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백스테이지 (3)(100/287)
백스테이지 (3)
<백스테이지>는 지금까지 3회가 방영되었고, 극은 한창 서건우의 눈높이 맞춤 솔루션이 진행 중이었다.
“오늘부터 해야 할 너희 공통 스케쥴이다.”
빽빽한 스케쥴표에 이카로스 멤버들이 질색을 했다.
이걸 어떻게 하냐고 작게 항의했다가 나는 이렇게 20년을 살아왔다는 서건우의 말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중간에 있는 개인 스케쥴이 궁금하겠지? 일단, 너. 이태인.”
“······네.”
“넌 이 시간에 연기 수업부터 받아라.”
“네?”
이카로스에서 팬 서비스라고는 없는 놈을 맡은 이태인 본체는 사실 팬 사랑이 지극한 신인 아이돌이다.
팬들은 현실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모습에 갭 차이가 느껴진다고 오히려 좋아했다.
“팬 서비스를 못 한다면 연기라도 해서 외우기라도 해. 다음, 임도윤.”
“······예에.”
“웅변 학원 끊었으니까 성실히 다녀. 튀면 나한테 연락 오니까.”
“네? 아니 웅변 학원이라니······ 그거 애들이나 다니는 거 아니에요?”
“어른들도 많이 다니거든? 그리고 네 어휘력은 애들 수준인 거 몰라?”
서건우는 임도윤을 간파했다. 임도윤이 계속 말실수를 하고, 말에서 과할 정도로 욕을 섞는 건 말을 조리 있게 잘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김윤재. 너는 부족한 춤 실력을 보강한다. 계속 연습실에서 살아.”
“······아, 왜요.”
“아, 왜요? 왜요? 네가 그런 말 할 주제가 돼? 또 헌팅포차 가서 사진 찍히면 진짜 죽는다. 내가 못 할 거 같아?”
서건우는 의도적으로 임도윤과 김윤재를 떨어뜨려 놓았다.
그룹에 여자에 미친 놈이 하나 있으면 분명히 혼자 놀지 않는다. 김윤재는 임도윤을 살살 꼬셔서 같이 다녔으니, 두 사람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존재감도 없고 그룹을 위해 하는 것도 없으면서 병크만 터뜨리는 이 두 사람이 가장 계륵이다.
“차노아, 너는 있던 연기 수업을 뺐다. 보컬부터 다시 배워.”
“······칫.”
“명심해. 아직 너희 계약 안 끝났고, 계약서는 나한테 있다. 예전 대표가 회사 말아먹은 놈답게 만만한 놈한테는 계약서를 아주 치밀하게 짜 놨더라?”
그리고 이 멍청한 계약서에 사인한 게 내 동생이지.
서건우는 서지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서지후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리고, 다들 핸드폰 줘 봐.”
“그건 왜요.”
“내 번호 입력하려고. 알려주면 저장도 제대로 안 할 거잖아.”
이카로스 멤버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건넸다. 번호 입력? 당연히 함정이지.
“이건 압수다.”
“······네?!”
서건우가 유 비서에게 고갯짓했다. 유 비서는 고등학생들이 쓰는 피처폰을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얼떨결에 그걸 받은 멤버들이 항의했다. 아니, 현대인한테 스마트폰을 뺏는다는 게 말이 돼?!
“보니까, 다른 아이돌들은 음방 1위 해야 핸드폰 돌려준다더라? 너넨 1위도 못 했는데 이런 걸 왜 가지고 다니냐?”
“아니 그건······.”
서건우는 임도윤과 김윤재를 바라보았다.
그래, 다 떼놓고 관대하게 생각해 보면 한창때니, 여자에 관심 가질 만하다. 사고만 안 친다면 말이다.
이윽고 이태인과 차노아, 서지후를 바라보았다.
그래, 막상 데뷔하니 자기 적성에 안 맞아서 팬 서비스를 못 할 수 있다. 그룹에 미래가 없으니 하루빨리 탈출하려는 생각은 야무진 거다. 최선을 다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것도······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걸 다 떠나서 이들의 가장 문제점은······.
