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백스테이지 (5)(102/287)
백스테이지 (5)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말이지······.’
이준서는 촬영장 스태프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윤제이의 계획을 알고 있던 감독과 조감독, 그리고 작가.
윤제이 왜 텃세 부리나 오해했던 스태프들도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 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이후 이준서의 연기가 달라진 것을 보고 오해는 풀렸지만.
‘생각해보면 저 형이 나를 아예 무시한 건 아니었지······.’
그는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윤제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막 왕따를 시킨 것도 아니고, 정말 비즈니스적으로 대하긴 했다. 그가 정말 필요할 때는 도와주기도 했고······ 윤제이는 오히려 이준서와의 미묘한 기류 때문에 본인을 고립시켰다.
이준서의 그룹, 아이엔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했고, 그래서 다들 그를 좋아했다.
처음부터 호의적이거나,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사람뿐이었는데, 윤제이는 ‘그래서 네가 뭐?’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래서 억지를 부린 감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계속 무시할 거야? 라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고.
“형, 이제 그만하지?”
“뭐가?”
그런 이준서의 심정을 간파한 윤도준은 점점 짜증이 났다.
“우리 형 말이야. 언제까지 사과하게 할 거야?”
“네가 이러는 게 재밌는데 어떻게 그만두냐?”
“뭐, 뭐?!”
윤도준을 피해 도망친 이준서가 생각했다.
‘음······ 이제 그만할까?’
윤제이 덕분에 서지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연기는 점점 물이 올랐다.
[준서야, 너 연기 이렇게 잘했니? 진짜 다시 봤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그의 연기를 보러 왔던 소속사 실장도 놀라서 그를 칭찬했다. 이 실장은 그의 연기 도전을 떨떠름하게 생각했고, 별로 관심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이준서 앞으로 연기 기대됨
-업계 관계자인데, 준서 벌써 차기작 논의 활발하대!
덕분에 얻은 게 많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윤제이를 찾던 이준서는 저 구석에서 제 입을 막고 있는 윤제이를 찾았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잉?’
저 형 어디 아픈가?
***
-맞는말이지 누군 이런 꼴 보고 싶어서 개고생하나
-이와중에 화내는 대표님 섹시함ㅎㅎ
-마자 자기 연민에 빠져 살면 결국 자기만 손해임ㅇㅇ
서건우가 그렇게 나간 뒤, 서지후는 그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형) 카드 준 걸로 나가서 애들이랑 대화 좀 해봐
그렇게 손님이 별로 없는 포차로 향한 이카로스는 음식과 술이 나왔는데도 아무 말도 안 했다. 하필 스마트폰도 뺏겨서 다른 거에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다.
-어우 애들아 대화좀 해
-근데 뒷자리 정장남 뭐지?
-내가 다 숨막힌다
그렇게 서로 눈치만 보다가 먼저 입을 연 건 서지후였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그는 꿈 많던 연습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얘들도 이렇게 동태눈깔은 아니었다. 다들 데뷔를 목표로 달려왔고. 데뷔 이후에도 함께 잘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싸구려 포차에서 가장 싼 안주와 술을 먹으며 신세 한탄이나 시동 걸고 있다. 벽에 걸린 티비에는 이미 성공한 아이돌들의 화려한 무대가 한창이었다.
“별로.”
“난 기억나는데. 김윤재, 너 나 형인 줄 알고 3개월 동안 존댓말 썼잖아.”
“아씨.”
“기억하네. 왜 나이를 안 물어봤냐? 시골 촌놈이라 숫기가 없어서?”
“네가 노안이라서 그렇거든?”
김윤재가 쪽팔려서 제 머리카락을 헤집어놓았다.
“그러는 너는, 연습 안 된다고 찡찡거렸었잖아. 바닥에 엎어져서. 난 그때 무슨 술 먹은 줄.”
“아씨.”
“차노아 너는 왜 쪼개냐? 너도 전에······.”
“하 진짜. 그만 말해!”
갑자기 서로의 흑역사 배틀이 되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이카로스 사이에서 서지후가 웃음을 터뜨렸다.
“즐거웠지. 재밌었고.”
“······.”
“너넨 안 그랬냐?”
그래도 함께한 추억은 남았다. 다른 멤버들의 표정도 풀어졌다.
“나도 뭐, 그렇게 그룹에 애정 없는 거 아니거든?”
그렇게 말한 사람은 차노아였다. 야망이 많은 그는 가장 먼저 개인 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꿋꿋이 그룹 이름을 앞에 붙이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애초에 그룹 이름부터가 문제였어. 이카로스가 뭐야.”
신화 속 이카로스는 새처럼 자유롭게 유영하다가 태양에 가까이 가게 되면서 추락했다.
