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백스테이지 (6)(103/287)
백스테이지 (6)
1회에서 김윤재는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었다. 그룹이 망했다고 떠벌리면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어도, 여자를 꼬실 때는 온갖 무게를 잡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김윤재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절규했고,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했다. 형편없이 망가졌다.
“아씨.”
“이제 좀 정신이 드냐?”
“하······ 내가 왜 그랬을까.”
다른 멤버들의 부축을 받으며 지하철에 올라탄 김윤재는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곱씹어봤다.
괜히 했다는 후회보다는 그냥 덤덤하게 말하려다가 눈물 콧물 질질 짠 게 쪽팔려서다.
아마 평생의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그냥.”
그를 바라보는 다른 멤버들의 표정도 볼만했다. 본인들도 감동했으면서 애써 김윤재를 놀리고 있었다. 이태인과 임도윤은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눈가가 빨개져 있었다.
“차노아, 뭐 봐? 우리 떴어?”
“어. 벌써 난리 났어.”
“봐봐.”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화면에 집중했다.
-실시간 홍대 무릎꿇은 아이돌
-진짜 간절해보인다
-그래서 얘네 앨범사려면 어디로 가야함?
-음반사이트에 예약판매중임ㅇㅇ
-짠한데 한장정도 사줄까
이 기회를 서건우가 놓칠 리가 없다. 그는 한송이와 유 비서 그리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바이럴을 시작했다.
-근데 왜 마지막이야?
└마지막 앨범내고 재계약 안한대
└혹시 얘네 팬싸컷 몇장인지 아는사람?
└└활동 안한지 오래돼서 모르겠는데 전에는 2장이면 가고 안전빵 3장이었음
-지금 플타는 아이돌 내 구오빠네..
데뷔 전부터 좋아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마음이 이상하다
└솔직히 회사가 일을 못한거지 애들은 괜찮았는데
└나 앨범 사려고
지쳐서 나가떨어졌던 팬도 다시 관심을 보였다. 음반 판매 사이트에 이카로스의 마지막 앨범이 급상승 순위에 들었다.
“설마 윤재, 걔가 먼저 이럴 줄은 몰랐어요. 대표님은 알았어요?”
한송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영상을 연신 돌려보았다. 게다가 임도윤도 자존심이라면 김윤재에게 버금갔다. 금방 뒤따라 할 줄은 몰랐다.
“진심을 다하라고는 했죠.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서건우는 제 입가를 매만지며 미소를 숨겼다.
그때,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이카로스가 귀환한 것이다. 걸어오는 멤버들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
처음에는 서먹한 사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따로따로 오거나 거리감이 느껴졌었는데······ 서건우는 결국 입가에 핀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대표님!”
“왔냐?”
길바닥에 무릎 꿇고 앉았던 데다가 부끄러움을 숨기려 역에서 여기까지 뛰어왔다. 몰골이 엉망진창이긴 한데, 비로소 완전한 팀이 된 느낌이었다.
“거기 앉아봐.”
“네?”
“무릎 좀 보자. 내일 무대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세게 찧으면 어떡하냐?”
“아, 아셨어요?”
서건우는 구급상자를 들고 와서 이들의 무릎을 봐주었다.
“멍만 들 거 같은데, 그래도 아프면 말해라.”
“아, 괜찮거든요?”
“이제 와서 센 척해 봤자 소용없거든?”
“아 씨······.”
김윤재는 쪽팔려서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에 얹어진 서건우의 손길에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잘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노력한 세월만큼의 보상이었다. 회사의 지지였고, 든든한 어른의 존재였다. 괜히 코가 간지러워진 멤버들이 눈동자를 굴렸다.
“형은 괜찮아?”
“안 괜찮을 게 있어?”
서지후는 유 비서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아버지라 부르고 싶지 않은 그 인간이 자기 친아들을 함정에 빠뜨린다는데, 괜찮나?
“그······ 사람이 형 위협한다며.”
유 비서, 이 입 싼······ 서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이 신경 쓸 일 아니다.”
“근데 대표님이랑 서지후랑 형, 동생 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말 안 했냐?”
서건우는 서지후를 쳐다보았다. 서지후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뒤늦게 진실을 안 멤버들은 놀랐지만, 그걸 이제야 말했냐고 배신자라며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조였다.