“그럼 우리 계약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으시게요?”
“아니? 1위 해야지.”
“네?”
희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썩어빠진 정신머리가 문제다.
“왜, 못할 거라고 생각해?”
***
하지만 하란다고 바로 바뀔 애들이 아니다. 서건우는 이리저리 튀는 이카로스를 단속하러 늦은 밤거리를 나서야 했다.
“찾았다······.”
“허, 헉!”
“내가 허튼짓하지 말라고 했지.”
그는 기어코 술 마시러 나간 김윤재와 임도윤을 잡았다.
그리고 연습 중에 몰래 빠져나와 좋은 조건의 기획사와 미팅을 하려던 차노아는 서건우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 사람은 내가 먼저 보냈으니 넌 숙소로 튀어와라.)
“네?”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미팅은 활동 끝나고 내가 다시 잡아준다.)
그 목소리에 소름이 돋아서 차노아는 수화기에서 얼굴을 멀리 떨어뜨려야 했다.
-이거 완전 오 박사님 아니냐?
-서대표선생님!!! 우리 애 정신개조 가능할까요?
-서대표선생님이래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오 박사님이 아니라 무슨 동물 훈련사 같은데
-서대표훈련사님!!!
-내생각엔 그냥 집착광공인거같은데ㅋㅋㅋ
방치당한 것을 자유라 착각한 이카로스 멤버들은 점점 자신을 억압하는 서건우에 좋은 감정이 싹틀 리가 없었다.
‘진짜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 귀찮게······.’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그냥 집에 가서 자고 싶다.’
그리고 서지후는 다른 의미로 불만이 쌓였다.
‘쟤는 원래도 잘하던 애였으니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낫겠다.’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지.’
서건우는 원래도 잘했던 동생에게 별로 손을 안 댔는데, 서지후는 오히려 형이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두 사람의 오해가 더 깊어졌다.
***
그렇게 서건우는 이카로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이돌은 90%가 회사빨이죠.] [그래?] [네. 솔직히 이카로스 전에 활동들은······ 돈 안 쓴 티가 났어요. 애들이 데뷔 때까지만 해도 실력 괜찮았거든요?]그는 자칭 아이돌 박사인 유 비서의 말을 참고해서 여러 뒷공작을 펼쳤다.
[피디님, 요새 힘드시다고 들었는데······.] [네? 그걸 어떻게······.] [제가 해결하면 우리 애들 음방에 출연시켜 주시죠.]음방 피디의 약점을 잡아 회유했고, 유명 작곡가에게 웃돈을 주고 곡을 사 왔다. 이카로스의 컴백 시기에 유력 1위 후보의 컴백을 미루기 위해 상대 소속사에게 함정을 파기도 했다.
그것뿐인가.
[서 회장의 자금 세탁을 도맡아 하는 직원을 찾았습니다.] [이사님, 저쪽이 심상치 않아요.]아버지의 탈세와 공금 횡령 증거를 찾고 완벽히 나락으로 빠뜨릴 계획을 세워야 했으며, 그의 해임안을 두고 주주들을 만나 설득해야 했다. 게다가······.
[대표님! 이번에 우리 애들 진짜 잘 될 거 같아요!]이카로스에게는 없는 희망을 덕지덕지 품고서 햇살처럼 응원하는 매니저 한송이, 이 여자는 왜 자꾸 거슬리게 하는지.
‘피곤하다······.’
편히 쉴 곳도 없어서 이카로스의 낡은 연습실에 누워있던 서건우는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한쪽 눈을 떴다.
서지후는 서건우가 여기 있는 걸 이미 알고 왔는지, 그의 근처에 물병을 놓아줬다.
“······마셔.”
“그래.”
물을 마신 서건우는 서지후를 흘끔 바라보았다. 주변 애들이 저렇게 이상한 놈들인데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서지후는 한결같았다. 끝까지 그룹으로서의 일을 성실히 했다. 세간에서는 ‘짠내 리더’ ‘망돌에 있기엔 아까운 인재’로 불리고 있었다.
