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다시 해보려고요.(10/287)
다시 해보려고요.
“나 영화 진짜 오랜만에 본다.”
“오빠는 기분 이상하겠다. 그치?”
“글쎄······.”
박현아는 쌍둥이를 잘 챙기는 윤제이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애들도 잘 따르네.’
동생들을 위해 일부러 휴가를 내고 시간을 보냈다는 걸 들어 알았지만, 이렇게 친해진 줄은 몰랐다.
박현아는 우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자식들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지만, 믿음직한 어른이 곁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건 기꺼운 일이다.
“재개봉인데 사람 진짜 많다.”
“그러게.”
어쩐지 티켓 디자인이 범상치 않더라니, 단순 경호원에게 관계자 시사회 티켓을 줘도 되는 건가.
입구에는 포토월이 세워져 있었고, 누가 봐도 연예인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손을 올리며 자세를 잡고 있었다.
윤제이는 기자들이 그들 가족을 알아보자, 뒤로 쑥 빠졌다.
“어, 형은 어디······.”
“같이 안 올라오려나 봐.”
윤도준의 시선에 윤제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잘나가는 아이돌인 쌍둥이야 말할 것도 없고, 박현아도 제법 유명 드라마 작가라서 아는 사람이 많았다.
‘다른 쪽으로 들어가야겠는데······.’
안 그래도 요새 필요 없는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이들과 연이 닿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더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몇몇 기자들은 조용히 들어가는 윤제이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일반인이긴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화제 되어 클릭 수를 보장하기도 했고, 곧 데뷔 예정이라는 루머까지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새 자주 보이네. 데뷔하려나······.’
‘벌써 소속사 구한 건 아니겠지? 내 명함이 어딨더라.’
‘조유경이 밀어주면 무조건 뜬다는 얘기가 있지 당장 권민재나 엄예나만 봐도······.’
영화관에 들어서도 시선들이 따라붙었다. 그게 거슬려서 윤제이는 화장실로 들어가 괜히 손만 씻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제이, 왔구나.”
그를 뒤따라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영창 감독이었다. <어린이>의 재개봉도 기쁘지만, 윤제이가 와서 더 기뻤다.
“그 선배님이 요즘 귀찮게 했지?”
“괜찮습니다. 이미 사과도 받았고요.”
“그래? 그럼 다행이다.”
조유경 고집 보통 아닌데 순순히 사과했다고? 역시 윤제희한테는 약하다니까······ 이영창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시 보게 되는 소감이 어때?”
“사실 다시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때는 보다가 도중에 잤거든요.”
“하하! 그랬었지.”
이영창이 그리운 얼굴로 과거를 회상했다.
<어린이>의 편집이 끝나고 그간 고생했던 스태프들과 배우 그리고 관계사 직원들을 초대해 비공개 시사회를 한 적 있었다.
상영 내내 모두를 감탄하게 했던 어린 주연 배우는 화면 속 자신이 신기하지도 않은지 까무룩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을 귀엽다고 사진에 남겼던 적도 있었다.
“그럼 그 뒤로는 한 번도 보지 않았었니?”
“사는 게 바빠서요.”
“그랬구나······.”
사는 게 바쁘다는 말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은 이영창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어린이>로 명성을 얻긴 했지만, 상처만 받고 떠났으니······.
“편집을 새로 했으니 아마 예전과는 다를 거다. 시간 됐으니 이만 들어갈까?”
“네.”
두 사람이 그곳을 빠져나오고,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영창 감독이랑······ 누구지?’
분명히 예전과는 다르다고 했다. 친분이 좀 있는 사이인가? 변기에 앉아 의도치 않게 엿들었던 기자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조사 좀 해볼까? 특종의 냄새가 난다.
***
영화관의 조명이 서서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줄어든다. 기대된다고 속닥이던 쌍둥이도 입을 꾸욱 다물고 화면에 집중했다.
<어린이>는 2001년에 개봉했고, 무려 21년이나 지난 옛날 영화다. 최대한 때깔을 살려 봤지만,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다른 분야에 있거나 젊은 사람들은 재밌게 보고 있지만, 잔뼈 굵은 영화인들은 지루할 만할 수도 있었다.
‘조 부회장이 초대해서 왔긴 했는데······ <어린이>는 몇십 번을 봤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눈 좀 붙여야겠다.’