하루에 말 몇 마디도 안 하던 때보다 이 모습이 정말 연습생 시절 때로 돌아온 것 같았다.
“쓰읍······ 후우.”
“긴장되냐?”
“안 되겠냐?”
서건우는 혹시 아버지에게 건수를 마련해 줄까 봐 자기의 돈을 털어 이카로스를 지원했고, 한 번도 안 했었던 컴백 쇼케이스까지 열어주었다.
“그동안 여러 구설이 많았는데, 도윤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쇼케이스에 모인 언론인 중에 서건우가 미리 작업 친 기자도 있었지만, 아닌 사람도 있었다. 멤버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임도윤을 바라보았다.
“평소 가벼운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그룹에 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웅변 학원에 다닌 효과가 나왔다. 처음에는 경박했던 말투는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말했다. 허리를 숙이는 모습에 뭐라 할 순 없었다.
“노아 씨, 그래도 개인 활동을 꾸준히 한 거로 아는데, 아깝지 않으세요?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후회하진 않나요?”
“에이, 그게 왜 아까워요? 후회 안 합니다.”
차노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질문에 대답했다.
“태인 씨, 혹시 2시간 전에 판에 올라온 사과문을 보셨나요?”
“네? 어떤······.”
이태인의 성희롱 얘기를 서건우가 듣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는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서 범인을 찾았고, 자필 사과문을 올리게 했다.
직원들은 이 사과문을 가지고 물타기를 시작했다. 이태인이 왜 그동안 팬 서비스가 없었는지, 지금은 다를 거라는 은근한 글과 댓글을 올렸다.
“지후 씨.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지금 어떠세요?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서지후는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모두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자신에게 주목되는 조명이 다시 희망을 품어도 말하는 듯했다.
“헉, 너 설마 울어?”
“야, 야······.”
“얘 언제부터 이랬어?”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어서 그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의 눈물에 다들 하늘을 쳐다보거나 눈가를 훔쳤고, 안 울 것만 같았던 차노아까지 코를 훌쩍거렸다. 쇼케이스는 그렇게 눈물바다가 되었다.
***
<백스테이지>는 점점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마침 시청률이 저조했던 예능 자리에 끼워 넣었더니 생각지 못한 시청률을 달성했다. 조유경 주변 사람들은 다들 조유경의 안목을 칭찬했다.
“나보다는 그 애 덕분인데.”
조유경은 윤제이와 관련된 기사를 보다가 화면을 껐다. 역시 어릴 때부터 점찍어 놨던 아이답다.
게다가 여태껏 윤제이가 거쳐 간 작품의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윤제이 행운 토템 설’이 은근한 말장난으로 사용됐었다.
“이준서랑 윤도준 때문인가?”
“뭘 모르네, 윤제이 때문이지. 걔들이 잘나가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개인 활동 꼬박 찾아보는 대중이 팬 빼고 있겠나? 다 그룹 완전체만 찾지.”
주연의 기회를 뜬금없이 아이돌 드라마로 시작했는데, 그거까지 잘 돼 버렸다.
게다가 처음에는 이준서와 윤도준을 보기 위해 틀었다가 윤제이에게 입덕했다는 해외 팬이 늘었다.
“하긴, 다른 작품도 많이 들어왔는데······ 와 근데 아이돌 드라마까지 성공하네.”
“그러니까.”
“진짜 뭐 있는 거 아냐?”
배우 데뷔와 동시에 조연으로 꽂히고, 그걸 잘 받아먹기까지 했다. 게다가 촬영장 화재까지 잡아 큰 손해를 볼 뻔했던 것도 막았다. 특별 출연으로 나온 드라마에서는 잠깐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운빨이 진짜 미친 거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앞으로 개봉할 <인터미션>과 <영구 동토>를 기대했다.
-벌써 막방이라니ㅠㅠㅠ
-백스테 파트분배 기가막히지 않냐? 이카로스 멤들 다 정들었음ㅠㅠ
-서대표님 제발 내돌좀 맡아주세요ㅠㅠㅠ
-우리 대표님 진짜 빛빛빛 아니냐?