‘그렇게 고생하라고 떠난 거 아니었는데.’
같은 해에 태어난 내연녀의 아이에게 관심이 쏠려서 태어나자마자 사랑을 못 받고 자란 불쌍한 아이니까 금전적인 것만큼은 풍족하게 해주려고 했다.
물론 모친이 그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이러라고 보내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답도 없는 멤버들 이끌고 혼자 고생하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안 들었다. 이렇게 고생하려고 데뷔했냐? 대체 뭘 위해서?
“너 말야······.”
“어, 어?”
“대체 아이돌은 왜 한 거야?”
짜증 섞인 말에 서지후가 울컥했다. 이건 서지후 본체인 이준서도 마찬가지였다. 책망하는 듯한 눈빛이 촬영장에서 스쳐 지나갔던 윤제이의 눈빛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형이 내 심정을 알아?”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고, 왜 나만 관심을 안 주냐고. 내가 미우면 밉다고 얘기를 하던가, 왜 어중간하게 잘해주냐고.
[이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데, 누가 준 거예요?] [아까 제이 씨가 두고 가던데요?] [네? 왜요?]이준서는 자신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도 자신을 은근히 배려했던 윤제이를 떠올리고, 멤버들 조련하면서도 역시 네가 이 그룹의 희망이라고 칭찬하던 서건우를 떠올렸다.
그런 복잡한 감정이 섞인 외침에 감독이 등받이에서 기댔던 몸을 떼고, 빨리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던 스태프들이 배우들을 쳐다보았다.
워낙 친절하다고 유명한 윤제이가 자기 평판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보고 싶었던 악을 쓰는 서지후의 모습이 나왔다.
“나도 사랑받고 싶었어!”
서지후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단 채 소리쳤다.
그의 앞에는 다른 멤버들 신경 쓰느라 나는 별로 아는 체 안 하는 서건우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만 연기를 가르쳐주던 윤제이가 보였다. 서럽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데. 나도 연기에 진심이라고.
“아빠는 나 없는 자식 취급하고 바람핀 여자 자식만 소중히 했잖아! 엄마는 우울증에 빠졌고, 난 엄마가 잘못될까 봐 아무 말도 못 했어!”
짧은 회상이 지나갔다.
지금이야 아들을 위해 다 나았지만, 모친은 그 당시에 우울증에 빠져서 서지후를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여기가 아빠 회사야.] [우와!] [네가 다 가질 거고.]충동적으로 아버지의 빌딩을 찾아갔지만, 아버지는 자기와 동갑인 그 아이를 어화둥둥 했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져서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서지후는 몹시도 정이 고팠다. 그때 본 게 아이돌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었다.
“나 그러는 동안 형은! 형도 없었잖아!”
“······.”
“나도 숨통 좀 트려고 했어! 나도 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그래서 아이돌을 꿈꿨다. 인기가 적어도 괜찮았다.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팬이라도, 나를 좋아해 주니까. 서지후는 정이 너무나도 고픈 사람이었다.
서건우는 발까지 동동 구르며 절박하게 소리치는 서지후의 모습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하다.”
“뭐가!”
“너 버리고 간 거.”
그리고 의도적으로 너 피한 거 말이야. 윤제이는 내심 제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 감정이 닿았을까? 서지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렀다.
“그리고 또 뭐!”
서지후는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따졌다.
“······너 무시한 거 아니야. 너는 내버려 둬도 워낙 잘하니까 내가 손대면 오히려 이상해질까 봐······.”
“또!”
너무 빨리 조숙해져 버린 서지후는 인제야 아이 같은 칭얼거림을 내보냈다.
“나도 너 그렇게 두고 많이 후회했어. 한 번이라도 찾아보지 않은걸······.”
“······.”
“미안하다.”
사과하는 목소리에 물기가 서린다. 진심이 느껴지는 모습에 서지후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애정 결핍에 정이 고픈 서지후는 이런 사과에 금세 마음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화낸 것도 민망하고, 금세 화를 풀어버리는 자신의 모습도 민망했다. 그게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
“오케이, 컷!”
