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백스테이지 (4)(101/287)
백스테이지 (4)
“여기서 뭐 해?”
“오빠!”
배우, 장효인은 자신의 뒤에 서서 내려다보는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윤제이는 <백스테이지>에 나오는 배우 중에 키가 제일 컸다. 눈을 따갑게 했던 햇빛이 금세 가려졌다.
“아침부터 오빠 얼굴 보니까 개안하는 기분이에요. 와, 어떻게 이 각도에서도 잘 생겼지?”
“너 진짜 말 재밌게 한다.”
윤제이가 낮은 웃음을 흘리자, 장효인은 뿌듯해졌다. 이야, 미남은 바라만 봐도 배부르구나.
<백스테이지> 속 이카로스의 매니저, 한송이 역할의 배우 장효인은 <달동네>에서 최아라를 연기했던 한다연과 제법 아는 사이였다.
[너 윤제이, 그 사람을 조심해라.] [왜?] [어우, 막 사람을 홀려.]한다연이 연기와 현실의 차이를 구분 못 할 정도로 프로답지 못한 건 아니었기에, 장효인은 그녀의 말이 의아했다.
하지만 겪어보면 안다고 너도 뇌에 힘주라는 이상한 조언까지 덧붙였다.
[솔직히 나도 내가 그럴 줄은 몰랐거든? 근데······ 하, 됐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장효인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걸 헷갈려?’
한다연, 걔가 그렇게 못하는 애도 아닌데. 하지만, 막상 윤제이와 합을 맞춰보니 그 경고가 무엇 때문인지 여실히 느꼈다.
<백스테이지>에서 이들 관계는 연애를 할 듯 말듯 썸만 타면서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멜로 눈깔 장착한 미남은 생각보다 파괴력이 셌다. 게다가 배우 본체도 워낙 다정한 편이었다. 얼굴만 봐서는 냉기 풀풀 나올 것 같은데, 주변인을 잘 챙겼다. 이러니 헷갈릴 만하지.
[근데 내가 동료 이상의 관심이 있다고 티 내는 순간 선을 그어.] [헉, 진짜?] [진짜야. 눈치도 빨라선······ 아니 그럴 거면 다정하게 대해주지 말던가.]한다연의 탄식이 어디서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장효인은 그가 탐이 나도 친한 동료로 남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건 뭐예요?”
“준서 줄 거.”
“준서 걔 아직도 삐졌나 봐요?”
“삐지는 거에 끝나서 다행이지. 이건 네 거.”
윤제이는 주머니에서 따로 빼 둔 초콜릿을 장효일에게 건넸다.
“가, 감사······ 그래도 덕분에 우리 드라마 완성도 좋아졌잖아요.”
그 장면 이후 이준서는 각성이라도 했는지 완벽하게 서지후에 녹아들었다.
이준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로 다른 배우들도 의욕 넘쳤고,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드라마의 완성도가 늘어갔다.
‘어떻게 그걸 다 계산했을까?’
사실 장효인도 윤제이가 이준서를 차별 대우하는 것에 오해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자기도 처음 맡는 주연이면서, 다른 조연을 돋보이게 해준다. 단순 주연이 아니라 우리는 한 팀이라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같이 만들어가는 동지 의식을 부여한다. 그래서 스태프들도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시청률도 많이 늘었지.’
<백스테이지>는 주 1회에 아이돌 드라마라는 마이너 장르임에도 시청률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다.
게다가 배우 본체도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서 여성 시청자층을 노린 브로맨스와 서건우와 한송이의 연애 직전 간질간질한 로맨스, 적절한 아이돌 판 고증과 빠른 전개로 호평 일색이었다.
-이집 관계성 맛집이네
-멤버 헌포 단속하는 대표님이 있다?!
-백스테 잼? 요새 다 백스테 얘기만하네
-내돌한테도 서대표선생님이 있어야 했어ㅠㅠ
-와 근데 이준서 연기 처음 도전하는거라매
진짜 잘하더라ㅇㅇ
└감정 느껴져서 나도 눈물 찔끔 흘림ㅠ
└감독이 디렉을 잘했나?
-윤제이 캐릭터 잘 받은거같아
아이돌 드라마라고 해서 걱정 좀 했는데 개찰떡임
통제 안되는 댕댕이들 때문에 환장하는 견주인 것도 좋고 선생롤로 먹는것도 좋고
자기도 상처 많으면서 동생 챙기는 모습까지
└맞아 왜 했는지 알거같아ㅇㅇ
└캐릭도 매력있고 본체도 연기 잘하고
└건우야 나랑 결혼해..