감히 하늘을 담은 게 잘못일까? 감히 꿈을 꾼 게 잘못이었나? 이들은 감히 꿈을 꿨다가 추락해 바다에 빠진 그룹 이름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
“나 사실······.”
이태인이 말을 이었다. 그의 팬 서비스가 좋지 않았던 이유, 처음 했던 팬 사인회에서 팬에게 성희롱을 당해서였다. 진실을 알게 된 다른 멤버들이 경악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말했어. 그때 매니저 형이랑 실장님한테. 근데 내가 참으라고 해서······.”
회사는 그를 지켜주지 않았다.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서 팬들 앞에만 서면 몸이 뻣뻣해졌다.
이윽고 이들의 과거가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꿈을 위해 상경한 아이들. 멋모르고 사인한 계약서. 극단적인 식단 조절, 데뷔 준비한다고 빠진 학교 수업과 수학여행.
이들의 학창 시절과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그래. 나도 잘해보고 싶었다고.”
김윤재와 임도윤이 한탄했다. 이들은 예전에는 실력이 좋았다. 여기저기서 자기 회사로 오라고 꼬셨지만, 정든 멤버들을 위해 남았고 이카로스가 되었다.
“이제 우리 어떡하냐. 대학도 못 가고, 직장에 취직할 수는 있냐?”
“난 영장도 나왔다고오······ 미루려면 대학원밖에 없는데 어느 세월에 가······.”
“야, 네가 이겼다.”
“이런 거로 이겨서 기분 좋겠냐? 그리고, 나 나오면 너도 곧 나오거든?”
“하아······.”
훌쩍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불쌍해 보인다. 그에 실시간 반응도 터졌다.
-오늘부터 임도윤 품는다
-김윤재 개새끼? 누가 그런 말을? 내새끼인데요?
-아니 태인이 그런 사연이 있었단말이야??? 미친거아님???
-애들 마음도 이해된다ㅠ 나도 저때는 뭐 하나 실수하면 인생 망하는줄 알았는데
-ㄹㅇ 남들이 하는거 다 포기하고 한길만 걸었다가 실패하면 좌절감 오지지
-그래서 요즘 아이돌중에 금수저 많아졌잖아ㅇㅇ 리스크가 크니까
드라마가 점점 입소문을 타고, 정말 현실 아이돌 덕질하는 것처럼 팬도 붙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비호감 이미지를 쌓던 임도윤과 김윤재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얘기는 다 끝났냐?”
“억! 깜짝이야!”
갑자기 서건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훌쩍거리던 멤버들이 어깨를 떨었다. 서건우는 미리 와서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억 미친 대표님 언제 있었음?
-아까 정장남 누가 말하지 않았어? 참각막이네
서건우는 비좁은 자리에 껴 들어갔다. 그는 침울하지만, 그래도 속내를 터놓아서 후련해 보이는 멤버들을 하나씩 살폈다.
“그룹 이름, 그래. 잘못되긴 했지. 근데 너희, 신화 속 이카로스가 추락한 뒤에 어떻게 됐는지 알아?”
“······뭔데요.”
“이카로스가 추락한 바다에 그의 이름이 붙었어.”
이름이 남았다. 그들이 아이돌로서 대중에게 각인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런 이름이.
“바다는 재난과 죽음, 추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치유와 재생 그리고 부활이라는 의미도 있지.”
“······.”
“잘 마무리해서, 너희도 새로운 꿈을 꿔라.”
“할 수 있을까요?”
“너희가 마음만 제대로 먹는다면.”
***
갈등이 해결됐으니 남은 건 이들이 다시 품고 있는 희망만큼의 미래였다.
예전 이카로스의 소속사는 이카로스의 데뷔가 생각보다 반응이 없자, 이후 활동을 지원해주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꾸준히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서지후의 프로듀싱 덕분이었다. 그가 발품 팔아서 준비한 것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니 소속사도 ‘그래, 앨범은 내줄게’ 상태였고.
(한낮의 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 이카로스)
(NEXT COMEBACK STAGE – 이카로스)
서건우가 뒤에서 협박, 회유, 계략 등으로 얻은 기회들은 금세 효과가 드러났다.
-방금 예능나온 아이돌 누구야?
-곧 7년차된다는데 이름 첨들어봄 노래 좋다
-망돌을 지키기 위해 눈물나는 리더의 헌신/영업글임 문제시 뒤로가기
-핫게간 방치돌 이카로스 마지막 앨범 많관부~
특히 그동안 홀로 고생했던 서지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포기하지 않고 그룹을 위해 이것저것 했던 컨텐츠가 역주행했다.
막판에 둘기각을 세웠지만, 그래도 그룹으로서 여러 개인 활동을 했던 차노아도 주목받았다. 이태인은 생각지 못한 연기에 재능을 보였다.
