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15)
미래금융의 후계자 자리에는 하늘이를 앉히는 게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학교수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예술 계통의 친구도 서로 마음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하늘이의 짝으로 좋을 거 같았고.
하지만 재계 계열의 집안 자식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재계 계열의 집안 자식을 만나더라도, 미래금융보다는 한참 아래에 있는, 그래서 미래금융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집안의 상대라면 금상첨화일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주처럼 키웠으니까, 결혼을 할 때엔 여왕 대접을 받게 만들고 싶었던 아버지의 욕심.
그런 욕심을 장영석 부회장은 가지고 있었다.
그게 그동안 정훈이를 알게 모르게 어색하게 대하고 불편해서 탐탁지 않게 여겨 왔던 이유이기도 했고.
하지만 오늘 장영석 부회장은 사랑하는 딸의 혼사와 미래금융의 앞날을 동시에 신경 써야 했던 자신의 스트레스로부터 한발 멀어지는 기분을 받았다.
미래금융의 후계자로 성장을 해 오다 보니, 하늘이가 다소 텁텁한 구석이 많을 거라는 양해.
그 양해 앞에 정훈이의 대답은 무척 세련되고, 어른스러웠다.
“저는 오히려 하늘이가 너무 부드럽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하늘이가 부드러워? 우리 지금 같은 하늘이 이야기 중인 거 맞지?”
“속이 너무 부드러워요. 하늘이를 보고 있으면 꼭 달팽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하늘이가 정훈이 자신과 비교해 느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오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와 달팽이의 공통점에 대해 듣는 순간, 어째서 아버지가 정훈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 기대를 하늘이의 결혼으로 이어 보려고 하시는지 알 것도 같았다.
“껍질만 딱딱하지, 실제 그 껍질 안에 든 건 너무 말랑하고 부드럽잖아요. 몸속에 단단한 뼈가 없기 때문에 단단한 껍질로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 눈에 무척 딱딱하고, 강해 보일 수도 있겠죠.”
그다음 이어졌던 말에 장영석 부회장은 정훈이가 가진 통찰력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겉이 무척 부드러워지고 있어요. 반대로 속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그래서 아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중이에요.”
“어떤 기대?”
“지금 이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얼마나 더 강해져 있을지요. 그래서 요즘 제가 하늘이를 보면 살짝 무섭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제 좀 미래금융의 후계자처럼 보여요.”
“하늘이가 무서워?”
“네. 예전에 틱틱거리기만 할 때엔 속이 다 보였거든요. 왜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왜 날을 세우는 건지, 틱틱거리는 건지….”
그러면서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정훈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저한테 상당히 친절해졌어요. 불안하죠. 볼 때마다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던 애가 갑자기 너무 친절해지니까. 분명히 그 친절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이젠 더 이상 그 속이 저한테 안 보이네요. 하늘이 같은 애가 속을 숨기기 시작하면 그것보다 무서운 게 없잖아요.”
하늘이에 대한 이해가 대단했다.
장영석 부회장도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하늘이의 모습에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고,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솔직함이 아니라, 속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단점.
좋은 걸 숨길 줄 모르고, 싫은 걸 감출 때 드러나는 얇은 얼굴.
그런데 그걸 정훈이가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같이 있으면 좀… 재밌습니다. 앞으로 같이해 나갈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질 거 같거든요. 그런데 당장은 부경 때문에 시간이 없네요. 얼른 시간을 만들어야죠.”
“그래. 폭풍은 스치고 지나가게 만들어야지, 너무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게 만들면 안 된다. 부경마트 상대로 하고 있는 공격,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우리 미래금융은 네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도록 수비에 최선을 다해 볼게.”
다음 날 아침, 장영석 부회장은 전날 자신을 찾아왔던 장선길의 전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영석입니다.”
―네,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목소리에 꽤 단단한 의지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어제 제가 제안드렸던 내용, 생각은 좀 해 보셨어요?”
