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26)
“중간에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조금 늦게 도착해지겠다고 전화를 드린다는 게 도착을 하고 보니까 전화도 못 드리고 늦었네요.”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뻣뻣한 남편의 모습.
그런 남편의 앞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 가 보려고 애를 쓰는 오빠.
장혜란은 완벽하게 역전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의 입장 앞에서 자신이 어떠한 처신을 해야 맞는 것인지 헷갈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 장혜란과는 달리 손홍준 회장은 자신이 어떠한 자세로 장선동 회장을 상대해야 하는지 그 입장이 명확하게 서 있는 상태였다.
재경과 부경의 위치가 완벽하게 역전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한 일은 두 아들을 믿고 지원을 해 준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정태와 정훈이.
두 아들이 미래금융과 함께 지금 이 입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부분에 있어 지금은 두 아들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자랑스러움이 더 크게 앞서고 있었고, 그랬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어떠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했다.
“아주머님도 함께 오시는 건 줄 알았는데, 형님 혼자 오셨네요?”
손 회장 내외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서비스 직원이 들어와 사기로 된 작은 찻잔에 깔끔한 향이 깊게 우러난 재스민차를 대접했다.
그 찻잔을 입술에 붙여 살짝 맛만 본 다음, 손 회장이 물었다.
“밖에 나올 기분이 아닌 가 봐. 하하. 안 그렇겠어?”
“그래도 오늘 같은 날 모처럼 다 같이 자리했음 더 좋았을 텐데.”
“다음에 하면 되지. 집사람이 보기하고 다르게 예민하잖아.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혼자 만나고 오라네.”
손 회장은 그저 예의상 물어본 것일 뿐, 크게 궁금한 부분은 아니었다는 듯 곧바로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시겠어요, 아님 이야기부터 끝내 놓고 식사를 하시겠어요?”
“손 서방은 뭐가 편하겠어? 손 서방 편할 대로 해.”
“그럼 식사는 이야기 끝내 놓고 하는 걸로 하죠. 오랜만에 만나서 함께 식사하는데, 무거운 일 이야기를 테이블 위로 올리는 것도 크게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닐 거 같은데.”
“그럴까? 그럼 내가 부탁을 좀….”
“그 전에요, 형님.”
일방적으로 장선동 회장의 말을 잘라 놓고 손 회장이 말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장혜란은 숨이 막히는 듯한 질식감이 들었다.
“어, 그래. 먼저 말해.”
“여기까지 오셨는데, 제 조카 놈 소개부터 시켜 드릴까 해서요. 아시죠, 정엽이. 홍명이 형님 아들.”
장혜란은 식탁 아래로 두 손을 얼른 감춰 내려 떨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장선동 회장의 두 눈에서도 미세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손홍준 회장의 표정만큼은 아주 단호했다.
“딴 데였다면 모를까, 작은아버지가 돼서 조카 놈 호텔에 와 식사를 하는데,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가기가 좀 그렇네요. 그 참에 정식으로 소개도 좀 시켜 주고. 그놈 어릴 때 한두 번 정도는 보셨을 거 아닙니까.”
“봤지. 기억 나. 생생해. 손홍명 회장 판박이었잖아. 하하.”
“지금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체격에 성격까지… 진짜 홍명이 형님 그대로예요. 잠깐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하라고 해도 괜찮겠죠?”
“…그, 그럼. 괜찮지. 나는 기억이 나는데, 워낙 옛날이라 손 대표는 날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네. 하하.”
장혜란은 궁지로 몰려 버린 오빠의 다급함보다, 오빠를 작정하고 궁지로 몰아가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칼날을 숨기며 살아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세월이 얼마인데 그 칼날이 무뎌지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까지 예리했었나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룸 안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을 손짓으로 부른 손 회장은 손정엽 대표에게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채 몇 분이 지나지도 않아 손정엽 JK 드 누락의 대표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장선동 회장은 자신이 부탁할 내용은 꺼내지도 못한 지금, 벌써부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불편했다.
“바쁜데 보자고 한 거 아냐?”
“아니에요, 작은아버지. 제가 바쁠 게 뭐가 있습니까. 숙모님도 같이 오셨네요. 잘 지내셨죠, 숙모님.”