임도윤은 더는 인터넷 방송에 나오지 않았고, 점점 뇌를 거치고 말하는 법을 익혔다. 김윤재도 연습실에서 진짜 살면서 예전에 극찬받았던 춤 실력을 끌어올렸다.
-이게 진짜 우리애들 티저라고?
-뭐야 소속사 어디 인수당하더니 갑자기 각성했나?
-우리 애들 회사 드디어 일한다ㅠㅠㅠㅠ 너무 늦었잖아ㅠㅠㅠㅠ
작정하고 자본과 정성을 쏟아부으니 때깔이 좋다. 그동안 이카로스를 포기하지 않았던 소수의 팬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 되지 않았다.
-아 얘네 헌포돌이잖아ㅋㅋㅋ 해체한줄 알았더니
-전에 슨스로 여자 번호따려다 걸린애 아님?
-임도윤 얘는 전에 밍따거TV나와서 이상한 발언하지 않았냐?
-이카로스 입덕하려는 사람한테 말하는데, 이태인 빠혐 지림 난 경고했다ㅇㅇ
물론 반응이 조금 오려고 하니 다시 그들이 과거에 했던 언행과 실수가 드러났다.
“이럴 줄 알고 있었다.”
멤버들이 이걸 어쩌지 전전긍긍했지만, 정작 서건우는 태평했다.
“어차피 이런 인터넷 반응이야 하는 사람만 안다. 그러니 너넨 대중을 잡아라.”
“예?”
“어떻게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멤버들이 고개를 들었다.
“방법은 너희가 찾아봐.”
“아니······.”
뭐 거창한 말을 하는 줄 알았더니······ 실망한 듯 보였지만, 서건우는 이 애들을 믿었다. 내가 떠먹여 주지 않아도 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 본인이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지.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해봐. 센 척하면서 허세 부리는 게 아니라, 너희가 품고 있던 속마음을 내비치라고.”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내보내는 건 사회에서 별로 도움 되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때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도 있다.
서건우는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는 임도윤과 김윤재를 쳐다보았다.
***
곧 컴백임에도 이카로스는 길거리에 나와 자체 홍보를 했다.
[대표님······ 진짜 고생 많이 했어. 유명 작곡가 찾아가서 물량 공세하고 음방 피디 찾아가서 고개 숙이고······.] [그래요?] [그래. 안 그래도 회사 일 때문에 정신도 없을 텐데······.] [그건 무슨 말이에요?]그들은 서건우가 그동안 이카로스의 성대한 컴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유 비서한테서 들었다.
[대표님 아버지, 그러니까 회장님이 자기 비자금 빼돌린 걸 우리 대표님에게, 엔터사에 뒤집어씌우려고 하거든.]게다가 지금 서건우가 처한 상황까지······ 그런 걸 다 들었는데, 태평하게 연습이나 할 수는 없었다.
“우리 이카로스 내일 앨범 나옵니다!”
“공연 잘 보셨다면 앨범 한 장 사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들은 전에 했던 길거리 버스킹 장소를 찾아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공연에 임했다. 점점 그들의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쟤가 걔야?”
“맞네.”
그중에는 인터넷 반응에 휩쓸린 어린 친구들이 있었다. 김윤재는 그게 자신을 지칭하는 것을 알았다.
김윤재는 자존심과 고집이 센 멤버였다. 진심을 다하는 행동이 뭘까? 그때는 이해를 못 했었지만, 지금은 이해됐다.
‘무대가 이렇게 즐거웠구나.’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이 모여 있었다. 이 순간, 장소가 방송 속 무대가 아닌 길바닥이라도 좋았다.
그는 이런 그림을 꿈꿨다. 우리로 인해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오로지 우리에게 시선이 고정되는 걸 원했다.
그래. 동정이라도 사자. 쿵! 소리 나게 바닥에 무릎을 꿇은 김윤재에 다른 멤버들도 당황했다.
“야, 왜 이래?”
“바닥 차가워. 일어나.”
“저희······ 저희 이제 끝입니다!”
하지만 김윤재는 일어서지 않았다. 그동안 그룹을 위해 한 것도 없으면서 체면이나 차렸다. 몇 년간 함께 했던 친구들을 위해서 꿇는 무릎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제가 그동안 실망할 짓 많이 한 거 압니다. 그런데요······ 저희 이제 마지막이에요. 마지막 활동입니다!”
“뭐야?”
“대박. 무릎 안 깨졌나?”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핸드폰으로 그들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이윽고 임도윤도 김윤재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저희의 마지막을 잘 끝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
“부탁합니다!”
임도윤에 이어서 이태인, 차노아 그리고 서지후까지 무릎을 꿇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저희를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