―네.
잠시 흐르는 침묵.
그 침묵을 장영석 부회장은 상대가 먼저 깨뜨리도록 기다려 주고 있었다.
―먼저 확인을 받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와 제 가족들이 장선길 회장 쪽으로부터 보복을 받거나 하는 일은… 안 생기겠죠?
“보복이요?”
―네.
“장선길 회장. 아직은 지켜야 하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보복을 해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는 당신을 상대로 무슨 보복을 하겠어요? 장 회장이 돈 안 되는 짓을 왜 해요?”
―하지만….
장영석 부회장은 답답했다.
애써 상대가 하고 있는 걱정을 이해해 보려 해 봤지만, 그럼에도 그 이해가 쉽지가 않았다.
“좋아요. 우리 미래금융이 그 자료를 돈을 주고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죠. 걱정하지 마세요. 정 걱정이 된다면 신경을 쓸게요.”
―그렇게 얼버무리는 식의 약속은 장선길 회장 밑에서 지겹도록 들어 왔습니다. 구체적인 약속을 해 주세요.
“약속? 무슨 약속이요? 나한테 뭐 맡겨 놨어요?”
―네?
“신경을 쓰겠다니까? 나 한 입으로 두말하고, 지키지도 못할 말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사람을 뭘로 보고. 그리고 그쪽이 이걸 알아야 돼요.”
―뭘요?
“2년 반 동안 장선길 회장의 차를 몰았던 사람이, 그 차 안에서 오고 갔던 장선길 회장의 목소리를 몰래 녹음을 했어요. 그쵸?”
―…….
“지금 이 통화 내용이라고 녹음이 되고 있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솔직히 나한테는 없다고.”
―도대체 사람을 뭘로 보고….
“누가 할 소릴 도대체 누가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우리 미래금융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거예요? 내가 말을 안 할려고 했는데, 뭔가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정확하게 짚어 줘야 하는 부분.
“어제 내가 직접 자리를 하고, 또 오늘도 이렇게 아침부터 전화를 넣으니까 날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요? 제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신이 장선길 회장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우리 회사 안에선 우리 직원들도 날 어려워해요. 그리고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에요. 지금이 한가한 상황도 아니고. 안 그렇겠어요?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그쪽 상대로 애를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라고.”
―…….
“먼저 주지 못하는 확신을 일방적으로 받으려고만 하면 됩니까? 나한테 뭘 맡겨 놨느냐고요. 아니잖아요. 뭘 달라고 해서 받아 내야 할 상대는 내가 아니라 장선길 회장 아니에요? 왜 자꾸 상대를 헷갈려하는 거죠? 아무리 봐도 헷갈릴 건덕지가 없는데.“
―…….
“아무런 용기도 내지 않고, 일방적인 도움만 바라실 거 같으면 나 이 통화 이만 끊어야겠습니다. 지금 그쪽이 들고 있는 그 자료가 우리 쪽으로 그렇게까지 결정적이라거나 절대적인 건 아니거든요.”
―어제 못 들어 보신 파일 중에….
“아니, 그 내용이 뭐든. 그쪽한테는 그 내용이 엄청난 내용일지 몰라도, 누가 어떻게 쓰냐, 누가 어떻게 덮냐에 따라 별거 아닌 내용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아직 모르겠어요?”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길게 이어지지 못한 침묵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잘 한번 생각을 해 봐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 녹음 파일들이 그만큼이나 결정적인 자료인 거 같으면, 그런 결정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아직 아무런 용기를 못 내고 있는 거예요? 그럴 거면 그동안 그런 준비는 왜 했던 거예요? 내가 만약 그쪽이라면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겠어요. 내가 어제 말했지요? 자식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고. 항상 참고, 숨고, 피하고, 당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기만 하고. 그렇게 키우실 거예요? 똑같이? 선 넘는 말, 주제넘은 소리라는 거 아는데,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답답해서. 벽에 대고 이야기해도 이것보단 말이 잘 통하겠어요. 그냥 나는 여기까지만 해야겠어요. 살짝 지치네요.”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전화 끊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도대체 그동안 장선길 회장 밑에서 얼마나 상식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일을 했으면 이런 뻔한 상황 앞에서도 자신을 믿지 못할까란 씁쓸함에 장영석 부회장은 입맛이 써졌다.