└└꺼져
“결과가 좋다고 해서 내가 저지른 게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나, 참. 성격도 좋다니까. 이러니 한다연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지. 장효인은 일부러 다른 화제로 돌렸다.
“근데 너무 챙겨주면 도준이가 삐지는 거 아니에요?”
“맞다. 너도 남동생 있다고 했지?”
“네. 두 살 터울인데, 어휴. 지 누나 보기를 우습게 안다니까요?”
“도준이 걔는 왜 그럴까?”
윤제이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도 동생이랑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거에 매력을 느낀 거지만, 윤도준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윤제이 껌딱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빠가 잘해줘서 그런 거겠죠.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그런가?”
“아무래도 일찍 아버지를 잃었으니,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겠죠. 그런데, 준서한테 그렇게 하는 방법이 먹힐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응.”
“진짜?”
윤제이는 타고난 능력 때문에 재주가 많았다. CIA와도 긴밀하게 협력했던 적도 있어서 이런저런 잔재주를 익혔었다.
리딩장에서 보이는 이준서의 행동과 말투 등으로 이미 어느 정도 그를 파악했었다.
‘걔가 착해서 다행이지.’
다들 윤제이를 칭찬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무례한 건 마찬가지다.
그는 동생뻘 애들에게 약했다. 그래서 이렇게 간식거리를 바쳐가며 마음을 풀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준서의 화가 이미 풀렸고, 윤제이의 간식 조공을 즐기면서 그로 인해 발악하는 윤도준의 반응을 즐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냥, 보였어.”
“오빠는 나중에 연기 선생님 해도 되겠어요.”
“그럴까?”
윤제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장효인과는 키 차이도 많이 나서 습관적으로 상체를 숙이고 눈을 마주쳤는데, 그 때문에 장효인이 벅차오르는 걸 숨기려 고개를 홱 돌렸다. 어휴, 진짜.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꼬시지 말라고요.
“······오빠?”
제 감정을 숨기려고 빠르게 걷던 장효인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손으로 제 입가를 막는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어디 아파요? 갑자기 안색이 안 좋은데?”
“어, 아니. 아무것도.”
윤제이는 구역감을 참았다. 순간 장효인과 누군가가 겹쳐 보였다. 마치 생일날 겪었던 환영처럼.
***
서건우와 서지후의 개인적인 감정은 풀었지만, 남은 이카로스 멤버들은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서건우에게 단단히 뿔이 났고, 터지기 직전이었다.
“쟤들은 누구야?”
“몰라.”
“잘하긴 하네.”
서건우의 억지 스케쥴로 길거리 버스킹을 나간 이카로스는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인파, 남들은 무대 위에 서는데 우리는 길바닥에 서 있다는 게 자신의 위치를 상기시키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이런 거 해서 뭐에 도움이 되겠냐?”
“뭐?”
“이런 거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고.”
자격지심 때문에 먼저 갈등에 불을 지핀 건 김윤재와 임도윤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이름 알릴 수 있다면 뭐든 해야지.”
“이렇게 해서 언제? 어차피 달라질 거 없잖아.”
이들도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들도 연습생에서 막 데뷔했을 때는 꿈과 희망이 넘쳤다.
데뷔만 하면 다 잘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그 해 데뷔한 아이돌이 터져 나오는데, 유명해지는 그룹은 소수였다.
그래서 제발 우릴 봐달라고 발악하는 것보다, 우린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피로감이 적었다. 그렇게 살아왔다. 계약 만료 직전까지.
“······그런 말을 할 거면 네 암담한 실력부터 어떻게 하던가.”
“너 지금 무슨 말 했냐?”
“내가 틀린 말 했어? 막말로, 너네 노는 동안 뭐 했냐? 고작 3곡 춤추는 게 그렇게 힘들었냐?”
형과의 갈등도 풀었고, 처음으로 지원해주는 회사에 긍정적이었던 서지후는 계속 이런 마이너스 감정을 발산하는 멤버들에게 지쳤다.
계속 신경 긁는 김윤재와 임도윤이 짜증 났고, 침묵으로 긍정하는 차노아와 이태인도 싫다.
“내가 혼자 노력하는 동안 너네 뭐 했는데?”
“우린 너한테 혼자 노력하라고 한 적 없어. 네가 좋아서 했던 거 아니야?”
“그럼 이대로 계속 손 빨고만 있을까? 책임을 지는 게 뭐가 나쁜데?”
서지후는 그동안 혼자 생고생한 게 억울해져서 그들의 말에 반박했다.