“와!”
“이건 뭐, 다시 갈 필요도 없겠다.”
감독의 외침에 몇몇 스태프들은 박수까지 쳤다.
“와 준서야. 너 진짜 대박이었어.”
“연기 진짜 많이 늘었는데?”
이카로스 멤버들로 나오는 다른 배우들도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했다. 오직 이준서만 어리둥절했다.
‘뭐, 뭐야?’
내가 뭘 한 거지? 완벽한 몰입의 순간을 처음 겪은 이준서는 혼란스러웠다. 그때, 그의 앞에 윤제이가 다가왔다. 어깨까지 토닥이면서.
“진짜 잘했다.”
“예?”
“그동안 미안했어.”
“예에?!”
설마, 여태까지 나한테 그렇게 했던 게······ 다 설계였던 거야?!
“그, 그럼······ 리딩부터 그렇게 대한 게······.”
“진짜 미안하다. 앞으로 이럴 일 없을 거야.”
“아니······!”
윤제이가 너무 미안해하니 뭐라 하기도 이상했다. 이준서는 고개를 홱 돌려 윤도준을 바라보았다.
“윤도준! 너도 알고 있었어?!”
“나, 나는 모르는 일이야아.”
“야!”
윤제이가 상체까지 숙여 사과하고, 이준서가 발끈하는 모습에 윤제이 텃세 부리나 오해했던 스태프들은 윤제이가 그동안 일부러 냉랭하게 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명장면을 위해서 말이다.
“준서야. 너무 화내지 말고, 일단 아까 했던 연기 같이 볼까?”
“감독님······!”
“내가 하라고 했어. 내가.”
“지, 진짜요?”
감독은 이준서를 모니터 앞으로 이끌면서 윤제이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방금 이준서의 연기로 의욕 없던 사람들까지 감화되었다. 물론 감독은 이준서의 이런 연기를 끌어냈다고 자기가 생색내려는 생각도 있을 거다.
‘아이돌 드라마라고 다들 의욕이 없긴 했지. 마치 이카로스처럼.’
상관없다. 원하던 반응이 나왔으니. 윤제이는 상기된 표정의 스태프들을 훑어보았다.
“자, 잘 봐요.”
이준서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모니터에 집중했다.
‘이, 이게 내가 한 연기라고.’
그냥 대본대로 읽고 서지후를 연기하는 이준서가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치는 한 인간이 있었다. 전보다 더 생동감 넘치고, 정말 실재하는 인물 같았다.
“이, 이걸 제가 했어요?”
“그럼 다른 사람이 했나?”
“아니······.”
이준서가 멍하니 감독 그리고 다른 스태프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윤제이에게 멈췄다.
늘 은근히 무시했던 윤제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감독이 시켰다고? 그럴 리가. 이준서는 눈치가 빨랐다. 감독은 <백스테이지>의 사전 미팅에서부터 의욕이 없는 게 보였다.
‘저 형이 다 한 거겠지.’
저 형이 없었으면 이런 장면이 나왔을까? 아니 근데······ 이준서는 또 울컥했다. 미리 말을 해 주지. 아니, 말을 해주면 이런 게 나올 리 없겠지. 아니 근데!
“이 장면으로 네 배우로서의 시작이 환하게 트일 거야.”
“맞아요. 좋은 작품 많이 들어올걸요?”
“그래, 형. 깜짝 카메라라고 생각해. 우리 이런 거 많이 해봤잖아.”
감독과 조연출, 윤도준이 애써 수습했지만, 이준서는 또다시 북받쳐 올랐다.
“형! 진짜 그거 다 연기였어요?!”
“그래. 놀랐지? 진짜 미안하다.”
“하······ 진짜······.”
상체까지 푹 숙인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심했나.’
이걸 어쩌면 좋나. 윤제이는 일단 이준서의 어깨를 토닥였는데, 이준서의 숨소리가 심상치 않다.
“이씨······!”
“아이고.”
윤제이는 당황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준서를 한참 달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