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7)
난 고개를 끄덕여 놓고 물었다.
“지난 하반기 인센티브 정산하면서 보니까, 결국 영업부 전체 개인 실적 1위를 했더군요.”
“과장님 앞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차 대리 건은 정말 과장님 역할이 크셨습니다. 그때 그렇게 못 잡았음 영업부 자체적으로 정말 큰 손실이 될 뻔했습니다.”
“저보다는 부장님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기 때문이겠죠. 도대체 얼마나 일 잘하는 인재이길래, 부장이 대리 승진을 시키겠다고 이달의 사원상을 두 번이나 받게 만들었을까… 그 생각만 가지고 잡았던 겁니다, 저는.”
“앞으로 차 대리는 더 날아다닐 겁니다. 그냥 딱 보면 알아요.”
너보단 내가 더 잘 알겠지.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는 친구를 그렇게 좁은 하늘 안에서만 놀게 하면 안 된다.
“그 차 대리를….”
우선 술잔을 들었고, 연 부장과 가볍게 잔을 맞춰 입에 털어 넣은 후 말을 이었다.
“이번에 론칭하게 될 골프 웨어 영업팀으로 배정을 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차 대리를요?”
“네.”
“음… 그건 좀….”
역시나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는 연 부장.
“본인이 옮기겠다고 할까요? 이미 영업2팀에서 에이스로 활동을 하고 있고, 맡고 있는 브랜드들도 쟁쟁한데 굳이….”
“한번 물어나 봐 주세요. 제가 그렇게 운을 띄웠다고 하시면서요.”
이렇게 못을 박아 놔야 내 생각을 짬 시킬 엄두를 못 내겠지.
“저 역시 인사부 일을 하면서 부장님 못지않게 차 대리를 귀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연 부장은 나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길게 보는 겁니다. 차 대리가 맡고 있는 브랜드들. 차 대리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거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맡고 있는 브랜드 자체가 좋죠.”
“…….”
“그 좋은 브랜드들을 들고 좋은 성적을 못 만들어 내는 게 더 이상한 거잖아요. 그게 어디 브랜드 실력인 거지, 우리 영업 직원들의 진짜 실력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차 대리는….”
“알고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를 다른 직원이 맡았을 때와 비교해 더 크게 띄우고 있다는 걸요. 그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그 재능을 실력으로 만들어 줘야죠.”
“…….”
“새로 론칭할 골프 브랜드. 분명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될 수밖에 없게끔 판을 만들고 있습니다.”
“될 수밖에 없게끔요?”
“네, 그건 지금 설명을 드리기엔 자리가 너무 길어지니까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요, 아무리 판을 잘 짜도 그 판을 촘촘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없으면 판을 짜는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번엔 내가 직접 연 부장의 잔을 채웠다.
“골프 웨어 브랜드가 확정되고 전담 영업팀을 꾸리실 때, 그 팀의 대리는 차 대리한테 맡겨 보세요. 제가 제안을 한 거라고 말씀하시면, 틀림없이 하겠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영업하는 사람한테 인센티브는 중요합니다.”
“사람에 따라 더 중요한 게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부장님께서 인센티브 비율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서 저희 쪽으로 보내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자체 브랜드와 라이선스만 가지고 대신 팔아 주는 브랜드에는 남는 마진이 다른데, 인센티브도 달라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회사가 그 정도 융통성도 발휘를 못 해 주겠습니까? 오히려 부서장들에게 그런 융통성을 기대하고 있겠죠.”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말과 함께 술잔을 비운 연 부장.
그는 곧 왜 하필이면 과장급을 지목하는 게 아닌 대리급의 차 대리를 지목한 거냐고 내게 물었다.
“영업이라는 건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증명을 하는 거죠.”
“……?”
“백날 우리 물건 좋다고 설명만 하면 누가 그 설명을 들어 주겠습니까? 누가 그 설명만 듣고 사겠냐고요. 그냥 사람들이 좋다고 믿을 수밖에 없도록 증명하는 게 진짜 영업 아닙니까?”
“…네, 그렇죠.”
“그걸 저한테 증명해 줬어요, 차 대리가. 처음 사직서를 가지고 인사부를 찾아왔을 때, 제가 생뚜앙 지사를 제안했죠.”
“네, 알고 있습니다.”
“다음 날 그 지원서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저한테 주더군요.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고, 하지만 파견 근무 말고 그냥 계속 영업2팀에 남겠다고 하면서요.”
“…….”
“영업부 전체 개인 실적 1위를 한번 해 봐야겠다고, 그걸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졌다고 했어요. 그런 다음 파견 근무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을 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흠….”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게 얼마나 신나고 재미가 있는지를 알기 시작했을 겁니다. 거기에 한번 맛을 들이면, 인센티브보다 더 큰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그런 기질이 없는 사람은 영업 실적 1위를 할 수가 없어요. 지기 싫은 본능,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솔직함. 그런 걸 가지고 있다는 걸 이미 증명했잖아요. 그래서 차 대리인 겁니다.”