“…어, 그럼.”
장혜란과 감정 없는 인사를 주고받은 정엽이에게 손 회장은 자신과 마주 보고 앉은 장선동 회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먼저 인사를 하라고 시켰다.
“부경화학의 장선동 회장님. 기억을 할는지 모르겠다만, 너 어렸을 때 우리 집안에 행사가 있고 하면 아무리 중요한 약속이 미리 잡혀 있어도 만사를 다 제쳐 두고 가장 먼저 자리에 와 주셨던 분이야.”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은 못 하지만, 누군지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손정엽입니다.”
깍듯하게 허리까지 접어 가며 인사를 건네는 손정엽 대표를 향해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비록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속내를 숨겨 놓고 먼저 손을 내미는 장선동 회장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손 대표. 손 대표 이야기는 내가 최근에 자주 들었어요.”
그의 손을 맞잡으며 손정엽이 말했다.
“저는 항상 회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당혹스러울 정도로 악수를 하는 손에 힘을 싣고 있는 상대에게, 장선동 회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재차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제가 도와주고 자시고 할 거나 있겠습니까, 하하.”
* * *
어쩜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요?
“그럼 편하게 이야기 나누십시오.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손정엽 대표가 고개를 깊게 숙여 자리를 비켜 준 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라운드 테이블 위로는 중식 전용 회전판이 올려져 있었다.
그 회전판을 가볍게 돌려, 재스민차가 담긴 사기 주전자를 자기 앞으로 오게 만든 손홍준 회장은 비어 있는 자신의 잔에 다시금 그 차를 채워 놓았다.
그리고 상대 장선동 회장 앞으로 회전판을 돌려 주전자가 가게 만들었다.
“이야기하시지요, 형님.”
“좀 도와줘. 상황이 많이 안 좋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지금 정훈이가 잡고 있는 소송 건. 그것부터 정리가 좀 들어갔음 좋겠는데….”
손 회장의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갔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그러는 동안 장혜란은 곁눈질로만 자기 남편의 표정을 훑은 후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 건은… 글쎄요. 시작부터 제가 정훈이한테 전권을 위임한 내용이라 이제 와서 제가 정리를 해라, 마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에요.”
“손 서방….”
“그렇잖아요. 형님이나 저나 언제까지 계속 회장일 순 없습니다. 앞으로 길어 봤자 10년 정도예요. 그 전에 후계 구도 다 만들어 놓고, 저 없이도 자기들끼리 잘해 나갈 수 있게끔 만들어야죠. 제 아들놈들한테는 저처럼 아무런 보호막 없이 시작부터 모든 걸 다 책임지고 세상과 외롭게 싸우게끔 만들고 싶지가 않습니다. 자립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우리가 사자 새끼들도 아니고, 어떻게 시작부터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려 보겠어요?”
“…….”
“자립에도 어느 정도의 보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섭섭하게 들리시겠지만, 해당 소송 건은 제가 정훈이의 실력과 근성, 그리고 기질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입니다. 얼마나 더 끌고 갈지, 그래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아주 큰 기대를 하면서 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궁금합니다. 정훈이가 상황을 계속 더 악화시켰을 때 우리 재경 쪽으로 안 좋은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까, 그렇게 될 경우 제가 그걸 막아 줄 수 있을까… 그간 제가 너무 안전한 길로만 재경을 이끌어 왔단 생각이 들더군요. 안전한 길이란 건 결국은 누군가가 먼저 그 길을 가며 안전하게 닦아 놓았기 때문인데, 남이 먼저 갔던 길만 계속 따라가려 했으니, 재경에 발전이 있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만큼 했으면 이미 충분해.”
“그건 제가 판단을 할 문제고요, 형님.”
손홍준 회장의 단호한 입장 앞에 장선동 회장은 물론이고 장혜란까지도 움찔하며 그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재경이 언제까지 부경이 잡아 놓는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움직일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무슨 그런 말이 있어? 우리가 언제 재경 쪽으로 가이드라인을 잡았다고 그래?”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그렇게 재경을 이끌었던 건 제 대에서 끝을 내겠습니다. 정태, 정훈이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게끔, 주도적으로 자기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게끔 만들어 줄 생각인데, 섭섭하시더라도 이번엔 형님이 좀 이해를 해 주세요.”