-1회랑 9회 한송이 볼때 서건우 표정 차이 볼사람?
1회때는 진짜 노관심이라는게 보이는데 막방되니까 존나 유죄남이다. 누가 사람을 저렇게 꿀떨어지게 쳐다보냐?
└막방에는 사귀는거 볼수있을까?
└근데 표정변화 진짜 자연스러움ㅇㅇ
└와 근데 저게 되나? 촬영 일정 드라마 시간대로 안하잖아? 로케 되는대로 다 찍을텐데
└이제 연기 잘한다고 말하는것도 입아프다
해외 인기, 특히 일본 인기가 늘었고 점점 과몰입하는 시청자까지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돌 드라마 그거 누가 보냐던 사람들도 지금은 왜 10부작이냐고 너무 짧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카로스 1위할수있냐?
-빨리 백스테 막방날 왔으면.. 아니 오지마.. 아직 애들 보낼 준비가 안됐어ㅠㅠ
-막방때 서대표님 서회장되는거 볼수있겠지?
-아니 백스테 이렇게 빠질생각 없었는데
-백스테 나온 주조연들 차기작 벌써 기대됨
제작진은 적절한 아이돌 고증으로 호평받았던 것답게 이런저런 추가 컨텐츠를 뿌렸다. 팬이 붙어서 블루레이 제작팀이 꾸려졌다.
‘백스테이지’ 아이돌 드라마라는 편견 깨고 동 시간대 시청률 2위
장르 한계 극복한 ‘백스테이지’ 오늘 마지막 방송
‘백스테이지’ 뜨거워서 담지 못하고 포기했던 희망에 관한 메시지
그렇게 기대와 관심 속에서 <백스테이지>의 마지막 회가 방영되었다. 배우 스태프진들은 종방연을 위해 모였고, 그동안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달렸던 시청자도 화면에 집중했다.
-광고 진짜 기네 원래 이렇게 길었냐?
-시작한다
컴백 쇼케이스가 끝나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을 다 채운 음악 방송에 다들 피곤해도 얼굴은 밝았다. 그들은 이런 음악 방송조차 못 들어가는 그룹 중에 하나였으니까.
“쟤네가 걔네야?”
“나 앨범도 샀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동정을 사면 어떤가. 그들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었다.
물론 음악 방송으로 하루를 끝내는 게 아니다. 앨범 판매량을 위해 빽빽하게 채운 팬 사인회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팬 사인회를 열어도 미달했던 게 이카로스였다. 하지만 오늘은 좌석을 빼곡히 채웠다.
“누, 누나.”
“나 기억하는구나.”
“어떻게 기억을 못 해······.”
초창기에 그들을 좋아했던 팬들까지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이카로스는 바쁜 컴백 주 활동을 보내고 다음 주, 드디어 음악 방송 1위에 집계되는 시기가 다가왔다.
‘공중파는 아예 기대도 안 해.’
서건우가 노렸던 건 케이블 방송사의 1위였다. 그걸 위해서 이카로스와 체급이 비슷한 그룹을 보유한 소속사에게 뒷공작을 펼쳐 컴백, 데뷔를 다음 주로 미루게 했다.
즉, 이카로스는 2주 차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이카로스와 함께 방송국에 도착한 서건우는 사전 녹화를 위해 대기실에서 떠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유 비서였다.
“무슨 일이죠?”
(대표님, 큰일 났어요! 회장님이 이사회를 소집했어요.)
서건우의 표정이 금세 굳었다. 예상보다 빠른데? 1회에서 보였던 예민하고 빡친 표정이 다시 드러났다.
“송이 씨, 이거 발표 언제 하죠?”
“8시 전에는 끝나요.”
“······그전까진 오겠습니다.”
서건우가 다급히 방송국 밖을 빠져나가고, 한송이는 그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사녹 팬들 많이 보이지 않았냐?”
“하, 이러면 미련 생기는데······.”
신나서 대기실로 온 멤버들은 서건우가 없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는 존재감이 대단했으니.
“대표님은 어디 가셨어요?”
“으응, 잠깐 회사 일 때문에······.”
한송이는 거짓말을 잘 못 한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게 보였다.
서지후가 불안한 눈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서건우는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 생긴 건가······?”
서지후의 목소리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