“듣고 있어요. 말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제 내가 다 말을 해 줬는데, 또 그렇게 물어보네. 그쪽 전화번호를 내가 줄이 닿는 검찰 쪽으로 넘겨줄 생각이에요. 어디까지나 그쪽이 한번 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는 전제하에. 그럼 수 분 내로 전화가 가겠죠.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해야 하는 거예요.”
―…….
“검찰 쪽과는 형사적인 내용만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고, 폭행에 관한 내용은 따로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우리 미래금융이 뒤에서 조용히,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지원을 해 줄게요.”
―어떻…게요?
“최고의 변호사팀을 꾸려 보라고 일러둘게요. 장선길 회장이 아닌 더 대단한 사람이라도 보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하게 꾸려 보라고 말이에요. 그 변호사팀 통해서 나한테 요구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합의금으로 받아 내요. 그리고 떨지 마세요.”
―…….
“잘못을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잘못을 당한 사람이 떱니까?”
―그건 부회장님이 저 같은 사람들의 입장이 안 되어 보셔서 하시는 말씀이고요.
“그런 입장이 되지 않으려고 우린 항상 용기라는 걸 만들어 낸다는 거 알아요? 그쪽은 회사가 시키는 업무를 하는 게 일인 사람이지만, 우린 용기를 내는 게 일인 사람들이거든. 입장이라는 건 남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상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혹시 내가 계속 당신을 설득해야 하는 겁니까?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 점점 하기 싫어지고 있는데.”
―아닙니다. 전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피곤하게 만들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를 할 내용은 아니고, 그쪽이 배짱을 부리고 비싸게 굴어도 되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 따로 있다는 말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말이 안 통하는 거 같아 답답하단 소리였고. 경험이 없어서 그랬을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를 하겠는데, 이런 일은 나도 처음이에요. 나도 경험이 없다고. 그렇다면 나나 그쪽이나 이럴 때일수록 피아 식별을 정확하게 해야지. 안 그래요?”
―네, 제가 좋지도 못한 내용을 가지고 저보다 더 피해가 막심한 쪽으로 염치없이 거래를 시도했습니다. 부끄럽네요.
“당신을 염치없게 만들고 또 부끄럽게 만든 사람한테 엿 바꿔 먹지도 못할 사과 말고, 돈으로 받으세요. 해 주기 싫은 용서가 아닌 제대로 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최고로 실력 좋은 로펌 쪽에, 그쪽 분야로는 최고로 실력 좋은 팀을 붙여 드릴 테니까.”
―감사합니다.
“미리 말해 두지만, 검찰 쪽으로 확보하고 있는 녹음 파일들을 건네주고, 사건을 키우는 게 먼저예요. 그 전까지 우리 미래금융은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해요.”
―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노질일 테니까
―속보입니다. 현 부경통신 장선길 회장이 그의 운전기사인 정 모 씨를 상대로 상습적인 폭행을 가해 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취재 기자의 짧은 설명 뒤로 녹음된 파일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야이, 새끼야.
탁, 탁! 하고 폭행이 가해지는 소리.
―누가. 운전을. 그따구로. 하라고 했어? 아까 브레이크 왜 잡았어?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피해자의 음성은 신변 보호를 위함인지 음성 변조가 되어 있었다.
―내가. 너 같은 새끼한테. 왜. 내 피 같은 돈을. 월급으로. 줘야 하는 거냐고.
좀 더 과격해진 폭행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타격음이 묵직해지고 있었다.