손홍준 회장.
부경에서 시킨다고 무조건 다 따라 줬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만의 정확한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 강단의 유지가 가능했던 실력 역시 충분했던 인물.
하지만 주위에 워낙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부경을 상대로는 항상 끌려다녀야만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기업을 유지하는 데 실력 있는 인재보다 더 필요하고 절대적인 부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줄이었다.
원래의 재경 것이었던 줄들 마저 모두 거머쥐고서 그 줄로 손홍준 회장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 버렸던 부경.
항공을 제외한 메이저 사업군이 없었다는 것도 재경이 힘 있는 새 줄을 잡아 내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비록 그만의 강단이 확실한 인물이긴 했지만, 이렇듯 단호한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무척 드문 일이었다.
“그 부분은 제가 도움을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여보.”
힘들게 입을 뗀 장혜란.
하지만 손 회장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알만 옆으로 돌려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가만히 있지.”
“…….”
손 회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차가운 한마디로 입장이 가장 어색해진 인물은 다름 아닌 장선동 회장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민망해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 악화의 수위가 단순히 영업적 매출 정도가 아닌 부경화학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에, 결국 장선동 회장은 모든 걸 다 내려놓는 심정으로 손홍준 회장에게 부탁했다.
“그럼 지금 막고 있는 마트 쪽 판로라도 열어 줘.”
“그건 저한테 부탁을 하실 게 아니라 태영마트 구 사장을 만나서 나누실 내용 아닙니까?”
“손 서방, 자네 정말 이럴 거야? 태영마트뿐 아니라 다른 마트 총판 쪽으로도 정훈이가 부경마트 잡겠다고 미리 다 손을 썼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그게 어디 손만 쓴다고 될 일입니까? 그리고 그게 어디 정훈이가 형님네 화학 잡겠다고 그런 거예요? 살겠다고 그런 거예요, 살겠다고. 부경통신에서 친 장난에 우린 생존의 위협을 느꼈고,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손을 쓴 게 그거 아닙니까.”
“우리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내가 전화 통화로도 몇 번이나 말을 했잖아.”
“그래서 제가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사과를 형님한테 지금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죄송하다고.”
할 말은 많았지만, 차마 입에 담기고 있는 억센 표현들을 예전처럼 여과 없이 손 회장 앞에서 내뱉을 수가 없었던 장선동 회장이었다.
“정태가 마트 사업권 가져가는 그림이던데,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도 우리 물건들은 다 빠지는 건가?”
“그 부분 역시 저는 큰 줄기의 보고만 받을 생각입니다. 스너프 자체가 저희 재경에선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업이잖아요. 처음 출발시킬 때 했던 예상과는 달리 너무 빨리 몸집이 커져 버렸어요. 특이 이번에 마트 사업권까지 가져오면 항공보다 더 커집니다. 그걸 정태가 과연 어떻게 핸들링을 해낼지, 또 부경화학 관련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대 반, 걱정 반… 그런 상태입니다.”
“손 서방. 제발 나한테는 그러지 마. 나는 정말 선길이를 말렸던 사람이라고. 그건 자네도 정훈이 통해 어느 정도는 전해 들었을 거 아냐?”
장혜란의 눈썹 끝이 꿈틀거렸다.
정훈이를 통해?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하지만 앞서 오빠가 있는 자리에서 남편에게 엄한 지적을 당한 상태라 쉽사리 대화에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저도 형님이 이렇게 나오셔서 입장이 상당히 난처합니다.”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뭐야?
그 물음 앞에 손홍준 회장은 속으로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음을 느꼈다.
재경의 생살 같았던 계열사들을 부경 쪽으로 빼앗길 당시, 더 정확하게 말해 장인에게 뜯길 당시 자신이 장인에게 악다구니를 지르며 던졌던 물음이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어떻게 사위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냐며.