* * *
손자의 몸에서 본격적인 새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손중길.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크기는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어 가고 있었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진 부경 백화점 2층의 여성복 코너.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가벽으로 입구가 막혀 있는 매장이 하나 있다.
바로 시니어즈 여성복 매장이었다.
폐점과 동시에 인테리어 마무리 작업을 해야 했기에 신기한 팀장을 비롯해 VMD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2주에 걸쳐 진행됐던 인테리어 공사.
바로 내일부터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밤새 모든 마무리 작업을 끝내 놓아야만 했다.
신기한 팀장은 출력한 이미지와 실물 디스플레이 소품들을 일일이 대조해 가며 확인을 시작했다.
그 옆으로는 상품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해 따라 나온 팀원들이 대기를 타고 있었다.
팀장의 최종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디스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다.
“조명 좋고, 아코딩(스탠딩 디스플레이)은 됐고, 마네킹도 됐고, 상판도 이만하면 됐고, 벽판… X 됐고.”
“……!”
팀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팀장은 얼른 현장 소장을 불렀다.
“소장님, 벽판 이거 왜 이래요?”
“벽판이 왜?”
“이거 우리가 뽑아 준 이미지랑 다르잖아요.”
현장 소장은 한발 빠질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고 있던 참이다.
“뭐가 달라요? 다를 수가 있나.”
“아니, 눈이 있으면 보세요.”
신기한 팀장은 들고 있던 이미지를 현장 소장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지금 카운터 쪽으로 이만큼이나 나와 버리면 어떻게 해요? 브랜드 노출 공간이 너무 답답해 보이잖아요.”
“아니지. 그건 우리한테 물어볼 게 아니라, 벽판 발주를 넣은 사람한테 왜 이렇게 발주를 했느냐고 물어야지.”
“뭔 소리야?”
짜증 섞인 표정으로 신기한 팀장이 현장 소장의 발목을 잡았다.
“실수가 났으면 다시 맞추자고 하면 되는 거지, 왜 소장님답지 않게 안 하던 억지를 부려요? 벽판이 언제 사이즈 딱 맞게 들어온 적 있어요? 이거 이만큼 걷어 내야 한다. 다시 뜯어서 한 20센티 정도 잘라서 다시 붙여 주세요.”
그제야 현장 소장이 실수를 인정하듯 신 팀장 곁으로 슬쩍 다가갔다.
“이번만 그냥 이대로 가자.”
“무슨 소리 합니까, 지금.”
“내일 오픈이잖아요. 지금 이거 뜯어서 자르고 다시 붙이면, 내일 아침이나 돼야 말라.”
“사이즈 잘못 잡혔다는 거 언제 아셨어요?”
“나도 금방 알았어. 벽판은 항상 제일 마지막에 붙이잖아. 일 시켜 놓고 잠깐 다른 현장 갔다 와서 보니까, 이렇게 돼 있네. 근데 크게 나쁘지도 않잖아. 높이가 맞으니까 너비도 이대로 가는 줄 알고 그냥 박은 모양이야. 신 팀장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지, 본사 사람들은 봐도 몰라.”
“누가 봐서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브랜드가 답답해 보인다고요, 브랜드가. 나랑 같이 장사한 지 원박투데이도 아니면서 이러면 진짜 곤란하죠. 이럼 소장님네 사무소를 추천한 제가 뭐가 됩니까?”
자기 팀원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짓고 있는 현장 소장.
그리고 신 팀장을 따라 상품 디스플레이를 하러 온 본사 VMD 팀원들까지 숨을 죽이며 신 팀장의 입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뜯으세요.”
“하….”
“뜯어서 치수 정확하게 맞추고, 이렇게 꼼수 쓰지 말고 브랜드 로고도 정상 자리에 붙여 주세요.”
다들 눈을 질끈 감거나 아랫입술을 깨무는 등, 실수가 난 당사자를 노려보며 답답함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잠깐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 시간에 누가 가벽으로 막아 놓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일까?
안에 모인 모두는 의아한 표정으로 가벽에 난 간이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장님?”
손정훈 과장이 전략기획팀 강인성 과장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 *
나 좀 만나
분위기가 왜 이래?
분당점 시니어즈 인테리어가 끝이 났단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방문을 해 봤다.
신기한 팀장의 디스플레이 실력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인테리어야 인테리어 업체가 하는 것.
그 안을 우리 상품으로 꾸미는 게 진짜 VMD의 역할이니까.
상품이 디스플레이가 되기 전 매장 모습과 디스플레이가 된 이후의 매장 모습을 직접 비교해 봐야만 VMD팀의 진짜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거다.
지금쯤 한창 디스플레이 준비로 정신이 없을 거라는 건 알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 탓에 강인성 과장과 함께 직접 매장 구경을 와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과장님이 어쩐 일로….”
신기한 팀장은 표정 관리를 못 하는 사람답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어쨌거나 내게 아는 척을 해 왔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다길래, 지금부터 디스플레이 시작하실 거 같아 구경 삼아 잠시 와 봤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다른 직원들과 외주 인테리어 업체 사람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제발 신 팀장이 사실대로 말을 하지 않길 바라는 눈치.
