무님 건강을 두세요. 꼭. 반드시.”
입술을 꼭 다문 채 싱긋이 웃으며 모 전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신경 쓸게요.”
* *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느 날….
그때쯤 나는 태영마트의 구현애 사장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
구현애는 태영쇼핑의 장녀로 마트 사업과 편의점 사업을 동시에 맡아 나가고 있는 인물.
아마 태영쇼핑은 회장 구봉학이가 차녀, 삼녀에겐 땅이나 지분 같은 걸 물려주고, 경영권은 장녀 구현애와 막내 구정진에게 각각 마트, 편의점 쪽과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을 승계해 나가도록 만들 가능성이 컸다.
만약 차녀, 삼녀를 통해 본 사돈가가 정치쟁이, 법쟁이 쪽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더 형평성 있는 분배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상황에선 내가 생각하는 그 그림이 구봉학이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에요?”
“계속 지금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은 저희 재경식품이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가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겠다는 뜻이에요.”
나는 개인적으로 구현애가 편했다.
나를 자기 조카 대하듯 대해 줬거든.
구정진이가 구봉학이의 막내.
구현애와 구정진의 나이 차이는 자그마치 14살이다.
어떻게든 아들 하나 보겠다고 얼마나 애를 썼을지, 눈에 훤하다.
오십이 훌쩍 넘은 구현애 입장에선 이제 갓 서른이 된 내가 얼마나 귀엽고 신통하겠나.
나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이젠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그나마 덜해진 편인데, 처음 구정진의 소개로 만남을 가졌을 땐 내가 하는 말과 내가 가진 생각에 수시로 혀를 내두르며 놀람을 금치 못했었다.
자기 큰아들이 스물넷이라고 하는데, 비록 나랑 여섯 살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런 걸 감안을 하더라도 나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기 아들이 너무 어린애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그렇게 날 예쁘게 봐 주고 있었다.
예쁘게 봐 준다고 해서 내가 그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고 있긴 한데, 아무튼 내게도 구현애는 편한 상대가 확실했다.
우선 정말 말이 잘 통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보고 있는 태영쇼핑의 한계를 인지해 가며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었다.
그게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걸 해 나가고 있었다.
겸손했으며 진솔했고, 그와 동시에 자신감과 욕심이 대단한 사장이었다.
“가격 안 오른 게 뭐가 있습니까? 다 올랐잖아요, 다. 밀가루, 식용유, 커피, 우유, 설탕… 외식 물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쳐도 외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집에서 뭘 좀 해 먹으려고 하는데에도 마트용 기본 식자재 가격까지 다 천정부지로 올라 버리니까 그것마저 이젠 부담스러운 거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하지만 기업은 기업 활동을 유지해 나가야 할 책임이라는 게 있죠. 손 상무님 말처럼 기업이 조금 희생을 해서 소비자들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건 참 좋은 맥락인데, 직원들 인건비는 어쩌시려고? 원자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그런 좋은 마음만 가지고 지금 가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소비자 가격이라는 건 한 번 측정이 되면 가격을 더 올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도, 가격을 낮추는 건 불가능하죠.”
지금 이 포인트가 바로 내가 부경마트를 휘어잡을 수 있는 카드였다.
그리고 그 카드를 조커처럼 쓸 수 있기 위해선 태영마트, 그리고 태영편의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가격이라는 건 원자재 가격보다 유통에서 더 크게 결정이 나는 거죠. 그 중요한 유통을 저희 재경은 가지고 있습니다.”
“스너프.”
“그리고 태영쇼핑 역시 모든 유통판 쪽에서 저희 재경의 아군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요?”
또 이번엔 어떠한 생각으로 자신을 놀라게 해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는 식으로 얼굴에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날 쳐다보는 구현애였다.
“회사 재무에 구멍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지금의 가격을 유지시킬 순 없는 거겠죠. 하지만 현재 재경식품은 여유가 있습니다. 여행업이 다시 살아나면서 재경항공 쪽으로 납품 중인 기내식 매출이 크게 증가를 하고 있는데, 이게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 주는 거죠. 그리고 외식사업부 쪽에서도 원재료에 의한 가격 저항이 큰 종목들은 다 정리를 했고, 콘셉트와 문화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을 꾸준히 론칭 중에 있습니다.”
“흠….”
“가격 저항이라는 건 사실상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 능력과 관계가 있는 것이지, 실제 측정된 가격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어요. 많은 사람이 대기업을 사회악인 것처럼 말을 하면서도 그들 대부분이 대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고 그래서 결국은 부의 쏠림을 그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주고 있는 이유가 뭔데요?”
구현애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는 듯, 끊지 않을 테니 계속 말을 해 보라며 눈짓을 줬다.
“바로 제품력이 아닌 브랜드 가치, 그 자체를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걸 사회에 증명받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이죠.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고, 실제 그 욕구를 자기 능력으로 풀 수 있는 소비자들에겐 그에 맞는 상품을, 그런 욕구보다는 더 절실한 욕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그에 맞는 상품을 서비스하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 손 상무님이 하고 계신 생각 중에 아주 빠지기 쉬운 함정이 숨어 있어요.”
“함정이요? 어떤 함정이요?”
“소비자들에게 식자재 가공품의 가격이라는 건 곧 그 제품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으로 강하게 박힐 수가 있는 거예요. 다른 식품 회사의 라면은 다 100원씩 올랐어. 그런데 재경식품의 제품만 가격이 그대로네? 그걸 인지하는 소비자들도 분명 많겠지만, 그런 인지를 못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재경식품의 라면이 타 식품 회사의 라면보다 싼 라면이라는 인식만 남게 되는 거죠. 실제 맛은 둘째 문제예요.”
“하지만 타 식품 회사보다 싼 라면, 싼 커피, 싼 과자, 싼 유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식품 회사가 항공도 가지고 있고 모직, 호텔, 초대형 트래픽 플랫폼까지 가지고 있는 그룹의 한 계열사라면 말은 달라지는 거죠. 스너프라는 유통을 확보하고 있는 지금의 재경은 기업 내수까지 가능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