서로 위험한 상태라면 몰라도, 그쪽은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지 않냐며, 그런데도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냐고… 그렇게 손 회장은 당시 자신의 장인에게 악다구니를 지르며 물었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속으로 치솟고 있는 천불을 가까스로 잠재 워놓고 찻잔을 입술에 붙인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원하는 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게 그 당시 자신의 장인이 자신에게 내놓았던 대답을 똑같이 해 준 뒤 장선동 회장과 장혜란을 번갈아 쳐다봤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장선동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제발 나 좀 살려 주게, 손 서방. 내 앞으로 손 서방이 시키는 거라면 그게 뭐든 다 할게. 정말이야.”
결국 장혜란은 자신의 첫째 오빠가 자신과 자신의 남편 앞에서 밑바닥까지 다 까뒤집어 애원하는 모습에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아 버렸다.
탁.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은 뒤 손홍준 회장이 말했다.
“부경통신 소송 건은 말씀드린 대로 정훈이가 어디까지 끌고 갈지 궁금한 마음이 커서 그냥 내버려 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유통 관련 판로 건도 정태의 의견을 존중해 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도 마음이 참 안 좋습니다. 형님이 오죽 다급하시면 저나 이 사람 앞에서 이런 모습까지 다 보이실까 싶기도 하고. 그럼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천천히 눈을 뜨며 고개를 든 장혜란.
그녀는 실눈으로 자신의 남편을 쳐다봤다.
“현재 형님 쪽으로 은행권 자금줄이 더는 못 들어가고 있는 상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은행권 자금줄 정도는 제가 물꼬를 터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 어떻게?”
“돈줄이라는 게 사람 따라 생기는 겁니까, 어디. 돈 따라 생기는 거지. 물산 지분은 이미 이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그대로 두고, 화학, 화재 쪽 지분을 저희 재경이 조금씩 매입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제야 장선동 회장은 이 모든 밑그림이 결국은 정훈이로부터 나왔고, 부경유통을 반으로 쪼개기 위해 자신에게 화재 지분 12퍼센트를 넘겼을 때부터 이미 시작된 계획이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당시 화재 지분 12퍼센를 받아 줬을 때와 비교해 지금의 부경화재 주가는 절반 밑으로 폭락을 해 있는 상태.
결국 이 모든 사달의 시발점은 자신이 정훈이에게 화재 지분을 넘겨받고 유통 지분을 내어 준 거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장선동 회장은 터져 나오는 헛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절실한 은행권 자금, 저희 쪽으로 이자 없이 먼저 당겨쓰신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실 겁니다. 나갈 이자가 있습니까, 잡힐 담보가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저희 쪽에서 화학, 화재 지분을 12퍼센트씩 매입을 해 드릴 테니까, 급한 대로 그걸로 위험한 장면은 넘겨 보시죠. 지분 매입 형식으로 저희 쪽 투자가 들어가면 은행권에서도 생각이 바뀔 겁니다.”
“허, 허, 허허허허….”
“그리고 정태, 정훈이 입장에서도 생각이 많아지겠죠. 물산 지분 12퍼센트만 가지고 있는 것과 화학, 화재에까지 각각 12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건 전혀 다른 내용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지켜 줘야 하는 상대로 바뀌는 건데, 정태는 정태대로 마트, 백화점 쪽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려 할 거고, 정훈이도 정훈이대로 이미 통신 쪽과는 끝난 소송 내용을 더 길게 가져갈 이유가 있겠어요?”
“…….”
“전권을 다 위임해 놓고, 중간에 끼어들어 하라, 하지 마라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준 다음에 어떤 선택들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게 맞겠다 싶네요. 지금 제가 형님 쪽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게 최선이지 싶은데, 형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손 서방.”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어 놓고 장선동 회장이 말했다.
“고맙네. 내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안 잊을게.”
식사를 끝낸 손홍준 회장과 장혜란은 호텔 입구에서 장선동 회장을 먼저 차를 태워 보낸 후, 자신들의 차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JK 드 누락 측에서 손정엽 대표와 총지배인이 배웅을 나오려 했지만, 그마저도 사양을 하고 일반 고객처럼 자신들의 차량을 기다렸다.
“꼭 그래야만 했어요?”
장선동의 차량이 출발하기가 무섭게 장혜란이 못내 섭섭하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