하지만 신 팀장은 씩씩거리며 사실대로 내게 말을 해 주었다.
“알고 지낸 지 몇 년 되어서 그래도 믿고 맡겼는데, 마감에 성의가 없네요.”
신 팀장의 솔직함이 매장 안의 공기를 삽시간에 얼음으로 만들어 버렸다.
인테리어 업체 소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약하게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떨궜다.
그런데 난 아무리 봐도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내 기준에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마감이 잘된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다시 신기한 팀장한테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난 거냐고 물었는데, 이 친구가 감정 조절을 영 못하는 거였다.
“이거 좀 보십시오!”
순간 나한테 화를 내는 건 줄 알았다.
“분명 우리 쪽에서 이렇게 디자인을 넣어 주면서 옆에 사이즈까지 다 기입을 해 놨는데, 벽판을 이렇게 붙여 놨잖아요!”
왜 나한테 화를 내지?
옆에서 강 과장이 신 팀장에게 뭐라고 하려는 걸 내가 겨우 말렸다.
눈으로만 강 과장에게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준 뒤, 신 팀장이 말하는 문제점을 내 눈으로 확인해 봤다.
“그렇네요. 비교해서 보니까 이미지하고 차이가 좀 있긴 하네.”
신 팀장이 현장 소장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재촉했다.
“뜯으라고요.”
반면에 현장 소장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자신의 뒤통수만 북북 긁어 댔다.
“아, 뜯어서 다시 사이즈 맞춰 주세요!”
“신 팀장. 인정해. 우리 쪽 실수 맞아. 그런데 내가 말했잖아. 뜯어서 새로 맞추는 건 하면 돼. 그런데 그러면 내일 아침까지 이거 안 마른다니까? 최소 12시간은 기다려야 해.”
“벽판 디스플레이는 내일 아침에 해도 돼요. 그 몇 시간 때문에 1년 넘게 쓸 이 공간에 실수가 난 걸 그냥 넘기자고? 말 같은 소릴 해야지!”
“그럼 이거 뜯어서 다시 붙일 때까지 신 팀장이랑 같이 온 사람들은 기다려야 하잖아. 이게 그냥 뜯었다 다시 붙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기계 가지고 와서 벽판 잘라야지. 그럼 톱밥 날리는 건 어떻게 할 거요? 톱밥 날리는 상태에서 디스플레이를 할 거요? 청소는 어떻게 할 거냐고. 벽판 다시 사이즈 맞추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거 뜯는 순간 내일 아침에 오픈 못 하게 되는 거예요.”
신 팀장의 돌아이 기질이 제대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아침에 못 하면 오후에 하면 되지.”
“신 팀장.”
“나는 이걸 못 참겠다고요. 내 디자인이 아니라고!”
“하, 저놈의 고집. 알았어요, 알았어. 난 모르겠어. 우리 쪽에서 난 실수에 대한 부분은 책임을 지겠지만, 내일 시간 맞춰서 오픈을 못 하는 건 어디까지나 신 팀장 결정이니까 신 팀장이 책임을 져요.”
“책임을 지는 건 지면 되는데, 소장님 말 그딴 식으로 하면 앞으로 더는 같이 못 해요.”
“누가 할 소리! 나도 이렇게 별것도 아닌 걸로 예민하게 굴면, 신 팀장이 무슨 공사를 맡기더라도 더는 안 받고 싶어! 야, 뭐 해! 뜯어!”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며 싸운 사람들이라고 하기엔, 벽판을 뜯는 걸로 결정이 난 이후부터 보여 준 모습에 상당한 괴리가 느껴졌다.
벽판을 뜯기 시작한 인부들을 감독하며 누군가가 발을 헛디뎌 휘청거리자 킥킥거리며 놀리는 현장 소장.
작업 시간이 길어진 게 기정사실화되어 버린 바람에 의욕이 꺾인 VMD팀을 다독이며 돌발 상황 앞에서 어떻게 작업을 진행해 나갈지 작전을 짜 주기 시작하는 신 팀장.
내 눈에 그 둘은 정상이 아니었다.
“일단 벽판 커팅 시작되면 소장님 말대로 톱밥 장난 아니게 날릴 거예요. 그렇다고 내일 아침 오픈인데 마냥 기다릴 순 없고, 벽판 작업 새로 하는 동안 우린 상품 분류부터 합시다. 희정 씨.”
“네, 팀장님.”
“매직 들고 상품 박스에 표기 좀 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 우리가 시간이 촉박해졌잖아.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상책은 완벽한 상품 분류에요. 공사 끝나는 순간 박스 뜯고 바로 상품 꺼내서 걸 수 있게끔 좌벽 상품, 우벽 상품, 숍 중앙 행거 상품을 다 나눠 놔요.”
“네.”
“그리고 찬원 씨는 지금 바로 윈도우 디스플레이 들어가요. 어차피 톱밥이 날려도 윈도우까지 가진 않을 거야. 마네킹에 입히는 거니까 톱밥 좀 날려도 큰 상관은 없고. 내일 아침에 먼지 한번 싹 걷어 내면 돼. 규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