몇몇 관객은 팔짱을 끼고 심드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길과 계단을 사용한 연출이나 당시에는 실험적이었던 카메라 앵글, 의미가 담긴 소품 활용 등 영화 좀 자주 봤다 하면 익숙한 장면이 오프닝부터 눈에 띄었다.
그럴 만한 게, <어린이>는 개봉하자마자 흥행과 상을 휩쓸었다. 자연스레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의 바이블 격이 되어서 훗날 <어린이>와 비슷한 장치를 많이 빌렸기 때문이다.
윤제희의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개봉했던 해, 그리고 다음 해 연극영화과 지망생이 앞다투어 입시 과제로 준비한 건 <어린이> 속 윤제희의 모습이었다.
(동화야! 어디 있어?!)
(······네!)
그리고 드디어 ‘박동화’가 화면에 등장한다.
(안경 안 불편해?)
(괜, 타나요.)
아이의 굽은 손가락이 안경을 매만진다. 이리저리 튀는 눈동자는 심지어 사시가 되기도 한다. 이게 정말 저런 어린 애가 하는 연기라니.
‘역시 원조는 다르네.’
‘저거 찍을 때가 몇 살이지? 아홉 살, 열 살인가?’
이미 전에 <어린이>를 이미 봤었던 사람들이 다시 봐도 감탄하게 되는 어린 주연 배우의 연기. 팔짱을 스륵 풀고 집중하게 된다.
<어린이>의 초반부는 평화롭게 흘러간다.
처한 상황도 좋지 않고, 어려운 살림이지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는 엄마.
그리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박동화의 모습을 그림처럼 담아내 저절로 이 모자를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추운데 나와 있으면 어떡해!)
(죄, 죄송······.)
(길도 얼었는데 다치면 어쩔 뻔했어!)
하지만 추영미가 맡은 배역, ‘엄마’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뭐든 다 하는 헌신적인 엄마로 나오다가 중반부로 가면서 점점 변한다.
엄마는 얼음 길 때문에 위험한 아이를 위해 보조기를 손보고, 뜨거운 물로 길바닥의 얼음을 녹인다. 그리고 그 와중에 태권도장 버스가 앞에 정차한다.
(어머, 동화 엄마. 거기서 뭐 해? 설마 애 때문에 길 다 녹이는 거야?)
(하하, 네······.)
(진짜 대단해. 저러기 쉽지 않은데······.)
그동안 벤치에 앉은 아이는 추위에 덜덜 떨며 엄마를 지켜본다. 엄마가 없으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여기서부터 눈치 빠른 사람은 알게 될 약간의 모순이 보인다. 윤도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왜 하필 태권도장 버스지?’
태권도장의 버스는 비슷한 시간에 정차한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엄마’는 정말 박동화를 위하는 게 맞나?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얼음을 녹이는 게 아닌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묘하네······.’
아이를 위해 길바닥의 얼음을 녹여 주는 동안 아이는 방치된다. 관객은 여태껏 좋은 엄마로 비쳤던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 아들, 재밌었어?)
(응!)
태권도장에서 내리는 자식을 반기는 엄마를 비추며 ‘엄마’와 은근한 대비를 보여준다.
(동화야. 기다렸지?)
(으, 응.)
(몸이 얼음장이네, 빨리 들어가자.)
이윽고 화면은 뒤늦게 엄마의 품에 안긴 박동화의 표정을 클로즈업한다.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게 되는 눈빛이다. 슬퍼 보이기도 하고 기뻐 보이기도 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안면을 연기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담는 것이 과연 쉬울까?
‘이 연기를 오빠가 아홉 살 때 한 거라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윤도화는 아이돌 연습생 시절 잠시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윤제희’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아깝다.’
어릴 때부터 떡잎이 남다른데, 그 재능이 그냥 사라졌을까? 그냥 평범한 경호원 1로 사는 건 내가 다 아쉽다. 윤도화는 제 옆에 앉은 윤제이를 흘끔 바라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윤제이는 웃고 있었다. 윤도화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밝은 미소였다.
***
<어린이>의 재개봉이 성공적으로 시작되고, 조유경은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마지막 경호를 맡은 윤제이는 자진해서 조유경의 뒤에 섰다.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
그냥 이렇게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예전처럼.
조유경이 얼마나 윤제희의 복귀를 염원해왔는지는 경호 일을 하면서 아주 잘 느꼈다. 너무도 안타까워서 체면도 잊고 이리저리 소개할 만하다는 것을.