“내가 노력해서 만든 컨텐츠에 반응이 조금 오려고 하면 너네가 여자랑 찍은 사진이 올라와. 이태인 팬 서비스 이상했던 게 올라온다? 그리고 얘네 덕질하지 말래. 그럼 나보고 뭐 어쩌라고? 몇 년 제대로 사는 게 그렇게 어려웠냐?”
“그건······.”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땅굴 파고 있어? 패배자라는 대표님 말이 맞네.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너 이······!”
“난 잘해보려고 했어. 끝까지 우리 그룹 이름 지키려고 했다고. 너네가 계속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포기하는 건데······.”
서지후의 한탄에 임도윤은 그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들은 양심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서지후가 망해가는 그룹을 살리기 위해 혼자 노력했던 걸 알고 있었다.
김윤재는 화가 나서 플라스틱 물병을 집어 던졌는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곳에는 서건우가 있었다.
“······지금, 이게.”
얼굴로 날아오는 물병을 간단히 잡아챈 서건우의 표정은 그들이 여태껏 보지 못한 살벌한 표정이었다.
“무슨 상황이냐?”
***
그리고 촬영은 잠깐 끊고 다시 갔다. 윤제이의 대사량도 많았고, 딱 중간 광고를 노린 타이밍 때문이었다.
“하······ 그래, 너네 망했다. 그래서, 인생 다 끝났어?”
이 새끼들은 뭐가 문제일까. 나만 진심이었나?
서건우는 가뜩이나 신경도 예민해졌는데, 저들끼리 싸우는 애들 때문에 복장이 터졌다. 그는 밖에서 멤버들의 얘기를 다 들었다.
“남들이 그렇게 손가락질 해도 너희 자신한테만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계약서 나한테 있다고 강제로 억압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카로스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비즈니스가 섞이지 않은, 인간적인 짜증과 분노 그리고 약간의 연민이었다.
“하아······ 내가 너네 재계약하자고 붙들고 있는 거 같아? 나도 너네 귀찮아. 알아?”
서건우는 차노아를 바라보았다. 첫 만남에서 생글거리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던 차노아는 왠지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홱 돌렸다.
“너넨 망했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동안 너네 좋아하고 걱정했던 사람들에게 우린 해체할 거지만,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화려한 마지막을 보여주자는 게, 그게 잘못된 거야?”
서건우는 이카로스 멤버들을 단속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문외한이었던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알았다. 서지후가 왜 그렇게 관심에 목말라했는지 안다.
그래, 이해한다. 헛된 희망을 품는 것보다 그냥 우린 원래부터 안 될 거라고 여기는 게 편했겠지.
하지만 계속 이러면 안 되지. 내가 뭐 때문에 방송국까지 찾아가 피디한테 고개를 숙였는데, 내 동생이 뭐 때문에 저러는데. 다 같이 잘되자고 했던 거 아니었나? 근데 이 새끼들은 아직도.
“그렇게 너네 노력했던 시간을 쓰레기로 만들고 싶어? 너네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면서?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안 그래도 초라한 인생 더 초라해지는 것밖에 더 돼?”
“······.”
“우린 심해에 처박힌 망한 아이돌이니, 앞으로도 안 될 거라고? 그딴 정신머리로 사회 나가면 뭐 더 잘될 거 같아?”
희망을 좇는 게 잘못됐나? 한 번 넘어졌다고 다 끝났나?
침착하게 말하던 서건우의 말은 점점 격해졌다. 본인도 기가 막힌다는 듯, 탄식을 섞어가면서도 눈빛은 형형했다.
콰드득, 그의 손에 들린 물병이 형편없이 찌그러지면서 안에 있던 물이 뚝뚝 흘렀다. 서건우의 분노가 여실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림도 완벽한 마무리를 끝내야 비로소 한 점으로 인정받아. 소설도 완결해 봐야 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거고, 알아?”
“······.”
“시작한 건 너희들이야. 마무리도 확실하게 해.”
형제답게 서지후의 말과 일맥상통했다.
서건우는 아버지의 지시라던가, 지분 같은 것을 다 떠나서 일단 자기가 책임질 애들이니 밉든 말든 끝까지 잘해보려고 했다.
이카로스도 마침표를 잘 찍어서 고생은 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경험이라 상기시키고 싶었다.
“그거 도와준다고 나도 개고생하고 있으니까.”
근데 이런 꼬락서니에 너무 실망했다. 물병을 옆에다 던져 버린 서건우는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남겨진 멤버들은 고개를 숙인 채 제 발끝만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우리 망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던 그들은 지금,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쪽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