퍽!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대답 안 하지? 어?
다시 한번 묵직하게 흘러나오는 타격음.
퍽!
―대답 안 해?
할 말이 없었다.
충격적이라는 표현만 가지고는 해당 뉴스를 제대로 처음 접한 나의 기분을 다 설명하기엔 크게 부족했다.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접했던 뉴스가 아니다.
뉴스를 통해 세상에 공개가 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
그럼에도 상대를 깔보고, 그 위로 신처럼 군림하는 듯한 말투며,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타격음은 내 심장을 너무 격렬하게 뛰도록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더 거짓말 같은 사건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고는 있지만, 일개 기업의 회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인간이, 그 기업의 직원을 상대로 저만큼 동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너무 큰 충격을 받게 만들고 있었다.
―정 모 씨는 금일 오전 11시 장선길 회장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 건으로 녹음 파일과 폭행 직후 증거물로 남겨 놓은 피해 사진, 진단서 등을 첨부해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상습 폭행에 대한 더 많은 녹음 파일과 증거물이 수집되었지만, 그 증거물들 상당수에 장선길 회장이 현 미래금융 게이트 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다수 포착되어 언론에 공개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양해를 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민선 기자.
―네.
―조금 전 부경통신의 장선길 회장이 현 미래금융 게이트 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다소 포착되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을 해 주시죠.
―네. 현재 검찰 쪽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선 정황이 다소 포착되었다는 내용 외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래금융에 대한 검찰의 압수 수색에 관해 그동안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졌는데요. 그럼에도 장태산 미래금융 회장이 검찰 측의 소환 명령이 있기 전 자진 출두를 해서 조사를 받고, 공개 기자 회견을 열어 입장을 공개하는 동안 이렇다 할 수사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랬죠.
―그 부분에 있어 많은 국민분들께서 검찰 측의 기업 죽이기식 표적 수사다, 아니다 하는 식으로 의견이 분분하게 갈려 왔었는데요. 조금 전 검찰 측에서 공개한 장선길 회장 폭행 혐의와 거기에서 파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미래금융 게이트 조작 의혹이 미래금융 게이트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녹음 파일이 여러 개 된다고 들었는데, 차례대로 터뜨리겠다는 말이 되는 건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역풍이 일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됐다.
드디어 준비한 것들을 본격적으로 퍼부어 볼 때가 됐다.
뉴스 속보를 확인한 뒤 곧바로 강인성 차장을 호출했다.
“정식 언론 쪽은 태영쇼핑 쪽에서 방향을 잡아 주기로 했어요.”
“네.”
“증권가 찌라시는 미래금융에서 적당히 조절해 가며 순차적으로 풀 거고. 우린 거기에 제대로 된 기름만 좀 부어 줍시다. 바람은 벌써 우리 편인 거 같으니까. 정치, 경제, 이슈 쪽 유튜브 채널들 지금쯤이면 서로 새로운 뉴스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겠죠?”
“네.”
“우리 재경, 그리고 미래금융과 부경에 관한 히스토리, 그 히스토리를 통해 어째서 부경이 우리 재경과 미래금융을 상대로 그런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는지 양념 적당히 쳐서 흘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저는 지금 태영마트 구 대표님 만나러 갈 거니까, 저 신경 쓰지 말고 밑 작업 잘 좀 해 놓으세요. 진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속담이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는 거예요.”
“그룹 본사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겁니까?”
“설마요. 뭐라도 하겠죠. 근데 지금은 우리가 그런 거까지 일일이 다 체크해 가며 움직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뭘 하든 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노질일 테니까.”
* * *
기업 저격수로 통하는 반부패수사부 최민성 검사가 차장 검사실을 찾았다.
차기 검사장 진급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인물.
부장 검사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 1호로 불릴 정도로 칼같은 인물이다.
“앉지.”
하지만 최민성 검사는 선배 부장 검사들이 피해 다니는 차장 검사 앞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