그리고 <어린이>는 정말 재밌었다. 이걸 왜 그동안 안 봤지 싶을 정도로.
시사회 이후 윤제이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개봉 후에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가 아니라 이걸 찍는 동안 나는 좋았었나? 에 초점을 맞췄다.
‘재밌었어.’
그 당시의 기분을 떠올리니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쁨으로 벅차올랐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다. 고질적인 공포증을 없애고도 싶었고.
“저, 다시 해보려고요.”
“······어, 어?!”
“지금은 그냥 지켜봐 주세요.”
작정하고 뒷배가 되어 준다는데 그걸 거절할 정도로 여유 넘치는 건 아니다. 소문이 이상하게 난 것 때문에 의도치 않게 빚을 지웠으니 나중에 잘 써먹어야지.
늘 무표정했던 윤제이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조유경은 그 표정에서 천진난만했던 ‘윤제희’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다시 평소대로 돌아온 윤제이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뒤를 돌아 바깥으로 나갔다.
놀라서 멈춰 있던 조유경은 뒤늦게 깨어났다.
‘다시 한다고?’
정말? 연기를? 잘 안될 줄 알고 체념했던 조유경의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다.
‘이모라고 불린 것도 오랜만이네······.’
조유경은 <어린이> 제작에 참여하는 도중에 가족들과 마찰을 빚었고 심적으로 몰려 있는 상태였다.
조유경이 촬영장 구석에서 눈물을 참고 있을 때, 윤제희가 다가왔다. 이영창에게 가족에 대해 토로했던 조유경의 모습을 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 [응?] [여기서부터 말이에요.]윤제희는 펼친 대본을 조유경에게 내밀었다. 영화의 마지막, ‘박동화의 해방’ 장면이다.
[‘나’는 변해요.]몸이 불편할 뿐이지 지능은 남들과 비슷하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어린이> 속 박동화의 모친은 아이에게 헌신하지만, 애가 몸이 불편하다고 정신 상태까지 온전치 않으리라 판단하는 편견에 사로잡힌 엄마이기도 했다.
<어린이>는 마냥 동화 같은 작품이 아니다.
아이를 책임지려 노력하지만, 아이에게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내며 상처를 주는 엄마의 모순된 행동을 밝게 연출해 관객의 마음에 슬금슬금 의심을 풀어 넣는다.
불안한 엄마의 심리 상태와 그걸 알고 이용하는 박동화의 모습도 색다르다.
나는 남들과는 달라. 그래서 엄마가 날 버리지 않는 거야.
‘내가 있잖아요.’라고 엄마를 위로하기도, 엄마는 남들 눈에 착해야 하니까 나를 안 떠날 거야. 엄마도 그렇죠? 라고 약간의 투정을 담아 말한다.
그리고 이런 관계와는 반대되는 밝은 색감으로 연출하는 것에 관객들은 위화감을 느낀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의 흐름이 계속 묘함을 이어가기 때문에 시상식에서 호평받은 거다.
[이모도 그랬으면 좋겠어요.]윤제희가 손가락으로 짚은 대본 속 상황은 결국 아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엄마였다.
물론 영화는 도망가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일하러 간다고 말하고 오지 않는 엄마. 박동화는 엄마가 자신을 방치했던 벤치에 앉아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한다.
엄마는 그를 버렸지만,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은 박동화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같이 놀자고 제안한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에도 따돌리지 않고 같이 노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남겨진 아이는 어떻게 될까? 계속 엄마를 기다릴까? 홀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엄마가 아이를 버리는 동안 그들을 담은 사회는 뭘 했나? 라는 의문을 던지고 여운이 남는 오픈 엔딩으로 말이다.
[이모는 나도 있고, 감독 삼촌도 있고, 비서 누나도 있고······.]윤제희는 작은 손을 하나씩 접어가면서 열거했다.
그가 말하고 싶은 건, ‘엄마’를 기다리지 말라는 거다.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친구들이 어쩌면 가족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어린 윤제희가 생각하는 ‘박동화’의 캐릭터 해석이었다.
‘내가 그때 얼마나······.’
윤제희의 작은 위로는 불씨가 되어 조유경을 지금까지 이끌었다. 그래서 항상 윤제희에겐 꼭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니라 이 말이지.’
첫 단추는 잘 못 끼웠지만, 나중에 내 도움이 필요할 일이 생기면. 그때는······.
‘다 지원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